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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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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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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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자의 역할 (4)

DUMMY

“죽지도 않고 또 기어 왔구나.”


“죽기 전에 까먹은 게 있지 뭐야? 네 얼굴. 실제 나이대로 고쳐놓고 죽여야지. 오면서 데스 나이트 대가리 하나 주웠는데 그걸로 해줄까?”


“나쁘지 않은 판단이야. 적의 손에 죽느니 칼데아에 죽는 게 낫지. 고통 없이 보내주마.”


“다리아님! 탈리아님! 두 분 다 뭐 하세요! 제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 왜 이렇게들 변하셨데?”


메피스토의 습격이 끝난 후

인원 편제를 다시 했다.

우리 진형으로 탈리아, 우노아, 토테미넴, 해머가 합류했다. 거기에



“이런 곳에서 잤다고?”


“이런 침대에서?”


“인간들은 길바닥이 아늑하다고 느끼는 건가?”


철강왕이 보내준 드워프들까지.

그들은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았다.

수평이 맞지 않은 텐트.

대충 세운 기둥.

삐걱거리는 침대까지.


“저기 여기는 임시 천막이니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낼 거 아닌가?”


나는 더 이상 말하는 걸 포기했다.

이미 그들의 눈이 돌아갔다.

이럴 땐 그저 그들이 하고픈 대로 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네슬레! 연장 챙겨왔나?”


“물론이지.”


그게 대화의 끝이었다.

드워프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종족.


“잠깐만 기다리게.”


다행히도 적의 습격은 없었다.

병사들의 표정은 의심 반 기대 반이었다.


“아니. 전장에서 튜닝해봐야 얼마나 튜닝하겠다고.”


난 분명히 봤다.

드워프들의 몸이 움찔하는 것을.

그들을 감싸던 온도가 변했다.


“해가 지고 모닥불이 피어오를 때 돌아와라.”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그 이후,

그들은 무시무시할 정도의 집중력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저녁이 찾아왔을 때


“제길! 재료만 더 있었어도!”


그들은 자기 작품을 보며 분노했다.

‘이게 아니야!’라고 외치며 도자기를 깨는 장인의 품격이 느껴지는 액션이었다.


“아쉽군. 다음 포털이 언제 열리지? 재료를 공수해야 할 거 같은데.”


“왕이 재료를 달란다고 줄까?”


“왕도 후방이 박살 나지 않았나. 거기서 슬쩍 하면 되지 않겠나?”


“그러면 그 사람들은.”


“아.”


대화만 들어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우와. 정말 여기서 자는 겁니까?”


“우리 같은 일반 병사들도요?”


“저기 우리는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병사들은 감격했다.

그들이 만든 천막은 글램핑 장이요

그들이 만든 침대는 최고급 캠핑용 침대를 방불케 했다.


“아니! 타협하지 마라! 타협은 후퇴다!”


드워프가 병사들을 혼냈다.

병사들이 ‘아니 왜 날?’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해머.”


내가 전 철강왕을 툭툭 쳤다.

이러다 적이 습격하면 드워프의 망치가 마물이 아닌 자신들의 작품으로 향할지도 모른다는 기우에서였다.


“자. 다들 거기까지 해라. 우린 전투하러 온 거지. 공사하러 온 게 아니다.”


해머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묘하게 어긋난 수평과

잘 쪼여지지 않은 나사

천막에 난 작은 흠집이 못내 신경 쓰이는 눈빛이었다.


“오늘만큼은 푹 잘 수 있겠구나.”


“너 골렘이잖아. 잠은 무슨.”


“그러면 네가 내 몫까지 자려무나. 못 본 사이 주름이 늘었다.”


“우노아. 화살 남는 거 있니?”


그날은 모처럼 거점이 화기애애했다.

습격은 막아냈고

증원이 있었으며

시설도 좋아졌으니까.

하지만 론다 후작의 방문 이후,

타올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암흑 마나 때문에 식량이 전부 썩었네. 난민들은 강도로 돌변했고. 너도나도 밥 달라고 아우성이야. 난민보다 거주자를 먼저 챙기라는 여론도 조금씩 커지는 상태고.”


결국 터질 게 터졌다.

거주자의 의견도 이해는 했다.

그들의 세금으로 저장한 식량이다.

내가 조금 여유로울 땐 주변이 들어오지만

내 애가 배고프면 시선은 내 가족에게 쏠리기 마련.


“치안 상황은 어떻습니까?”


“순찰대의 수를 늘리고 경비를 강화했지만, 강도는 점점 느는 추세네. 강도 대부분이 난민이라 그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


론다가 왕국의 상황을 장황하게 펼친 이유가 있었다.


“보급이 줄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래도 마물들이 쳐들어오지 않으니 망정···.”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우노아!!!”


나는 생각했다.

메피스토의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마물들의 동태는 어떻습니까?”


“공격 의지 없음. 진군 의지 없음.”


“수뇌부를 불러주십시오! 긴급회의입니다!”


***


“메피스토의 작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몇몇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녀석들은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농성이라니.

그들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타당하구나.”


다리아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언뜻 보면 우리는 수성, 저쪽은 공성의 입장이다.

근데 공격하는 입장에서 농성이라니.

하지만 저들에겐 식량이 넘쳤고

우리에겐 식량이 한정돼 있었다.

메피스토는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어떻게 할 거지?”


모두의 시선이 내 입을 바라봤다.


“쳐들어가야죠.”


모두가 알고 있다.

무모하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도 내 의견에 반박하지 못했다.


“탈리아님. 부탁이 있습니다. 메피스토가 지금 어디 있는지 찾아봐주세요.”


“알겠다.”


탈리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잠시 후, 천막 밖에서 와이번을 부르는 호각 소리가 들렸다.


“공중에서 확인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게 없지.”


탈리아가 와이번에 올라탔다.

그리고


“뭐냐?”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던 다리아가 와이번에 올라타 탈리아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난 년이 무리하지 마라.”


“토테미넴님의 신성력은 대주교급. 나 멀쩡해.”


“닥쳐라. 무리라면 무리인 줄 알아라.”


다리아는 탈리아를 혼자 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 갔다 온다!”


나한테 보란 듯이 쐐기까지 박는 걸 보면.


“미친년. 정년 죽을 때가 되긴 했구나. 갔다 올게.”


그러면서도 탈리아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두 분 다 주목!”


내가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두 여인을 불렀다.


“무슨 일이냐?”


“왜 부르니?”


“사령관으로서 명령합니다.”


두 여인의 표정이 똑같이 구겨졌다.

다리아는 ‘사아려어엉과아아안~???’

탈리아는 ‘그래 어디 읊조려봐. 듣진 않을 테지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무리하지 마시고 무사히 돌아오셔야 됩니다. 이건 명령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됩니다. 특정할 수 있는 지역이면 됩니다.”


“부탁이기도 하고요.”


내 말에 릴리가 옆으로 붙었다.


“저도 동참할게요.”


“저도!”


거기에 이자벨라와 조이가 붙었고


“조이한테 얘기 들었어요. 다음 로드가 저라고요? 거절합니다. 밖에 나가 놀 거 다 놀고 이제 조금 로드 하셨으면서 다음 로드? 무조건 살아 돌아오세요!”


우노아가 마무리를 지었다.

두 여인이 피식 웃었다.

다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저기 다 탈리아 편 같은데 내 체면도 좀 세워줘야지?’


딱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피식 웃었다.


“스승님. 아직 배울 게 많습니다. 꼭 살아 돌아오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이 제자 밤에 잠 못 이룹니다.”


“아이. 뭐. 정 그렇다면야.”


다리아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보는 탈리아.

하지만 난 그런 다리아가 창피하지 않았다.

순수함.

저런 순수함이 지금의 그녀를 만든 것이라고 난 늘 생각했으니까.


“갔다 올게.”


탈리아가 손을 흔들며 상승했다.


“자! 우리도 준비하죠.”


내부라고 바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는 선포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적의 중심으로 들어갈 겁니다. 네. 메피스토에게 총공격을 가할 생각입니다. 분명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될 거고요. 왕궁으로 돌아갈 사람은 지금 돌아가도 안 잡겠습니다.”


신기한 일이었다.

나는 대부분이 돌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아! 진짜! 카일님! 사람을 뭘로 보고!”


길버트가 나를 보고 외쳤다.

그는 뒤에 있는 병사들의 마음을 대신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카일님이 제일 선봉에 쫓아가는 우리가 돌아가면 체면이 뭐가 됩니까?”


다행히 내 등 뒤를 맡길 사람은 넘쳐나는 것 같았다.


“그럼 어차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오늘은 놀고먹을까요?”


“그러다 습격하면요?”


“저 술 취하면 더 강해집니다.”


그날 밤 우리는

작게나마 축제를 열고

함께 시간을 공유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았다.

태양 위에 흑점이 보였다.

흑점은 점점 거대해졌고

이내 와이번의 날갯짓으로 변했다.


“어휴 다행이다.”


나와 이자벨라, 조이, 우노아, 릴리는 하염없이 두 여인이 떠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여인은 사령관의 명령을 무사히 지켜줬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느냐?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차라리 아이면 다행이죠.’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또 칼데아를 뽑을 거 같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가 특정한 지역은 이 지점으로 근방 5km.”


탈리아가 지도에서 한 점을 찍었다.


“정확성은 얼마나 됩니까?”


“60퍼센트.”


“잘하셨습니다. 이자벨라. 모두 진군을 준비하라고 전해줘.”


“알겠어요.”


이자벨라가 나간 뒤, 탈리아와 다리아가 지도를 유심히 지켜봤다. 녀석이 어디쯤 추측하려는 모양. 하지만 탈리아가 지도에 손가락을 올렸을 때, 나는 메피스토가 어디에 있을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녀석이 있는 곳을 알 거 같거든요.”


“안다고?”


“네.”


내가 지금 있는 지도를 테이블에서 치웠다. 지금 그려진 지도는 메피스토에 의해 대부분의 영지가 백지가 된 상태. 거기에 예전에 있던 지도를 올려놨다.


“아!”


옛 귀족들의 영지가 선명하게 그려진 지도, 그리고 탈리아가 찍은 점. 다리아는 단번에 내가 향하는 곳이 어딘지 알아챘다.


***


다음 날이 됐다.


“그럼 시작할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가 하늘 위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파이어 레인!!!”


하늘 위로 불덩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숲이 타며 연기가 자욱해지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키에에에에!”


마물들이 발버둥 쳤다.

불에 피부가 녹았고

연기에 질식해 죽는 녀석들이 늘어났다.


“카일. 괜찮은 건가?”


해머는 걱정했다.

숲이 불타고 있다.

우리는 고립된 상태.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질식해 전멸할 위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릴리를 보며 말했다.


“마법사가 괜히 마법사겠습니까?”


숲이 까맣게 불탄 후,


“스톤 월!”


릴리가 산 중턱에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턱에서 뻗어간 길은 어느새 평야로 이어졌다.


스릉.


내가 레텐토를 뽑아 들었다.


“제군들은 들어라.”


내가 웅혼한 목소리로 뒤에 선 병사들을 바라봤다.


“지금 우리는 대륙의 존망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싸움의 결착을 위해 나아가려 한다.”


쿵!

병사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무기로 땅을 내려치며 자신들의 결의를 보여줄 뿐.


“나는 지장도 덕장도 아니다. 하지만 선두에 서서 너희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맹장은 될 수 있다.”


“맹장은 아니죠!”


목소리에 주인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이자벨라.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명장이면 모를까!”


“와아아아아아!”


스릉.


내가 레텐토를 뽑았다.

다시 조용해지는 장내.


“나는 너희들을 전부 지켜줄 순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약속하마!”


쿵!


“이 전쟁. 반드시 우리의 승리로 이끌겠다. 전군 돌격!!”


“와아아아아!”


-기다리고 있겠다.


나는 잊지 않았다.

녀석이 성문에서 했던 말을.

이제는 내 대답을 들려줄 차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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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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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 각자의 역할 (4) 23.08.07 191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4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1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2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8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4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8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3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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