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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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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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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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돌격

DUMMY

“어우. 숙취야.”


다리아의 몸이 하루 만에 회복됐다.

탈리아와 조이, 릴리를 갈아 넣은 결과였다.


“스승님. 그 몸으로 술 안 마셨잖아요.”


“닥쳐라.”


우리는 강자들이다.

전날의 숙취 따윈 없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숙취로 고통받고 싶다. 그랬다면 회의실 안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불편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래서? 엘프들은 이제 와 우리 통제를 벗어나겠다는 말씀입니까?”


“탈론님. 단어 선택이 조금 이상하네요. 통제? 우리는 연합군이에요. 왕국 군이 아니라고요.”


“탈리아님 말대로입니다. 우리는 연합군이죠. 그러면 엘프들도 어느 정도 이 전쟁에 역할을 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발록을 처치하고 라플레아스를 죽이고 타르칸 나인데일 백작을 명예롭게 해줬는데 여기서 더 어떻게 도와주라는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탈리아님과 다리아님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던 것도 우리 왕실 소속 마법사 덕분임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똑 부러지는 탈리아도 우직한 탈론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지금 탈론님이 하려는 말씀은 먹여주고 재워줬으니 내 통제를 따라라 이건데 이건 보급을 교묘히 이용해 엘프들의 목줄을 채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탈리아가 국왕 이반 헬리온을 바라봤다.

말은 안 했지만 그녀는 눈으로 말했다.


‘정말 그러려고 도와준 거야?’


“탈리아. 말은 똑바로 해야지. 라플레아스랑 발록 심지어 타르칸까지 내가 모두···.”


“닥치고 있어. 넌 도대체 누구 편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우리는 다 같은 편이다.

근데 여기서 편을 나누다니.


“허허. 다들 감정이 조금 올라온 거 같은데 조금만 쉬었다 얘기하도록 하지요.”


역시 노련한 국왕이다.

방금은 아슬아슬했다.

우리는 같은 팀이다.

근데 탈리아는 선을 가르려 했다.

그건 좋지 않다.


“어렵네요.”


이자벨라의 미간이 깊어졌다.

그녀는 너무 순진했다.

연합군은 말 그대로 연합한 이익 단체들이다. 서로의 이권이 충돌하면 갈등을 빚는 게 당연한 일.


“이자벨라는 괜찮아? 어제 술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조금 어지럽긴 하네요?”


이자벨라가 일부러 비틀거리며 내 어깨에 기댔다. 그녀가 팔짱을 꼈다. 하지만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를 즐겨야지.


“아주 보기 좋아. 다른 사람들은 대륙의 존망을 위해 저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다리아가 걸어왔다.

말은 언짢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좋을 때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스승님. 숙취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셨잖아요.”


“닥쳐라.”


“그래서 카일. 너는 누구의 작전이 더 옳다 생각하지?”


“모르겠어. 이건 단지 작전만의 문제가 아니니까.”


두 탈씨 남녀가 싸우는 이유는 간단했다.

엘프들의 전진 배치 문제였다.

탈리아의 주장은 이거다.


“엘프들은 궁술에 특화된 병사들이에요. 성벽이라는 유리한 이점을 버리고 대륙에 나서는 건 비효율적인 작전이자.”


그러자 탈론은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가 하려는 건 수성이 아닌 총공격이오. 병력의 차가 열세인 이 상황에서 엘프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인간들의 피해는 더더욱 커지지 않겠소?”


“만약 리자나르처럼 성의 측면과 후방에서 적들이 온다면요?”


“우리에겐 마법사가 있소.”


“그 마법사는 누가 지키죠?”


“적어도 활을 쏘는 엘프보단 검을 든 기사들이 더 잘 지키겠죠.”


어떻게 보면 생산적인 대화였고

어떻게 보면 서로가 감정 상할만한 대화였다.

탈론은 탈리아가 인간들의 희생만을 강요한다 느꼈고 탈리아는 탈론이 엘프들을 그저 궁수 정도로만 생각한다 느꼈다.


“종족이 다르니 생각하는 입장도 다르겠죠.”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그렇게 우리끼리 쉬고 있자니 결국 국왕까지 나에게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겁니다. 강제로라도 두 사람 다 따르게 만들어야죠.”


내 의견에 국왕이 눈이 말했다.


‘어떻게?’


두 사람은 강자다.

아무리 나라도 이 둘을 상대로 압도할 순 없다. 하지만 따르게 만드는 방법이 어디 그뿐이겠는가?


“들어가 보시면 압니다.”


“제자야. 아무래도 나는 숙취가 너무 심해서···. 어허! 어디 감히 스승님의 몸에 함부로 손을 올리는 것이냐! 이자벨라 도와다오!”


“다리아님. 조금만 더 진지해지세요. 언제까지 이렇게 철없는 애처럼 굴 거예요?”


“애? 애...? 라플레아스를 베고 발록을 무찔렀으며 타르칸 나인데일을 명예롭게 만든 이 내가 애···?”


이자벨라의 공격은 엄청났다.

다리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그 틈에 나는 얼른 다리아를 회의실 안으로 집어넣었다.


***


“......”


“......”


회의실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아니. 더 냉랭했다.

국왕은 머리를 식히라고 시간을 가졌는데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라데이션 분노가 올라왔는지 이젠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자 그럼 시작하지.”


국왕이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


“......”


하지만 두 탈(?)씨 가문 인물들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당장 입을 열면 폭발할 것 같아서였을까?


“카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왕은 노련했다.

이럴 때만 아주 야비하게.


휙.


엘프 로드와 총사령관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아~ 여기서도 정친가.’


국왕이 나에게 발언권을 토스했다.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이놈의 입이 문제다.

괜히 방법이 있다 호언 장담해서는.


“네. 우선 작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연합군은 지속적인 수성이 장기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 병력을 나눠 돌격대를 구성해 전진 기지를 탈환한다. 여기까지는 두 분 다 동의하는 내용이죠.”


“그렇네.”


“그래.”


“그리고 여기서 의견이 갈리는 이유는 엘프 궁수대 합류 여부. 탈리아님은 엘프들의 특성을 살려 성벽에서 수성을 해야 한다. 탈론님은 엘프들의 궁수대가 뛰어나기에 전진 기지를 탈환했을 시 지킬 엘프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탈론이 사족을 붙이려 했고

그러자 탈리아도 움찔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타이밍을 끊었다.

입을 여는 순간 도돌이표다.


“훌륭한 정리였네.”


그리고 국왕이 쐐기를 박았다.


“그럼 이렇게 하겠습니다. 결국 의견은 두 분이 냈지만 싸우는 건 여기 있는 전부. 다수결로 결정하겠습니다.”


“그래! 다수결이 있었구나.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는 데 왜 이리 돌아간 건지.”


다리아가 감탄했다.

아니 다리아니까 감탄했다.

마지막 전투가 될지 모르는데 치열하게 토론하고 증명하는 게 여태까지 우리가 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답이 안 나올 때면 단순한 게 최고다.


“투표권자는 저와 다리아, 탈리아님, 탈론님, 이자벨라, 조이, 요한 네스뵈님까지. 7명이 진행하겠습니다.”


“나는? 빼는 건가?”


“폐하는 중립을 지키셔야죠.”


“알겠네. 탈론 경. 탈리아님. 이 방법에 동의하십니까?”


탈론이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왕명이다.

어디 감히 거부할 수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탈리아마저 수긍했다.

투표는 빠르게 진행됐다.

론다가 상자를 들고 왔고

우리는 누구의 작전이 더 타당한지 이름을 적어 상자에 집어넣었다.


“발표하겠네.”


결과는 국왕이 직접 발표했다.

투표는 치열했다.

탈론과 다리아가 각각 3표씩 얻어 동률.

종이는 이제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었다.


“자 발표하겠네. 마지막은···.”


탈론과 탈리아가 국왕의 입을 집중했다.


***


모두가 진군을 앞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마지막일지도 모를 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공유했다. 노모의 건강을 걱정하는 청년, 100일도 안 된 아기의 이마에 입맞춤하는 남자, 사랑하는 애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용병까지.


“오라버니! 꼭 무사히 돌아와야 돼!”


물론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건 카일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첼에 카일에게 안겼다. 이 조그마한 아이가 카일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쿵쾅거리던 심장을 잠시나마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물론이지. 그때까지 율리안 말 잘 듣고.”


카일이 율리안을 바라봤다.


“제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크는구나.’


1년 사이 율리안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눈에 깃든 용맹함은 물론 체격도 몰라보게 커졌다.


“믿는다.”


“꼭 살아 돌아와야 돼.”


“공자님한테 전해줄까요?”


“아니. 난 너한테 말하는 건데?”


가족과 인사를 마친 뒤,

베인이 이자벨라에게 찾아왔다.

그녀는 특유의 야릇한 표정으로 이자벨라에게 붙었다. 이자벨라는 체념했는지 베인이 자신을 껴안고 볼을 비비든 말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조심해라.”


“걱정되면 따라오던가.”


다리아는 탈리아와 인사했다.

이번 돌격대에 탈리아는 제외됐다.

골렘을 모두 소진하고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게 컸다.


“언니. 꼭 돌아와야 돼!”


순례자도 곡도를 등에 멘 채 엘사를 따듯하게 안아줬다. 모두가 인생에 마지막일지 모를 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다. 그리고 드디어


뿌우우우우우우!


개전의 나팔이 울렸다.

치열하게, 필사적으로 수성하던 성문이 서서히 열리고 성과 육지를 잇는 교량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괜찮겠나?”


다리아가 순례자를 경계했다.

내 우측.

원래는 베인이 맡던 자리를 순례자가 차지한 것.


“카일님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허. 참.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건지.”


이자벨라는 끝까지 순례자를 경계했다.

최후의 최후.

어쩌면 순례자가 다시 한번 카일의 가슴에 곡도를 박아넣을 수 있으니까.


“그렇대. 이자벨라. 너무 그렇게 보지 마. 엄연히 소드 마스턴데 내가 두 번 당할까?”


“여자 입술도 못 피하는데 곡도는 피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니. 갑자기 왜 그 얘기가 나와.’


카일이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쪽.


그녀의 볼에 입맞춤했다.


“헉!”


“이제 됐어?”


이자벨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랄 났네. 지랄 났어. 대륙의 명운을 건 싸움에서 아주 지랄 났어.”


다리아가 옆에서 혀를 끌끌 찼다.


“우리의 명운이 걸려있으니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해야죠.”


카일이 능글맞게 받아쳤다.

한편, 성곽 위


“우리도 시작하세.”


네스뵈를 필두로 릴리, 페름, 에드가까지.

대륙에 이름난 마법사들이 마법진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들의 역할은 중요했다.


‘선제공격.’


대륙에 있는 모든 마법사가 마법진에 마나를 주입했다.


“커헉.”


상대적으로 마나가 떨어지는 마법사들이 입에서 피를 뿜었다. 그만큼 강력한 마법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마나 주입을 멈추지 않았다.


우우웅.


이윽고 마법사들의 마나를 흡수한 마법진이 찬란하게 빛났다. 잠시 후, 찬란하게 빛나던 마법진이 하늘 위로 승천했다.


구구구구구.


하늘이 진동했다.

태양이 가려지고 구름은 도망갔으며 공기가 달아올랐다.


9서클 궁극의 마법 ‘메테오.’


마왕군의 본진, 그 위로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다.


“호오?”


왕좌에 앉아 턱을 괴고 있던 메피스토가 일어났다.

그가 회복된 오른손을 쥐락펴락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카일을 비롯한 소드 마스터들은 보았다.

운석으로 향하는 메피스토의 모습을.


콰아아아앙!


거대한 진동과 함께 폭음이 울렸다.

영지를 집어삼킬 크기의 운석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엄청나군.”


네스뵈가 메피스토의 무시무시함에 놀랐다.


쾅! 쾅! 쾅! 쾅!


파편이 된 운석은 그 자체만으로 광역기가 됐다. 파편이 사방으로 떨어지며 몬스터들을 집어삼켰다. 대지가 폭발하고 몬스터가 녹았다. 말 그대로 초토화.


‘판타지 판 강철비구나.’


2차전은 시작됐다.

카일이 성벽의 군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드드드드드.

교량이 내려간 뒤,

굳게 닫힌 성문이 열렸다.

성문의 정면


스릉.


레텐토를 뽑은 카일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전군 돌격!!!”


대륙의 명운을 건 마지막 돌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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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5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 돌격 23.08.03 198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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