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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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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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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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각자의 역할 (5)

DUMMY

탁 트인 전경.

드넓게 뻗은 평야.

우뚝 솟은 산.

흐르는 강물과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영지.

자르온 공작령, 메피스토가 왕좌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지?”


벽에 세워진 인파니아.

그곳에서 검은 영체가 나와 메피스토에게 말을 걸었다. 암흑 마나였다.


“그냥.”


암흑 마나가 바라보는 메피스토의 눈은 공허했다. 원하는 것도 없고 그저 자신의 결말을 카일에게 맡긴 채 그가 오길 기다리기만 할 뿐.


“왜? 여기까지 와서 지친 건가?”


“지칠만하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데.”


“지쳤으면 몸을 넘기는 건 어때?”


“그건 안 되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데.”


결국 도돌이표.

메피스토는 떠올렸다.

언제부터 이 긴 여정을 시작했을까“?

처음엔 분노였다.


‘너희는 왜 선(善)이고 나는 악(惡)이어야 하지?’


그저 본능이었다.

마물이 인간을 잡아먹는 건.

그래서 더 역겨웠다.

인간들도 가축을 사역해 요리법까지 만들며 허기를 채우는데 왜 그들은 생존이고 우리는 악이란 말인가?


‘이것이 나의 숭고한 사명.’


‘너를 막는 것이 나의 성스러운 의무.’


‘악을 처단한다. 그런 당연한 이유 말고 뭐가 더 필요한가?’


항상 자신의 앞을 막은 용사들.

그들에게 논리란 없었다.

숭고한 사명이니,

성스러운 의무니.

그저 빈약한 논리를 채우기 위한 개소리.

그에겐 그렇게 들렸다.


한 끗 차이.

항상 그 한 끗 때문에 패배했다.

빈약한 논리라 증명하고 싶은데

개소리라 외치고 싶은데

자신이 약한 탓에 그걸 증명하지 못했다.


“나와 손을 잡는 건 어때?”


처음으로 암흑 마나가 다가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강해지기 위해선 조력자가 필요하다.

용사에게 성검이 있다면

메피스토에겐 암흑 마나가 있었다.


“원하는 게 뭐지?”


“마족의 승리. 그거면 돼. 네 논리. 마음에 들거든.”


그리고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도달해라. 다리가 잘리면 기어서 오고 팔까지 잘리면 턱으로 땅을 밀어서라도 와라.’


메피스토는 기대했다.

카일이 가지고 올 결말을.

그게 자신의 승리가 될지 자기 죽음이 될지 모르지만, 사막처럼 건조했던 마음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고약하다면 고약하고

감성적이라면 감성적인 위치 선정이었다.


“공자님. 여긴.”


“그래. 기다린다면 이곳에서 기다려야지.”


카일의 시작점이자 종착점.

성준오의 시작점이자

이 싸움의 종착점.

바로 자르온 공작령이었다.


“글라타르가 보면 땅을 치고 오열하겠구나. 개국해서 얻은 영지가 저 꼴이 됐으니.”


칼파도스와 전투를 펼쳤던 칠리 산맥. 그곳을 뚫고 나오자 성안을 가득 채운 마물들이 보였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우리를 지켜주던 단단한 성벽은 우리를 잡아먹는 개미지옥으로 변한 상태.


“이미 죽은 애가 오열은 무슨.”


“탈리아. 너는 공감 능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네가 내 생황이면 공감할 수 있겠니?”


탈리아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우리가 여기까지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며 올 수 있었던 이유가 그녀가 소환한 골렘 덕분이었으니까.


마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녀석들은 말하고 있었다.


‘너희가 와라.’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곳에 놈이 있다.

우리는 내일,

저 마물이 우글거리는 곳을 뚫고 들어가 최후의 전투를 치러야 한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모두 배불리 먹고 내일 잘 부탁한다.”


모두가 비장하게 끄덕였다.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의 의미를.


그리고 다음 날이 밝았다.


“돌격!”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곳은 함정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달렸다.

하지만 망설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이 자리에 뼈를 묻을 각오로 온 거니까.


“전방에 다크 리치 출몰!”


선두가 교량에 발을 딛는 순간,

마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크 리치들이 성벽에 등장했다.

의도가 보였다.

교량을 폭파해 우리를 수장시키려는 계획.


“아껴뒀던 놈들이 다 여기 있었구나.”


하지만 읽힌 전술은 전술이 아니다.

도리어 약점일 뿐.


“스승님. 부탁합니다.”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그저 다리아를 믿고 진군을 멈추지 않는 것.


“얘들아 가자.”


탈리아가 안장을 밟고 도약했다.

그와 동시에 사라지는 신형.


“공자님. 갔다 올게요.”


이자벨라가 순례자를 안고 날아올랐다.


“부탁합니다.”


순례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달려!!!!”


다크 리치의 마법진이 빛났다.

마법이 발사되면 우리는 꼼짝없이 해자에 휩쓸려 수장될 판. 하지만 난 믿었다. 앞으로 치고 나간 3명의 여인을.


***


다리아가 우측 성벽에 올랐다.


‘다크 리치 10기.’


그녀의 몸이 안개에 휩싸였다.

그녀에게서 가까운 7기의 다크 리치.

녀석들은 마법을 캐스팅하기도 전에 칼데아에 목이 잘려 떨어졌다.


지이이잉.


하지만 남은 3기가 문제였다.

녀석들의 손이 빛났다.

마법이 나가기 직전.


팡!


다리아가 칼데아를 던졌다.

다크 리치 2기의 대가리가 칼데아에 꼬치처럼 꽂혔다. 하지만 나머지 한 기가 건재했다.


스윽.


그녀가 전략을 바꿨다.

죽일 수 없다면 궤도를 바꾸면 그만.

그녀의 몸이 날아가는 건 상관없다.

중요한 건 병력의 온존.

그렇게 그녀가 다크 리치의 앞을 막아섰다.

그때


팡!!!!


교량에서 날아온 화살 한 발이 다크 리치의 대가리를 뚫고 날아갔다. 다리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시크하게 활을 등에 메는 탈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가볍나?’


다리아의 반대편.

이자벨라가 순례자를 안고 날아올랐다.


“반대편에 던져주세요.”


“착지는 알아서 하세요.”


이자벨라는 순례자의 부탁에 미련 없이 몸을 던져버렸다. 애초에 전우애나 애틋함이 생길 만큼 끈끈한 사이가 아니었으니까.


“포이즌. 우리는 우리 일 하자.”


반대편 성벽은 다리아보다 훨씬 빠르게 다크 리치들이 정리됐다. 무력은 다리아가 높을 줄 모르나 이자벨라와 순례자도 보통 실력은 아니었으니까.


쾅! 쾅!


서걱. 서걱.


이자벨라가 성문에서 외곽으로

순례자가 외곽에서 성문으로

다크 리치들을 썰기 시작했다.

그 사이, 본대가 성문을 통과했다.


“작전대로 가겠습니다.”


카일이 외쳤다.


“작전대로!!!”


그의 외침이 확성기처럼 퍼졌다.

작전은 간단했다.

카일을 공작성 안으로 들여보낸다.

그러기 위해선 병사들이 밀려오는 마물을 틀어막을 필요가 있었다.


“너희는 카일을 부탁한다.”


다리아가 성벽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 사이, 싸움이 시작됐다.

잡아먹으려는 마물과

승리를 위해 싸우는 병사들.

그리고 그 주축엔


턱.


“아슬아슬했다.”


“네 화살이 아니었어도 잡을 수 있었는데.”


다리아와 탈리아가 있었다.


“어마어마하구나.”


다리아와 탈리아가 몰려드는 마물을 바라봤다. 이곳은 적진. 메피스토는 카일이 자신에게 쉽게 도달하게 놔두지 않았다. 일반 마물들도 구울과 오크가 아닌 트롤과 오우거가 대부분이었고 데스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 워리어도 심심찮게 보였다.


“보조할게요.”


그녀의 옆으로 토테미넴이 붙었다.

데스 나이트 워리어가 있다면 그녀의 합류는 필수.


“여기가 제일 강한 놈들이 모여있는 곳인가? 그럼 나도 이쪽에 붙어야겠군.”


해머와


“저도요.”


우노아


“마법은 맡겨주세요.”


릴리까지.


“아~ 옛날 생각나네.”


“그런 말 하지 마. 늙어 보이니까.”


“난 20대 외모라 괜찮은데?”


“진짜 저년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검성 다리아.

철강왕이었던 해머.

엘프 로드 탈리아.

7서클 마법사 릴리.

제이 파치노의 동료였던 토테미넴과 우노아까지.


헬리온을 건국했던 전설들과

헬리온을 지켜내려는 걸물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또 하나의 전설을 써 내려가려 하고 있었다.


한편,

카일은 달리고 또 달렸다.

등 뒤는 걱정하지 않았다.


“카일. 너는 내가 반드시···.”


그때였다.


“그래. 왜 안 나오나 했다.”


언데드가 된 그로마가 보였다.

그의 모습은 조잡했다.

목에는 엉성한 바느질 자국이 보였고

목은 45도로 엉성하게 꺾여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력만큼은 살아생전 모습과 필적한 상태.


우우웅.


그의 손에 암흑 구체가 응축됐다.


‘가능할까?’


카일은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절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카일이 검에 우노아의 힘을 둘렀다.


“공자님. 계속 달리세요.”


그때였다.

카일의 옆으로 바람 한 자락이 스쳤다.


“이자벨라?”


카일은 들었다.

그로마가 암흑 구체를 날리는 순간


“야.”


그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으며 뱉는 이자벨라의 살벌한 목소리를.


쾅!!!!!


그로마가 벽에 처박혔다.

하지만 늦었다.

암흑 구체는 그로마의 손을 떠나 카일에게 뻗어오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이자벨라가 암흑 구체 앞에 섰다.


“위험해!!!”


“괜찮아요!!!”


이자벨라가 날아오는 암흑 구체를 막았다.

서서히 줄어드는 속력.

이자벨라가 암흑 구체의 힘을 억제했다.

눈과 입, 코에서 피가 터졌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질끈.


카일은 그런 이자벨라를 무시하고 앞으로 달렸다. 지금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자벨라에게 보답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으니까.


“하압!”


이자벨라가 기합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암흑 구체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우웅.


암흑 구체에 굉음은 없었다.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것을 흡수한 뒤 사라질 뿐.


후두둑.


그 사이, 성벽에 처박힌 그로마가 삐그덕대며 몸을 일으켰다. 파르테온 때와는 정반대로 뒤집힌 상황.


“......”


그로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이자벨라에게 고정된 상태.


“너지? 내 몸에 악령 때려 박고 순례자한테 공자님 죽이라고 명령한 놈이.”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손에 두른 암흑 마나가 대답이었다.


펑.


이자벨라의 옆으로 포이즌이 나타났다.


“괜찮아? 이자벨라?”


이자벨라의 상태도 멀쩡하진 않았다.

말 그대로 절기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눈과 코에서 하염없이 피가 흘렀고

호흡은 거칠어진 상태.


“괜찮아.”


하지만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피를 옷으로 닦았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힘을 한계치로 끌어 올렸다.


“그로마 너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


한편 카일도 말에 올라 레텐토를 휘두르고 있었다.


‘지독한 놈이군.’


이제 더 이상 강한 마물은 없었다.

그야 메피스토의 의도였으니까.


“카일···?”


“공자..님?”


메피스토는 카일의 심리를 타격해갔다.

맥줏집 한스를 시작으로 스톤 남작, 랜스 테일러와 스티븐 테일러 그리고 홉스 다일까지. 카일이 성 안팎에서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까득.


카일이 턱이 부서질 듯 이를 악물었다.

메피스토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카일의 분노였을까?

아니면 슬픔이었을까?

만약 카일의 분노를 자극하는 게 작전이었다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털썩.


카일이 결국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레텐토를 꽉 잡았다.

그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단번에 목을 쳐냈다.


툭. 데구르르르.


그를 보며 웃어주던, 사과하던, 기다리던, 감사를 표하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차가운 바닥 아래로 떨어졌다.


‘반드시. 반드시 이긴다.’


카일은 분노라는 불꽃을 철저히 승리의 의지를 담금질했다. 그렇게 도달한 공작성 입구.


“카일. 왔구나?”


또 하나의 시체가 카일의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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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 각자의 역할 (5) 23.08.08 185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7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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