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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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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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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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웅 (1)

DUMMY

병사들은 계속 버텼다.

힘들 때마다 속으로 되뇌었다.


‘용사가 마왕을 처치해 줄 거다.’


‘내가 버텨야 용사도 버틴다.’


전쟁에서 오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사명이란 이름으로 마취하며 버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취가 점점 풀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왜 아직도 안 나타나지?”


전방에서 마왕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속속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용사의 행방은 오리무중.


“설마?”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안 좋은 소식은 더욱 빨리 터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병사들의 마음속에 자라나는 한 가지 생각.


‘마왕한테서 멀어지자.’


탈영병이 늘었다.


“도망치지 마라!”


“당신이 뭔데 우릴 막아! 이건 자살행위라고! 비켜!”


나인데일 성에 적군이 늘어났다.

외부에서 몰려오는 적과

내부에서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들.

병사들은 탈영을 막는 장교에게까지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된 것인가?’


타르칸은 알고 있었다.

세상에 완전히 속일 수 있는 비밀은 없다는걸.


“정신 차려라. 타르칸.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은 하면 된다.”


“네. 다리아님.”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다리아가 그랬고, 탈리아가 그랬으며 타르칸이 그랬고 베인이 그랬다.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메피스토는 강했고 그가 거느리고 있는 사역마는 까다로웠다.


“모두 입을 막아! 독이다!”


그가 키우는 식물 라플레아스는 전장에 맹독을 뿜었고


“쥐다. 쥐가 우리 군량미를!”


탐욕쥐라 불리는 녀석은 군량미를 갉아먹고 미친 듯이 번식했으며


“저건 괴물이야. 말 그대로의 괴물!”


트롤, 오우거보다 머리 하나는 데스 나이트 워리어는 참마도를 휘두르며 전장을 휩쓸었다. 그들은 4일간 결사 항전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마왕군을 막긴 역부족이었다.


“가거라.”


타르칸은 그 누구보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했다. 우선 자기 가족들을 왕궁으로 피신시켰고 그 호위로 다리아, 탈리아, 베인을 보냈다.


“혼자 남겠다고?”


“꼴이 이래서 어차피 도움 안 될 겁니다.”


타르칸이 자신의 잘린 팔을 보며 웃었다.


“.... 그대의 희생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거다.”


“호상이네요. 그 정도면.”


영지민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했다.

타르칸 백작이 성문을 열었다.

마물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타르칸은 기다렸다.

녀석들이 차고 넘칠 때까지.

이윽고 녀석들이 차고 넘쳤을 때


“마법진을 가동해라!”


건물 곳곳에 있던 마법진이 발동하며 건물이 폭파했다. 파편들이 몬스터의 살갗을 뚫었고 붕괴하는 첨탑이 오우거와 트롤을 깔고 뭉갰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물들의 수는 넘치고 넘쳤다.


“나와 함께할 필요는 없었는데.”


타르칸이 핼쑥해진 도슨을 보며 말했다.


“살아생전 두 명의 소드 마스터와 함께 전장을 밟는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로이스 변경백. 참. 강한 남자였지.”


“본 적 있습니까?”


“왕궁에 갔을 때.”


“존경할만한 인물이죠.”


그때였다.


그르르르.


데스 나이트 워리어가 참마도를 들고 두 사람 앞에 왔다. 외팔이 타르칸과 홀쭉해진 도슨이 검을 잡았다.


“길동무로 어떤 거 같나?”


“차고 넘치죠.”


타르칸과 도슨이 데스 나이트 워리어에게 쇄도했다.


***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타르칸 나인데일 백작이 마왕에게 당했다. 그의 죽음에도 용사는 침묵했고 사람들은 결국 깨달았다. 용사마저 마왕에게 당했음을. 이제 그들은 어디에 의지해야 할까? 결국 그들이 향한 곳은 왕국이었다.


“난민들이 물밀듯이 몰려듭니다.”


“더는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들이 이반 헬리온에게 읍소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우리는 마지막 등불이다. 우리마저 그를 외면할 순 없다.”


국왕은 받을 수 있는 모든 난민을 받아들였다.


“식량은?”


“생각보다 난민이 많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한 달 안에 식량이 바닥날 겁니다.”


“식사 지원을 세끼에서 두 끼로 줄이게. 입이 더 늘어날 수 있어. 미리미리 대비하는 편이 낫겠지.”


“알겠습니다.”


나인데일 백작가가 멸망하고 3일 뒤, 마왕군이 왕도 앞에 도달했다. 국왕이 몰려드는 검은 물결을 바라봤다.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바람 앞에 등불.


그렇게 성벽에 올라 마왕군을 바라보고 있을 때 국왕 앞에 암흑 포털이 열렸다.


“네가 국왕인가?”


그의 눈앞에 메피스토가 나타났다.


“국왕님! 제 뒤로!”


호위하고 있던 탈론이 이반 헬리온의 앞을 막으며 검을 뽑았다.


“검을 거둬라. 오늘은 협상을 위해 온 거니까.”


하지만 탈론은 물러서지 않았다.


“기어코 피를 봐야 한다면.”


메피스토가 손에 암흑 마나를 응축시켰다.

그때,


“협상이라고?”


이반 헬리온이 탈론을 뒤로 물렸다.


“훌륭하다. 판단이 조금만 더 느렸어도 저 녀석은 내 손에 죽었다.”


국왕이 마른침을 살폈다.

그의 말이 허세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안으로 들겠나?”


“아니. 여기서 하지.”


숨 막히는 상황이 이어졌다.

정확히는 이반 헬리온의 숨이 턱 막혔다.

그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마기만으로도 제대로 서 있기 어려울 정도. 결국 먼저 입을 연 건 메피스토였다.


“너희 상황을 알고 있다.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이고 비축된 식량은 머지않아 고갈되겠지. 숨겨도 좋고 허세를 떨어도 좋다. 그 또한 협상의 한 기술이니.”


국왕은 단번에 알아챘다.

협상의 칼을 쥔 사람은 메피스토다.


“원하는 게 뭔가?”


“내가 제안하는 건 하나다. 항복해라. 그럼 살려주겠다.”


이반 헬리온은 지금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억눌렀다.


‘악마의 속삭임이다.’


하지만 마음이 세차게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였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말 그대로 멸망.


“조건은?”


“단번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머리가 있는 국왕이구나. 마음에 들어. 조건을 조금 올려주마. 지금 이곳에 있는 인구의 절반을 살려주지. 자치할 수 있는 영토는 딱 왕도까지. 어차피 지금은 입이 너무 많잖아?”


국왕이 몸을 떨었다.

이번엔 공포가 아닌 분노.

실로 굴욕적인 협상이었다.


‘이건 늑약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용사가 죽고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는데 어찌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1주일 주겠다. 그때까지 진군은 하지 않겠다. 죽일 인간과 살릴 인간은 너희들이 선별해라.”


“선별하면?”


“성벽 앞에 모아두거라. 재물로 쓰든 노예로 부리든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메피스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데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듯 다시금 이반 헬리온을 바라봤다.


“잠시 왕궁을 산책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메피스토가 살며시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텁.


그리고 국왕의 어깨를 잡았다.


“잘 생각해보라고.”


“감히 국왕 폐하를 옥체를!”


탈론이 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쾅!


메피스토가 검은 구체를 응축해 탈론에게 날렸다. 순식간의 벽에 처박히는 탈론.


“쿨럭.”


탈론이 피를 토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아. 그리고 한 가지 빼먹고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메피스토가 국왕을 포함한 주변 병사들을 보며 경고했다.


“다시는 저딴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마라.”


말을 마친 메피스토가 뒷짐을 쥔 채 왕궁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 무엇보다 파격적이고 그 무엇보다 파괴적인 무력시위. 그 누구도 메피스토를 막지 못했다. 메피스토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게 지금 너희와 나의 차이다.’


메피스토가 떠난 뒤


“제기랄!”


국왕이 성벽을 내리쳤다.

손은 멍들고 피가 났다.

하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가 더욱 아팠다.

그가 하늘을 바라봤다.


‘선조 님. 정녕 우리를 이렇게 버리시려는 겁니까?’


이때 국왕의 뇌리에 한 사람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카일 자르온.’


자신이 대륙의 영웅이라 칭한 인물.

국왕은 생각했다.

카일 자르온은 아직 살아있다.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었다.


***


레이첼은 길게 뻗은 태양궁 정원을 걷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레이첼이 경비를 서고 있는 근위대를 보며 인사했다. 근위대의 표정은 근엄하고 어두웠지만 레이첼이 인사할 때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통제할 수 없었다. 레이첼은 왕궁이 퍽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때를 떠올렸다.


“레이첼. 레이첼.”


어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레이첼은 졸린 와중에도 눈을 비비며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때 어머니는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왕궁에 가고 싶니?”


“왕궁 말고 집에 가고 싶어.”


레이첼은 생각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자르온 공작령.

나인데일 백작령이 더 크고 넓었지만, 그녀에게 이곳은 어디까지나 타지였다.


“레이첼이 항상 말했잖아. 동화에 나오는 왕궁이야. 왕자님도 볼 수 있는데?”


“난 왕자님보다 영웅이 더 좋아.”


“물론 영웅도 있어.”


“정말?”


레이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빠르게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애착 곰인형을 챙겼다.

이 곰인형은 카일이 사준 선물이기도 했으니까.


“안녕하세요.”


레이첼이 왕궁의 복도를 돌아다니며 병사들에게 인사하는 건 하나의 일과가 됐다.


“어. 그래. 레이첼. 오늘도 바쁘구나.”


병사들도 레이첼이 언제 오나 기다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절망적이고 힘들수록 의지할 게 필요하다. 그들에게 있어 레이첼은 하나의 버팀목이자 사명이었다.


“네. 인사해야 할 기사 아저씨가 많아요!”


병사들이 무기를 꽉 쥐었다.

레이첼을 보며 자신의 사명을 떠올렸다.

아이의 미소를 지키는 것.

그게 나아가 왕궁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 병사들은 스스로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저벅 저벅 저벅.


레이첼이 정원을 지나 왕궁 입구로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툭.


“아야.”


레이첼이 누군가의 다리에 부딪혀 넘어졌다.


“아이고.”


레이첼이 이마를 고사리손으로 문지르며 앞을 바라봤다. 제일 먼저 들어온 건 밟혀있는 곰인형이었다.


“안 돼!”


레이첼이 벌떡 일어나 다리를 밀었다.

하지만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비켜주세요! 우리 오라버니가 준 거예요.”


레이첼이 고개를 들어 곰인형을 밟은 범인을 바라봤다.


섬뜩.


레이첼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처음으로 심장이 내려앉는 날.

누군가를 보고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용감하구나.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다니.”


메피스토가 레이첼을 바라봤다.


“......”


레이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메피스토가 가던 걸음을 이어갔다. 그때였다.


“아저씨.”


레이첼이 앙칼진 목소리로 메피스토를 불러 세웠다.


“뭐지?”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죠!”


공포에 짓눌린 것도 잠시.

레이첼이 곰인형을 든 채 씩씩거리고 있었다.


“내가 사과하라고?”


“네! 이거 우리 오라버니가 준 소중한 선물인데!”


메피스토가 레이첼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근데 내가 뭘 잘못했지?”


“곰인형이 더러워졌잖아요!”


“고작 그런 이유로 날 멈춰 세워?”


“고작 그런 이유라뇨. 이 나쁜 아저씨!”


레이첼이 발을 들어 메피스토의 다리를 퍽 찼다.


“뭐 하는 거지?”


“나쁜 아저씨는 혼나야 돼!”


레이첼이 땡그란 눈을 뜬 채 메피스토를 보며 씩씩댔다.


“그렇군. 나쁜 녀석은 혼나야 하는군.”


메피스토가 레이첼의 말을 되뇌며 손을 들었다.


‘안 돼!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여야 하는데!’


레이첼에게 인사를 받은 병사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메피스토한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마기가, 공포가 그의 발을 묶었다.


“죽어라.”


메피스토가 레이첼의 머리를 쪼갤 듯 손을 내려쳤다.


“꺅!!!”


레이첼이 자기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그때였다.


쾅!!!!


메피스토의 미간이 움찔했다.

그의 팔에 레텐토가 박혀있었다.


“야이 개새끼야. 애를 건드려?”


카일은 분노했다.


“오라버니!”


반대로 레이첼은 기뻐했다.

자신이 늘 꿈에 그리던

왕자보다 더 좋아했던 동화 속 영웅.

그 백마 탄 영웅이 지금

자신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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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5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10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8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2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4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5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3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2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4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3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7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2 4 12쪽
108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3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9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7 4 13쪽
» 영웅 (1) 23.07.24 212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3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9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5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2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9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4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4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1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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