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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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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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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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스승과 제자 (1)

DUMMY

처음엔 황사라 생각했다.

대규모 이동에 따른 먼지.

하지만 지금 불어오는 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모래가 아니라

호흡기를 녹여버리는 극독이었다.


“모두 물러나요!”


제일 먼저 알아챈 건 이자벨라였다.

그것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소리 없는 암살자였다. 하지만


“두 번은 안 당하지.”


연합군은 이미 녀석의 독에 당해봤고 한번 당해봤기에 이미 대비를 마쳤다.


“마법사들 앞으로!”


이번 전쟁의 총 대장은 국왕 이반 헬리온이었지만 명령을 내리는 총군사 역할은 탈론이 맡았다. 그의 명령에 요한 네스뵈를 필두로 한 마법사들이 미리 그려놓은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우웅.


성벽에 그려진 마법진에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후우우우웅.


성벽 앞으로 바람이 생성됐다.

효과는 엄청났다.

나는 거대한 선풍기를 생각했지만

그건 하나의 돌풍이었다.


치이이익.


“키엑!”


우리를 향한 공격이 순식간에 우리를 위한 무기로 변했다. 진격하던 마물들이 독을 뒤집어썼다. 걸어오던 구울의 피부가 녹았고 독을 들이마신 오크들은 호흡곤란 증상을 일으키다 그 자리에 쓰러졌다.


“궁수대 앞으로.”


태양성의 또 다른 이점이 드러났다.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쭉 뻗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 좌우로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뒤로는 수호 벽이라 부르는 거대한 절벽이 왕국을 지켜주고 있다. 즉 화력을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핑!


독무를 뚫고 온 오크도

피부가 녹은 채 달려오는 구울도

결국 성문에 닿기 전

엘프들의 화살에 목이 꿰뚫렸다.


“모두 긴장해라! 다음 수가 있을 거다.”


달려오는 마물을 저지하고

날아오는 독무를 이용하고

긴장되는 마음을 해소해도

총대장은 여전히 긴장했다.


“전방에 와이번 출현!”


“그 수 200마리가 넘습니다.”


정찰과 척후조는 눈이 좋은 엘프가 맡았다.

그들의 말대로였다.

독무가 닿지 않는 하늘 위,

검은 날개를 펄럭이는 수백 마리의 와이번이 보였다.


“이건 제가 맡죠.”


와이번을 본 즉시 페름이 자리를 이탈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법사들 공격 준비!”


그의 부름에 라프타 출신의 마법사들이 모였다. 그들이 와이번을 향해 일제히 지팡이를 겨눴다.


“공격!”


아군에겐 장관이요

적들에겐 재앙이 펼쳐졌다.

하늘이 열리며 비가 쏟아지고

젖은 날개 위로 낙뢰가 떨어졌다.

공기가 회전하며 생긴 돌풍은 사방으로 우박을 날렸다.


“2차 공격 준비!”


페름의 명령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이 위치를 교대했다.


“공격!”


마법사들은 증명했다.

그들이 왜 대우받아야 하는지.

한 차례 마법이 휩쓸고 간 후

상공위를 날아다니는 와이번은

얼추 1/3이 줄어있었다.


“녀석들의 발에 뭔가가 있습니다.”


척후를 맡은 엘프가 마나를 눈에 집중했다.


“구울입니다! 녀석들이 구울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페름의 대처는 신속했다.


“방어 마법진을 발동시켜라!”


방어 마법진은 궁중 마법사들이 맡았다.

네스뵈의 지휘 아래

왕국 위로 순식간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몇 겹이고 쌓였다.


퍽! 퍽! 퍽!


구울들이 방어막 위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미 라플레아스의 독에 범벅이 된 녀석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생화학 무기였다.


치이이익.


녀석들의 피가 방어막을 녹였다.

그 사이

마법사들의 3차 공격이 이어졌다.

하늘은 마법사들에게 맡겼다.

우리가 봐야 할 곳은 지상.


“구울들 올라옵니다!”


공중에 신경이 팔린 사이, 지상에서는 구울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름 준비!”


“기름 준비!!!”


탈론의 명령이 병사들을 타고 전파된다.


“부어라!!!”


병사들이 펄펄 끓는 기름을 아래로 사정없이 부었다.


“키에에에엑!”


기름이 구울의 얼굴을 녹였다.

성벽은 기름에 미끄러워졌고

구울들은 벽을 짚다 손이 미끄러져 성벽 아래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연합군은 쉬지 않았다.


“횃불을 던져라!”


“횃불! 횃불을 던져라!”


툭. 화륵.


기름에 범벅된 구울들의 몸 위로 불이 붙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말 그대로 생화학 무기였다.


치이이이익.


라플레아스의 독이 불에 반응했다.

액체였던 독이 기화해 병사들의 호흡기로 들어갔다.


“커헉.”


병사들이 목을 움켜잡은 채 쓰러졌다.

구울들은 불이 붙은 채 여기저기 미친 듯 날뛰었고 그 탓에 독은 더욱 빠르게 사방으로 번졌다.


“릴리.”


탈리아의 명령에 릴리가 나섰다.


“윈드 스톰!”


그녀의 지팡이가 빛났다.

지팡이에서 나온 돌풍이 독을 한 곳에 뭉쳤고


“냄새나는 독 너희나 먹어!”


릴리의 외침과 함께 모아놓은 독이 적진 한 가운데 날아가 폭발했다. 연합군은 용맹하고 효율적으로 마물들의 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공자님.”


이자벨라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의 눈이 요리조리 굴러갔다.

이자벨라 특유의 버릇이자 감이었다.

중요한 일 같으면서도 사소한 사건.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때면 항상 눈이 굴러갔다.


“뭔데? 그냥 말해봐.”


그리고 난 그녀의 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이게 중요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이자벨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베인이 용병단을 데리고 사라졌어요.”


***


전방에서 조금 떨어진 우측 성벽, 경비 조장을 맡은 마운트가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에 있는 단추를 누르자 딸깍 소리를 내며 작은 그림이 나타났다. 아리따운 여인이 갓난아이를 안고 웃고 있는 그림이었다.


‘운이 좋았지.’


마운트에게 사명감은 없었다. 넉넉한 녹봉에 널널한 근무 환경. 거기에 완벽한 노후보장까지. 그는 조건을 보고 치열하게 노력해 왕실 경비대에 합격했고 한동안은 그의 바람처럼 됐다. 하지만


“마물들이 몰려옵니다!”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180도 뒤집어놨다.


“모두 목숨 걸 각오로 전쟁에 임하도록. 내가 도망치면 그다음은 내 가족이다.”


탈론이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구역을 배정받는 날.


“자네는 좌측 성벽을 맡게.”


운이 좋았다.

사람 좋기로 소문났던 경비대장 제라드.

그는 마운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덜 위험한 측면 성곽에 그를 배치했다.


쾅! 쾅! 쾅!


마운트가 하늘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도 하늘에선 구울들이 떨어졌고 터진 내장에선 산성 용액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속으로 암시하듯 말했다.


‘여기는 안전할 거야.’


그때였다.


보글보글.


강에서 작은 기포가 올라왔다.

하지만 마운트는 보지 못했다.

강 아래, 물고기보다 큰 그림자들이 서서히 성벽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적습! 적습!”


좌측 성벽에서 들려선 안 될 보고가 들려왔다.


“적습이라고?”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실전 훈련은 충분히 받았다.

하지만 훈련과 실전은 달랐다.


“으악!”


“마물이다! 마물이 성벽을 타고 올라왔다!”


사방에서 병사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이 침묵이 마운트의 체온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 사실을 사령관에게 알려라.”


하지만 마운트는 겨우겨우 정신을 붙잡았다. 자신이 죽으면 그다음은 내 가족이다. 그 탈론의 말을 버팀목 삼아서 해야 할 일을 했다.


“모두 전투 준비!”


병사들의 비명이 난 곳으로 창을 겨눴다.

그리고 얼마 후


찰박. 찰박. 찰박.


성벽 위로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리자드맨이다! 리자드맨이 습격했다!”


매끈한 피부에 날카로운 피부.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혀를 널름거리며 다가왔다. 메피스토가 지금껏 숨겨왔던 사역마, 리자드맨을 이끄는 리자나르였다.


“모두 위치로! 원군이 올 때까지 이 위치를 사수한다!”


마운트가 리자나르에게 창을 겨눴다.

하지만


푹!


그의 목에 순식간에 작살이 박혔다.

마운트가 리자나르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다른 리자드맨이 은밀하게 성벽을 기어올라 마운트를 습격했다.


한편, 베인은 빠르게 전장을 이탈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다른 전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찝찝했다. 그녀는 지금 그 찝찝함 하나 믿고 지켜야 할 자리를 이탈한 것이다.


“이제는 붉은뱀이 아니라 붉은 용이라고 해도 되겠구나.”


“과찬입니다.”


베인은 떠올렸다.

타르칸이 살아생전

그를 찾아왔던 순간을.


“여기까진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축하하러 온 것 같진 않은데.”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다.”


“질문 하나 하려고 이 먼 곳까지 오셨습니까?”


“그만큼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고. 또 너무 집무실에만 앉아 있는 건 내 성격이 아니라.”


“오죽하시겠어요.”


처음에는 그렇게나 어렵던 소드 마스터였다. 하지만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도 사람이라는 걸 느꼈고 의외로 자신처럼 고민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안 뒤부터 베인은 조금이나마 타르칸이 편해졌다.


“이제 붉은뱀 용병단은 대륙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젠 네가 뱉는 말, 네가 하는 선택 하나하나가 찻잔의 태풍처럼 가볍지 않을 거다.”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넌 무수히 많은 선택을 강요받을 거다. 그때 너는 어떤 기준과 신념으로 선택을 내릴 것이냐?”


다소 난해한 질문이었다.

너무 포괄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베인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지금까지 제 감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생각했고요.”


“언젠가는 네가 서 있는 위치가 그 감과 반대되는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그때도 넌 그 감을 따를 것이냐?”


베인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전 여전히 그 감을 따르겠습니다.”


“그 감이 수하들을 사지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만약 스승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리고 타르칸에게 물었다.


“나는···.”


그때의 장면을 생각하고 있을 때


찰박. 찰박. 찰박.


베인의 앞에 리자나르가 나타났다.


‘역시 스승님의 말대로구나.’


베인이 단도를 꺼내며 타르칸의 말을 떠올렸다.


“너와 같이 감을 따를 것이다.”


당시 베인으로서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수하들을 사지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베인아. 이걸 기억해라. 전쟁터에 나간 순간 모든 곳이 사지다.”


타르칸은 자신의 사고가 굳기 전에 미리 경고해주러 온 것이다.


“애초에 사지로 뛰어드는 게 용병의 역할이고 그 선봉에 서는 것이 단장의 역할이다. 그건 고작 10명으로 이루어진 용병단이든 대륙 최대 규모의 용병단이든 상관없다.”


“언젠가 생겨날 망설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오신 거군요.”


“명색이 스승이니까.”


“감사합니다.”


“거기에 감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베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대답을 꺼내놨다.


“여태 이 감이 절 살려줘서 아닙니까?”


“어찌 보면 내가 할 말과도 이어지지 하지만 그건 핵심이 아니다.”


“그럼 또 하나의 이유가 뭡니까?”


베인이 타르칸의 말을 떠올리며 웃었다.


“웃어?”


리자나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는 느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 붉은 머리의 여인.

그녀와 그녀가 이끄는 용병단은 강하다는 것을.


“얘들아!”


베인이 뒤에 있는 용병들을 보며 소리쳤다.


“얘들아 단장이 되면 좋은 게 뭔지 아냐?”


“돈을 제일 많이 벌 수 있다는 거?”


한 용병이 장난스레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있지 헌데 생각해봐라.”


“우리를 사지로 끌고 와도 혼나지 않는다는 거?”


카일에게 뒤통수를 맞았던, 이제는 제법 베테랑티를 내는 대머리 용병이 장난스레 말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지키라면 지키고, 까라면 까야 하는 용병 인생, 전쟁터를 내 손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이냐!”


그녀의 말 뒤로 타르칸의 말이 이어졌다.


“자리가 높아지고 끌고 다니는 식구가 많아질수록 너는 점점 그 자리에 얽매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너의 본질을 잊지 말거라.”


“본질이요?”


“10명으로 구성된 용병단이든 대륙 1위 규모의 용병단을 이끌든 너희 본질은 칼밥을 먹으며 사지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두는 단장인 너가 서는 거고. 용병들을 지키기 위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그게 네가 제일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맞네요. 스승님.’


베인의 눈에 순간 아련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척.


베인이 단도에 오러를 주입하며 리자나르를 노려봤다.


‘지켜봐 주십시오. 스승님. 이 제자 눈앞에 물고기를 상대로 스승님의 가르침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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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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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에필로그 +1 23.08.12 231 5 14쪽
122 돌아가자 23.08.11 214 4 12쪽
121 절공(切空) 23.08.10 209 4 12쪽
120 각자의 역할 (6) 23.08.09 187 4 12쪽
119 각자의 역할 (5) 23.08.08 184 4 11쪽
118 각자의 역할 (4) 23.08.07 191 4 12쪽
117 각자의 역할 (3) 23.08.06 193 5 13쪽
116 각자의 역할 (2) 23.08.05 194 5 13쪽
115 각자의 역할 (1) 23.08.04 192 4 12쪽
114 돌격 23.08.03 197 4 12쪽
113 약속 23.08.02 201 5 13쪽
112 스승과 제자 (5) 23.08.01 203 4 12쪽
111 스승과 제자 (4) 23.07.31 202 4 12쪽
110 스승과 제자 (3) 23.07.30 196 4 12쪽
109 스승과 제자 (2) 23.07.29 191 4 12쪽
» 스승과 제자 (1) 23.07.28 202 4 13쪽
107 영웅 (4) 23.07.27 202 4 13쪽
106 영웅 (3) 23.07.26 198 4 12쪽
105 영웅 (2) 23.07.25 206 4 13쪽
104 영웅 (1) 23.07.24 211 4 12쪽
103 시험 (4) 23.07.23 202 4 13쪽
102 시험 (3) 23.07.22 198 4 12쪽
101 시험 (2) 23.07.21 204 4 12쪽
100 시험 (1) 23.07.20 214 4 13쪽
99 너라는 변수가 (4) 23.07.19 221 3 13쪽
98 너라는 변수가 (3) 23.07.18 216 4 12쪽
97 너라는 변수가 (2) 23.07.17 218 3 12쪽
96 너라는 변수가 (1) 23.07.16 223 3 12쪽
95 모래성 23.07.15 233 3 13쪽
94 내 집 마련 (4) 23.07.14 23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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