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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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02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5.30 00:00
조회
56
추천
1
글자
6쪽

상어 떼가 나타났다

DUMMY

이사 후, 우리는 한동안 바닷가에서 굴 같은 것과 조개들, 그리고 가끔, 밀물에 들어왔다가 썰물에 못 빠져나가고 바위사이 물에 갇혀 있는, 고기들을 잡아서 먹었다.


그리고 가끔 숲으로 들어가 코코넛 열매, 그리고 마 등을 채취해서 돌아왔다.


얼마 후, 나는 해변 가에 나갔다가 덥기도 하고 또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보려고 물에 들어갔다가 몰려온 상어들에 쫓겨 도망 나왔다.


그때는 정말 코앞까지 상어가 쫓아왔었다.


수는 조금 더 거리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내 느낌으론 정말 코앞이었다.


바다 속에는 큰 고기가 엄청 많았지만 상어도 많아서 그 고기들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게 지내오던 중, 어느 날 아버지와 우리는 숲에 놓은 덫에 잡힌 햄망이들을 잡아서 손질해 돌아오고 있었다.


그날 나는, 첫 사냥에서 머뭇거려 모두에게 안 좋은 꼴을 보였던 것을 만회해 보려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고 귀여운 녀석들을 죽여야 했다.


토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던 내 마음을 알아챈 동생은 대견해하며 계속 응원해줬더랬다.


사냥감을 들고 숲을 가로질러 돌아오고 있을 때, 나는 베이컨이 다른 제 종족과 있는 것을 봤다.


그 즈음 우리는 가끔 다른 녀석과 함께 있는 베이컨을 만났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를 봤을 때 녀석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허이구! 부러운 녀석! 쳇!’




어찌된 일인지 녀석은 우리를 쳐다보고도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예전엔 보이는 즉시 쪼르륵 달려왔던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저, 저, 저 괘씸한 녀석! 사랑에 눈이 멀어 버렸네. 나쁜 새끼!”


내가 베이컨의 행동에 격분해 소리쳤다.


괜스레 놈이 너무 밉고 화가 났다.


“흐음, 놔둬라. 좋을 때 아니냐. 허허허!”


아버지가 흐뭇해하며 말했다.


마치 자식이 장성해 제 짝을 찾아 독립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수가 말없이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나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베이컨을 한참 째려보다 돌아섰다.


그 녀석은 내가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내 앞에서 애정행각을 과감하게 벌여댔다.


‘됐다, 됐어! 나쁜 놈! 두고 보라지. 이따가 동굴로 기어들어오면 음식은 조금도 주지 않을 거니까!’


나는 괜스레 혼자 분해하며 돌아섰다.




돌아간 우리는 잡은 햄망이 고기를 어머니에게 주고, 한숨 돌리러 동굴 밖으로 나왔다.


한낮 땡볕이 무척 따가웠다.


그렇게 더운 날에는 물에 텀벙 뛰어들어 수영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허벅지 이상의 깊은 물에는 상어들 때문에 물에 들어갈 엄두조차 못 냈다.


그때 나는 아버지가 한쪽에서 깊은 물을 쳐다보며 창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


“아버지, 그 창으로는 밑바닥에 있는 고기들한테는 닿지도 못해요. 열병 걸릴지 모르니까 그늘로 가게요!”


내 말을 듣는 지 마는지 아버지는 물을 계속 바라보다가 나를 보고 빙긋 웃더니 말했다.


“경우야! 상어들이 어디 갔는지 아까부터 코빼기도 안 보여. 아래에 물고기가 차고 넘친다. 상어 망 좀 봐라! 응?”


“네? 무슨!”




설마 하는 순간에 아버지는 물 아래로 텀벙 뛰어들었다.


‘아! 이런 젠장! 죽고 싶어 환장했나! 도대체 왜 맨날 일을 벌이는 거야!’


짜증 반 걱정 반이 된 나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아버지! 아버지이! 빨리 나와요! 아아! 아버지!”


아버지는 벌써 물 깊이의 반 이상 잠수해 들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재빨리 주변 바다를 둘러봤다.


다행히 상어가 오는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동생이 다른 곳에 있다가 내가 소리치는 걸 들었는지 헐레벌떡 뛰어왔다.


“오빠! 무슨 소리야? 아빠 바다에 들어갔어?”


다그치며 물어보는 동생에게 나는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으래! 어쩌면 좋냐. 갑자기 뛰어들었어!”


“아, 어떡해! 정말 아빠는 사고뭉치라니까! 짜증나!”


동생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도 아버지가 걱정되는지 녀석은 열심히 주위를 둘러봤다.


바다가 너무도 맑아서 깊은 물속에서 아버지가 열심히 고기들을 쫓아다니는 게 선명히 잘 보였다.




순간 놀란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오빠! 저기!”


두세 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로 파도를 가르며 거침없이 이쪽으로 헤엄쳐 오는 게 보였다.


한눈에 봐도 덩치가 큰 놈들이 분명했다.


그때 놈들은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저기, 수야! 어서 저쪽으로 가서 놈들 좀 유인해줘!”


다급해진 내가 수에게 소리쳤다.


수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반대쪽으로 달려가며 내게 물었다.


“어, 알았어. 근데, 어쩔 생각인데?”




그때 나는 동굴로 정신없이 달려가면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조금만 버텨줘! 금방 올게!”


쏜살같이 동굴로 달려 들어간 나는 어머니가 다루고 있던 햄망이 고기들을 채가듯이 뺏었다.


어머니가 내 행동에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게, 뭔?”


“아아, 어머니! 죄송해요. 이것 좀 가져갈게요.”


그리고 어머니를 돌아볼 새도 없이 동굴 한쪽에 두었던 큰 대나무를 낚아채듯 들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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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4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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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7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0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7 3 6쪽
40 서울로 24.08.20 49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0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1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0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3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0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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