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57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9.17 00:00
조회
7
추천
0
글자
5쪽

원주민들

DUMMY



밖으로 나가 가족들을 찾고 있던 우리는 전날처럼 마을 사람들이 원주민들을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남자들이 숲으로 간 뒤 원주민 여자들은 발에 족쇄를 차고 마을 안에서 밭을 가꾸고 집안일을 하며 돌아다녔다.


아버지는 김정훈 씨와 쿵짝이 맞아서 아침 일찍 낚시를 한다며 마을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할 일을 못 찾고 돌아다니고 있는 우리를 보고 주운서가 뜻밖에 제안을 해왔다.


“여러분은 밖에서 오래 생활해서 관찰력이 뛰어나고 야생짐승들의 습성을 잘 아시니까 마을 수비를 해보면 어떨까요? 숲을 잘 아는 경험자가 수비대를 이끌어주면 든든할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민기는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얼른 대답했다.


“와! 그럼요! 그일 진짜 잘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리더인 주운서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민기는 곧바로 그의 믿음에 부합하려고 열심히 사다리를 타고 감시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못해 대답한 나는 민기를 따라 탑을 올랐다.


감시탑에서는 마을 안팎이 훤히 잘 보였다.


거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숲 사이로 마을 사람들이 데리고 나간 원주민들이 열심히 도끼질을 해 나무를 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창과 몽둥이 등을 들고 일하고 있는 원주민들을 감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을 안에서는 주운서가 어머니와 수를 안내하며 열심인 모습이 보였다.


척 보기에도 수에게 큰 호의를 가진 주운서는 한껏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들떠있었다.


“쳇! 맘껏 들뜨라지. 우리 수는 너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볼 거다.”


나는 화가 나 혼잣말을 했다.


정말 수는 주운서의 엄청난 노력에도 놈을 거들떠도 안 봤다.


그런 수 일행의 뒤쪽에는 마을 여자들이 두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한쪽은 나이든 여자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젊은 처녀들이었다.


그 중에는 주연지도 있었다.


‘저거 봐라! 정말 수의 말대로다. 겉모습은 변했을지 몰라도 속은 그대로다!’


주연지의 언동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모여 있던 여자들이 귓속말을 하기도 하고 열심히 입을 놀리는 걸로 봐서는 그들의 화제는 수와 어머니가 틀림없었다.




곧 주운서가 그 두 그룹에게 다가가 어머니와 수를 소개하는 게 보였다.


“어머!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너무 예쁘시다. 여신인 줄 알았어요. 호호호!”


“편히 계세요. 내 집처럼, 깔깔깔!”


마을 여자들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그것은 정말 표면적인 것들이었다.


주연지는 밖으로 보기에도 대놓고 수를 깔봤다.


주운서와 함께 어머니와 수가 돌아서자마자 그들은 다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하! 나쁜 것들! 아무리 떠들어봐라. 수랑 어머니는 눈도 꿈쩍 안 할 거다!’


내가 생각한 대로 어머니와 수는 그저 그들을 풍경쯤으로 여겼다.




그 후 며칠간 너무 지루해서 하품이 나는 날들이 계속됐다.


특히 수에게는 더 그랬다.


수는 원래 우리가 입고 왔던 옷이 마르자마자 불편한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운서와 다른 마을 여자들의 만류로 계속 마을 안에 잡혀 있어야만 했다.


“정말 저는 괜찮아요. 그 동안 계속 숲에서 잘 지냈던 걸요. 제가 집안일보다 사냥을 더 잘한다니까요.”


수의 통사정에도 불구하고 수는 차를 마시러, 수를 놓으러 끌려 다녔다.




그리고 주운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가 머무는 집에 찾아와 수를 만나고 갔다.


하지만 수는 자기 주위를 날아다니는 모기만큼도 주운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유! 저 새끼는 맨날 찾아와. 짜증나게.”


주운서가 돌아간 뒤 수가 말했다.


한편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에 취해 돌아와서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떠들어댔다.


“김정훈 말이야. 벤처기업 사장이래. 대단한 사람이야. 대단해.”


“사장이었겠지!”


수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렇지! 우리 똑똑한 수! 우리 딸! 그 주운서가 한눈에 반해버린 수! 대단해. 정말 대단해!”




어머니가 더 이상 못 보겠는지 술주정하는 아버지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주민 여자들을 도와 바느질을 하거나 밭일을 같이 했다.


그런 어머니를 마을의 나이든 여편네들은 몹시 못마땅해 했다.


“입만 살아서 나불댈 줄 알지. 제 손으로 도움 되는 일은 하나도 안 해!”


그런 여자들이 불만이었던 어머니가 반대로 불평을 늘어놨다.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에 불안과 걱정이 커져갔고 부모님 사이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져 갔다.


정말 우리들은 만 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 년 (부제: 경우의 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원주민들 24.09.17 8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6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7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9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2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50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3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1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1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2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4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2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5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7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6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8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