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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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24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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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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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5쪽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DUMMY



너스탱과 헤어지고 말이 거의 없어졌던 아버지가 여러 날이 지나 시련의 상처가 좀 희미해졌는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 근처에 사람의 흔적이 꽤 있구나. 생존자들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반길지 죽이려 들지는 모르니까 조심해서 접근하자!”


깨어난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해 흥분해 있던 우리는 아버지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숲이 울창한 지역을 지나가고 있던 우리는 인공적인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큰 통나무들을 땅에 박아서 요새처럼 만든 곳이었다.


모두에게 신호를 보낸 내가 제일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새로운 신발은 편하고 발소리가 나지 않아서 조용히 접근하기 좋았다.


거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 앞에 위치한 큰 나무 뒤로 숨었다.




내가 살짝 고개만 내밀어서 본 그곳에는 마을을 둘러싼 것 같은 나무 벽이 뱅 둘려져 있었고 그 안쪽에는 밖을 관찰하는 감시탑 같은 게 보였다.


그 감시탑에서 두세 명의 사람 그림자를 본 것 같았다.


찬찬히 벽을 둘러보던 나는 뭔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으아악! 저게 뭐야! 사람 시체 아니야?’


나는 순간 소리를 꽥 지를 뻔했다.


나무문으로 된 출입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큰 나무에 시체가 한 구 매달려 있었다.


그 사람형상의 시체는 죽은 지 한참 지나 보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키가 2 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저건, 진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존재일까? 살면서 저렇게 키 큰 사람을 본적이 있던가! 그럼, 이 마을에 사는 건 진화한 인간의 후손일까! 그런데 왜 저기에 시체를 매달아놨을까?’




갑자기 나는 겁이 덜컥 났다.


사람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였거나 아니면 죽은 사람을 저렇게 매달아 놨다면 분명 이 벽안에 사는 존재들은 우리에게 비우호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최대한 소리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을 상세히 전했다.


시체 이야기를 들은 모두의 분위기가 일순간 침울해졌다.


우리는 숲으로 다시 돌아가 야영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했다.


그래도 그 마을 사람들이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알아보려면 살펴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 모두가 가보기 전에 마을의 분위기를, 나무를 잘 타는, 아버지가 벽을 타고 올라가 숨어 들어서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날은 자리에 누웠어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내 온 몸이 긴장돼 있는 것 같았다.


민기도 수도 잠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경우야! 그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줄까?”


민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반겨주고 나중에 잡아먹을 지도 모르지. 아니. 공격해서 붙잡아 나중에 잡아먹을 지도 몰라.”


수가 역시 낮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민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나를 쳐다봤다.


“수야! 장난 그만해. 미끼야! 괜한 걱정 미리 하지 말자. 일이 닥치면 우린 또 우리답게 해결해 낼 거야.”


“그렇지? 우리답게···.”


민기가 비로소 안심이 됐는지 빙그레 웃고 자리에 누웠다.


“오빠도 걱정 그만하고 어서 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우리!”


수가 미소지으며 내 어깨를 가만히 두드렸다.




다음 날 아침, 각오를 다지며 우리는 어제 갔던 마을로 갔다.


마침 우리가 숨어 있는데 마침 출입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왔다.


그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인류의 모습이었다.


나는 사람들을 보고 순간 반가운 마음에 앞으로 뛰쳐나갈 뻔 했다.


“안 돼! 오빠!”


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말렸다.


또 놀랍게도 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어로 대화를 하며 도끼와 창을 들고 지나갔다.


‘와! 한국말을 듣는 게 이렇게 반가워질 줄 누가 알았나!’


우리말을 들으니 긴장했던 마음이 탁 놓였다.


그래도 우리는 방심하지 않고 좀 더 관찰하며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 사람들이 지나가고 곧이어 우리와 비슷하지만 좀 다르게 생긴 인간들이 다리를 끌면서 걸어 나왔다.


나는 그 순간 바로 어제 본 그 시체가 그들과 같은 사람의 것임을 알아챘다.


그들의 키는 2 미터가 넘고 몸은 근육질이었다.


마치 타고 난 육상선수들을 보는 것 같았다.


머리는 하나같이 길어 땋아 내렸고 전부 균형 잡힌 몸을 갖고 있었다.


특징이라면 눈썹 위 뼈가 많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것과 뾰족한 귀만 있었다면 엘프로 오인될 만한 외모라는 것이었다.


나는 넋을 놓고 그 엘프를 닮은 인간들을 쳐다봤다.


“그럼, 다녀오마.”


이내 그들이 숲으로 사라지고 아버지는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나무 벽에 조용히 접근해 원숭이처럼 나무로 만든 벽을 타고 올라가 벽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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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1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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