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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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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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2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6.18 00:00
조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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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DUMMY

어머니는 바쁜 중에도 심하게 헤어져 있는 우리 옷을 수선하느라 바빴다.


다 큰 우리들의 사정을 고려해 남자들이 나가서 돌아다니며 식량을 구할 때는 수의 옷을 수선했고, 반대로 수가 나갈 땐 민기와 내 옷을 벗게 하고 수선해줬다.


덕분에 나의 중요한 부분이 나올 뻔 했던 상황을 어머니 덕에 모면할 수 있었다.


내 생각엔 아마 설령 내 ‘소중이’가 나왔다 해도 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그 녀석은 나를 언니쯤 정도로 여기는 듯 했으니까.


‘사실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뭐, 이제 와 더 서운할 건 없었다. 그리고 사실 수에겐 미끼 녀석도 다를 바 없으니까 된 거지 뭐! 하하하!’


혹시나 수가 자기를 의식해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민기 놈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복장 문제도 곧 해결이 됐고 모든 게 순조로웠다.


불을 여러 날 피운 동굴은 아늑해졌고, 바구니와 그릇들을 새로 만들어서 음식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주에서 즐겼던 온천을 새로운 곳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냇가에 가거나 비가 많이 내릴 때 흐르는 빗물에 몸을 씻었다.


수와 아버지는 틈만 나면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며 그곳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을 관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살펴 본 결과 육지의 환경은 제주도와 많이 달랐다.


새 종류가 무척 다양해서 제주에서는 오리새만 주로 조심하면 됐지만 여기서는 독수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덩치가 독수리보다 세 네 배 큰 뾰족부리새를 그리고 밤에는, 큰 눈을 가진 올빼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역시 훨씬 큰. 왕눈이 새를 조심해야 했다.


그놈들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둥지 가까이 가기만 해도 쫓아와서 공격할 정도였다.




한편, 우리와는 다르게 민기는 깨어나자마자 얼마 안 돼 제주도를 탈출해야 됐기 때문에 터널에서 많은 체력을 소진했다.


또 육지에 와서는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랴 우리를 도와 지낼 곳을 안전하게 보수하느라 그 놈은 몹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우리 가족은 꽤나 원시생활에 잘 적응해 있어서 괜찮았지만 그 녀석은 근육도 없고 쌓아둔 체력도 없어서 채집을 갈 때면 몸에 좋은 단백질 거리를 찾느라 혈안이 됐다.


그 녀석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흡사 좀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민기와 함께 바닷가에 조개와 게를 잡으러 나갔다.


꽤나 큰 게를 발견한 나는 그것을 쫒아가다가 큰 바위틈으로 쏙 들어간 게를 잡으려고 정신이 팔려 있었다.


결국 게를 못 잡고 몸을 일으키며 친구 녀석을 불렀다.


“미끼야! 뭐 좀 잡았냐?”


얼마 전부터 나도 어느 새 민기를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근처에 있어야 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미끼야! 야! 오 미끼!”


내가 몇 번을 불러도 민기는 대답하지 않았다.




결국 민기를 찾아 나선 나는 계속 그 녀석을 부르며 해변을 걷고 있었다.


저 멀리 바위가 많이 있는 물가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 그림자는 열심히 땅을 파면서 뭘 찾고 있는 듯 했다.


“미끼야! 뭐 해? 야! 야!”


나는 그 실루엣 쪽으로 걸어가며 민기를 부르고 손을 흔들었다.


내 예상대로 그 실루엣은 민기였다.


녀석은 파놓은 땅에서 제법 큰 알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와! 진짜 크다. 뭐 거북이 알이나 이런 건가? 맛있겠다!’




먹을 생각에 무척 들뜬 내가 민기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그때 그 녀석은 땅을 파는 작업이 힘이 들었는지 채집한 알을 가지고 뒤쪽에 있던 큰 바위가 만들어낸 그늘에 가 앉았다.


아마 내가 갈 때까지 좀 쉬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민기가 앉아 있는 위쪽 바위에는 내 손이 들어갈 만큼 큰 구멍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녀석이 앉고 난 얼마 후 굵은 검은 띠 같은 게 그 구멍들에서 하나 둘 나오는 게 아닌가!




‘저게 뭐지? 칡넝쿨이 떨어진 건가? 아니, 근데 식물이라기엔 좀 많이 흔들거리는 것 같은데.... 어! 어어!’


순간 정말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민기야! 야! 거기서 나와! 빨리!”


경악하며 달려오는 내 표정을 보고 민기가 놀라며 벌떡 일어났는데 내려오던 검은 줄기에 등이 닿았다.


“으, 아아아악!”


민기가 비명을 지르며 곧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나는 민기에게 달려가 친구 놈 등에 붙어있는 검은 것을 발로 힘껏 찼다.


“야앗! 까아악! 이게, 뭔!”


그리고 물 가까이 민기를 급히 끌어냈다.


그것은 내 팔 굵기 만한 지네였다.


그것들은 바닷가 바위 구멍 속에 숨어 있다가 사냥을 나온 것이었다.


내가 찬 지네는 빠르게 기어서 제 굴로 사라져버렸다.


두려움에 내 손이 심하게 떨려왔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발이 많이 달린 곤충이랑은 친해질 수가 없는 모양이다!




“으, 민기야! 야! 정신 차려봐! 이임마, 야! 흐으윽!”


나는 울먹이며 친구를 불러봤지만 민기를 눈을 뜨지 않았다.


녀석 가슴에 귀 기울였더니 다행히 숨소리는 들렸다.


하지만 의식은 없는 듯 했다.


나는 한 팔에 녀석의 몸을 눕혀 놓고 윗옷을 벗겼다.


그랬더니 그 녀석 등에는 두 개의 큰 상처가 나 있었고 거기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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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7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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