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11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9.13 00:00
조회
14
추천
0
글자
5쪽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DUMMY




내 마음이 어찌됐든 저녁은 우리가 그토록 먹고 싶었던 한식이었다.


된장찌개에 각종 김치들, 그리고 맛있는 갈비찜, 등등이 상에 차려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반찬들과 어울리는 쌀밥이 나왔을 때 모두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을 만난 표정이 되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와 민기는 놀랍게도 밥을 다섯 그릇씩 먹었다.


그 모든 진수성찬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는 게 어색하고 서툴게 느껴졌다.




한편 아버지는 어머니가 눈치를 계속 주는데도 불구하고 따라주는 술을 사양 않고 다 비웠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하하!”


술을 받을 때마다 아버지가 사람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날 그 자리에서 제일 행복했던 사람은 단연코 아버지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주운서와 그의 아버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무슨 구전 동화를 들려주듯 신이 나서 일일이 우리가 겪었던 일을 떠벌여댔다.


음식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 시중을 들어주는 여자가 음식을 다시 내왔다.


그 원주민 여자는 신기하게도 생김새가 꼭 역사책에서 본 풍요와 다산의 여신을 닮아 있었다.




아무튼 아버지의 얘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며 맞장구 쳐주던 주운서의 아버지가 물었다.


“선생님은 전에 어떤 업체를 운영하셨습니까?”


“어어! 네?”


아버지가 그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사실 그 말에 우리 모두 당황했다.


곧 그 의문은 풀렸다.


그 마을 사람들은 우리가 실험에 참여하고 이 년 이상 지났을 무렵, 완전히 지구가 망해버리자 자신들이 지원하고 있던 허 박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냉동캡슐에 들어갔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종말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이미 늦어버린 거였습니다. 다행이 운 좋게 우리는 이 자리에 있습니다만 저와 친했던, 같이 사회를 이끌었던 친우들은 지금은 다 흙이 돼버렸지요.”


주운서의 아버지는 쓸쓸하게 말했다.


그때 주연지가 화려하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정말 무슨 파티에 가는 사람처럼 꾸미고서 말이다.


나와 수를 제외한 모두가 감탄하며 주연지의 외모를 앞 다퉈 칭찬했다.


특히 민기가 그랬다.




그런 주위의 반응에 주연지가 고개만 끄덕이며 간단하게 인사했다.


“저희 딸아입니다. 같이 캡슐에 들어갔는데 이 아이가 들어있던 캡슐이 어딘가로 쓸려가는 바람에 못 찾고 죽은 줄만 알았다가 몇 년 전에야 만났습니다. 그래서 누나가 동생이 돼버렸지요. 허허!”


“아이고! 정말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네요.”


어머니가 안쓰러워하며 말했다.


그 여자가 ‘주연지’ 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럼,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주운서는 수가 관심을 보이는 게 좋았는지 들떠서 말했다.


“대충 25 년쯤 됩니다. 내가 캡슐에 들어갔을 때 다섯 살이었으니까요.”




역시, 수가 그런 질문을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집과 도구들, 마을에 있는 모든 시설들의 상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고려했을 때, 아무리 머릿속에 문명에 대한 지식이 있다 한들 몇 년 안에 구현해 내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리를 여기 초대한 사람들이나 마을 어느 누구의 손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갑부들의 마을에 와 있는 것이었다.


재차 아버지의 전 직업을 묻는 질문에 어머니가 당황한 아버지를 대신해 대답했다.


“우리 남편은 건물을 지었어요.”


그 말에 주연지가 피식 웃었다.


그것을 본 내속에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을 들은 주운서의 아버지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가 웃으며 말했다.


“아! 건설 회사를 운영하셨구나!”




‘뭐야? 주연지에게 들어서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저녁 늦게, 우리는 찢어질 것 같이 부른 배를 부여잡고, 그 배와는 반대되는 허탈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내마음속엔 과연 서울로 돌아온 게 잘한 일일까 하는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수도 마찬가지겠지!’


홀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수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다음날 나는 버릇처럼, 깨어난 곳이 당연히 숲이나 동굴 일거라고 생각하며 일어났는데, 머리위에 천장이 있는 것을 보고 그만 흠칫 놀랐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가족들은 이미 밖으로 나갔는지 집에 없었다.


걱정이 된 나는 내 옆에서 깊이 자고 있는 민기를 깨워 얼른 옷을 챙겨 입고 같이 밖으로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 년 (부제: 경우의 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0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7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1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