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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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30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8.27 00:00
조회
52
추천
3
글자
6쪽

다시 여행을 떠나다

DUMMY




어느 날 아침, 우리는 훌쩍 서울을 향해 북쪽으로 출발했다.


떠나기 전 여러 날 동안 베이컨 가족에게 여러 번 작별 인사를 한 뒤였다.


베이컨은 근육 돼지와 싸운 후에 더욱 자신의 세를 불려서 거의 스물에 가까운 돼지들을 이끌고 다녔다.


외톨이 녀석이 커서 ‘인싸’가 되다니 내게는 어쩐지 그 사실이 많은 위안이 됐다.


우리가 떠나는 날, 베이컨 네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한참을 우리와 같이 달려줬다.


타조새들의 속도에 뒤처질까 나는 걱정했지만 알고 보니 돼지는 타조새 만큼 재빨랐다.


멀리까지 배웅하듯 따라오던 베이컨 네가 곧 제자리에 섰다.


‘뀌익! 꾸익! 뀌기익!’


“베이컨! 잘 살아!”


우리는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녀석과 헤어지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슴 아팠다.


“베이컨! 잘 있어! 자알 살아야 되애! 흐음! 흐으음!”


목이 메어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뭐든 딴 생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내가 민기 쪽을 쳐다봤을 때 녀석은 이미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펑펑 울고 있었다.




우리는 계속 북쪽으로 나아갔다.


너무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기로 한 우리는 위험해 보이는 곳은 피하고 자주 쉬면서 갔다.


밤에는 야영을 하거나 동굴을 발견하면 그 곳에서 밤을 보냈다.


매일 저녁 너스탱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가슴 아픈 비극의 연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너스탱은 아버지의 기척을 잘도 알아차리고 다른 암컷들과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여행하는 동안 식사는 주로 야영지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버섯과 야채들을 채취해, 싸간 훈제 고기와 같이 먹었다.


가지고 온 말린 과일들은 타조새들을 위해 먹지 않고 아껴뒀다가 쉬는 시간에 그 녀석들에게 주었다.


타는 듯한 더운 날씨가 계속 돼서 한낮에는 이동을 피하고 스콜처럼 비가 쏟아지면 어머니가 만들어 준 대나무 비옷과 모자를 쓰고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


다행히 비가 금방 그치면 이동을 계속했지만 계속 내리면 우리는 밤을 지낼 마른 곳을 찾아다녔다.




여러 날 후, 산이 많은 지역을 지나서 평지가 펼쳐진 지역으로 들어섰다.


사람 크기 만큼 자란 풀들이 바람이 불어오자 초록색 바다가 된 것처럼 물결을 그리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평지를 또 여러 날 달려 큰 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큰 강 앞에 도착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강의 지역은 물살이 세고 깊어 보여서 그 강을 따라서 좀 얕아 보이는 곳을 찾아 쭉 한참을 내려갔다.


드디어 수심이 좀 얕아 보이는 곳을 찾아서 강을 건너는데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인지 연어인지 큰 물고기가 여기저기 많이 보였다.


“어어! 아버지! 여기 고기 엄청 많아요!”


“으응! 그래, 나도 봤다. 강을 건넌 다음에 쉬면서 고기도 좀 잡고 가자!”




강을 건넌 뒤, 너스탱과 암컷들이 깃털을 말리는 동안 우리는 신이 나서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여행에 지쳤던 몸을 쉴 겸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힐 겸, 우리는 고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하고 웃고 떠들었다.


그때 너스탱과 암컷들이 이상한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허우웅허엇! 허우우웅헛! 허웅우웅허엇!’


울림통이 울리는 거 같은 깊은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그런 소리였다.


그리고 곧 타조새들이 재빨리 수풀로 사라졌을 때쯤 멀리서 한눈에 봐도 내 신장의 두 배쯤 큰 덩치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반달곰의 후손 쯤 돼 보이는 크기가 업그레이드 된 곰 같은 짐승들 여럿이 달려오자 우리는 잡은 고기들을 다 팽개치고 나 살려라 수풀 속으로 도망쳤다.


“큰일 날 뻔 했어요!”


나는 납작 엎드려 앞을 주시하면서 속삭였다.


“음! 그러게 말이다. 너스탱이 우리를 살렸어!”


아버지는 숨어서도 너스탱 타령이었다.


그놈들은 우리를 두고 도망쳤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고기 잡던 자리에서 잡은 고기들로 한참동안 잔치를 벌이던 왕곰들이 날이 저물어가자 드디어 물러갔다.


우리는 터덜터덜 아까 그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머니와 수가 망을 볼 동안 나머지 세 명은 힘을 합쳐 큰 고기 대 여섯 마리를 얼른 잡고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갔다.




비록 낮에 곰들을 만나 죽을 뻔했지만 그날 저녁 불을 피우고 구워먹었던 그 고기들은 너무도 맛있었다.


“진짜 맛있다. 역시 신선한 게 최고지. 헤헤헤!”


민기는 연신 감탄하며 먹었다.


그리고 양이 부족했는지 쩝쩝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꿈도 꾸지 마라. 나 다 먹을 거거든!”


수가 천천히 먹다가 민기의 눈길을 의식하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응. 걱정 마. 안 뺏어 먹어.”


무안해진 민기가 아쉬운 눈길을 애써 돌리며 입맛을 다셨다.


나는 그때 물고기를 먹다 말고 딴 생각에 빠져있는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 입맛이 없어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으응? 아니.”


아버지가 힘없이 대답했다.


어머니가 한쪽에서 뭔가를 만들다가 아버지를 힐끗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자나 깨나 너스탱 걱정이지. 딴 거 있겠니?”


어머니 말에 아버지가 억울한 표정이 됐다.


“아니. 한 식구 같은 아이인데, 낮에 그렇게 사라져서 걱정이 돼서 그러지. 또 왕곰들이 우리 너스탱을 발견하고 공격했을 수도 있고....쩝. 그만 먹을 련다. 민기 너 먹어라.”


“네? 아버지 안 드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헤헤헤!”


민기는 그것을 얼른 받아 게걸스레 먹었다.


그날 아버지는 밤새 몸을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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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1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50 2 4쪽
»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3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4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5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7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6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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