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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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13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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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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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6쪽

너스탱

DUMMY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아버지에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아버지의 멘탈이, 타조새 타기 때문에 급속히 피폐해지고 있던 중, 어느 아침, 우리 모두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새 타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타조새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낮은 나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올라간 아버지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끈질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타조새가 나타났다.


‘허엇, 헛헛헛허엇! 헛헛헛!’


그런데 녀석은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타조새들보다 두 배 이상 크고 머리에는 빨간색 깃털이 둘러서 여러 개 나있었다.


그 녀석은 몸 깃털도 남달랐다.


지금껏 봐왔던 다른 타조새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우아했다.


그리고 빛나는 초록색 깃털들이 날개 쪽에 화려하게 나있었다.




그렇게 덩치 큰 녀석을 작은 녀석들도 제대로 못 다루는 아버지가 타는 게 걱정돼서 나는 손으로 X자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내 신호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던, 아버지는 이미 그 녀석에게 매료돼, 다른 것들은 보이지도 않는 듯 눈이 커지고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있었다.


‘아! 이런, 안 돼!’


아버지의 다음 행동을 직감한 내가 아버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아버지는 나무에서 단번에 뛰어내려 그 녀석 등 뒤에 펄쩍 올라탔다.


아버지가 그 녀석 등에 올라타며 몹시 좋아하는, 그 모습이 당황해서 쳐다보고 있는 내 눈엔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수놈이 분명한 그 타조새는 빠르기도 엄청 빨랐다.




순식간에 아버지의 모습이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아, 얘들아! 아버지, 쫓아가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가 당황하며 내게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 저렇게 빨라서는 찾기도 쉽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는 걱정마세요. 아까 보니까 그 타조새 머리를 잘 돌려서 방향을 잘 조정하고 있긴 했어요.”


나는 수와 민기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는 눈짓을 했다.


“그래, 엄마! 아빠가 숲속을 잘 알기도 하고 그 타조새도 힘이 빠지면 곧 쓰러질 거니까 그때까진 아빠가 잘 버틸 거야!”


“그래요! 어머니, 아버지는 선수니까 괜찮으실 거예요.”


민기의 말과는 달리, 수는 말하는 게 어쩐지 자신이 없어보였다.




걱정하는 어머니를 가까스로 설득해 우리는 동굴로 일단 돌아갔다.


전에 아버지가 보통 사이즈로 보이는 타조새들을 탔을 때는 점심이 조금 지나서 죽은 새를 가지고 돌아오셨으니까 이번엔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다 돼서, 날이 저물어가자 우리는 점점 더 아버지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초초해하며 동굴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어머니를 보다 못한 우리는 흩어져서 타조새들이 다니는 길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동안 아무리 사방으로 흔적을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 나는 다시 동굴로 향했다.


그 사이 날은 완전히 저물어 앞이 안 보일 정도가 됐다.


‘밤에는 맹수들이 사냥을 나오니까 위험한 줄 알 텐데 도대체 아버지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정 안되면 위험을 좀 무릅쓰고 새의 등에서 뛰어내려도 됐을 텐데!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떡하지? 아이고!’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얼른 가서 횃불을 만들어 모두 함께 찾아보자고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서둘러 걸어서 거의 동굴 앞에 다다랐다.


그때 놀랍게도 근처 수풀 속에서 아버지가 나타났다.


“아버지! 어디 갔었어요? 다들 걱정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동굴에서 나온 빛에 비춰진 아버지의 얼굴은 몹시 피곤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황홀해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버지 뒤를 따라 아침에 본 화려하게 생긴 그 타조새가 나타난 것이었다.


마치 개가 주인을 따르듯이 그놈은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대답할 힘도 없는지 한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했다.


그리고 따라오던 타조새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등에 맨 가방에서 말린 과일을 여러 개 꺼내 그 새에게 먹였다.


“고맙다. 너스탱!”


나는 그 장면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새한테 이름을 붙이고 머리까지 쓰다듬고 있다니 말이다.


그 새는 아버지가 터덜터덜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나왔던 덤불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 다음날부터 아버지가 밖에 다닐 때는 언제나 어김없이 그 타조새가 나타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둘 사이에 러브러브한 하트가 그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심지어 그놈은 수컷인데도 말이다!


그놈은 안보이다가도 아버지가 ‘너스탱! 너스탱!’ 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나타났다.


어머니는 쿨하게 그 둘 사이를 전혀 질투하는 일 없이 오히려 아버지에게 전용 자가용이 생긴 것 같아 안심하는 눈치였다.




며칠 더 비축식량을 모으는 동안 어머니는 모두에게 새 신발을 만들어주고 여분의 신발을 더 준비했다.


너스탱은 멋진 수컷이라 따르는 암컷들이 항상 네다섯 마리는 됐다. 그


래서 우리는 더 이상 나무위에서 뛰어내려 타조새를 잡지 않아도 됐다.


아버지가 있는 곳에 너스탱이 있었고 너스탱이 있는 데 다른 탈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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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0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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