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돼지와 베이컨
나는 지쳐서 한참을 더 그 근처 바위에 앉아 쉬어야 했다.
“헤헤! 약골 이래요! 약고올 이래요!”
수가 끊임없이 나를 놀려댔다.
그래도 배낭에서 아침에 싸 가지고 온 음식을 말없이 내주는 수였다.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내려오려고 나섰는데 짙은 수풀 사이에서 조그만 돼지들이 뭐에 쫓겨 오듯 줄줄이 튀어나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창을 꺼내 들고 그것들을 내려찍으려고 자세를 취했다.
그때 수가 꽥 소리를 질렀다.
“아앗! 안 돼! 오빠! 아기 베이컨들이야!”
수의 소리에 놀라 손을 멈추고 살펴보니 머리에 큰 검은 점이 있는 작은 베이컨들이 틀림없었다.
그 녀석들은 냄새로 알아봤는지 우리 주위로 옹기종기 몰려왔다.
‘꾸익! 꾸익! 뀌우익!’
작은 베이컨들이 길게 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코를 비벼댔다.
“근데, 오빠! 베이컨은 어디 있지? 왜 새끼들만 달려온 거지? 무슨 일인지 가보자!”
수가 작은 베이컨들이 나온 숲속으로 서둘러 사라졌다.
수를 따라 곧 작은 베이컨들도 사라졌다.
나와 민기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며 그들을 쫓아갔다.
한참 수풀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나무가 우거진 곳임에도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그 곳엔 무슨 결투장처럼 온갖 돼지들이 다 모여 있었다.
베이컨이 가운데 우뚝 서서 상대편 돼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상대편 놈의 덩치는 베이컨 보다 약 1.5 배 이상 커보였다.
그놈의 다리 근육은 어마어마해 보였다.
말 그대로 근육돼지의 표본이었다.
‘뀌익! 뀌이익!’
발을 구르며 베이컨이 높은 소리를 냈다.
베이컨의 뒤로 다친 것처럼 보이는 베이컨의 짝과 그 무리들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영역 다툼인 것이었다.
베이컨을 마주보며 노리고 있는 근육 돼지가 이 지역의 ‘짱’ 돼지임에 틀림없었다.
‘푸르르! 쉬이익!’
순간, 그 근육 돼지의 입에서 큰 김이 나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때 아기 베이컨들은 멀찍이 떨어져 나와 수의 다리에 착 붙어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싸움이 곧 임박했음을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일순간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꾸에엑!’
소리를 지르며 근육 돼지가 베이컨에게 돌진했다.
그 녀석의 눈 주위에는 베이컨의 돌기들보다 더 큰 돌기들이 나 있었다.
베이컨 네 무리가 양옆으로 흩어지고 베이컨은 자기 무리를 보호하려는 듯 앞으로 나서며 근육 돼지를 되받았다.
‘쿠웅!’
충격을 양쪽 다 주고받았지만 한눈에 봐도 베이컨이 뒤로 더 크게 밀린 걸 알 수 있었다.
이후 잠깐 잠시 뒤로 물러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베이컨과 근육 돼지를 나는 애타게 봐라봤다.
근육 돼지의 돌기에 찍힌 상처가 생겼던지 베이컨의 어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꾸에겍! 꾸엑! 끄에엑!’
근육 돼지가 베이컨의 피를 보고 승리를 예감했는지 자신만만하게 소리를 우렁차게 질러댔다.
‘꾸우엑! 뀌엑!’
베이컨은 근육 돼지의 기에 눌려 뒤로 물러서면서도 기죽지 않으려는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녀석의 자신감은 한참 떨어진 것 같았다.
“아이구! 어떡하지? 아무래도 베이컨이 밀리는 거 같은데!”
민기가 눈을 찡그리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베이컨! 힘 내! 베이컨!”
안타까워진 내가 소리쳤다.
‘꾸익! 꾸꾸익! 꾸오옥!’
아기 베이컨들도 여기저기서 소리를 함께 질렀다.
베이컨은 이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뒷걸음질을 멈추고 결심한 듯 전방을 똑바로 응시했다.
다시 격돌이 벌어지려는 듯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때 상황을 계속 면밀히 주시하던 수가 말릴 새도 없이 앞으로 나섰다.
‘녀석!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저러다 다치려고!’
나는 수를 막아보려고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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