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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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09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6.08 00:00
조회
50
추천
1
글자
5쪽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DUMMY

곧 나는 다른 동물들이 다 빠져나간 어둠속에서 빛나는 그레이의 눈과 울음소리를 따라 그 쪽으로 갔다.


궁지에 몰린 그 녀석은 다가온 나를 보고 깜짝 놀랐는지 위협하며 으르렁 거렸다.


‘크어엉! 으르렁! 크어엉!’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나는 용기를 내 그레이 쪽으로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아니···, 괜찮아! 괜찮아! 널 구해주러 온, 온 거야. 후우우! 자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숨을 크게 쉰, 나는 횃불을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고는 녀석을 안심시키려하며 아주 서서히 다가갔다.


그리고 아버지가 만들어 준 창을 뒤집어 갈라진 바닥에 넣고 지렛대처럼 갈라진 틈을 더 늘리려고 힘을 줬다.


“흐아아압! 이얍! 하아압! 합!”


‘쩌적’


바닥은 여전히 꿈적도 안 하고 창의 나무만 부러졌다.


그때 점점 더 터널 안이 뜨거워지며 저 멀리서 빨간 기운이 보인 것 같았다.


그 빨간 기운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마그마가 틀림없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그만, 공포감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어흐응! 후우엉!’


그레이도 위험을 직감했는지 나를 보고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아아···,알았어. 알았어. 한 번 더 해볼게!”


나는 나 자신에게 인지 그레이에게 인지 말했다.


‘제발! 아아! 제에발! 쪼옴!’




나는 부러진 창의 긴 쪽을 가지고 아까처럼 벌려진 틈에 넣고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틈을 벌려보려고 힘을 줬다.


‘쿠궁! 쿠구궁! 콰광!’


갑자기 또 다른 큰 진동과 함께 그때 마침 땅이 벌어지며 틈이 더 벌어졌다.


덕분에 가까스로 그레이의 발이 빠졌다.


나는 떨어진 횃불을 주워들고 그레이와 함께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마그마가 더 가까이 와 있었다.


마그마에 타 죽는 게 괜찮은 죽음일까 하며 순간적으로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가까스로 떨쳐내며 나는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콰과과과광! 뻐엉! 콰아아앙!’


그리고 곧, 좀 더 큰 진동이 발밑에서 느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땅이 갈라지며 그레이와 나는 바닥으로 꺼졌다.




곧바로 차가운 물의 기운이 몸 주위에 느껴졌다.


우리 뒤까지 쫓아왔던 마그마와 차가운 물이 만나며 거대한 수증기가 일어서 눈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주위에서 심한 물살이 느껴진다고 생각한 순간 내 몸이 순식간에 강한 물살에 휩쓸려 버렸다.


그때 마침 그레이의 털이 내 손에 닿았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죽기 살기로 꽉 잡고 늘어졌다.


그 직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파도가 밀려드는 감촉에 나는 눈을 떴다.


내 몸은 해변에 가득한 조약돌들 위에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그레이가 온 몸이 젖은 채 엎드려 있었다.


깨어났어도 몸이 너무 무거워서 눈을 계속 뜬 채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좀 있으려니 깨어났는지, 그레이의 몸이 들썩들썩 거렸다.


곧 녀석이 머리를 들고 서서히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섰다.


완전히 일어난 그레이는 몸을 흔들어 바닷물을 털어냈다.


‘투다다다닥’


나는 지쳐서 그 녀석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녀석은 바닷물을 다 털어내고 나를 힐끗 보더니 유유히 걸어서 사라졌다.


‘음, 모두들 무사할까···?’




나는 그제야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고! 조금만 더 쉬고 찾아 나서야지!’


너무 지쳤던 나는 조금만 더 쉬려고 눈을 감았다.


그때 멀리서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환청인가? 귀에 바닷물이 많이 들어갔나 보다!’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오빠아!”


“경우야! 경우야아!”


수와 부모님 그리고 민기의 목소리였다.


‘아! 다들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눈을 감고 누운 내 눈에서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모두 터널에서 빠져나와 걱정하며 그 입구에서 나를 계속 기다렸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나오지 않고 물 위로 커다란 수증기 덩어리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자 놀라서 해변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때 수면에서 일어나는 물보라와 함께 뭔가 큰 게 올라오는 것을 봤다.


그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모두는 그레이가 뭔가를 물고 물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게 사람 모양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아버지는 눈이 뒤집혀서 창을 들고 그레이에게 달려가려고 했단다.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마저 다칠까 봐 간신히 말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레이는 물었던 나를 내려놓고 털썩 쓰러졌다가,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는 곧 물러갔다고 했다.


그 장면에 더 놀랐던 거기 있던 모두는 그제야 그레이가 물속에서 정신을 잃은 나를 구해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데, 그레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놈 아닐까?”


민기가 그레이를 칭찬하며 말했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녀석이 여기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맘속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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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4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5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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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7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1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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