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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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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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6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6.01 00:00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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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친구, 민기의 등장

DUMMY

며칠 후, 나는 베이컨과 단 둘이 숲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수는 동굴에서 어머니 일을 도와야 했고 아버지는 독살에 뭐가 잡혔나 보러 나가고 없었다.


그 즈음 덩치가 엄청나게 커진 베이컨이 먹어대는 양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한때 독살 덕에 풍족해졌었던 어머니의 곡간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렀고 가족들은 녀석을 자급자족시키는 의미에서 일부러 베이컨을 데리고 식량 조달을 자주 나섰다.


“베이컨! 안 돼. 이제 공짜 밥은 없어. 같이 먹을 것 찾으러 가자.”


녀석에게 한없이 내주던 수마저 그렇게 말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얻어먹을 궁리만 하던 베이컨도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니, 눈치껏 사냥이나 수렵을 조금씩 도와주게 됐다.


정말 여우같은 돼지였다.


사실, 알고 보면 베이컨은 먹을 것을 찾아내는데 도가 튼 놈이었다.


코가 엄청 예민해서 버섯을 찾아내거나 먹을 만한 열매들을 금방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쯧쯧! 저 녀석 문제는 찾아낸 먹을 것을 대부분 저 혼자 먹어치워 버린다는 거지! 나눠 먹는 다는 건 머릿속에 하나도 없는 걸까!’


베이컨과 나란히 걸어가며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 즈음 나가야 할 때면 나는 항시 긴장하며 앞을 주시했다.


왜냐면, 자기가 주로 다니던 영역에 사냥감이 줄어서 인지 그레이와 마주치는 일이 더 빈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과 마주치는 일이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익숙해진다거나 일말이라도 반가운 마음이 되는 일은 없었더랬다.


‘왜냐면, 그 녀석은 사나운 육식동물이고 나는 나약한 인간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제발 그 녀석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조심히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째선지 그날따라 소득이 별로 없었다.


베이컨이 찾아낸 산딸기나무에서 열매를 좀 따고 버섯을 조금 땄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희미하게 물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 쏴사아!’


며칠 간 내린 비로 말랐던 작은 협곡에 냇물이 흘러가는 소리였다.


‘물 근처에는 좀 더 많은 식물들이 자랄 테니까 그 곳으로 가볼까?’


그렇게 생각한 내가 조심해서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을 때, 베이컨이 무슨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킁킁 거리며 쏜살같이 나를 제치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꾸익! 꾸우익!’


‘옳지! 저기 뭔가 먹을 게 있나보다! 저 놈이 내려가서 또 다 먹어버리기 전에 얼른 가보자!’


나는 열심히 그 뒤를 따라갔지만, 녀석은 곧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몇 분지나지 않아, 마음이 급해진, 내가 베이컨이 사라진 방향으로 녀석을 쫒아가고 있을 때였다.


사라졌던 베이컨이 거창한 소리를 내지르며, 내 옆을 지나 반대편으로 비탈길을 쏜살같이 내달려 올라가는 것이었다.


‘꾸에엑! 타다다다닷! 다다닥!’


녀석은 나를 본채도 안하고 죽어라 달려서 그대로 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가까이서 비명 지르는 사람 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 아아악! 사람 살려!”


그것은 우리 가족 중 어느 누구의 소리도 아니었다.


겁이 더럭 났지만 무슨 일일까 생각한 내가 미끄러지듯 몸을 날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그곳엔, 물가에 누운 채 주머니에서 반쯤 갇힌, 사람이 있었다.


그의 상반신만 겨우 나온 채였다.


놀랍게도, 그 바로 앞에는 으르렁 거리고 있는 그레이가 있었다.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그레이는 그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그때 내 맘은 도망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으나, 반사적으로 내 몸은 앞으로 튕겨나갔다.


“으아악! 안 돼!”




어떻게든 그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간, 나는 그 사람을 구하려고 그레이를 막아서며 눈을 부릅떴다.


아니, 무서워서 감지 못했던 거다.


‘으어헝! 크어엉! 어흐어엉!’


뛰어든 나를 보고 화가 난 그레이가 포효하며 나를 죽일 듯이 위협했다.


그러자 그 큰 입에서, 세차고 냄새나는, 바람이 불어와 내 얼굴에 부딪혔다.


‘흐어어! 이 사이즈라면 나는 진짜 한입거리도 안 되겠다! 끄으으! 입. 냄. 새!’


눈은 점점 뜨거워지고 아파지는데, 한 순간도 눈을 감지 못하는 내가 무서움과 입 냄새에 동시에 기겁하며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눈을 똑바로 뜬 채 그 자리에 그냥 동상처럼 서 있었다.


아마 움직일 수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때 나도 모르게 뜨거운 액체가 내 다리사이에서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아아! 이런! 싸버렸구나!’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지금 내 눈앞에 있었다.


‘하아! 이제 이렇게 죽는 건가···? 모르는 사람 구하려고 하다가!’


그레이의 얼굴이 바로 지척에 있었다.


계속해서 으르렁거리던 그 녀석은 내가 그만 실수를 해버리자 내 하반신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섭고 창피한 시간이 한동안 계속 됐다.


‘크흥!’


그러다 녀석은 사람처럼 콧방귀를 뀌더니 흥이 깨졌다는 듯 돌아섰다.


그 녀석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도록, 나나 내 뒤에 있던 사람이나, 둘 다 오랫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햇볕이 참 따가웠다.


또 한참이 흘러 내가 지린 액체에서 냄새가 더욱 진동할 무렵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내 등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흐윽! 저기요! 괜찮아요? 우리 산건가요? 그렇죠? 흐어어!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아!”


그제야 나는 정신이 들어 뒤를 쳐다봤다.


그런데 그 사람은 곧 내 얼굴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곧 경악하는 표정이 됐다.


“으응? 으아악! 경우? 지 경우? 나야. 나. 민기!”




미끌거리는 액체에 범벅이 된 그 사람의 얼굴을 나는 자세히 들여다봤다.


세상에!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은 진짜 내가 알던 친구 놈, 민기였다.


“뭐야! 진짜 너냐? 민기?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응?”


우리 둘은 한동안 얼빠진 놈들처럼 얼싸안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같이 있었다.


실컷 운 다음, 나는 민기가 들어 있던 주머니를 물에 끌고 가서 녀석이 얼굴과 몸 씻는 걸 도와줬다.


상반신을 다 씻고 하반신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는데 민기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흠흠! 음! 그런데, 친구야! 나 실수했다···. 허호홍!”


무안한 듯 웃으며 말하는 그 녀석의 몸에서는 금세 똥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으응! 하하하! 괜찮다. 괜찮아! 나, 나는···, 지렸으니까.”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사이좋게 몸을 씻었다.


옷도 빨고 말이다.


그나저나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진짜로 친구 녀석에 내 눈앞에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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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1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7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6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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