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그 즈음 어머니 아버지는 우리가 사냥을 나간 사이 둘이서만 데이트하는 시간이 많아졌더랬다.
아버지는 바다에 나갔다가 예쁜 조개껍질을 발견하면 어머니에게 선물했다.
어느 날은 굴에서 진주를 발견했는지 그 진주에 구멍을 뚫고 목걸이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둘은 가끔씩 손을 잡고 숲으로 사라져 한동안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를 뺏긴 것만 같아서 두 분이 다정해졌어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우리는 종종 낚시는 안 하고 바닷가에서 서로에게 기대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데이트하는 시간 외에는 음식을 쌓아두기라도 하려는 듯 남는 음식을 열심히 훈제해서 저장했다.
아버지가 잡아온 고기도 우리가 사냥해 온 타조새도 모두 훈제가 되어서 저장그릇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부모님이 중대 발표를 했다.
“우리 살던 서울에 가보기로 했다. 고향이니까!”
아버지의 말에 흥분한 내가 소리쳤다.
“뭐요? 고향요? 무슨 고향? 만 년 전에 이미 다 없어졌는데, 무슨 고향이 있다 그래요?”
수가 흥분한 나를 말리며 물었다.
“언제 가실 거예요?”
“음, 충분히 식량이 비축되면 출발하려고 해!”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나의 격한 반응에도 흔들림 없이 반응하는 게 하루이틀사이에 결정한 일이 아닌 듯 했다.
어머니는 다음 날 아직도 화가 나있는 나를 붙잡고 설득했다.
“경우야! 나는 더 나이 들어서 못 움직이기 전에 내가 살던 고향에 가보고 싶어. 설령 만 년이 지났다고 해도 내 마음에는 그곳이 고향이야. 거기에 살진 않더라도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
나는 그곳에서의 나쁜 기억이 많아서인지 어머니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머리를 식히려고 바닷가로 나온 나를 민기가 걱정스런 얼굴로 따라왔다.
얼마 후 수가 따라 나왔다.
“그냥 한번 가보자! 오빠! 엄마아빠 소원인데. 여기에 있어도 그곳으로 가도 우리가 살던 시대가 아닌 건 변함이 없고, 가는 데도 한참 걸릴 텐데 엄마아빠 말이 맞는 것 같아. 나이 들수록 먼 거리를 움직이는 건 무리가 될 거야!”
수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내가 반문했다.
“거기 가는 길이 위험하면 어떡하냐? 우리 중 누구라도 죽거나 다치면 어떡하냐고!”
수가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서 라고 안전할까? 그리고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
나는 수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수의 말이 맞다! 여기 계속 산다고 해도 우리도 결국 나이 들 거고 부모님도 그만큼 늙어갈 테니까!’
수가 먼저 들어가고 민기가 내게 말했다.
“경우야! 나는 네가 부럽다. 속상하게 해도 부모님이 옆에 계시잖냐. 맨날 모임 참석한다고 한시도 집에 없던, 그런 무심했던 부모라도 난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분들 소원이라면 바다라도 건너 갈 거다!”
민기가 쓸쓸한 표정이 됐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래. 까짓 거, 못 할 거 없지! 그렇게 소원이라는데!’
그렇게 해서 우리는 북으로 이동을 해보기로 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탈 것이 필요해졌다고 생각한 나와 수는 날을 잡아, 세 사람을 데리고 숲으로 가서 타조새 타는 요령을 익히게 했다.
처음 걱정과 달리 어머니는 타조새를 금세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게 됐다.
민기 놈도 곧 방법을 금방 찾았는지 타조새와 한 몸이 된 듯 달렸다.
‘이거 의외네. 정말, 녀석에게는 질주본능이 있나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타조새와 아버지는 맞지 않는 조합인지 녀석들은 도무지 아버지의 뜻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고 가마우지처럼 고기를 잘 잡는 아버지에게도 그렇게 인생최대의 고비가 찾아온 것 같았다.
타조새 위에 올라타는 데는 겨우 성공했지만 사방으로 처박히는 아버지도 타조새도 보고 있자면 무척 안타깝고 처량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불쌍했지만 최고로 불쌍한 쪽은 타조새였다.
아버지에게 선택받은 놈은 그날 안에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됐기 때문이었다.
저녁이면 그날 자기가 탔던 타조새의 고기를 뜯는 아버지의 표정이 날마다 어두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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