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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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14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8.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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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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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4쪽

싸움에서 승리하다

DUMMY



곧 근육 돼지가 발을 힘차게 두 세 차례 구르더니 고개를 숙이고 앞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다급한 얼굴이 된 수가 베이컨에게 소리쳤다.


“베이컨! 엎드려!”


순간 베이컨은 수의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듯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그 때문에 달려오던 근육 돼지가 엎드린 베이컨의 몸에 걸려서 공중으로 날아가 몸이 크게 한번 돌고 땅에 처박혔다.


‘쿵! 우지지직!’


그것은 근육 돼지가 날아가 부딪힌 작은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베이컨은 뒤를 돌아봤다.


근육 돼지는 부딪힌 충격이 꽤 컸는지 자리에서 비틀비틀 일어나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댔다.


그래도 머리가 단단하고 근력이 엄청나서 그 놈은 금세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근육 돼지는 자신이 수세에 몰리자 더욱 성질이 났는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발을 마구 굴러댔다.


그리고 녀석은 이번엔 고개를 처박지 않고 똑바로 베이컨을 응시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베이컨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고 느꼈는지 역시 맞은편에서 달려왔다.


수가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리더니 옆에 떨어져있던 짧은 나뭇가지를 주워들어 근육 돼지와 베이컨이 곧 부딪히게 될 공중으로 던지며 크게 외쳤다.


“베이컨! 물어 와!”




베이컨이 공중에 던져진 나뭇가지를 보고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점프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물었을 때 베이컨의 몸은 근육 돼지의 위에 있어서 발로 근육 돼지를 찍어 누르는 모양이 됐다.


근육 돼지는 그 힘에 눌려서 또 땅에 처박혔다.


‘끄,꾸끄엑!’


근육 돼지가 길게 소리 질렀다.


베이컨이 그대로 나뭇가지를 물고 수에게 달려왔다.


수가 베이컨을 얼싸안으며 외쳤다.


“베이컨! 잘했어! 정말 잘했어!”




나는 베이컨의 승리가 너무 기뻤지만 한편 근육 돼지가 또 반격해 올까봐 조마조마해하며 놈을 쳐다봤다.


근육 돼지는 다리에 큰 충격을 입었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놈 몸 여기저기에 깊은 상처가 나서 사방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싸우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꺾이지 않았는지 충혈 된 눈으로 우리 쪽을 노려보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야, 수야! 베이컨! 피해!”


내가 크게 소리쳤다.


수와 베이컨은 돌진하는 놈을 보고 민기와 내가 있던 반대편으로 몸을 피했다.


그런데도 근육 돼지는 앞도 보지 않고 돌진을 계속했다.




그때 수풀 속에서 근육 돼지의 두 배가 훨씬 넘는 그림자가 튀어나와서 그놈을 강한 턱으로 콱 물었다.


‘콰아각!’


‘꾸우에엑!’


그레이였다.


그길로 근육 돼지는 그레이에게 물려갔다.


사냥감을 찾다 숲을 배회하던 그레이가 돼지들 소리와 피 냄새에 이끌려 그곳으로 온 듯 했다.


그레이가 그렇게 근육 돼지를 물고 가버린 다음, 한동안 숲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참다못한 내가 침묵을 깼다.


“수야! 그레이 갔을까?”


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민기도 수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수는 계속해서 베이컨을 끌어안고 쓰다듬고 있었다.


우리는 어깨를 다쳐 절뚝이는 베이컨과 역시 다쳐서 피가 나고 있는 베이컨의 짝, 그리고 다른 돼지들을 아기 베이컨들과 함께 데리고 동굴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우리를 보고 몹시 놀란 것 같았지만 곧 자신의 약이 담겨있는 나무 상자를 들고 나와서 베이컨과 다친 다른 돼지들을 치료해줬다.


동굴로 돌아온 수는 아기 베이컨들을 먹이느라 바빴다.


한참을 동굴 근처에서 쉰 베이컨무리가 저녁이 되자 숲으로 도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 내가 수에게 물었다.


“수야! 베이컨이 싸우고 있을 때, 니가 가진 화살로 근육 돼지를 쉽게 죽일 수도 있었잖아! 왜 안 그랬어?”


맞은편에 앉은 수가 대답했다.


“그러면 다른 놈들이 베이컨을 우두머리로 인정했을까?”


그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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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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