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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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31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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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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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5쪽

위험했던 상황

DUMMY

민기가 가리킨 방향, 여기저기에 노란 두 개의 빛들이 여러 쌍 드러났다.


그리고 곧 우두머리인 것 같은, 제일 덩치 큰 놈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르르! 으르르!’


허스키의 두 배는 넘을 덩치였다.


순간 깊은 두려움에 온 몸이 떨렸다.


‘아아! 젠장! 망했다!’


그것들은 한 무리의 늑대들이었다.


그놈들은 다구리로 공격하는 놈들이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아아아! 수야. 아버지. 먼저 도망가세요. 여기는 민기랑 내가 막아볼게요!”


순간 민기가 ‘나는 왜?’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는 가까스로 웃으면서 말했다.


“음, 그래요. 아버지! 수랑 얼른 도망가세요.”




아버지는 우리말에 어쩌지 못하고 수를 쳐다봤다.


하지만, 수는 그대로 앞을 주시하며 다짐하듯 힘주어 말했다.


“안 가! 아니, 못 가! 다 살거나 아니면 여기서 말아먹거나, 같이 있을 거야!”


그 말에 나는 무척 감동했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도 잠시 곧 무시무시한 늑대들이 공격해 올 참이었다.




그때 수가 무슨 방법이 떠올랐는지 백팩에서 어떤 통을 긴급히 꺼냈다.


거기엔 지네를 잡아서 추출한 마취독이 들어있었다.


‘아하!’


번뜩 내 머릿속으로 어떤 깨달음이 지나갔다.


수가 준 그 통을 차례로 넘겨받은 우리는 가지고 있던 무기 끝에 그 독을 재빨리 발랐다.


그리고 곧 달려든 놈들에게 한방씩 찔러 넣어줬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곧 녀석들은 마취돼 쓰러졌다.


그 와중에 달려든 늑대에게 아버지는 팔을 물렸던 것이었다.




제주에서 대거 다른 동물들이 이주해 먹을 것과 살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인지 여기저기서 다툼이 잦았다.


그래서 숲에서 육식동물을 마주칠 확률이 제주에서보다 훨씬 높았다.


‘한정적인 공간에서 정해진 만큼의 식량을 두고 다투는 꼴이랄까! 먹느냐, 먹히느냐! 사는 게 만만치 않구나. 에효!’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긴 나를 수가 불렀다.


“어이, 오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숲에서 그렇게 넋 놓고 있다가는 당한다!”


그리고 수는 웃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저기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자! 진 사람이 이긴 사람 업고 내려오기다! 시이작!”


나는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수를 따라 달렸다.


민기가 뒤늦게 우리를 쫓아오며 소리 질렀다.


“그럼, 내가 제일 불리하잖아. 아! 젠장!”




소리치며 달려가는 수의 말소리에 경쾌한 리듬이 들어있었다.


오랜만에 소풍을 나온 듯, 맑은 하늘과 바람에 기분이 좋은 듯 했다.


나는 다리에 힘을 힘껏 주고는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며 수에게 외쳤다.


“이 오빠가 이겨주지! 금방 쫓아간다. 하하!”


수는 날아가듯 날렵하게 산등성이를 달렸다.


정상에 다다르기 한참 전에 나와 민기는 이미 수에게 한참을 뒤쳐져 있었다.


‘수가 나를 업고 내려갈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내가 일부러 져 준 것을 동생은 잘 알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민기가 나보다 더 뒤쳐졌으니까 수를 업겠지! 아니지, 그 늑대 같은 놈에게 수를 맡길 수는 없지! 암!’


나는 헥헥 거리며 뒤에서 달려오는 친구 놈을 보고 생각했다.




“어때! 내가 이겼지?”


수의 머리가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멋지게 날렸다.


그날따라 자연과 어우러져 수의 모습이 더욱 빛나 보였다.


“하하하! 오냐! 이따 업고 가마!”


내가 웃었다.


산 정상에서는 멀리 바다가 보이고 큰 나무를 타고 다니는 노랑이들과 나를 공격했던 뾰족부리새도 보였다.


우리는 나무들 근처에 난 먹을 수 있는 버섯들과 익은 과일들, 그리고 고추나무를 찾아내 고추를 몇 개 땄다.


산 고추들은 너무 매우니까 조심해서 써야 한다.


어머니가 산 고추를 처음 발견하고 신이 나서 음식에 많이 넣은 날, 우리 모두 밤새 딸꾹질을 했다.


딸꾹질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수확물들을 배낭에 넣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기를 잊어버린 채 내려오다가 수가 갑자기 펄쩍 뛰어올라 내 등에 탔다.


‘허억!’


군살이 하나 없이 무척 가벼워 보이는 수였지만 근육이 발달해서 인지 꽤 무게감이 있었다.


수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 챘는지 오히려 웃으며 다리를 이리저리 굴러댔다.


대신 민기는 짐을 가득 들고 있었다.


그래도 오기로 수를 업고 한참을 내려오던, 내가 더 이상은 안 되겠어서 수를 업은 채 나무에 팔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며 헥헥 거렸다.


민기는 힘내라는 듯 내 등을 두드리고 지나갔다.


이윽고 수가 깔깔 대면서 내 등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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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1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50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3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 위험했던 상황 24.07.02 51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4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5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7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6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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