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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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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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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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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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DUMMY

동생이 저 멀리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며 상어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다행히 상어들은 아버지 쪽에서 벗어나 동생 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발을 물에 담그고 있는 녀석도 몹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물 가까운 바위에 멈춰서 돌칼을 꺼내 대나무를 뾰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때 수의 발장구 소리를 따라갔던 놈들이 자신에게 거의 다 다가가자 수가 얼른 발을 뺐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이 몹시 다급해져 미친 듯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햄망이 고기들을 다 만들어진 죽창에 찔러 넣고 가죽 끈을 꺼내서 단단히 고정시켰다.




한편, 수가 발을 빼자마자 상어들이 다시 방향을 틀어 아버지에게 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수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물장구를 쳐 그놈들을 유인했다.


그 사이 준비를 마친 나는 고기가 달린 대나무를 물위에 큰 소리 나게, 내려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수야! 이제 됐어. 빨리 발 빼! 여기다, 여기야! 상어 새끼들아! 이리 와라! 여기 맛있는 고기 있다. 야! 와라! 이놈들아!”


세 마리 상어들 중 두 놈들은 고기 달린 대나무를 물에 내리쳐 큰소리를 내는 내게로 오고 있었지만 남은 한 녀석은 그대로 돌진해 동생의 다리를 거의 물 뻔했다.


다행히 수는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위험을 벗어났다.


‘아! 진짜. 저 녀석! 몸 좀 사리라니까 왜 저런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상어들은 잇단 허사에 열이 바짝 올랐는지 아주 빠르게 내 쪽으로 헤엄쳐왔다.


상어들이 거의 다가오자 나는, 오늘 애써 잡은 햄망이 고기를 그 얄미운 놈들에게 주기 싫어서, 낮게 들었던 대나무를 높이 쳐들었다.


그러자 5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상어가 펄쩍 위로 뛰어 올라 대나무에 달린 고기를 순식간에 낚아챘다.


그때 놈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내 온 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 했다.


그놈 등치를 봐선 나는 분명 한입거리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대나무에 달린 고기를 덥석 물고 상어가 다이빙 한 순간, 그 반동 때문에 내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언제 달려왔는지 수가 뒤에서 내 몸을 재빨리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오빠! 빨리 대나무 놔 버려! 어서!”


그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어서 나는 얼른 손을 놓았다.


금방 상어는 대나무와 함께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그새 땅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가오리 큰 놈과 광어를 들어 올려 보여주었다.


그 태평한 웃음에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동굴에 돌아가서는 어느 새 수가, 좀 전에 있었던 일을 어머니에게 일러바쳤는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등짝을 세게 여러 번 후려쳤다.


뭔가 처음 들어보는 욕도 함께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내속이 단번에 시원해졌다.


어찌됐든 아버지가 잡아온 광어와 가오리는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음식을 얻어먹으러 온 베이컨에게 나는 음식을 전혀 나눠주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식구들이 그 녀석을 후하게 대접하는 바람에 녀석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상어 사건 이후 아버지는 뭔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아침만 먹으면 종종 어디론가 사라지고 했다.


“수야! 아버지 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겠지?”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또 사라진 아버지를 걱정하며 내가 물었다.


“하하! 걱정 마. 오빠! 하루에 두 번은 꼭 나타나서 엄마에게 검사받는 것 같더라.”


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일이 어찌됐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아버지를 대신해 수와 내가 주로 식량을 조달하러 다녔다.


한편 우리는 습격사건 이후로는 노랑이들이 사는 곳엔 가급적 가지 않으려 애썼다.


왜냐면 그놈들은 미움이 많은 놈들이라서 아버지가 자기들 영역에 침입해서 술을 훔친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예로 전에 모르고 그 부근을 지나려 했을 때, 그놈들은 돌과 코코넛을 던져대며 우리를 몹시 경계했었다.




부지런히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동안 우리는 우연히 숲속의 제왕과 몇 번 더 마주쳤더랬다.


녀석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덩치를 자랑하며 언제나 사냥한 큰 짐승을 물고 있었다.


그레이를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던 내게 수가 속삭였다.


“오빠, 눈을 계속 마주치고 몸을 크게 움직이지 마!”


나는 수의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곧 녀석은 전에 마주쳤을 때 그랬던 것처럼 사냥감을 물고 어슬렁어슬렁 멀어졌다.


수는 나중에 내게 말했다.


“우리가 먼저 도발하지 않는 한 그레이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우리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척 안심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아버지가, 마침 쉬고 있던, 우리를 밖으로 불러냈다.


“아빠! 왜?”


수의 질문에도 아버지는 웃기만 할 뿐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응, 그냥 따라와 봐! 갈 데가 있어.”


아버지는 앞장서며 말했다.


어머니와 우리 남매는 이유를 몹시 궁금해 하면서 아버지가 가자는 곳으로 갔다.


아버지가 안내한 곳은 썰물이 된 바닷가였다.


아직도 물이 차 있던 그 곳에는 아버지가 꽤 오랫동안 만들었을 넓은 공간을 아우르는 돌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밀물에 들어왔다 못 빠져나간 여러 마리의 물고기들이 갇혀 있었다.


순간 어머니와 우리는 웃으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게 뭐야? 하하하! 세상에···!”


“우와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우리 반응에 꽤나 만족했는지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어떠냐? 잘 만들었지?”


우리는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인 다음 누구랄 것도 없이 신발을 벗고 다 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물장구도 치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고기를 잡았다.


어머니도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고기를 쫓아다녔다.




그날 총 열 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잡았다.


그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우리는 그 고기들을 맛있게 구워서 배불리 먹었다.


다 함께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은 모두는 만족해서 다 같이 자리에 누웠다.


나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아버지, 오늘 잘 먹었어요. 그거 혼자 만드느라 애썼겠네요.”


수가 맞장구를 쳤다.


“아빠! 나이스!”


“어머니도 한 마디 하세요. 어서!”


나는 어머니를 재촉했다.


“흠! 흠! 괜찮게 만들었던데···. 꽤 쓸 만했어요.”


“허허허! 내가 뭘! 고맙다. 고마워!”


어머니 말에 아버지가 호기롭게 웃었다.


“좋은 곳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 지금도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구나. 모두 고맙다. 그때 집에 안 돌아가고 냉동캡슐에 들어가길 잘했다 싶다.”


아버지의 말에 내가 놀라며 반문했다.


“네? 집에 돌아가려 했다고요? 진짜로요? 근데 왜 마음을 바꾸신 거예요?”




어머니 말에 따르면 아버지가 겁을 집어 먹고 발을 빼려고 하자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 지금 돌아가면, 경우, 사채 놈들이 장기라도 빼 갈 거예요.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래요?”


그 다음은 얌전히 돌아와 캡슐에 누운 아버지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떤 의미에선 아버지 나름대로 가족들을 생각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끼는 방식이 어머니와는 사뭇 다르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는 조금 아버지를 이해할 것도 같다.


그건 순간순간 철없이 행동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일들이 많았기 때문일 거다.




아버지가 만들어둔 독살 덕분에 사냥이 많이 쉬워졌다.


남는 식량이 꽤 많아지면서 어머니는 남은 고기들을 잘 말려서 한쪽에 보관했다.


경험상 언제 사냥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만 년 전에는 통장에 돈이 많아야 안심할 수 있었지만 여기선 먹을 게 쌓여 있어야 안정이 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었다.


특히, 활발한 화산 활동의 징후가 보이는 지금은 더더욱 불안감이 고조되고 그런 때일수록 식욕은 더욱 올랐다.


마치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통장의 잔고는 팍팍 줄고, 그럴수록 먹고 싶은 거나 사고 싶은 게 많아지던 원리와 똑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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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5 0 5쪽
46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0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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