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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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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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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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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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DUMMY




민기가 이 모든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며 서 있을 때, 피곤해 방에서 쉬던 어머니가 큰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니? 큰 소리가 나던데.”


“응. 별거 아니야. 마을 리더가 우리는 저녁 식사에 초대했대.”


수가 아무렇지 않은 척 어머니에게 다가가며 쾌활하게 말했다.


“그래? 입을 옷도 없는데 어쩐다니!”


“입을 옷이 왜 없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은 뭔데.”


수가 어머니를 나무라듯 말하며 나를 보고 눈을 찡긋 했다.


‘어머니에게는 주연지를 만났단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겠지!’


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민기를 따로 밖으로 불러내 사정 설명을 했다.


민기는 놀라워하면서도 연신 연지의 외모에 대해 감탄을 연발했다.


“응! 응! 그랬구나. 근데, 주연지! 정말 내 이상형이야. 경우야! 정말 예뻤지?”


나는 그 반응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것도 친구라고, 에휴! 한심한 새끼!’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는 그 집에 가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날 오후 마을에서는 우리에게 옷도 내주었는데 그 옷은 면으로 만든 것이었다.


수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계속 입고 싶어 했지만 냄새가 나고 여기저기 기운 옷을 입고 초대받은 자리에 가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어머니가 열심히 설득해 어쩔 수 없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것은 흰 원피스였는데 그 옷을 입은 수의 모습은 정말 여신 같았다.


“왜, 왜? 뭘 그렇게 쳐다봐?”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나와 민기를 보고 수가 소리를 질렀다.


“잘 어울리고, 예뻐서 그러지.”


어머니가 아직도 정신을 놓고 있는 우리 대신 말해줬다.


아버지도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수를 쳐다봤다.


‘오오! 정말 옷이 날개라던가!’


새 옷을 입으니 더욱 더 빛이 나는 동생의 외모를 보고 나는 새삼 감탄했다.




아버지, 어머니도 민기도 좋은 옷을 입고 있으니 완전 멀끔해 보였다.


마을을 가로질러 걸어가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봤다.


이방인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신기해하는 기색이 함께였다.


마을 안쪽에 다다르니 잘 지어진 목재 집들 사이로 감옥 같이 생긴 건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충격적이게도 그 곳엔 우리가 아침에 봤던 족쇄를 찬 원주민들이 갇혀 있었다.


“세상에! 오빠! 저것 좀 봐.”


수가 내게 속삭였다.


원주민들은 창살을 잡고 우리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중엔 아침에 끌려 나갔던 원주민들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눈이 유난히 맑고, 또 몸이 제일 좋았으며 유난히 찰랑거리는 머리 결을 가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그가 원주민들의 리더임이 분명했다.


“경우야! 저기 저 사람들은 왜 갇혀있는 거야? 무슨 잘못을 한 건가?”


민기가 걱정하며 내게 물었다.


“글쎄! 곧 알게 되겠지.”


나는 그 갇혀있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순간 내 마음에 깊은 불안감이 일었다.




어느 새 우리는 마을에서 제일 높고 제일 큰 목조 주택에 도착했다.


“우와! 이거 정말 잘 지어진 집이구나!”


아버지가 감탄하며 그 집을 칭찬했다.


우리는 그 화려한 위세에 더욱 주눅 든 채 그 집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자 웬 젊은 남자가 나와 우리를 맞았다.


그는 자신을 마을의 ‘리더’라고 소개했다.


불과 서른 남짓으로 보이는, 언뜻 보면 잘 생기고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 사람을 보자마자 내 기분이 왠지 모르게 몹시 언짢아졌다.


그는 나이든 아버지와 그리고 누나, 주연지와 살고 있었다.


나는 낮에 본 주연지가 ‘동생’이라고 말했던 마을의 리더보다 십 년 이상 젊어 보이는 것에 대해 문득 의아해졌다.


그 아버지란 사람은 중후해 보이는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주운서는 인사하는 우리를 반갑게 맞으며 수의 아름다움을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허기가 져 있던 우리는 그 모든 예의가 귀찮았지만 초대해준 사람을 생각해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절제됐던 감정이 식탁에 놓인 김치를 보자마자 폭발해 버렸다.


“어맛! 김치다!”


어머니가 감탄하며 식탁에 앉자마자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먹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누구라 할 것 없이 김치를 집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다가 느껴진 시선에 나는 문득 고개를 들렸다.


그때 주운서와 그의 아버지가 깔보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표정을 바꾸는 걸 나는 보고 말았다.


‘처음부터 그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마 그 시선 때문일 거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일상으로 받아왔던 시선이었으니까!’


순간 내 마음이 확 움츠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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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원주민들 24.09.17 7 0 5쪽
47 밥은 맛있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24.09.13 14 0 5쪽
» 마을 리더의 집에 초대받다 24.09.10 26 1 5쪽
45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마을 24.09.06 48 4 5쪽
44 드디어 마을을 발견했다 +3 24.09.03 70 4 5쪽
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7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8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7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0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1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3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1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3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26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4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6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8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5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8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2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8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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