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년 (부제: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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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온진
작품등록일 :
2024.05.10 01:15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3,528
추천수 :
127
글자수 :
132,112

작성
24.06.04 00:00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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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동굴 (?)을 발견했다

DUMMY

좀 쉬어서 민기의 기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우리는 다시 짐승들을 따라 달렸다.


그렇게 얼마가 지나자, 바다 냄새가 물씬 나는 공기가 됐다.


그리고 곧 동물들을 따라가던 우리는 그 자리에 우뚝 서게 됐다.


해안선을 쭉 따라가던 놈들이 큰 동굴 같은 데로 곧바로 돌진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평범하게 생긴 동굴이 아니라, 꼭 싱크홀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앞에 선 우리는 두려운 마음에 그곳으로 들어가 보지 못하고 계속 망설였다.


햇빛이 비치는 곳을 제외하곤 칠흑같이 깊은 어둠이 있는 큰 구멍이었다.


‘그래! 동물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으니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겠지! 근데 뭐가 있어서···? 화산폭발하면 도망칠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도 있는 건가?’




“야! 저기 뭐가 있길 래, 저기로 뛰어드는 거라고 생각 하냐?”


내 질문에 민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 녀석도 나와 마찬가지로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많은 추측만을 던지며 그 앞을 지키던, 우리는 날이 어두워지자 동굴로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가족들에게 그날 낮에 발견한 큰 구멍 얘기를 했다.


“으음···, 거기에 가볼 필요가 있겠어. 혹시 탈출로 같은 게 있는 지도 몰라!”


수가 내 얘기에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그 말에 아버지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떻게 들어가 보지?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던데, 위험하지 않을까?”


내 말에 어머니가 나서며 말했다.


“응, 그건 걱정마라. 횃불을 몇 개,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어머니는, 아버지가 우리보다 먼저 깨어났을 때, 베이컨과 함께 손쉽게 열량이 높은 음식을 얻기 위해 수시로 벌집 통을 공략했었다고 했다.


그 결과 수많은 벌침에 쏘여 고생하긴 했지만, 그게 살아남는데 큰 도움이 됐었다고 말했다.


살뜰한 어머니는 아버지가 따 놓은 벌집에서 밀납을 채취해 따로 둔 것이었다.


그것으로 오래 타는 횃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이제는 거의 만능 재료로 쓰이고 있는 육식초 끈끈이와 녹인 밀납 섞은 것을, 야자 섬유를 칭칭 감은 두꺼운, 나뭇가지에 바르고 말리고를 반복해 횃불을 만들었다.




드디어 다음 날 우리는 전날 발견했던 큰 구멍 앞으로 갔다.


우선 횃불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 곳은 입구에서부터 경사진 곳을 내려가면서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구조였다.


안에서 바람이 불어와 횃불이 심하게 휘어졌다.


“어우야! 우리 괜찮을까?”


경사로를 조심히 내려가던 내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래. 조심해라. 모두! 울퉁불퉁한 곳이 아주 많다. 경우야! 동생 잘 챙겨라. 민기야, 괜찮냐?”


아버지가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며 물었다.


“네!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갈만해요.”


민기가 마지막에 내려오며 멀리서 대답했다.




내려가는 통로 여기저기엔 이끼가 껴있었다.


한참을 더 내려가니 드디어 평평한 곳이 나왔다.


그 안은 습하고 더웠다.


횃불이 닿지 않은 곳은 온통 어둠뿐이라 주변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횃불을 들고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봤다.


‘찌찌직! 찍!’


그때 쥐 한 마리가 내 발 옆을 지나쳤다.


“와아악! 아이 X! 깜짝이야!”


깜짝 놀란 내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동생이 크게 말했다.


“아빠! 횃불 좀 줘봐!”


곧장 아버지는 수에게 횃불을 넘겨줬다.


그리고 갑자기 수는 옆에 있던 이끼 덮인 벽을 손으로 비벼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밑엔 오래된 유리가 있었다.


한참 동안 그것을 살펴본 수가 말했다.


“···아무래도 여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 같아. 어쩌면 해저터널인지도 몰라.”


그 말에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때 민기가 생각났다는 듯 외치며 말했다.


“와아! 맞아. 그럴지도 몰라! 내가 납치되기 전에 터널이 완성됐다는 뉴스를 본 적 있어.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만 년 전, 제주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봤던 뉴스가 내 마음속에 문득 떠올랐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을 만들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았다.


수 역시 나처럼 그 뉴스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만든 해저터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그게 안전할까?’


여러 가지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 전날 지켜본 바로는 들어가는 동물은 많은데 나오는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아마 무사히 어디론가 갔거나 아니면 아직도 가고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돌아올 수 없거나, 셋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조금 더 터널을 살펴보다가 동굴로 되돌아왔다.




그 터널은 베이컨이 지나가기에도 충분히 넓어보였다.


섬을 탈출해야겠다고 한다면 걸어서 그 터널을 건너거나 뗏목을 만들어 바다를 건너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뗏목을 이용하는 방법은 거의 실현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여서 우리에겐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제주에서 육지까지 거리가 120킬로미터 쯤 되고 우리가 걷거나 뛰는 속도를 생각했을 때 하루 정도면 육지에 닿을 수도 있어.”


우리는 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흐음, 물을 잘 챙겨야겠다. 그리고 오래 타는 횃불도 여러 개 준비해야 할 거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무기들을 더 챙길게. 사나운 짐승들을 통로에서 만날 수도 있잖아.”


여우와 또 다른 많은 육식동물들이 거기로 들어간 것을 떠올리며 내가 덧붙였다.


‘그 좁은 장소에서 굶주린 동물들을 만나면 피의 카니발이 될 수도 있을 거다!’


나는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음식하고 약도 챙기마.”


어머니가 비장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 민기가 끼어들었다.


“어, 저는 뭐 할까요?”


민기의 말에 모두 멀뚱거리며 있을 때, 내가 말했다.


“친구야, 너는 나랑 다른 사람들을 지켜야지. 우선은 무기를 더 만들자.”


민기가 내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뒤는 맡겨둬! 뭐부터 만들지···?”


우리는 각자 챙기기로 한 것에 열중하며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래도 모든 걸 싸가지고 갈 수는 없어서 보관이 불편한 음식들은 먹고, 무거운 것들은 두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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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24.08.30 49 2 4쪽
42 다시 여행을 떠나다 24.08.27 52 3 6쪽
41 너스탱 24.08.23 48 3 6쪽
40 서울로 24.08.20 50 2 5쪽
39 싸움에서 승리하다 24.08.18 49 3 4쪽
38 근육 돼지와 베이컨 24.07.05 48 1 4쪽
37 위험했던 상황 24.07.02 50 2 5쪽
36 탈 것이 생겼다, 그리고 드디어 베이컨의 식구들을 만났다 24.06.28 51 1 5쪽
35 타조새 24.06.25 51 1 5쪽
34 멋지게 친구를 구했는데 입술이 이상하다 24.06.21 51 2 4쪽
33 민기와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24.06.18 52 1 6쪽
32 적과의 어색한 동침 24.06.14 54 1 5쪽
31 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24.06.11 52 2 5쪽
30 어쩌다보니 숲의 제왕을 구했다 24.06.08 51 1 5쪽
29 모두 다 힘을 합쳐 제왕에 맞서다 24.06.07 54 1 5쪽
28 베이컨이 돌아왔다 24.06.06 54 1 6쪽
27 탈출 24.06.05 51 2 5쪽
» 동굴 (?)을 발견했다 24.06.04 55 3 7쪽
25 화산 폭발의 징후 24.06.03 57 1 6쪽
24 거기에 있던 친구의 사정 24.06.02 59 1 8쪽
23 친구, 민기의 등장 24.06.01 56 1 7쪽
22 말 안 듣는 아버지를 구하러 남매가 나섰다 24.05.31 59 2 9쪽
21 상어 떼가 나타났다 24.05.30 57 1 6쪽
20 이사를 결심했다 24.05.29 63 2 7쪽
19 만 년 전 이야기와 아버지의 선물 24.05.28 6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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