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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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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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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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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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넷째(전장의 열기)

DUMMY

어두운 밤하늘에 짙게 모여든 먹구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일렁이는 먹구름을 바라본 네메시스는 그렇게 대답하곤 다시금 턱을 만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저걸 시험할 방법에 대해 궁리하는 것일 테다.

나는 우리가 이러는 동안에도 전투가 이어지고 있던 판 쪽을 보았다. 여전히 전장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엘과 크로노스가 맞붙는 중인 가장 높은 판은 이미 절반이 용암으로 뒤덮인 상태, 크로노스는 용암 위에서 미끄러지듯, 마치 용암을 탄 것 같은 움직임으로 우리엘과 거리를 조절했고 가까이 접근할 때엔 낫을 사용하며 거리를 벌릴 때엔 용암을 뭉쳐 쏘았다.

우리엘은 그런 용암이 가득한 전장 위에서 자신의 금속으로 발딛을 길을 내가며 열기를 버티고 크로노스와 겨루었다. 뭉친 용암 공격은 철벽을 만들어 방어하고 근접하면 사거리가 비교적 긴 창으로, 멀어지면 칼날을 만들어 쏘는 것으로 크로노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용암을 타고 이동하는 크로노스가 제법 민첩하게 칼날들을 피하고 있었기에 상황이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크로노스가 계속 거리를 벌리자 우리엘은 일단 자리에 멈추고 창을 머리 위로 들었다. 크게 휘두를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창의 길이가 길어지며 치솟았고 크로노스는 그 창 끝에 시선을 옮기며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위치에 있었기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방금 그 동작은 일종의 페이크, 권능이라는 게 사용자의 의지에 반응하는 만큼 의지가 담긴 몸짓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인데, 분명 우리엘은 창을 키우는 듯한 저 동작에 창을 키우는 것 의외에도 다른 의지를 섞었다.

우리엘은 그 창을 내려쳐 크로노스를 한번 위협하고 내려친 창을 소멸시킨 뒤 또 다른 거대한 창을 재빨리 만들어서 횡으로 휘둘렀다. 처음 내려치기를 피한 크로노스는 다음 공격을 보고선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서 낫을 바닥에 비스듬하게 꽂았다. 그러고는 비스듬하게 박힌 낫 손잡이의 경사면을 이용해 두 번째 창을 흘렸다.

그렇게 크로노스가 방어에 집중한 찰나 우리엘은 휘두르던 창을 손에서 놓아버린 다음 잽싸게 위에서 아래로 덮는 듯한 손동작을 취하며 크로노스에게 달려갔다. 동시에 우리엘이 공중에 만들어둔 세 개의 철벽이 변이 하나 없는 정사각형의 형태로 크로노스의 주변에 떨어져 크로노스의 좌우, 그리고 후방의 퇴로를 막았다. 우리엘은 검을 만들어 쥐고 크로노스를 향해 쇄도했다.

우리엘이 접근하는 동안 크로노스가 바닥을 힘차게 밟자 크로노스 자신 주변의 땅이 용암으로 변하며 일렁였고 그 일렁임에 철벽이 모두 기울어 쓰러져 퇴로가 드러났지만 우리엘은 이미 돌진해, 크로노스에게 도달한 뒤였다.

칼날과 낫의 날이 한번 맞닿았다. 우리엘은 칼날을 쥐지 않은 손에서 철판을 하나 만들어 크로노스의 낫 손잡이를 향해 휘둘렀고 철판이 낫에 닿자 철판은 순식간에 말려들어 낫을 감싼 형태로 고정되었다. 곧바로 낫에 묶인 철판을 조금 비틀어 낫을 움직인 우리엘은 이 틈에 드러난 틈새로 칼날을 쑤셔넣으려 했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낫을 놓고 바닥에서 금강봉을 뽑아 올려 그 칼날을 튕겨낸 다음 낫을 역소환 해 낫을 감싼 철판과 분리시킨 후 재소환했다. 휘두르기 편한 상태로 재소환한 다음 재빨리 낫을 쥐곤 우리엘의 배후에서부터 안쪽으로 베는 형태로 휘두르려 했다.

다행히 재소환에 반응한 우리엘은 손잡이의 각도만 보고 어느 방향에서 날이 올 것인지 본능적으로 예측해 팔꿈치에 금속을 두르고 들어올리는 것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연히 가드가 비어버린 옆구리를 무릎으로 가격당해 한차례 자세가 무너졌고 낫 손잡이로 이어진 연타를 허용하고 말아 다시금 거리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 뒤에 둘이 싸우고 있던 판이 무너져내렸다. 용암에 잠식당해 흘러내리듯 무너졌다. 크로노스가 한칸 낮은 판으로 도약하자 우리엘도 그 뒤를 쫓으려 했다. 아직도 타오르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불타는 판이었다. 그 때 돌연 네메시스가 손짓으로 암실의 공간을 찢었다.

“이쯤에서 교대하지.”

찢은 공간 너머에 우리엘이 있었다. 방금의 저 말은 그 공간 너머의 우리엘에게 한 말. 우리엘을 이 공간에 들이는 게 아니라 의사만 전달하려는 듯 균열은 크지 않았다. 우리엘은 놀란 듯 흠칫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덕인 뒤 크로노스를 쫓지 않은 채 다른 판으로 이동했다.

네메시스는 우리엘과 소통한 공간을 닫은 뒤 이번엔 자신의 옆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출구를 만든 후 제우스, 헬리오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곳은 지진으로 역변한 전장 근처의 평지.

“덩치, 네 놈은 여기서 크로노스를 감지해라! 크로노스를 향해서 저 먹구름을 이용한 벼락 공격을 계속해서 퍼부어라! 비가 오기 전까지 네 여력을 다 퍼붓는다는 생각으로 퍼붓는 게야!”

“그거면 돼?”

“그래.”

“나는 뭐 해?”

“꼴통, 네 놈은 덩치가 공격을 퍼붓는 판, 그리고 그 주변의 판들을 최대한 불살라라. 크로노스의 이동 거리가 닿을 법한 곳은 모두 불바다로 만들어 버려! 벼락이 어디에 꽂히든 큰 폭발이 일게 말이야!”

“오케이!”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제우스는 하늘에 모인 먹구름을 향해 번개를 쏘았다. 밝은 빛을 머금게 된 먹구름에서 빛이 요동치더니 불타는 판을 향해 굵은 번개줄기가 내려쳤다.

벼락은 크로노스에게 명중하지는 않았다. 제우스가 먹구름을 향해 벼락을 쏘는 걸 크로노스가 본 순간 크로노스가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기척’에만 의지했기에 명중률이 완벽할 수는 없었던 것과 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이 지상에 천벌을 내리꽃는 데에는 조금의 딜레이가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게 크로노스가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빛의 속도로 내려꽂히는 벼락은 크로노스의 가까이에 직격해 큰 폭발을 일으켰고 크로노스는 폭풍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질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제우스의 벼락이 수차례 먹구름을 향해 쏘아졌고 먹구름은 다시금 크로노스를 향해 천벌을 내렸다.

제 아무리 크로노스라 해도 모든 벼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두어 차례 벼락과 폭격을 직격하고 나서는 ‘경화’를 뚫고 피해를 입은 것인지 한차례 피를 토하기도 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듯이 크로노스는 움직였다.

‘월식’ 일전에 한번 봤던 그 권능을 사용한 것. 범위는 자신이 밟고 있던 판 위.

“호오? 그렇게 나온다라?!”

판 위에 어둠이 물들었을 때 네메시스는 미소지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의 허공에 네메시스의 포탈이 열렸고 네메시스는 그 포탈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을 통해 개입하려 했던 모양인데 크로노스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었다는 듯 ‘월식’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판 위의 어둠이 모두 사라지자 네메시스는 혀를 찼다.

나는 암실 안에서 중얼거렸다.

“왜 월식을 썼지?”

네메시스가 손쓸 겨를도 없이 끝난 월식, 그렇게 잠깐 권능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어둠이 걷히고 판 위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자 크로노스가 월식을 쓴 이유를 곧장 깨달을 수가 있었다. 판 위에서 크로노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월식을 쓴 건 숨기 위해서였다.

네메시스 역시 같은 걸 눈치챈 것인지 제우스의 곁으로 돌아간 뒤 곧장 제우스를 향해 외쳤다.

“놈이 모습을 감췄다! 어디에 있지?!”

“아직 판을 떠나지 않았어!”

“벼락이 위협적이여서···? 판 위에는 보이지 않는데 아직 판을 떠나지 않았다면 땅을 파고 판 안으로 기어 들어간 건가······. 벼락은 얼마나 더 쏠 수 있지?!”

“아직 한참 더! 저 구름, 꽤나 도움이 되고 있거든!”

“그럼 마구 퍼부어라! 저 판들을 모두 무너트려!”

“알았다고!”

“천치! 네 놈도다! 다시 저 판을 모두 불질러 버려! 벼락을 통한 폭발을 유도해라!”

“확인!”

이어진 건 쉼없는 폭격이었다. 벼락이 내려치고 천둥 소리와 폭발 소리가 섞여 울리고 하늘을 향해 매연이 치솟고 붉은 화염과 재가 날렸다. 높이 솟았던 판들은 깎여나가 낮아졌고 아래로 꺼졌던 판에는 잔해들이 쏟아져 채워졌다.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내려와 있던 우리엘이 본대와 합류하며 중얼거렸다.

“저건, 좀 살벌하네.”

“저 공격은 과거 우라노스가 모두의 경계를 샀던 이유이기도 하다. 화염과 연계된 폭발이 없더라도 끝없이 내리치는 벼락들은 상대하는 입장에선 재앙과도 다름없지.”

네메시스는 이야기하고 포탈을 열었다. 그 포탈은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있는 암실과 연결된 포탈이었다. 아무래도 나오라는 의미인 것 같아 나는 그 포탈을 통해 전장으로 걸어나왔다.

“곧 쏟아질 게야. 슬슬 준비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덩치, 쏟아지기 시작하면 공격을 멈춰라. 대지가 가득 젖었을 때 벼락이 내려치게 된다면 어떤 여파가 일어날 지 예상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 때가 되면 네 놈은 색적 및 전령의 격퇴로 역할을 바꾼다.”

“응.”

“칼날, 네 년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최전방에서 신경을 긁어. 그리고 나와 애송이 계집이 기회를 만들면 그 기회에 결정타를 넣어라.”

“알았어!”

“애송이, 너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라. 각이 보이면 바로 들어갈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메시스를 만난 건 정말이지 신의 한 수였다. 경험에서 우러난 전투지시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맞설 수 없었을 게 분명했다. 분명 어디 한 군데 무너져 틈이 생겼을테고 크로노스는 그 틈을 타 우리들을 하나 둘씩 수확해나갔겠지.

승기가 손에 잡힐 것만 같으니 기분이 고양되려 한다. 지금까지 지켜보기만 했던 내가 이 정도인데 직접 싸운 네 명은 어떨까. 특히 제우스의 심정은 이로 말할 게 없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고개를 돌려 제우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짓고 있는 미소는 내가 그를 봐온 짧은 시간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류의 미소였다. 나는 제우스의 얼굴에서 희열과 희망을 보았다.

제우스가 하늘에 벼락을 쏘는 걸 멈춘 지금, 하늘에 모인 먹구름에서 자연적인 벼락이 빛을 발했고 그 한줄기 벼락을 신호삼아 마나의 먹구름은 마나의 비를 대지에 뿌리기 시작했다. 화마로 가득찬 전장에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식기 시작한 대지의 열기와는 다르게 우리들의 고양감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움직였어!”

제우스가 크로노스의 기척을 잡아냈다. 엉망진창인 전장, 상대방도 다시금 움직이려 한다. 도망치거나 하지는 않겠지. 불리해보이는 상황이지만 그도 분명 우리와 맞설 것이다. 단순한 감일 뿐이지만 그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전장에서 이 여정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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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바벨 006. 마인의 행방 24.09.09 5 0 14쪽
63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8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7 0 13쪽
61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10 0 13쪽
59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2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9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2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2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2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2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2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2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2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4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1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2 0 12쪽
47 46화. 2부 프롤로그(1) 24.07.12 11 0 12쪽
46 45화. 2부 프롤로그(0) + 짧은 공지 24.07.08 14 0 15쪽
45 44화. 1부 마지막화 24.07.06 12 0 11쪽
44 43화. 1부 에필로그 (3) 24.07.04 12 0 12쪽
43 42화. 1부 에필로그 (2) 24.07.03 15 0 15쪽
42 41화. 1부 에필로그 (1) 24.07.02 13 0 13쪽
41 40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마지막(투지) 24.07.01 13 0 14쪽
40 39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일곱째(최종 국면) 24.06.28 13 0 15쪽
39 38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여섯째(역습의 전조) 24.06.27 1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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