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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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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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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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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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바벨 005. 정산(2)

DUMMY

“남을 괴롭히지 말라는 데에 그것이 바른 행동이 아니라는 것 의외의 다른 이유가 있나요?”

“간단히 말하면 함부로 ‘적’을 늘리지 말라는 소리야.”

아폴론은 얌전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헤라클레스랑 싸울 때 느껴지지 않았어? 헤라클레스가 너를 상대로 강한 전의를 보였다는 거.”

내 말에 아폴론은 자신의 복부를 만졌다. 복부를 만졌다가 주먹을 들어 피멍 가득한 주먹을 보았다.

“네 그 상처들은 헤라클레스가 네게 괴롭힘당하며 쌓여왔던 게 터졌기 때문에 생긴 상처들이야.”

“방심하지 않았다면 입지 않았을 상처들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 말에 반박했다.

“뭐, 처음에 주먹을 맞부딪힌 거야 방심했다고 치자. 그런데 너, 그 다음부터 진지하게 임했잖아? 나름 전략적으로 헤라클레스를 밀어붙이던데, 확실히 항복을 받아낼 생각처럼 보였었지.”

아폴론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런 아폴론을 향해 말을 이었다.

”헤라클레스가 지면을 들어올려 던진다는 수법을 썼을 때, 네가 그 수법에 당한 건 네가 방심해서가 아니야. 단지 경험부족.”

경험부족, 내 그 한마디에 아폴론의 언성이 조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 제가 헤라클레스보다 못했다는 건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결국엔 네가 이겼잖아? 이 승부, 처음엔 분명 네가 유리했어. 하지만 일격을 혀용한 순간 그 유불리는 뒤틀렸지. 결국 헤라클레스가 이기는 형국으로 가나 했는데 그걸 마지막에 뒤집은 건 너야. 결과적으로 네가 더 잘 싸웠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건 분명해.”

내 말을 듣는 태도를 보니 아폴론은 한방 먹었던 게 어지간히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사람은 보통 실패를 피드백 하며 성장해 나가지만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고 있으면 도태되기 마련이거든.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는 ‘과정’ 속에는 무수한 ‘실패’들이 존재하니까. 결과만 두고 이 과정을 무시해버리면 발전은 멈춰 서.”

내 말에 결국 아폴론은 깨달은 듯, 표정을 누그러트리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네요.”

뭐, 알아줬으니 다행이다.


아폴론의 긍정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고 나서 떠올랐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했는지 깨달은 나는 이번엔 고개를 젓고 이야기를 되돌렸다.

“아니, 근데 하려던 얘기가 이게 아닌데? 적을 만들지 말라던 얘기하고 있었잖아?”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는지 아폴론은 가볍게 웃었다.

“하하하! 그랬었죠?”

“얘기를 되돌리자. 네 상처 이야기 했었지? 네 상처들, 주먹과 배의 그 상처들은 네가 헤라클레스를 괴롭혔기 때문에 얻은 상처들이야. 맞지?”

직전에 같은 이야기가 나왔을 때보다 한차례 후련해진 얼굴을 한 아폴론은 이번엔 내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맞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분명 그 주먹들로 네게 쌓였던 한을 풀었어.”

“그랬겠죠.”

“근데 만약 헤라클레스가 가지고 있던 한이 더 컸다면 어땠을까?”

아폴론은 내 말에 의표를 찔린 모습을 보였다. 그야 생각해본 적 없겠지.

“다른 사람을 미워해본 적 있니? 네가 헤라클레스를 봤던 것처럼 단순히 ‘마음에 안 든다.’가 아니라 ‘밉다’. 누군가가 원망스러워서 어떻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본 적 있니?”

아폴론은 고개를 저었다. 그야, 그럴 만하다. 아폴론의 주변엔 아폴론에게 해코지를 할 사람이 없었을 테니까.

제우스의 피를 받은 ‘신의 아이’이자 ‘왕족’으로 자라난 어린 시절부터 크로노스가 죽고 나서 눈을 떠 지금까지.

“너의 좁은 세계 안에서 너에게 원망을 살 만한 행동을 할 사람이 나타나는 건 쉽지 않았을 게 분명해. 네가 가장 큰 화를 느꼈을 사람이 아마도 헤라클레스였겠지.”

아폴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감정 역시 헤라클레스가 네게 해코지나 괴롭힘을 해서 생긴 감정이 아니야. 여럿 불가항력적인 요소들로 만들어진 감정. ‘원한’과는 조금 동떨어진 감정이지. 그래서 그동안 너는 그 감정을 ‘괴롭힘’이란 걸로 풀었던 거고. 고작 그정도로 풀 수 있었던 건, 네 감정이 무거운 감정은 아니었기 때문이야.”

아폴론은 내 말을 시인하듯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상대가 ‘형제’란 것도 한 몫 했겠죠······.”

“그래, 가까운 관계란 건 부의 감정의 무게를 덜어주는 법이니까. 그럼 그걸 알고 있다면 다시 물어볼게.”

나는 아폴론에게 한 발 다가가며 이야기했다.

“가정해보자. 만약 네가 괴롭혔던 헤라클레스가 네 ‘가족’이 아니었다면. 둘 사이에 과거에 친했었다는 사실이 없었더라면. 완전히 남이었다면. 그런 헤라클레스를 네가 괴롭혔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살포시 검지를 들어 아폴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럼 헤라클레스는 너를 얼마나 더 미워했을까?”

아폴론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야 예상할 수 있겠지. 예상한 결과가 자신에게 좋은 결과가 아니라는 것 역시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인 아폴론은 조심스레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리고 충격적인 걸 깨달았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군요······.”

나는 아폴론의 말을 손가락을 튕기며 긍정했다.

“맨주먹으로 바위도 부수는 애야. 더 세게 치려 마음먹었었다면 충분히 그랬었겠지. 그리고 만약, 어제의 그 결투가 없었더라면······.”

이야기하며 아폴론의 배후로 걸어나갔다. 나와 키가 비슷한 아폴론은 고개만 돌려 내 움직임을 쫓았다.

“헤라클레스가 품은 한들이 갈 곳 잃어 그 상태로 터지게 됐었다면······.”

내가 아폴론의 뒤편으로 들어서려 할 때 아폴론이 몸을 돌려 날 쫓으려고 하길래 나는 그런 아폴론의 머리를 잡고 시선을 정면에 한번 고정시켜준 뒤 아폴론의 배후를 잡았다.

얌전히 배후를 내 준 아폴론, 나는 아폴론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쩌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었겠지.”

나는 왼팔을 들어 아폴론의 목덜미를 뒤에서 끌어안듯 감쌌다. 목덜미를 감싼 왼손을 조금 틀어 아폴론의 오른 턱을 감쌌다. 자연스레 몸이 밀착했고 아폴론은 한차례 움찔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아폴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차례 쓰다듬고 그대로 오른손을 넘겨 아폴론의 왼쪽 관자놀이를 감쌌다.

그리고 그 상태로 속삭였다.

“’우득’, 하고 말이야.

동시에 양 팔을 살포시 움직였다. 마치 목뼈를 부러트리는 움직임을 하듯이.

나는 그렇게 아폴론의 고개를 살짝 돌려준 뒤 양 손을 놓아 아폴론을 해방시켜 주었다. 그러자 아폴론은 곧장 자리에 주저앉고 식은땀을 조금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싱긋 웃었다.

“어때? 내가 함부로 적을 늘리지 말라 한 의미. 이제는 좀 알겠어?”

아폴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요.”


나는 아폴론에게 손을 내밀어 아폴론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뒤돌아 올림포스 오두막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아폴론 역시 그런 나를 쫓아왔다. 나를 쫓으며 질문해왔다.

“그런데 답답해서 화를 내지 않고는 미쳐버릴 것 같을 때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그 질문에 가볍게 대답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 건 때와 장소,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법이야. 내가 어제의 너를 보고 오늘의 너에게 이것들을 가르쳐 준 것처럼 말이야.”

그러자 아폴론은 한 차례 손뼉을 부딪히며 호탕하게 대답했다.

“그랬군요! 맞습니다! 어리석은 질문이었네요! 하하하!”

나는 살짝 뒤돌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지었고 우리들은 그렇게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


어쩌다보니 헤라클레스와 아폴론의 일도 원만하게 해결되어 버렸고, 헤스티아에게 받았던 기습공격도 제대로 응수했다.

올림포스의 사정도 시야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헤라클레스를 데리고 돌아가 크레타 섬을 찾아 가면 된다. ‘크레타 섬의 마인’, 헬리오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크레타 섬의 왕녀, 이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에 제우스의 ‘전류이동’의 마킹이 크레타 섬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그러니 이 때엔 제우스의 힘을 좀 빌려 보도록 하자.


크레타 섬에 산다는 정보는 알아도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는 모르는 인간이다. 찾는 데 수일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또한 헬리오스를 찾았다고 해서 끝나는 일도 아니다. 도움을 청해야 하고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협력을 얻어내고 나면 아테네로 귀환해야 하고 헤라클레스에게 선물할 어떤 ‘물건’을 찾은 뒤에 에데니아 행에 올라야 한다.


가브리엘과의 약속장소인 우르크의 북쪽 ‘투샤 마을’, 아마도 일주일 이상 걸리게 될 여정. 아테네에서 가브리엘과 약속했던 3주라는 시간들 중 이미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크레타 섬에서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이상 최대한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게 좋겠지.

헤스티아의 ‘연구’, 대지의 권능을 재현해냈던 그 신비한 힘에 대한 것이 신경 쓰였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을 여유는 없다는 것이다.


나는 제우스를 찾아가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헤라클레스를 빌리겠다는 이야기와 크레타 섬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제우스는 내 말들에 의아해하면서도 선뜻 내 말들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올림포스 마당에 헤라클레스와 나란히 섰다. 제우스는 그런 우리들을 보내주기 위해 나와 있었고 오두막의 다른 모두가 나와서 우리를 배웅해주려 했다.

“크레타 왕성 뒷산의 오두막으로 이어진 마킹이야. 도착하면 아마 도시가 바로 보일 걸?”

“응.”

제우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엔 헤스티아가 다가왔다. 헤라클레스에게 다가와 그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이야기했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헤라클레스는. 어제 밤에만 해도 잔뜩 보였던 화상들이 벌써 아물어가고 있잖아?”

비정상적인 재생능력, 아폴론의 피멍보다 얕은 상처들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치유되는 건 확실히 신기한 일이었다.

그 점이 신기해 덩달아 헤라클레스를 살피던 나는 헤라클레스의 팔뚝을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

“그러게, 이것도 헤라클레스의 ‘권능’의 일환일지도.”

그 모습을 본 아폴론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렸다. 아직 둘 사이의 골이 완전히 풀리기엔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아피 언니!”

“누나~!!”

본격적으로 떠나려는 분위기에 몰려나오는 아이들, 하루도 안 지나서 돌아가버린다는 게 여간 섭섭했는지 아이들이 내게 매달리며 붙잡는 걸 말리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걱정 마. 금방 돌아올 거니까.”

“정말?”

“응, 약속!”

헤스티아와도 약속했으니까. 에덴에서 귀환한다면 아테네가 아니라 이 곳에 먼저 들릴 생각이다.

아, 맞다.

“제우스! 나 돌아오기 전에 애들 아테네로 보내지 마. 자리 비울 거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언정도는 해 두자. 엇갈리면 안 될 테니.

“어제 말했던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하는 일’, 그거랑 관련된 거야?”

“그런 셈이지.”

“크레타 섬에 가본 적은 없지?”

“응.”

제우스는 내 대답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조금 놀랄 수도 있어. 어떤 의미로는 아테네보다 대단한 도시거든.”

“그래? 기대되네?”

“그럼 간다?!”

“응.”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자 제우스의 전류가 시야를 둘러쌓았다. 그 눈부심에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떠보니 정말로, 으리으리한 왕궁과 커다란 도시가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상상 이상이네?”

“저도 처음 와 보는데, 이건 좀 놀랍네요.”

나와 헤라클레스는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만큼 크레타 섬 왕궁이 있는 도시의 전경은 대단했다.

이건 얼추 봐도, 아테네만큼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래도 사람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헬리오스의 거처를 수소문하는 데에 있어 유리한 일이기도 하니까.

“그럼, 내려가 볼까?”

번화한 도시에 방문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조금 흥미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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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3화. 바벨 006. 마인의 행방 24.09.09 4 0 14쪽
»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8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7 0 13쪽
61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10 0 13쪽
59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2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8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2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1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1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1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1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1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1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3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0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1 0 12쪽
47 46화. 2부 프롤로그(1) 24.07.12 11 0 12쪽
46 45화. 2부 프롤로그(0) + 짧은 공지 24.07.08 14 0 15쪽
45 44화. 1부 마지막화 24.07.06 11 0 11쪽
44 43화. 1부 에필로그 (3) 24.07.04 12 0 12쪽
43 42화. 1부 에필로그 (2) 24.07.03 14 0 15쪽
42 41화. 1부 에필로그 (1) 24.07.02 11 0 13쪽
41 40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마지막(투지) 24.07.01 13 0 14쪽
40 39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일곱째(최종 국면) 24.06.28 12 0 15쪽
39 38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여섯째(역습의 전조) 24.06.27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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