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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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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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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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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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바벨 004. 시련(4)

DUMMY

제우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폴론의 분위기가 한차례 변한 것처럼 보였기에 우리들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헤라클레스 역시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다만 처음 대치 때와 다르게 이번엔 지면을 도려내는 동작으로 연결하기 편한 자세를 취했다.

결투장 내에 다시금 감돌기 시작한 긴장감, 상당히 힘겨워 보이는 듯 숨을 거칠게 쉬는 아폴론이었지만 그런 아폴론을 상대하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엔 긴장감과 경계심이 엿보였다. 한 방 먹이긴 했지만 전혀 안심하지 않는다는 듯했다, 평소부터 아폴론을 자신보다 강하다고 여겨왔다는 것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한 방 먹였다고 해서 쉽게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재차 감돌았던 교착상태를 깬 건 이번에도 역시 아폴론이었다. 아폴론은 다시금 오른팔에 불길을 휘감아 불 화살을 만들 준비를 했고 그걸 본 헤라클레스는 한번 했던 것처럼 지면에 손날을 꽂고 지면을 들어올려 방어하려 했다.

아폴론은 불화살을 만들어 쏘았다 쏘아진 불화살은 총 세 방. 이에 헤라클레스 역시 한번 했던 것처럼 지면을 들어올려 정면에서 날아오는 불화살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아폴론은 같은 수엔 두번 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날아가던 화살 세 개의 궤적이 헤라클레스가 들어올린 지면에 막히기 직전 각각 세 방향으로 틀어져 바위 너머를 요격하려 한 것.

내가 본 게 틀림이 없다면 아폴론의 화살엔 적을 추적하는 기능은 없다. 헤라클레스가 민첩한 움직임으로 화살을 피해내는 동안에 이미 쏘아진 화살들은 헤라클레스의 그런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고 미리 지정된 듯한 궤도를 따라 착탄했던 것을 보면 추측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것은 헤라클레스의 자세를 본 아폴론이 자신의 화살을 헤라클레스가 같은 수법으로 방어할 것을 예상해 미리 던진 수, 엄폐물인 바위를 우회해서 세 방향으로 나눠진 화살은 바위 너머의 헤라클레스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그래 봐야 비범한 신체능력을 가진 헤라클레스에게 있어선 피하기 쉬운 공격이다. 헤라클레스는 뒤로 물러나며 화살들을 회피했다.

헤라클레스의 입장에선 자신이 들어올린 지면이 자신과 아폴론의 일직선상 시야를 가로막은 지금, 다음 수를 준비한다면 들어올린 지면이 중력에 의해 낙하하기 전인 지금 뿐이다. 헤라클레스는 주변을 살피다가 자신이 지면을 들어올릴 때 떨어져나왔던 바윗조각을 하나 발견해 집어들었다.

들렸던 지면이 제자리를 찾아가려 할 때, 헤라클레스는 이번엔 자신이 주운 돌을 던져 공격하려 한 모양이지만 이 순간을 노렸던 건 헤라클레스만이 아니었다.

엄폐물의 거의 바로 뒤에서 상황을 읽던 헤라클레스, 멀리서 헤라클레스가 엄폐한 바위를 바라보며 상황을 읽던 아폴론, 이 일국에서의 시야는 당연하지만 헤라클레스보다 아폴론이 더 넓었다. 바꿔말하면 자신이 들어올린 바위가 꺼지기 전엔, 헤라클레스는 아폴론이 있는 방향 그 자체를 볼 수 없었다. 아폴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지 그걸 미리 보고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들어올렸던 바위가 떨어지면서 아폴론이 뭘 하고 있는지 볼 수 있게 된 헤라클레스의 얼굴에 당황서린 기색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아폴론은 팔을 들어올리고 화염을 모으고 있었다.

아폴론의 머리 위에서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거대한 화염덩이. 바위가 쓰러져 헤라클레스에게 이 모습을 보여지게 된 순간 아폴론은 자신이 모아뒀던 화염을 헤라클레스를 향해 망설임없이 던졌다.

헤라클레스는 들고 있던 돌덩이를 떨어트리곤 반사적으로 판단해 쓰러져가는 바위 아래로 기어들어갔다. 등으로 바위를 받히고 숨어들어가 화염의 직격을 피하나 싶었지만 일대를 덮친 화염의 파도는 헤라클레스가 기어들어간 지면에도 열기를 불어넣었을 건 뻔했다.

아폴론은 곧장 불화살을 만들어 헤라클레스가 숨어들어간 지면을 향해 쏘았다. 곡선의 궤적을 그리며 바위와 지면의 틈새로 쏘아진 아폴론의 불화살, 헤라클레스가 이를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몸을 숨긴 곳 일대는 여전히 화염의 파도가 둘러쌓은 상황.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 꼴.

옆에서 제우스가 말려야 하나 고민하듯 순간 움찔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헤라클레스도 쉽게 꺾이진 않았다. 추가공격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대로 있다간 꼼짝없이 당할 것이란 걸 알았던 게 분명했다.

헤라클레스가 엄폐물로 사용했던 바위덩이가 튀어올랐다. 아폴론의 화염을 직격해 화염의 잔재가 붙어있던 바위덩이는 높이 솟구치더니 주변의 땅에 떨어지며 굉음과 흙먼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바위가 떨어지는 큰 소리가 모두의 주목을 일순간이나마 바위로 모은 사이, 바위를 던져내며 아폴론의 불화살을 직시한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둘러쌓은 화마를 뚫고 아폴론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화염을 뚫고 나온 헤라클레스, 직전 튀어올랐던 바위에 일순간 시선을 빼앗겼던 아폴론이지만 화염을 뚫고 나와 정면으로 쇄도해오는 헤라클레스의 움직임엔 반응할 수 있었다.

아폴론은 피하지 않았다. 단지 응수했다. ‘응축 화염’, 불화살을 만들 때와 같은 테크닉으로 만든 화염으로 자신의 정면, 헤라클레스의 진로상에 그물망을 펼쳤던 것. 그물망은 시야를 가리지도 않고 접근을 차단할 수도 있다. 진로가 막힌 헤라클레스는 혀를 차며 우회하려 했지만 아폴론은 그물망의 위치를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시키듯 이동하여 헤라클레스가 자신을 향해 파고드는 진로를 계속해서 차단했다.

그 장면을 본 제우스가 수염을 만지며 감탄했다.

“오! 저런 응용을?”

헤스티아 역시 흥미롭다는 듯 이야기했다.

“저러면 헤라클레스가 접근할 방도가 없겠네. 화상을 입어가면서 화마를 돌파했던 헤라클레스도 저 그물망이 불화살과 같은 종류의 화염이라는 것 정도는 보면 알 수 있겠지. 자신이 돌파했던 화염과는 달라.”

“그 뿐 만이 아니야.”

둘의 간단한 감상을 들은 나는 아폴론의 저 화염 그물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보다싶이 아폴론의 저 그물망은 원거리 공격수단을 갖추지 못한 헤라클레스를 상대로는 아주 유용한 방어기술이 되었어. 그런데 저 그물망이 헤라클레스를 상대한 방어에 유효했다는 것은 즉, 원거리 공격 수단을 갖춘 아폴론에겐 공방 일체를 가능케 하는 기술이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해.”

그리고 아폴론은 내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곧장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폴론은 그물망 너머의 헤라클레스를 노려보며 한 손으론 그물망의 조작을 하고 다른 한 손으론 불화살을 장전해 쏘기 시작했다. 그물망을 신경쓰며 빙빙 돌던 와중에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보려고 틈을 엿보던 헤라클레스는 아폴론이 한 손에 화살을 만들기 시작하자 더는 그 틈을 엿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아폴론은 자신 주변을 빙빙 돌며 화살을 피하는 헤라클레스를 쫓아 제자리에서 몇 바퀴를 돌며 불화살을 쏘았다. 연이은 아폴론의 공세에 헤라클레스는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오히려 거리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폴론 주변을 빙빙 돌았던 헤라클레스는 아폴론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 국면을 살피던 헤스티아가 조금 의아하다는 듯 이야기해왔다.

“근데, 좀 이상하네, 아폴론의 기동력도 낮은 편이 아닌데, 저런 방어태세를 취할 필요가 있을까? 한 자리에서 가만히 공격하는 것 보단 처음 그랬던 것처럼 같이 이동하며 변칙적인 공격을 하는 게 헤라클레스 입장에서도 상대하기 더 어렵잖아?”

확실히 듣고 보니 그렇다.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것인가?”

우리가 그런 감상을 나누는 사이에 헤라클레스와 아폴론은 방금 같은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번 틈, 헤라클레스 역시 이 점을 신경쓰기 시작한 것일까, 대치의 흐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폴론에게서 점점 멀어지던 헤라클레스는 아예 더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지금까지 아폴론 주변을 원형으로 돌며 화살에 피하는 것에 집중할 때마다 조금씩 그 거리가 벌어졌다고 하면 이제는 나선으로 돌며 완전히 거리를 벌리겠다는 듯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헤라클레스 자신이 던져버렸던 바위. 나선으로 거리를 벌리며 불화살을 피하던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던졌던 바위 뒤편에 도달하자 바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순식간에 바위를 잡아들고 아폴론을 향해 던졌다.

아폴론이 쏜 불화살들은 질량을 가진 거대한 바위덩이 앞에선 무기력했다. 아폴론은 혀를 차며 바위를 피하려 했다. 화염을 사용한 기동행동으로 제빠르게 도약하며 바위 공격을 피해냈다.

여기서 우리는 아폴론이 왜 제자리에서 공격하는 행동을 한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폴론의 착지가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 바위를 피해낸 아폴론은 제대로 땅을 딛지 못했고 바닥을 한바퀴 구르더니 한쪽 팔로 지면을 짚으며 힘겹게 상체만 일으켰다.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의 첫 타격이 상당히 여파가 컸던 모양.

아폴론에게 몸을 추스릴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아폴론은 제대로 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바위를 던지며 바위 뒤를 쫓아 아폴론에게 접근한 헤라클레스는 넘어져있는 아폴론을 시야에 담았고 그런 자신을 향해 아폴론이 쏜 몇 가닥의 화살을 날쌔게 피해내며 아폴론의 코앞까지 접근, 주먹을 내지르기 위해 주먹을 쳐들었다.

아폴론은 비록 일어서지는 못했지만 상체만은 일으켜 헤라클레스에게 응수했다. 자신의 코 앞에 화염 그물을 가까스로 전개했다. 그 화염 그물에 헤라클레스는 주먹을 내지르지 못하게 했지만 방금처럼 진로가 막혔을 뿐인 상황과 완전 근접한 상태에서 공격만 막힌 지금은 엄연히 다르다.

아폴론을 목전에 둔 헤라클레스가 여기서 아폴론의 배후를 잡은 건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스텝 세 번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짧은 움직임이었다. 아폴론이 화염 그물을 이동시키는 반응이 늦는 건 당연했다. 순식간에 등 뒤를 잡은 헤라클레스는 아폴론의 뒷덜미를 움켜쥐기라도 하려는 듯 아폴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으아아아!!”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정면에서 사라진 것을 본 아폴론은 화염 그물을 이동시키는 게 늦는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악을 쓰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자신을 화염의 회오리로 감쌌던 것. 지면에서부터 올라온 화염의 회오리에는 당연하지만 아폴론의 뒷멀미를 향해 손을 뻗던 헤라클레스 역시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아폴론의 뒷덜미를 헤라클레스가 움켜쥐는 것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회오리가 헤라클레스를 덮치는 것보다 빨랐다. 헤라클레스가 아폴론의 뒷덜미를 잡고 들어올리기 시작했을 때, 화염의 회오리는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급작스레 자신을 덮친 열기에 당황한 헤라클레스는 그만 아폴론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확장되는 화염의 회오리, 아폴론을 놓친 헤라클레스는 순간 주춤했지만 곧장 그 화염의 회오리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화마를 돌파하며 화상을 입었지만 헤라클레스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회오리 안으로 모습을 감춘 순간, 두 사람의 다음 움직임을 관측할 수 없게 된 나와 제우스, 헤스티아는 각자 마른 침을 삼키고 저 둘의 마지막 공방이 끝나는 것만을 기다리야만 했다.

회오리가 걷힌 건 약 10초 뒤. 회오리가 걷혔을 때에 우리들은 이 싸움의 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헤스티아나 제우스가 어땠을 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이 싸움을 손에 땀을 쥐어가며 보았다. 나는 시선을 흘려 헤스티아와 제우스를 보았다. 그 둘에게서도 나와 비슷하게 이 싸움을 집중해서 보았다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결투의 최후를 목격한 제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선언했다.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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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7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6 0 13쪽
»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9 0 13쪽
59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1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8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1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1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1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1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1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1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1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3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0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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