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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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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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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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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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58화. 바벨 004. 시련(2)

DUMMY

이 순간 헤라클레스와 아폴론에겐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분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확히는 아폴론은 분해했고, 헤라클레스는 두려워했다.

두 사람의 결투를 허락한 제우스는 그런 아이들을 다그치듯 이야기를 이었다.

“한쪽이 전투불능이 되거나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진행한다. 전투 불능의 판단은 내가 할 것이야. 각자 전력을 다하도록.”

그렇게 간단한 규칙을 정한 제우스는 다시 손을 움직여 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 식사가 끝나면 시작이다. 그동안 머리를 식히던, 작전을 생각하던, 그건 너희들 재량껏 해라.”

아폴론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다. 이 쪽에 더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숲 속으로 사라졌다. 저러다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탈선할 아이는 아니라고 보고 있으니 걱정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모닥불에 꽂혀 있던 고기 꼬치들이 야무지게 익어갔기에 나는 슬슬 그 꼬치를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했다. 소금구이 맛이 제법 별미였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뭔가 싶었다.

“이거 무슨 고기야?”

“’단각랑’, 머리에 뿔 달린 늑대 고기야.”

머리에 뿔 달린 늑대라면, 오는 길에 봤던 마수가 틀림없다.

“마수는 의외로 별미였구나?”

“이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품요리라고?”

“우리 가게에서 팔고 싶을 정도네.”

“참아줘, 대량으로 납품할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아.”

“그럼 어쩔 수 없고.”

대충 그런 느낌의 잡담을 하며 고기를 먹었다. 그러다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았다.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결투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겠지. 고기가 맛있게 익었지만 그런 고기가 이런 상태인 헤라클레스의 관심 밖인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헤라클레스야.”

“네···?”

내가 헤라클레스를 부르자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들었다.

“먹어 임마, 먹어야 힘내서 이기지.”

내가 고기를 먹으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헤라클레스는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꼬치구이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


“이야기가 끝나면 내 방에 찾아오라 했지만서도······.”

올림포스 오두막의 뒤편, 나름 거리가 있는 곳에 소규모로 펼쳐져 있는 분지 지대. 우리들은 제우스의 권능, 그 초월형인 ‘전류이동’에 이끌려 이렇게 외딴 땅으로 이동해왔다. 어째선지 불려온 헤스티아는 조금은 불만스럽다는 말투로 투덜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신나보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어차피 상관없겠네. 내 연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헤스티아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이 둘이 싸운다라, 어쩌다 이런 결론이 나온 건지 모르겠는데, 괜히 방에 돌아간 건가 싶기도 한 게, 뭔가 재미있는 구경을 놓친 것 같잖아.”

저 외모로 저런 얘기를 하니까, 싸움 좋아하는 작은 여자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헤스티아와 네메시스는 역시 분위기가 다르다. 어린 여자의 외모로 악마 같은 발상을 하는 네메시스는 인간이라기엔 이질적인, 그런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헤스티아의 저건, 뭐랄까, 그냥 저 또래 여자애들 중에 성격이 조금 과격한 여자애들을 보는 것 같다.

“헤스티아, 네 연구란 게 뭔데?”

짧은 감상을 마친 내가 헤스티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헤스티아는 뒤돌아 날 보며 대답했다.

“말로 듣는 것 보다 직접 보는 게 빠를 거야. 아프로디테.”

“’아피’면 돼.”

“그래, 아피, 너는 지금 쟤네 둘이 싸우려는 건데 제우스가 왜 날 불렀을 거라 생각해?”

“그야 참관인으로 부르려던 게 아니야? 너는 ‘주신’ 후보잖아.”

“그럼 그 참관은 어떻게 하게? 얘네 둘을 저 분지 가운데에 던져놓고 싸우라고 하면, 여기서 우리가 그걸 잘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까 그것도 그러네.”

아폴론과 헤라클레스를 이 산 속에서 싸우게 해 봐야, 이 야밤에, 나무들로 가득찬 산 속에서 우리들이 그 모습을 잘 지켜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요컨데, ‘장소’가 마땅히 없다는 것이다. 제우스가 이 분지 지대로 이동한 건 이 둘이 싸울 장소를 정해주려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이 장소도 그렇고 꼭 이 장소가 아니더라도 올림포스 산의 어디든, 아폴론과 헤라클레스를 싸움 붙이기에 좋은 장소가 딱히 없다.

“그래서 내가 필요하다는 거야. 내가 그 ‘장소’를 마련할 수 있으니까.”

“장소를 마련한다고? 분명 네 권능이······.”

내가 알기로 헤스티아의 권능은 그런 게 가능한 권능이 아니었을 텐데.

“’부여’, 사물에 ‘힘’을 깃들게 하는 능력.”

“그래,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네가 말한 연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헤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고 이야기를 이었다.

“능력을 각성한 나는 처음엔 능력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어. 아니, 이건 말이 좀 잘못됐네, 제대로 쓰지 못했다기 보다는 ‘적은 범위’로만 능력을 쓸 수가 있었지.”

헤스티아는 바닥에서 팔뚝 길이 정도 되는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었다. 나뭇가지를 잠시 쥐고 이리저리 돌리며 한차례 살펴본 뒤 그 나뭇가지를 내게 건네려는 듯 내밀었다.

나는 말없이 나뭇가지를 받아 들었다. 나뭇가지가 헤스티아의 손을 떠나 내 손에 들렸을 때, 나는 나뭇가지에서 느껴진 커다란 위화감에 순간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이건······!”

내 손에 들린 게 분명 나뭇가지인 건 틀림이 없는데, 그 무게감이 나뭇가지라고 하기엔 있을 수 없는 무게감이었다. 마치 무거운 돌덩이라도 손에 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뭇가지에 ‘무게’를 부여한 거야. 내가 처음에 쓸 수 있는 힘은 그거랑 비슷한 수준의 힘들밖에 없었었어. 물체의 강도나 무게, 물체별로 각 물체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조작하는 능력. 부여하려는 물체에 ‘원래 없는 속성’은 건드릴 수가 없었지.”

나는 헤스티아의 이야기를 듣고 묵직해진 나뭇가지를 한번 휘둘렀다. 나뭇가지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 제법 묵직하다. 나뭇가지를 다루는 게 아니라 둔기를 다루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건, 이거 나름대로 사용처가 제법 있었겠는데.”

“그 말대로, 쓸라면 써먹을 곳이 충분히 있어. 그런데, 만족스럽진 않았지. 제우스나 아폴론의 힘에 비하면 뭔가 수동적인 느낌이 강했으니까. 부여할 ‘대상’이 없으면 활용성이 현저히 떨어지잖아.”

“그건 그렇겠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자 헤스티아는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름 고심을 꽤나 했어. 뭔가, 이 힘을 이용해 무언가 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느날 나는 부여의 ‘한계’를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 ‘초월 비스무리한 것’을 해낼 수 있었지.”

“초월 비스무리한 것?”

“나는 아직 이 현상에 대해 아직 완전히 해명하지 못했어. 그러니 비스무리한 것이야. 또한 해명하는 과정중에 있으니 ‘연구’ 이기도 하지.”

헤스티아는 설명은 여기까지라는 듯, 직접 보여주겠다는 듯 자신의 오른팔을 벌리듯 들어올렸다. 약지와 소지는 접고, 검지와 중지만 펴서 들어올렸다. 그리고 읊조렸다.

“’마나 펜’.”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헤스티아가 들어올린 오른팔, 펼쳐져 있는 검지와 중지, 그 사이에 주홍 빛이 감돌며 하나의 ‘깃털’이 나타난 것. 주홍 빛을 발하는 신비한 깃털, 아마도 깃털 펜, 헤스티아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그 깃털 펜을 낀 채로 말했다.

“이 신기한 펜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가 있어. 첫째, 부여의 ‘확장’, 이른바 ‘마법 부여’, ‘인챈트’. 그리고 둘째.”

헤스티아는 마법 펜으로 할 수 있는 두 번째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황빛 깃털 펜을 붙잡고 허공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손놀림은 매우 익숙해 보이는 듯 상당히 빨랐으며 내가 넋놓고 그 신비한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신기한 도형을 완성했다.

허공에 그려진 도형, 여기저기 영문 모를 글자가 가득한 입체적인 도형, 그 도형의 형태는 뭐라 정의하기도 어려울 만큼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 깃털 펜과 같은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헤스티아는 그 도형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며 이야기했다.

“권능의 ‘재현’, 이른바 ‘마법의 술식화’야.”

헤스티아는 자신이 그린 신기한 입체 도형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손가락으로 밀면서 분지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마치 저 곳으로 가라는 듯, 밀어내듯이 가리켰다. 주황빛으로 빛나는 도형은 곧잘 밀려났다. 밀려난다 싶더니, 헤스티아의 손가락에서 떨어지자마자 마치 우리가 지금까지 헛 것을 봤다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땅이 흔들렸다.

“뭐야?!”

당황한 내가 주춤거리며 물었지만 아무래도 나머지 셋은 이 상황에 익숙하기라도 한 것인지 땅울림에 조금 움찔할 뿐, 놀랐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가만히 분지 가운데를 볼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싶어 나 역시 시선을 그 곳으로 돌렸을 때, 나는 분지 가운데에서 흙먼지가 짙게 일며 새로운 ‘땅’이 솟아나고 있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내가 재현한 건 데메테르의 ‘대지’의 권능. 대지의 권능을 응용해 만든 술식으로 저곳에 새로운 대지를 만들었지.”

타인의 권능을 재현한다.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나는 순수하게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아마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솟아난 건 벽으로 둘러쌓인 평평하고 넓은 대지, 흙먼지가 걷혀나고 달빛이 그 광경을 비출 때쯤에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정확히 이해한 나는 헤스티아가 벌인 일에 대한 감상을 읊을 수 있었다.

“이건 사기잖아······!”

내 말에 헤스티아는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마치 커다란 그릇처럼 변해버린 분지의 가운데 부분에 달빛이 드리우자 아폴론은 기다렸다는 듯 앞장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저 곳이 자신과 헤라클레스가 싸우게 될 곳이란 걸 곧장 눈치챈 모양이다. 헤라클레스는 그런 아폴론의 뒷모습을 살짝 겁먹은 듯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이내 뭔가를 마음먹은 듯 표정에서 망설임을 지우고선 아폴론의 뒤를 쫓았다.

“우리도 가자.”

제우스 역시 그런 두 사람을 쫓았으며 헤스티아도 가볍게 발걸음을 이었다. 제일 뒤쳐지게 된 나는 앞서나간 헤스티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헤스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헤스티아가 만든 결투장을 바라봤다. 저걸 어떻게 한 건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스스로 ‘연구’라고 했던 만큼 상당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내게 그 성과를 보여주고 앞장서 당당하게 걷는 모습이 제법 멋있다고 느껴졌다.


***


결투장에 도착한 뒤 헤라클레스와 아폴론은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결투장 안으로 들어갔다. 결투장으로 들어간 둘은 정 반대편에서 마주보고 선 뒤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와 제우스, 헤스티아는 결투장의 벽 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내부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결투장 안의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막상 둘이 싸우라고 하긴 했지만, 네가 이렇게 쉽게 허락할 거란 생각은 안 하고 한 말이었는데.”

“난 오히려 네가 저 둘을 싸움 붙인 게 의외였어.”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으니까.”

“헤라클레스에게 주는 시련이랬지? 넌 헤라클레스가 마음만 먹으면 아폴론을 이길 수 있을 거라 본 거야?”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치고, 헤라클레스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고 보잘것없지는 않다는 것 정도는 깨달았으면 좋겠어서 한 일이지. 저 둘의 실력을 자세히 모르는 내가 뭘 예상하고 벌인 일은 아니야. 그래도 선전해 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도박이랄까?”

나는 이야기하며 고개를 돌려 제우스를 바라봤다.

“오히려 너야 말로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저 둘의 싸움을 허락한 거 아니야? 헤라클레스의 저 신체능력, 비각성자의 그게 아니야. 가장 가까이서 봐 왔을 네가 모를 리 없잖아?”

제우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모를 리 없지. 아피, 너는 알고 있잖아? 내가 각성자, 마인의 ‘기척’을 느낄 수 있다는 거.”

맞다! 그랬지!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렇다면 역시, 제우스는 헤라클레스의 힘에 대해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맞다는 듯 제우스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헤라클레스에게서도 ‘기척’이란 게 느껴져. 저 아이는 확실히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그 ‘기척’이란 게 다른 마인들과는 조금 달라.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기척이야.”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기척?”

“아피, 너는 ‘자연’에도 마나가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있어?”

“자연에도 마나가 존재한다고?”

“그야,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었겠지, 나도 모르고 있었어. 얼마 전까지. 내가 그 사실을 깨달은 건, 헤라클레스의 기척을 느낄 수 있게 된 다음부터야.”

자연의 마나와 헤라클레스의 기척, 그것들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다. 제우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우스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감지한 헤라클레스의 ‘힘’을.

“저 아이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있어.”

‘먹어치운다.’ 그 말의 의미를 듣기 위해 나와 헤스티아는 제우스를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아이는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의 마나’를 끌어당기고 있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끌어당기고 먹어치워. 저 아이의 몸 전체가 마치 자연의 마나를 흡수하듯 먹어치워. 그렇게 흡수당하는 마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는 자연에도 ‘마나’가 존재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지.”

결투장 내부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폴론은 다리를 조금 벌리면서 양 손에 불길을 두르곤 맞부딪히며 전투자세를 취했다. 헤라클레스 역시 오른발을 뒤로 빼며 다리를 벌린 뒤 자세를 조금 낮추곤 양 주먹을 쥐었다. 양 팔꿈치를 전부 허리 가까이에 붙인 뒤, 오른 주먹은 몸의 정면, 왼 주먹과 고개, 즉 시선은 왼발이 향한 방향, 아폴론이 있는 방향을 노렸다.

“저 아이의 힘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 다만 그게 범상치 않은 것인 건 분명해.”

먼저 달려든 것은 아폴론이었다. 헤라클레스를 만만하게 보고 있던 아폴론이었던 만큼, 자신의 입장에선 이 의미 없는 결투를 순식간에 끝내버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폴론은 순식간에 화염을 추진력 삼아 헤라클레스를 향해 돌진하며 화염을 휘감은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제우스는 싸움이 시작되자 말하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우리들 역시, 그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듯이, 집중해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는, 보통 사람이라면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내질러진 아폴론의 주먹을 향해 받아치기 편한 자세로 디딤 발을 고쳐 밟으며 자신의 주먹을 내질렀고, 아폴론의 주먹을 자신의 오른 주먹으로 정확하게 맞받아치는 데에 성공했다.

아폴론의 표정에서 보이는 당혹감, 반면 헤라클레스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결투장에 올라온 순간부터 그의 낯빛에 깃든 감정은 오롯이 ‘투지’. 해내 보이겠다는 강한 의지. 그것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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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7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7 0 13쪽
61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10 0 13쪽
»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2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8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2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1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1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1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1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1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1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3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0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1 0 12쪽
47 46화. 2부 프롤로그(1) 24.07.12 11 0 12쪽
46 45화. 2부 프롤로그(0) + 짧은 공지 24.07.08 14 0 15쪽
45 44화. 1부 마지막화 24.07.06 11 0 11쪽
44 43화. 1부 에필로그 (3) 24.07.04 12 0 12쪽
43 42화. 1부 에필로그 (2) 24.07.03 14 0 15쪽
42 41화. 1부 에필로그 (1) 24.07.02 11 0 13쪽
41 40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마지막(투지) 24.07.01 13 0 14쪽
40 39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일곱째(최종 국면) 24.06.28 12 0 15쪽
39 38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여섯째(역습의 전조) 24.06.27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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