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지워버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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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96
작품등록일 :
2024.05.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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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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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다섯째(승기를 잡다)

DUMMY

“온다!”

땅 아래에서 움직이는 크로노스의 기척을 잡아낸 제우스가 외쳤다.

“어디?!”

“땅 속이야!”

“그러니까 어느 쪽?!”

재촉하듯 되묻는 네메시스의 질문에 제우스는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크로노스의 움직임에 따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시시각각 변했기에 일일이 제우스의 손을 신경쓰며 방향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는지, 네메시스는 제우스의 어깨에 올라타 제우스의 팔 방향을 방향을 향해 양 손을 내밀었다.

“슬슬 힘 좀 써 보마.”

제우스에 어깨에 올라탄 네메시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한쪽 눈을 감았다. 그러자 감은 쪽 눈이 어둠에 가려지더니 마치 어둠으로 된 안대를 쓴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제우스의 손가락이 점점 가까워질 때쯤 우리 주변 몇 곳의 땅이 붉게 물들었다. 수상함을 눈치챈 제우스와 우리엘이 움찔했기에 나도 그것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그 찰나 네메시스가 외쳤다.

“크로노스에게만 집중해! 칼날! 저건 네가 막아라!”

동시에 붉게 물든 지면들에서 용암이 솟구쳐 우리를 덮치려 했다. 우리엘이 기합과 함께 땅을 짚자 지면에서 두꺼운 금속 판들이 비스듬하게 솟구쳐 우리를 감싸듯이 보호했다.

“언제까지 땅 속에 있을 셈이냐! 숨은 쉬러 나와야지!”

여전히 제우스의 손가락 방향을 보며 집중하던 네메시스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우리들의 정면에 어둠의 포탈이 열렸고.

“지금이다!”

그런 신호와 함께 포탈 속에서 용암이 쏟아지며 크로노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와 정면으로 마주친 크로노스의 얼굴엔 당혹스럽다는 기색이 숨김없이 드러나왔다. 그리고 상정 외의 상황에 당황한 것은 네메시스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였겠지만 ‘지금’이라는 네메시스의 외침, 그게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알 수가 있었다.

이 거리라면 무조건 된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크로노스의 눈을 마주한 나는 그렇게 다시금, 크로노스의 기억을 엿보았다.


***


처음 크로노스의 기억을 보았을 때는 그렇게 많은 기억을 볼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당시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로 인한 각성이었기에 능력을 어떻게 쓸 지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그저 사실 확인 하나만을 위해 능력을 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제우스의 기억을 본 일이나 이브 에데니아의 기억을 본 일로 나름 능력 운용에 자신이 생겼었는데 두 번째로 크로노스의 기억을 엿보았을 때 나는 또다시 적은 양의 기억밖에 읽어낼 수가 없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마나를 지닌 대상을 상대로 기억을 읽으려 할 때에 상대가 기억을 읽힌 경험이 있으면 저항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그 원인이었다. 완전 연속으로 기억을 읽는 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후의 실험으로 알아낸 결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길 정도로 저항이 약해지려면 최소 수십 초, 다시 기억을 길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저항이 옅어지려면 최소 수일은 지나야 했지만 그 무렵의 내가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내가 읽은 기억은 단편적인 기억, 지속 시간은 약 4초, 바꿔 말하면 4초간 크로노스의 의식은 정지상태였다는 것. 그리고 그 4초란 장검을 만들어 돌진한 우리엘이 크로노스의 목에 자상을 입히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전투를 통해 알아낸 또 다른 제약사항, 그것은 능력을 사용하는 중에 시야에서 대상의 모습이 사라지거나 대상이 각성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을 경우 능력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우리엘의 검이 목덜미를 찢어갈긴 지금처럼 말이다.

크로노스에게 능력을 사용했을 때에 인식했던 지속 가능 시간 4초보다 조금 더 빨리, 내 능력은 강제로 종료당하듯 끊겼다. 크로노스는 피를 쏟으며 우리엘을 밀쳐냈고 오른손으론 대지의 권능을 사용한 지혈, 왼손으론 바닥에서 장벽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시야를 차단하며 전장을 분리했다.

전투에 의한 극도의 흥분상태, 그런 상태에서 입은 치명상의 출혈은 일순간이었지만 우리엘을 피칠갑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생성된 장벽에서 일렁이는 붉은 빛, 용암 공격의 전조가 우리들을 비추었을 때 피칠갑에 먼지투성이었던 우리엘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전장의 열기와 투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 용암 공격의 전조를 본 네메시스는 곧장 외쳤다.

“막거라! 칼날!”

네메시스의 한 마디 외침에 우리엘은 곧바로 따랐으며 나와 제우스, 헬리오스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엘이 만든 방벽 뒤에 섰다. 그 뒤를 따라 날아온 네메시스가 이야기했다.

“숨통을 끊어내지 못했구나.”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그래, 다음 번엔 반드시 목을 날리도록.”

“알았어.”

“근데, 당신 날 수도 있었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하늘에 떠 있는 네메시스를 향해 내가 당황스럽다는 말투로 묻자 네메시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내 첫 번째 초월형인 ‘영체화’를 응용한 거다. 애송이, 너는 날 따라와라.”

따라오래도 하늘을 나는 사람을 따라갈 재간은 없다. 어떻게 따라가냐고 물어보려던 찰나엔 그걸 물어볼 필요성이 사라진 뒤였다. 어느새 내 뒤로 날아든 네메시스가 내 뒷덜미를 한 손으로 붙잡고 들어올린 것이다. 졸지에 어미에게 들려가는 아기짐승 같은 꼬락서니가 되었다.

“우우! 와! 와! 와와! 왔!!”

나는 본능적으로 괴성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렸다. 타의로 몸이 들리는 것과 지면이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 이거 꽤 무섭다고?

네메시스는 당황한 나를 말릴 시간도 없다는 듯 내 반응을 무시한 채 나를 들고 하늘로 솟았으며 비명을 지르는 내가 크로노스가 만들었던 장벽의 꼭대기로 올려졌을 무렵엔 장벽 너머의 크로노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들어온 상태였다.

“어떻지?”

상태를 물어보는 말, 무슨 의미인지는 고민해 볼 것도 없다. 나는 크로노스를 향해 다시금 능력을 썼다. 그리고 실패했다.

“무리. 뭐랄까,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느낌이랄까? 처음에 거리가 멀어서 실패했을 때랑은 다른 감각이야.”

“저항을 남기는 타입인가. 역시, 뭐든 편리하기만 한 능력은 없지.”

네메시스가 그렇게 납득했을 때 크로노스 역시 이 쪽을 발견했다. 네메시스는 다음 수를 고민하는 듯 멈춰섰고 우릴 발견한 크로노스는 금강 봉을 뽑아 한차례 휘두르며 자세를 잡았다. 곧이어 대지를 솟구치게 하며 이쪽으로 도약했다.

“온다!”

내 말에 네메시스 역시 크로노스를 보았다. 장벽에 올라탄 크로노스는 순식간에 우리 눈 앞까지 들이닥쳤다. 크로노스는 네메시스의 권능에 대한 대비책인 것인지 몸 주변에 화염의 오라를 두르고 있었다. 불길이 덮쳐지기 일보 직전에 네메시스는 내 뒷덜미를 잡아끌어 뒤로 넘어트렸으며 넘어지는 내 배를 발로 밀어 차 절벽 아래로 떨어트렸다.

“우와악!!!!”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한 겨를은 없었다. 다음 순간 내 낙하지점이 한번 발을 디딘 적 있었던 ‘암실’이였으니까. 아마도 네메시스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밀쳐 떨어트렸고 낙하 궤적에 암실의 입구를 만들어 둔 것이겠지.

그것보다 목덜미를 잡아들리고 넘어트리고 배를 발로 밀쳐지기까지. 썩 좋은 취급이라고는 절대로 말 못하겠지만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니 어쩔 수는 없네.

암실의 안에는 이전과 같이 바깥 상황을 볼 수 있는 창이 있었다. 그 창을 통해 크로노스와 네메시스의 싸움을 볼 수가 있었다. 나를 피신시킨 네메시스는 양 팔을 어둠으로 물들인 채 크로노스와 맞섰다. 크로노스가 휘두른 금강봉을 한쪽 팔로 막아내고 반대쪽 팔을 크로노스의 얼굴을 향해 들이밀었다. 화마로 둘러쌓여 밝게 빛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서도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것 마냥 새카맣게 물든 팔이 크로노스의 얼굴을 향해 뻗어지자 크로노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뒤편으로 물러섰다.

뭘 하려 한 걸까? 저 여자.

“곧장 피해대는군, 역시나 재능이 있어.”

“제게 전투 지도를 해주셨던 건 당신이었잖습니까, 네메시스. 당신의 기술정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둘이 구면이라는 건 제우스와 이브의 기억을 통해 알았었지만 그런 뒷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칭찬해주지. 제 아무리 사기적인 능력을 지녔다지만 홀몸으로 이렇게까지 싸우다니. 완력은 모르겠어도 전투 센스 하나는 네 아비보다 네가 더 뛰어날 거다.”

대화를 듣던 내 뒤편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에 뒤돌아본 나는 네메시스의 잔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참,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다니.

“그것 참 황송할······. 따름이군···요!”

크로노스는 대답하며 네메시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로노스는 자신의 주변을 감싸던 화염의 오라를 모두 거두었다. 내리는 빗속에 일순간에 드리운 어둠. 네메시스는 이 때다 싶어 크로노스의 진로상에 검은 어둠의 안개를 쏘면서 후방으로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어둠의 안개는 순식간에 빛으로 물들었으며 안개를 뚫고 나온 크로노스의 손엔 주변 일대를 낮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밝은 빛을 뿜는 한 자루의 봉이 쥐어진 채였다.

대지를 조작하여 가속하는 크로노스의 돌진속도는 영체화의 힘을 써서 후퇴하는 네메시스의 속도보다 빨랐다. 순식간에 지근거리에 도달해 봉을 후려치는 크로노스의 공격을 네메시스는 검게 물든 팔로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금 금강 봉을 표정 변화 없이 검은 팔로 받아냈던 네메시스는 이번의 빛나는 봉이 부담이 되었는지 표정을 크게 구겼고 한 팔로 막아내기엔 부담이 심했던 것인지 반대 팔을 보탰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네메시스는 보기 좋게 날려져 허공을 몇 바퀴나 돌더니 봉이 발하는 빛이 영향을 적게 미치는 곳까지 날아가고서야 제 힘으로 중심을 잡고 허공에 섰다.

“당신의 그 ‘영체화’그리고 그걸 응용한 어둠의 갑주. 이런저런 충격을 흡수 무효화하는 그 방어에 대응하기 위한 제 비장의 한 수였습니다.”

“어,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 정돈 눈에 보인다.”

크로노스는 네메시스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우위에 섰다는 자각에서 오는 여유로 보였다. 하지만 웃는 건 네메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팔을 벋어 허공에 작은 어둠을 연 다음에 그 곳에서 우리엘의 금속으로 미리 만들어둔 단검 한자루를 꺼내들며 미소지었다.

불리한 일기토지만 미소 지을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네메시스가 크로노스의 반격 전에 썼던 검은 안개에 섞어서 암실의 출구를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출구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크로노스가 네메시스를 공격하기 위해 지나쳤던 곳, 그러니까 크로노스의 정확히 배후에. 내가 암실 밖으로 나가자 나를 감지할 수 있게 된 크로노스가 다급하게 안색을 바꾸면서 나를 돌아보았지만.

내가 권능을 사용하는 게 더 빨랐다. 그 순간 네메시스는 전속력으로 쇄도해왔고 네메시스가 크로노스와 잠깐의 잡담을 나누는 동안 암실로 들어와 나와 함께 대기했던 우리엘이 내가 나왔던 출구로 뒤이어 빠져나와 크로노스를 향해 뛰었다.

이 와중에 배후에서 나타난 나를 감지하자마자 반사적으로 금강의 형태를 투구처럼 바꿔 목과 머리를, 가슴까지 보호한 크로노스의 반응엔 기가 찼지만 네메시스와 우리엘은 그대로 정신을 잃은 크로노스의 빈틈인 복부를 말 그대로 찢어갈기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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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바벨 005. 정산(2) 24.09.06 7 0 12쪽
62 61화. 바벨 005. 정산(1) 24.09.02 6 0 13쪽
61 60화. 바벨 004. 시련(4) 24.08.30 13 0 12쪽
60 59화. 바벨 004. 시련(3) 24.08.26 10 0 13쪽
59 58화. 바벨 004. 시련(2) 24.08.23 11 0 16쪽
58 57화. 바벨 004. 시련(1) 24.08.19 8 0 13쪽
57 56화. 바벨 003. 잠입 준비(3) 24.08.16 11 0 15쪽
56 55화. 바벨 003. 잠입 준비(2) 24.08.12 11 0 12쪽
55 54화. 바벨 003. 잠입 준비(1) 24.08.09 11 0 12쪽
54 53화. 바벨 002. 그 날의 기억 24.08.05 11 0 12쪽
53 52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3) 24.08.02 11 0 12쪽
52 51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2) 24.07.30 11 0 11쪽
51 50화. 바벨 001. 폭풍의 전조(1) 24.07.25 11 0 12쪽
50 49화. 2부 프롤로그(4) 24.07.22 13 0 13쪽
49 48화. 2부 프롤로그(3) 24.07.19 10 0 12쪽
48 47화. 2부 프롤로그(2) 24.07.15 11 0 12쪽
47 46화. 2부 프롤로그(1) 24.07.12 10 0 12쪽
46 45화. 2부 프롤로그(0) + 짧은 공지 24.07.08 1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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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1부 에필로그 (3) 24.07.04 11 0 12쪽
43 42화. 1부 에필로그 (2) 24.07.03 14 0 15쪽
42 41화. 1부 에필로그 (1) 24.07.02 11 0 13쪽
41 40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마지막(투지) 24.07.01 12 0 14쪽
40 39화. 올림포스 015. 최종장 일곱째(최종 국면) 24.06.28 1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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