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peoplenic
작품등록일 :
2024.05.15 07:00
최근연재일 :
2024.09.16 13:5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544
추천수 :
70
글자수 :
323,740

작성
24.08.10 09:18
조회
30
추천
2
글자
17쪽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DUMMY

“도윤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예, 현주 누나,”


한현주의 말이 떨어지자 한도윤은 마차들 사이의 빈 공간으로 가서 석궁을 앞에 두고 주저앉았다. 2,3초 정도 지났을까? 한도윤의 몸에서 엷은 푸른빛이 흘러나오더니 주변을 퍼져나갔다. 그 빛은 한도윤을 중심으로 좌우, 그리고 위로 대략 5m 까지 퍼지며 그 범위 안에 있던 사람들도 도윤이의 허락 하에 포용되었다. 보이는 대로 한도윤의 스킬은 안전지대였고 레벨은 73이었다.

도윤이가 나이답지 않게 레벨이 높은 것은 일찍이 현수에게서 청명호흡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지만, 능숙하게 안전지대를 펼치기에는 최소 1성급 플레이어는 되어야 하는데 아직 레벨 수준이 낮아 지금처럼 명상을 통해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설마 도윤이가 플레이어였어? 전혀 몰랐네.”

“저 스킬은 분명 안전지대 스킬이야.”

“현주 아가씨는 알고 있었나 봐? 도윤이가 플레이어라는 걸.”

“대단해.”


다행이 안전지대가 설정되고 나서야 물러나던 네 사람들도 병귀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들의 뒤를 추격하던 병귀들은 안전지대를 통과하질 못하고 그 앞에서 석궁 공격에 대부분 생명을 잃고 쫓겨 갔다.

한도윤의 안전지대까지 설정되자, 로커 상단이 계약했던 숙박지와 브론디 상단이 계약했던 숙박지 4칸에는 단단한 철옹성을 갖춰졌다. 이렇게 되자 병귀들을 피해 달아나던 사람들이나 대항해서 싸우던 사람들이 마차로 만든 바리케이드까지 다가와 안전지대 공간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모두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들이 바리케이드 앞에서 거칠게 항의를 하자 그들로 인해 방어의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한현주는 이사벨라와 같이 안전지대 밖으로 나갔다. 그녀들 뒤로 이기춘과 메리 등이 따라붙었다. 몰려든 모든 이들을 수용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비전투원들은 받아주어야 했다. 그걸 저들에게 설복시켜야만 했다.

다행이 대부분 사람들이 이사벨라를 알고 있는지 그녀가 한현주와 나오자 거칠게 항의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여러분 용건만 말하겠어요. 비전투원들만 수용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남아주세요.”

“우리도 들여 보내주시오.”

“이것들 봐요. 우리도 안으로 들여 보내줘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봐 꼬마 아가씨, 지금 장난해? 어서 길을 열지 못해. 여기 있는 사람들을 꼬마 아가씨가 다 죽일 셈이야?


한현주는 귀에 익은 말투에 말을 한 사람을 쳐다보니 그는 구마 요시아키였다. 그는 온 몸이 피에 젖어있었다. 그 피가 자신의 피인지 병귀의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받아드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물며 그와 자신들은 불편한 관계이지 않은가? 또한 지금 비전투원만 수용한다고 했는데 또 그가 나선 것이다.

구마 요시아키를 바라보는 한현주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었다.


“안됩니다. 싸울 수 있는 분들이 이곳에서 저들을 막아야 할 겁니다.”

“들여 보내주시오.”

“안됩니다.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비전투원뿐입니다.”

“제길.”

“이봐 구마 대장, 안된다고 하잖아. 우리 한 맹우님이, 왜들 말 귀들을 못 알아 처먹는 거야?”

“........


이 바닥에서 제법 명성이 있는 이사벨라가 나서니까 사람들의 항의가 줄어들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다시 한 번 이사벨라와 맹우 관계를 맺은 것을 한현주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구마 요시아키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행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현주가 주장하는 말을 수용해서 그녀의 의도대로 몰려든 사람들 중에서 비전투원들만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비전투원들만 받아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였지만 2,3층까지 보내면서 최대한 많이 받아 들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병귀들을 끌어드리게 되었다.

어느덧 거리를 밝히던 불도 꺼져 가고 있었다.


“달아나.”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흑흑흑, 죽고 싶지 않아.”

“저리로 가자. 저기 마차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있어?”

“어디 어디?”

“정말 저리로 가면 살 수 있겠어.”


어둠 속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마차로 만들어진 장벽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마차를 등지고 3줄로 늘어선 사람들로 인해 그들 역시 4번째 새로운 방벽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병귀들에 쫓기던 사람들을 규합해서 꽤 두꺼운 방어벽을 만들 수 있었지만, 든든해야 할 이 상황이 한현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 때처럼 불편한 위화감을 느꼈다. ‘왜? 이럴까?’ 뭔가 상황이 어색한데,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혜로운 그녀는 이런 기분이라면 분명히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놓친 것이 있는 것을 알았다.

한현주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위화감을 느끼게 한 그 무언가를 찾는 것보다 병귀들로부터 자신과 친인들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동안 거리를 밝혀주던 기름통 불이 꺼지자, 바리케이드로 또 한 때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플레이어인 그녀는 사람들 틈에 섞여 다가오는 병귀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둠을 꿰뚫어보는 플레이어들도 그들의 존재를 파악할 수 없게 은밀히 사람들 옆에 붙어서 다가오고 있었다. 운이 좋았다. 그녀가 그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병귀를 달고 오는 사람들 중에 그들이 자기 옆에 붙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소녀의 공포 질린 시선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더러운 행색의 소녀 역시 플레이어일 것이다.

소녀의 눈을 통해 병귀들을 발견한 한현주의 석궁이 ‘퉁’ 하고 어둠 속으로 발사되었다.


“큭-.”


비명과 함께 소녀를 벽으로 삼아 다가오던 병귀가 목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병귀들이 몰려오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한현주의 경고에 플레이어들은 사람들을 방패로 삼아 접근하는 병귀를 발견하고 석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차 위에서 장궁으로 불을 붙인 화살들을 거리 도처로 날려 보냈다.

과연 어둠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던 병귀들의 모습이 불화살에 모습들을 드러났다. 몰려오던 사람들은 자신들 주위에 은신해 있던 병귀들을 발견하고 혼들이 나간 모양이었지만 공포에 굳어버린 몸을 피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뛰세요.”


한현주는 멈칫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녀의 말을 들은 몇 사람이 바리케이드를 향해 뛰기 시작하자 그제야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도 뛰기 시작했다. 한현주가 플레이어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소녀 역시 마차 앞에 방벽으로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한현주를 바라보고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발견한 소녀에게로.......


“은폐물을 치운다. 모두 제거해.”

“크윽.”

“살려줘 제발. 윽.”


어둠 속에서 뱀처럼 차가운 명령이 떨어지자, 마차로 만든 바리케이드를 향해 달려오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병귀들에게 희생되었다. 참으로 잔인한 광경이었다. 저들도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건만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한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것은 어느 정도 바리케이드 밖에 몰려있던 사람들이나 두 상단의 사람들에겐 효과를 보았지만 한 씨 가문 사람들은 아이언 엔트 무리에게 삶의 터전이었던 도시를 빼앗기고 온 사람들이었다. 이 정도 상황에선 그저 갖고 있는 무기를 움켜쥘 뿐이었다. 이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세가 꺾여봤자, 친인들을 잃을 뿐이라는 걸.......


“석궁 발사.”

“석궁을 발사해라.”


바리케이드 안에 있는 2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발사하는 석궁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공포심을 주려고 본보기로 죽인 사람들로 인해 자신들을 가려주던 은폐물들이 사라진 병귀들은 불화살로 일어난 화재로 조금은 밝아진 거리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에 다수가 희생이 되었지만 어둠 속에서 더 많은 수의 병귀들이 튀어나왔다. 썩어가는 몸뚱이를 가진 병귀들의 주특기인 인해전술이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병귀들을 처리하던 현현주의 시선이 목조건물 옥상을 향했다.

옥상에서도 전투가 벌어진 모양이었다. 한현주는 아무래도 옥상이 신경이 쓰였다. 여기를 잘 막는다 하더라도 만일 목조건물 옥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뒤치기를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2,3층에 모여 있는 여자와 아이들의 희생이 클 것이다.


“기춘 아저씨. 아저씨가 여기를 지키며 방어하세요.”

“아니 그럼, 현주 아가씨는 어디로 가게요?”

“저는 아무래도 옥상으로 올라가 봐야겠어요. 미우는 나를 따라와.”

“예, 아가씨.”

“누나, 나도 갈래.”

“아니 너는 기춘 아저씨와 함께 이곳을 막아. 절대 뚫리면 안 돼.”

“하지만......, 알았어. 누나도 몸조심해.”

“응, 미우 가자.”

“예, 아가씨.”


현주는 2층을 지나면서 싸움을 준비하는 여인들과 아이들을 격려한 뒤 몇 명의 석궁을 든 여자들이 지키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역시 2층과 마찬가지로 이곳으로 피난 온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3층을 지키는 한 씨 가문의 식솔인 석궁을 든 여인들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인 다음 한현주와 기노시타 미우는 벽에 부착된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녀들이 옥상으로 올라가자 다시 출입문은 단단히 잠겼다. 그건 3층을 보호하기 위한 한현주의 지시였다.

인근 숙박지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한현주의 명으로 이미 중앙 칸 즉 이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폐쇄되어 있었다. 여기만 지킬 수 있다면 아래는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올라와서 보니 옥상 위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출입문을 뒤로 하고 양쪽으로 나뉘진 이시다 사나와 짐꾼들은 위급한 상황에 굳어있었고, 브론디 상단의 스테파니와 아담은 상단원들과 함께 몰려오는 병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한편 반대편 성벽과 목조건물 옥상을 달려오는 병귀들이 맞서는 자경대원들을 죽이며 몰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도살자가 겁에 질린 가축들을 도살하는 것 같았다. 자경대원들의 저항은 미미했다. 그들 중 한현주와 안면이 있던 자경대원의 머리가 날아갔다.

아직 이시다 사나와 가문의 짐꾼들이 있는 이곳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 거리가 먼 것이 아니었다. 이시다 사나는 짐꾼들의 희생을 염려해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가씨.”


이시다 사나는 옥상 출입문이 열리고 올라온 한현주와 기노시타 미우를 보고 질려있던 얼굴색이 풀어졌다.


“사나 언니.”

“예, 아가씨.”

“언니는 미우와 같이 브론디 상단을 도와서 저쪽을 막아요.”

“아가씨는?”

“난 저쪽을 막을 깨요. 그리고 아저씨들은 그냥 아래로 내려가 밑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아가씨, 저희들도 여기 있겠습니다. 여기서 싸우겠습니다.”

“아니에요. 내려가시는 것이 우릴 도와주는 겁니다. 혼전이 벌어지면 아저씨들을 지킬 수가 없어요.”

“그건......, 예,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알겠어요. 그럼 아래를 부탁해요.”

“예, 아가씨.”


짐꾼들은 자신들이 있는 것이 한현주와 가문의 플레이어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옥상 출입문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자 다시 출입문이 단단히 봉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이제 움직여 불까?”

“예, 현주 아가씨.”

“예, 아가씨.”


서로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인 세 사람은 양쪽으로 달려 나갔다.

잠재력 5성에 현재 1성 플레이어인 이시다 사나의 스킬은 염동술이었다. 그녀는 5자루의 자루가 없는 비도를 염력으로 다스렸다. 일단 3자루의 비도가 그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2자루의 비도를 이용해서 기노시타 미우와 좀 떨어진 뒤에서 창을 들고 설치기 시작한 그녀를 엄호했다.

그것이 또한 절묘해서 허공을 날아다니는 비도는 기노시타 미우의 장창과 어울리며 병귀들을 죽여 나가기 시작하자, 궁지에 몰렸던 브론디 상단원들과 자경대원들도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돌아온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몰려드는 병귀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한현주는 고유 스킬로 뇌전을 보유하고 있었고 추가로 터득한 스킬로 뇌전시와 뇌전체인을 익힌 잠재력 6성에 현재 레벨 132인 1성 플레이어였다. 그녀가 빼든 도에는 선명한 노란 뇌전이 튀어나왔다.


“다 죽었어.”


소리친 한현주는 이제 막 자경대원의 목을 날린 병귀에게 뛰어가 역시 그의 목을 쳐버렸다.


“뇌전체인.”


좌우를 둘러본 한현주는 어느 정도 밀려나던 자경대원들이 자신의 가세로 안정감을 찾는 것을 보자 전방을 향해 손을 쭉 내밀었다. 그녀의 손에서 뇌전을 띤 노란 체인이 뿜어져 나왔다. 꿈틀거리며 한현주이 손에서 튀어나온 뇌전체인이 병귀들을 뒤덮었다.

현재 마력 수준으로 1성 플레이어였지만 한현주의 뇌전체인은 다른 이들의 뇌전체인과는 확실하게 품고 있는 뇌전의 질과 양이 달랐다.


“크악-.”


비명과 함께 몰려오던 병귀들의 중앙에 뇌전에 타버린 병귀들로 시체로 가득 찼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로 병귀들 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속절없이 죽어나가던 자경대원들에겐 그래도 약간의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목숨을 구원 받은 자경대원들이 한현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여기서도 그녀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는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여기도 그린 콜로니의 플레이어들은 보이지 않네.’


그렇다. 한현주는 병귀들의 습격을 알았을 때부터 그린 콜로니에 속한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이 콜로니의 내성 안에 머물고 있지만 그래도 콜로니가 병귀들에게 습격을 당한 이 순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이유로 해답을 구해야 할지 경험이 짧은 한현주로서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현주는 내성 쪽을 돌아봤다. 그런데 낮에는 보지 못했던 방벽들이 성벽을 따라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뭐지? 낯에 올라왔을 땐 못 보던 것인데, 왜? 저런 것이 내성벽 위에.......’


하지만 병귀들은 생각에 잠긴 한현주를 고려하지 않고 몰려오고 또 몰려왔다.

얼마나 죽였을까? 이젠 단내가 나는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주변에 살아있는 자경대원들도 몇 없었다. 흘깃 뒤편을 살펴보니 이시다 사나의 주위를 도는 비도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기노시타 미우의 창끝도 무뎌지고 있었다.

아래 마차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방벽도 무척이나 얇아져 보였다.

이젠 뇌전체인을 펼칠 수 있는 마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때 날이 밝아온 것이다. 어느덧 길고 끔찍했던 밤이 지나가고 해가 떠오른 것이다.

한현주는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이제 마지막을 준비했다. 한현수가 생각나자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빠가 오기 전까지 가문의 식솔들을 보존하고 싶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한현수가 여기 없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현수 오빠, 안녕.’


한현주는 도를 움켜 고 이제 다시 몰려올 병귀들을 바라보며 그나마 남아있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마지막 공격을 할 거라고 생각되는 병귀들이 하나둘 뒷걸음질을 치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썰물처럼......, 병귀들이 물러나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현주는 먹먹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살았다는 생각에 그녀의 얼굴에서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 또 다시 자신을 엄습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내성 성벽 위에 세워진 방벽에 한 사람이 올라서 있었다.

그 사람은 놀랍게도 이 싸움이 시작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린 콜로니의 촌장인 마용일이었다.


‘저 자가 어떻게 저런 곳에......., 왜? 저 잔 자신의 콜로니가 습격을 당하는 지금까지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거지? 무슨 이유로........’


떠오르는 온갖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한현주와 마용일 간에 눈이 마주쳤다.

아니 한현주는 그리 생각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고, 그런데 그 순간 한현주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알았다. 단지 마용일과 눈이 마주쳤던 것뿐인데.......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던 눈물을 닦고 다시 보니 이미 그곳엔 마용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그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한현주의 마음에 영하의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서호관 플레이어(1) 24.09.16 9 0 16쪽
42 천약포에 얽힌 비밀(3) 24.09.15 14 0 16쪽
41 천약포에 얽힌 비밀(2) 24.09.14 13 0 16쪽
40 천약포에 얽힌 비밀(1) 24.09.08 22 0 16쪽
39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하나꼬(2) 24.09.07 23 0 16쪽
38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하나꼬(1) 24.09.01 24 1 17쪽
37 집으로 돌아가다(5) 24.08.31 24 1 17쪽
36 집으로 돌아가다(4) 24.08.25 27 1 16쪽
35 집으로 돌아가다(3) 24.08.24 32 1 16쪽
34 집으로 돌아가다(2) 24.08.24 26 1 16쪽
33 집으로 돌아가다.(1) 24.08.18 29 2 16쪽
32 아이언 콜로니(2) 24.08.17 34 2 17쪽
31 아이언 콜로니(1) 24.08.15 32 2 17쪽
30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24.08.11 34 2 17쪽
»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24.08.10 31 2 17쪽
28 정착하는 한 씨 가문(6) 24.08.10 32 2 17쪽
27 정착하는 한 씨 가문(5) 24.08.06 28 2 17쪽
26 정착하는 한 씨 가문(4) 24.08.06 30 2 17쪽
25 정착하는 한 씨 가문(3) 24.08.04 33 2 16쪽
24 정착하는 한 씨 가문(2) 24.08.03 36 2 16쪽
23 정착하는 한 씨 가문(1) 24.08.03 33 2 16쪽
22 귀신들의 쟁투(6) 24.07.28 32 2 17쪽
21 귀신들의 쟁투(5) 24.07.27 31 2 17쪽
20 귀신들의 쟁투(4) 24.07.27 35 2 17쪽
19 귀신들의 쟁투(3) 24.07.21 35 2 16쪽
18 귀신들의 쟁투(2) 24.07.20 31 2 17쪽
17 귀신들의 쟁투(1) 24.07.14 37 1 16쪽
16 마수들의 습격(2) 24.07.13 38 2 16쪽
15 마수들의 습격(1) 24.07.10 34 1 16쪽
14 최 씨 상단(3) 24.07.04 35 2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