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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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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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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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콜로니(1)

DUMMY

“외성의 성문을 열어라.”

“예, 촌장님.”


길게 늘어선 마차들에 타거나 아니면 마차들 옆에 바싹 붙어있는 상당한 숫자의 여인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한현주와 한 씨 가문을 지켜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 촌장의 명령에 내성에서 나온 플레이어들과 자경대원들이 외성의 남쪽 성문을 열었다.


“성문이 열린다.”

“이상하네. 내가 이 콜로니에 올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여기는 해가 지지 않는 한 항상 콜로니의 문이 열려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오늘따라 늦게 성문이 열리네.”

“그러게. 그린 콜로니야, 원래 자경대의 무력이 뛰어나니까, 웬만한 외부의 위협에도 꿈쩍도 않더니만 오늘 따라......, 음 이상하긴 하네. 과거에 내가 여기 묵었을 때도 해가 뜨자마자 자경대원들이 성문을 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설마 소문처럼 콜로니가 습격이라도 받았나?”

“글쎄, 하지만 여기가 습격을 받았다면......, 이거 지나치게 조용하지 않아?”

“하긴, 그렇지?”


이른 아침이었지만 성문 밖에는 꽤 많은 상단들이 성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 콜로니에서 잠시 쉬고 바로 길을 재촉해야 할 상단들도 일부 있었기에 조금 늦게 콜로니 성문을 열고 있는 자경대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언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썩 내켜하지 않는 얼굴이었던 마 촌장은 성문이 열리자마자 들어오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가고 작은 다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그는 자신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만일, 마 촌장이 눈앞의 욕심에 빠져 성문을 열지 않고 이곳을 벗어나려는 한현주를 비롯한 한 씨 가문과 두 상단 사람들을 제압했다면 또 다시 엄청난 살육전이 벌어졌을 테고, 그 때문에 자신이 은폐해왔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될 수도 있는 콜로니 성문밖에 있는 자들까지 모두 처리하긴 어려웠다. 저들 중에 한두 명이라도 콜로니의 추격을 벗어난다면 오랫동안 세상의 이목을 피해 준비해왔던 일들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 촌장은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했다.

비록 손안에 들어온 살찐 양 떼를 놓아주어야 했지만 마 촌장은 외성 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상단의 무장병들을 지켜보며 이것이 현명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 일찍 그린 콜로니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외성 성문이 열리자, 평소처럼 영양가 없는 잡담을 하거나 안면이 있던 자경대원들에게 엉겨 붙으며 콜로니 안으로 밀려들어오다가 처참한 외성 안 풍경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들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처참하군.”

“모든 것이 타고 부서졌어.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 이상한데?”

“이 정도 상황이면 상당한 싸움이라도 벌어진 것 같은데. 너무 깨끗하잖아. 엉, 내 말은 시체가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시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그러고 보니 시체가 없네.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인데?”

“그렇지. 이상하지? 병귀들이 이곳을 습격했다면 시체들을 쓸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걸 콜로니 자경대원들이나 지인들이 그냥 놔두겠어.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들 좀 봐. 자경대원들의 행색이 너무 멀끔하잖아? 저게 어디 습격당한 콜로니의 자경대원들의 모습이야? 그러니 이상하지?”

“그러게 그건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아무리 병귀들이 이곳을 습격할 거란 말이 떠돌았지만 그래도 여긴 전통 있는 그린 콜로니인데 이 정도까지 발리다니. 여길 이렇게 만든 자들은 도대체 누굴까?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내 말이.......”


자신들이 지금 보는 참상에 휩쓸리지 않은 것에 안도의 마음을 쓸어내리며 눈앞에 전개된 콜로니의 상황을 보며 놀라워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들 중 이미 광야를 떠도는 소문을 규합해서 병귀들의 습격을 어떻게 알았는지 날짜까지 대략 짐작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출처는 불확실하지만 광야인들 사이에 퍼진 이 속삭임들이 과거의 예를 들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상단이 있었다. 이 상단은 자신이 이동하는 경로로 움직이는 안면 있는 상단들을 규합했고, 이해타산이 빠른 상단주들은 병귀들이 노리는 곳이 과거 그런 경험이 있는 그린 콜로니가 아닐까? 유추해냈다. 오랜 경험과 정보들이 엮어서 만들어 낸 대단한 추리였다.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서 이동 경로에 있던 그린 콜로니에 입성을 하지 않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상단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 그들이 짐작했던 날, 해가 뜨고 병귀들이 물러갔을 거라 생각했던 시간에 맞춰 그린 콜로니에 온 것이었다.

그런데 소문처럼 병귀라도 습격했었는지 그린 콜로니의 외성의 내부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역시, 피닉스 상단의 정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니깐. 대단해. 정말 대단해. 이거 목숨 하나를 빚졌는데.”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런데 저기 저 사람은 그린 콜로니의 촌장이 아닌가요?”

“음, 마 촌장이 맞네요. 어! 헌데, 오늘따라 저 사람의 느낌이 조금 세한데요?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마 촌장과 콜로니 관리자들의 외관을 보면 별다른 피해를 본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렇게 콜로니가 파괴된 걸까요? 저기 성 안쪽 모습을 보니 정말 전쟁이라도 난 것 같은데요.”

“다들 저기를 좀 보세요. 콜로니를 떠나려고 하는 상단이 있는데요?”

“그러게요. 저 사람들은 뭘까요? 아침 일찍 콜로니를 나가려나본데. 무슨 여자들과 아이들이 저리 많은 건지? 부상자들도 많이 보이고요. 저걸 다 돈으로 치면 다 얼마야? 가만 이거 진짜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저들이 여기 묵었다면 상황을 이겨냈단 말인데, 콜로니 관리자들의 모습과 너무 대조가 되잖아요?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어! 가만 저 사람은 로커 상단의 박 단장인데, 뒤쪽에 브론디 상단의 이사벨라 단장도 섞여 있어요. 근데, 저들의 행색을 좀 봐요. 마치 큰 전쟁이라도 치른 모습인데....., 요”

“그러게. 이사벨라 단장이라면 나도 들은 적이 있어. 대단한 여장부라고 하던데. 저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건, 자네 말대로 무언가로부터 있었던 상황을 저들이 이겨냈다는 건데......, 뭘까? 그게.”

“지금 이 시간에......, 그것도 큰 싸움이라도 있었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할 것 아닌가? 경험이 풍부한 박 단장이나 이사벨라 단장이 그걸 모를 사람들도 아니고, 결코 저들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저들이 행할 행동은 아니야. 휴식이라도 취해야 할 상황에 이곳을 떠나려 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 자네들 말대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


새로 콜로니에 입성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한현주와 일행들의 굳은 표정을 보고 고개들을 갸웃거렸다. 밖으로 나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무표정한 얼굴의 콜로니 관계자들과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분위기가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린 콜로니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엇갈리듯이 한현주 일행들은 그렇게 콜로니 밖으로 나갔다. 무거운 침묵이 한현주 일행들을 짓눌렀지만 그 압박도 콜로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겨우 벗어났어. 마 촌장, 그 잔 도대체 뭘까? 그 때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그린 콜로니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자, 콜로니를 벗어날 때 자신에게 심리적 타격을 주었던 마 촌장의 기세에 창백해졌던 한현주의 얼굴에 그나마 핏기가 돌아왔다.


“도대체 마용일 그 잔 뭐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마 촌장이 아니야? 마력 또한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경지를 훨씬 뛰어넘은 것 같은데. 왜? 그동안 자신의 실력을 숨겼을까?”


콜로니를 벗어날 때 마용일이 보였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이사벨라가 멍하니 그린 콜로니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사벨라는 마 촌장이 한현주를 기세로 농락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 운용이었다. 그것을 알자, 그녀가 속으로 기겁을 한 것은 따로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콜로니를 벗어난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 마 촌장의 변덕이 그들을 풀어준 것이지만.......

그린 콜로니를 벗어난 후에도 그들은 마 촌장이 자신들을 쫓아올까 봐, 해가 어두워질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제법 유속이 있는 강을 만나자 겨우 마차들을 세우고 야영을 시작했다. 더 이상 가는 것은 일행들이 버티지 못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행군에 지쳤던 여자들이 한현철이 아공간에서 꺼내준 식재료들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한현주를 비롯한 두 상단의 수뇌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철아, 언제 그것들을 습득한 거야?”

“응, 운이 좋았어. 박 단장님이 마차들을 징발할 때 우연히 식량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거든. 평소라면 남의 거니 건드리지 않았겠지만, 저들의 행위가 괘씸하잖아. 마침 아공간도 상당히 여유가 생겼고 해서 식량창고에 있던 모든 것을 아공간에 집어넣었어. 그 정도 양이면 지금 늘어난 인원이라도 최소 2년은 족히 버틸 수 있을 거야.”

“이 인원들이 2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이라니, 잘했어. 현철 군. 덕분에 집에 갈 때까지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하하하.”


기분 좋게 웃고는 있지만 내심 박진철은 한현철의 스킬이 아공간인 것을 알자, 상당히 놀랐다. 아공간을 스킬로 가진 플레이어가 상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잘 아는 박진철은 호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떨어질 줄 몰랐다.

모여 있던 수뇌부들은 여자들이 걸쭉한 죽으로 끓인 음식들을 가져오자 다들 허기진 속을 달랬다.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인가?”

“저희 말입니까?”

“그래. 내가 듣기로 최근에 한 맹우의 가문과 로커 상단이 연결된 것 같은데, 계속 같이 움직일 생각인가? 해서......”

“저희는.......”

“잠깐 이사벨라 단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기 현주 아가씨는 저희 로커 상단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시는 겁니까?”

“내 말은.......”

“두 분 다 그만 하십시오. 이사벨라 맹우님, 우린 아직 맹우지요?‘

“그럼, 앞으로도 영원히 우린 맹우지. 한 번 맹우면 죽을 때까지 맹우야. 그건 불멸의 진리지.”

“이사벨라 맹우님도 참. 저흰 원래 계획대로 로커 상단과 함께 움직일 겁니다.”

“그래, 역시 그렀군. 그거 참. 아쉽게 됐어. 로커 상단보다 먼저 우리를 만났다면 좋은 동료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하하, 이사벨라 단장님도 이미 결정 난 건데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럼 오늘밤이 지나면 우린 해어지겠군. 아쉬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한 맹우, 오늘은 좀 피곤해서 일찍 자야겠어. 이해해 줘.”


서운한 기색을 잔뜩 들어낸 이사벨라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브론디 상단원들도 일어나 자기 상단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박진철이 가슴을 쓸어내리자,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박해수가 쿡 그를 찔렀다. 그녀 역시 이사벨라를 상대하는 박진철의 행동이 부담스러웠지만 자신도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쓸어내린 건 마찬가지였다.

저녁식사 후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한현주와 한 씨 가문의 플레이어들은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가 야간 경계를 섰다. 혹시 모를 마 촌장의 집착을 의식해서 한 일이었지만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일도 지나갔다.

한현주는 마용일이 자신들을 포기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가 한 씨 가문에 속한 어린아이들 중에 상당한 수의 플레이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결코 자신들을 놓아주지 않았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린 플레이어들이 도시의 권력자들에게 얼마나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지 가문의 어른들에게 누누이 듣고 자랐기에 무릉협곡에서 벗어난 이후 한현주는 가문의 어린 플레이어들을 숨기는데 주력했었다. 사실 한도윤의 경우도 그런 상황에 몰리지만 않았어도 드러낼 아이가 아니었지만 나머진 충분한 힘을 얻을 때까지 숨길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 브론디 상단과 아쉬운 이별을 한 뒤, 한 씨 가문과 로커 상단은 박진철의 근거지가 있는 블루 워터 시를 향해 움직였다. 며칠이 지난 후 그들은 거대한 호수와 댐이 있는 블루 워터 시에 도착했다.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곳인가?’


한현주는 길을 인도하는 박진철의 뒤를 따라 호수를 끼고 돌아 로커 상단의 목장이 있는 옥천면으로 들어갔다.


한편 한현주와 가문의 식솔들이 옥천면에서 새로 터를 잡은 것을 모르는 현수는 새로이 한 씨 가문의 식솔들이 된 이들과 함께 붉은 분지로 둘러싸인 아이언 콜로니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콜로니에 가까이 다가가니 현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특이하게도 절반 정도 열려있는 콜로니의 정문에는 경비병이 두어 명밖에 없는데도 들어가는 마차들이나 나오는 마차들이 서로 엇갈리는 법이 없이 순차적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었다. 현수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왜? 정문을 절반만 열어둔 걸까? 콜로니의 운영 방침 때문일까? 특이하게도 한 무리가 정문에서 나오면 꼭 한 무리만 들어가고 있네. 왜? 저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들고 나는 것이 서로 엇갈리면서 움직여도 저 정도 크기의 정문을 활짝 열기만 하면 충분히 공간이 나올 것 같은데.’


그런데 아이언 콜로니에 다가갈수록 마차를 끌고 있던 당나귀들이 5,6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문루가 만들어져 있는 정문의 정중앙 방향에서 벗어나려하질 않았다. 간혹 콜로니 정문의 중앙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당나귀들이 기를 쓰고 정중앙 방향으로 이동했다. 다시 말해서 당나귀들이 오직 정문의 정중앙만 바라보고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상한데. 마차를 끄는 당나귀들이 아이언 콜로니에 처음 오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아이언 콜로니가 정문을 절반만 활용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음, 이곳을 다녀본 당나귀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천약포를 상대할 생각에 몰두하며 선두에서 마차를 끌고 있던 현수는 이내 당나귀들의 그런 움직임을 알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차에 분지를 빼곡히 덮고 있는 붉은 물질에 시선이 갔다. 그곳에 그의 기감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주시하던 현수의 눈에 치켜떠졌다.


‘설마, 저거 움직이는 거지? 확실히 미미하지만 움직이고 있어. 이거 정말 놀랍군. 철 성분이 있어 붉은 분지인 줄만 알았더니, 분지 전체를 살아있는 마수목이 덮고 있다니.’


3성 끝자락에 이른 현수의 눈으로도 구별하긴 어려웠지만 분명 미미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붉은 물질은 마수목이었다.


“가주님, 저 분지의 외벽을 덮고 있는 마수목은 화혈목이라고 부릅니다. 저 마수목 덕분에 아이언 콜로니의 외부 공격은 오로지 정문을 통해서만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정문 안쪽에 안전지대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어서 사실 공략이 불가능한 콜로니입니다.”

“화혈목. 그래, 그리 보니 화혈목이 틀림없군요. 용케도 저 희귀한 마수목이 자리 잡은 분지 안에 콜로니를 만들었네요. 게다가 정문 안에 안전지대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이겠네요.”


최태섭의 설명에 비로소 현수는 가문의 금서에 읽었던 화혈목에 대한 내용이 생각났다.


‘설마, 저 붉은 물질일 줄이야. 맞아, 최 대주의 말처럼 가문의 금서에서 본 화혈목이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마수목 한 그루가 저 넓은 분지를 뒤덮을 순 없겠지. 화기를 가진 특수한 철광석이 있는 땅에서만 서식하고 성장한 놈들 중에 산 하나를 통째로 뒤덮고 있는 놈들도 있다고 하던데......, 게다가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만을 주식으로 한다는 마수목, 저것이 이곳에 서식한다면 그러니까? 화혈목 때문에 만들어진다는 빙천지 역시 인근에 있겠네. 아니, 저 분지 안 콜로니 내부에 있을 확률이 높아.’


사실 화혈목이 분지를 덮고 있는 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그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붉은 분지 아래 쌓여있는 뼈들이 눈에 많이 보였다. 그건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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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집으로 돌아가다(4) 24.08.25 27 1 16쪽
35 집으로 돌아가다(3) 24.08.24 31 1 16쪽
34 집으로 돌아가다(2) 24.08.24 26 1 16쪽
33 집으로 돌아가다.(1) 24.08.18 28 2 16쪽
32 아이언 콜로니(2) 24.08.17 33 2 17쪽
» 아이언 콜로니(1) 24.08.15 32 2 17쪽
30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24.08.11 34 2 17쪽
29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24.08.10 30 2 17쪽
28 정착하는 한 씨 가문(6) 24.08.10 31 2 17쪽
27 정착하는 한 씨 가문(5) 24.08.06 28 2 17쪽
26 정착하는 한 씨 가문(4) 24.08.06 30 2 17쪽
25 정착하는 한 씨 가문(3) 24.08.04 32 2 16쪽
24 정착하는 한 씨 가문(2) 24.08.03 35 2 16쪽
23 정착하는 한 씨 가문(1) 24.08.03 33 2 16쪽
22 귀신들의 쟁투(6) 24.07.28 32 2 17쪽
21 귀신들의 쟁투(5) 24.07.27 31 2 17쪽
20 귀신들의 쟁투(4) 24.07.27 34 2 17쪽
19 귀신들의 쟁투(3) 24.07.21 34 2 16쪽
18 귀신들의 쟁투(2) 24.07.20 31 2 17쪽
17 귀신들의 쟁투(1) 24.07.14 36 1 16쪽
16 마수들의 습격(2) 24.07.13 37 2 16쪽
15 마수들의 습격(1) 24.07.10 33 1 16쪽
14 최 씨 상단(3) 24.07.04 35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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