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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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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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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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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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DUMMY

‘내성의 성벽 위에 만들었던 방어벽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도대체 이곳은 어떤 곳일까? 이런 곳을 단순히 숙박 콜로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까 촌장이란 사람의 눈빛과 행동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차가운 그 눈빛, 나를 죽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혹시 그의 공간이동 범위가 내가 있던 곳까지는 오지 못하는 걸까? 그 덕분에 내가 살아난 것일 수도 있어. 위험해. 아주 위험한 사람이야.’


마용일의 비밀스러운 면을 접한 한현주는 그에게서 느꼈던 공포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내성의 성벽 위에 있던 방어벽이 뒤로 넘어지듯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그린 콜로니에 대한 강한 불신이 그녀의 마음속에 싹을 틔었다.


“현주 아가씨, 저게 뭔가요?”

“.......”


이미 방어벽이 사라진 내성을 복잡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한현주의 뒤에 다가온 이시다 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 역시 내성의 성벽 위에서 넘어지듯 사라지는 방어벽들을 본 것이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라 기노시타 미우와 브론디 상단원들도 사라지는 방어벽을 본 것이었다. 그들 속에는 이번에 살아남았던 자경대원들의 불신의 얼굴들도 보였다.

하지만 한현주라고 그들에게 이것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한현주의 얼굴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오빠라면 이 순간 어떻게 했을까? 그래 오빠라면....... 끙, 이번엔 운이 좋았어.’


시원하게 이들의 의문을 풀어주지 못한 한현주는 ‘만약에 해가 떴어도 병귀들이 물러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병귀들의 손에 죽음을 당했겠지.’ 하는 생각에 그녀는 상당한 무력감을 느꼈지만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현수를 생각하곤 이내 그 가라앉고 있던 정신을 붙잡았다.

그러자 지독한 아웃사이더인 병귀들의 공격에서 살았다는 희열이 솟아올랐다. 그것도 저 많은 가솔들을 지키고....... 그리곤 이 험한 싸움에서 살아난 것이 자랑스러웠고 자신에게 작지만 긍지까지 생겨났다.


“살았어.”

“예? 아가씨.”

“사나 언니,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다만 지금 우리 모두 병귀들과의 싸움에서 이겼단 거야. 저 아래를 좀 봐. 저 험한 싸움에서 우리들이 살인귀인 병귀들을 막아냈단 말이야.”


한효주의 눈을 따라 목조건물의 옥상에서 그들이 내려다본 그린 콜로니의 정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내성의 외벽에 붙어있던 주택들이나 점포들 그리고 노점상들이 난전을 펼치던 간이 구조물들이 대부분 파괴되어 있었다.


“아! 현주 아가씨. 아가씨, 말이 맞아요. 우린 살았어요.”

“정말 우리가 병귀들을 물리쳤어. 이건 기적이야.”

“흑흑흑, 살았어. 우리가 저 악귀 같은 병귀들의 손에서 살아난 거야.”


한현주의 뒤에서 울고 불며 승리의 함성까지 지르던 블론디 상단의 사람들과 자경대원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축하했지만 이시다 사나와 기노시타 미우는 그들과는 달리 한현주의 뒤에 묵묵히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에도 생존에 대한 기쁨인지 약간 눈물이 맺혀있었다.

한편 콜로니를 내려다보던 한현주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밤새 그 소동이 벌어졌지만 생존자들이라곤 한 씨 가문 사람들과 두 상단이 구축한 바리케이드 인근에만 그나마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란 것이었다.

거리엔 시체들조차 없었다.

그 긴 시간을 병귀들과 싸움을 벌였는데 단 한 구의 시체도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해가 뜨는 그 짧은 시간에 물러나던 병귀들이 살아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체까지도 모두 쓸어가 버린 것이다.


‘아! 이거 참. 집을 떠나온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정말이지 엄청난 일을 겪었어. 이처럼 기묘한 싸움이 있을까? 나중에 현수 오빠를 만나서 이 이야기해주면 얼마나 놀랄까? 혹시 오빠라면 이 안에 얽혀있는 이상한 상황들을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멍하니 거리를 내려다보며 지난밤의 지독했던 싸움을 상기했던 한현주는 치를 떨었다.

하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성인식도 거치지 않은 어린 소녀일 뿐인 그녀로서는 지난밤이 악몽과 같았다. 사촌오빠인 현수가 건네준 어깨의 무거운 짐이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병귀들이 일으킨 소요 속에서 죽어갔을지도 몰랐다.


“아하-.”


한현주의 입에서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그녀의 생각과 마음은 그녀를 힘들게 했지만 지금 그녀를 지탱하게 해주는 것은 살았다는 안도감과 어서 이 이상한 콜로니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다들 내려가지. 브론디 상단 여러분들도 그만 내려가지요.”

“예, 아가씨.”

“알겠습니다. 아가씨.”


한현주가 1층으로 내려오니 이사벨라 단장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옥상에 갔었다며, 그쪽은 어땠어?”

“조금만 늦게 올라갔어도 수습하기 어려웠을 지도 몰라요. 다행이 이사벨라 맹우님의 수하들이 능력이 뛰어나서 좋게 수습할 수 있었어요.”

“그래? 스테파니, 네 생각은 어때?”

“그게, 현주 아가씨가 올라오지 않았으면 저희 모두 단장님을 볼 수 없었을 거예요.”

“현주 아가씨?”

“히히, 그게 저희가 위에서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호칭을 그렇게 부르기로 저희끼리 말을 맞추었습니다. 물론 단장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면 하지 말아야겠지만 요.”

“이거 능구렁이들이네. 한 맹우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겠어. 에이 그렇게들 해.”

“알겠어요. 단장님.”

“한 맹우, 고마워. 우리 애들까지 신경을 써 줘서.”

“그렇지 않아요. 저희가 오히려 큰 도움을 받았는걸요. 그런데 여기 분위기가 너무 황량하군요.”

“그렇지? 콜로니 외성이 작살이 났는데, 아직도 내성 성문이 열리지 않고 있어.”


이사벨라 입에서 불퉁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무래도 이 그린 콜로니가 숙박 콜로니인데, 이 정도까지 고객들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내심 분노하는 모양이었다.


“내성 성문이요? 저 시간이 있으면 조금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어떠세요? 지금 바쁘세요?”

“지금 나와 대화를? 바쁜 건 없는데 지금 이야기하자는 것을 보니 중요한 이야긴가 보네. 음 그럼 우리 숙박지로 가지, 그곳이 아무래도 여기보단 한적하니까?”

“예. 그럼. 곧 찾아뵙겠습니다.”


이사벨라 단장이 수하들을 데리고 자기 숙박지로 돌아가자, 한현주는 강설찬과 이시다 사나에게 콜로니를 떠날 준비를 꾸리라고 한 뒤, 박진철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 브론디 상단을 방문할 거란 말을 한 다음 동행을 요청하자, 그는 한 씨 세가 사람들이 이동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영문은 모르지만 한 씨 가문과 떨어질 생각이 전혀 없는 그는 오재두에게 로커 상단도 이동할 수 있게 준비를 시켰다.

로커 상단까지 이동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본 한현주는 한현철과 이기춘, 그리고 박진철과 박해수 등과 같이 브론디 상단의 숙박지로 찾아갔다. 브론디 상단의 숙박지엔 아직 격렬했던 싸움에서 얻은 피로가 남아있는 스테파니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현주 아가씨.”

“스테파니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단장님은 2층에 계신가요?”

“예, 위로 오르시지요.”


한현주 일행이 스테파니의 안내를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는 이사벨라와 그녀의 최측근인 메리, 아담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아담에게서 무슨 언질을 받은 것이 있는지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자, 다들 이쪽으로 앉지요.”

“예.”


이사벨라 단장을 축으로 둥글게 앉자, 복잡한 얼굴을 한 그녀가 한현주를 보고 말을 꺼냈다.


“성벽 위에서 있었던 일은 아담을 통해서 말은 들었는데, 한 맹우가 다시 한 번 말해줄 수 있겠어?”


이사벨라의 말에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아담을 보자 슬며시 고개를 약간 숙였다.

순간 한현주는 아담 덕분에 이야기를 꺼내기가 한결 쉬워진 것을 알았다. 아마도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한현주가 이 자리에서 대화를 쉽게 할 수 있게 브론디 상단 사람들이 판을 깔아준 것 같았다.


“병귀들이 습격한 이후 제가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그린 콜로니의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거지요.”

“그러고 보니 콜로니 소속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았어. 왜? 그걸 나는 몰랐지? 이 자식들이 정말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거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분도 보았겠지만 내성 성벽 위에 세워져 있던 방어벽입니다. 저는 그 방어벽 위에 서있던 이 콜로니의 촌장을 봤습니다.”

“방어벽 위에 서있던 촌장이라고? 그럴 수가, 아담 그런 말은 없었잖아?”

“그게 저는 촌장님을 못 봤습니다.”

“촌장님은 개뿔......, 한 맹우 그래서 어떻던가. 그 자는.......”

“그 잔, 병귀들과 생사투를 벌이고 있는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와 눈이 마주치자 끔찍했어요. 그 자의 시선이. 그건 마치......, 설명할 수 없지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끔찍했어요.”

“미치겠군. 이거.......”

“그런데 박 단장님의 말을 빌리자면 여긴 숙박 콜로니라던데, 여기가 숙박 콜로니가 맞긴 합니까?”

“그러게 한 맹우의 말을 들으니 나도 여기가 숙박 콜로니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 그래 그러고 보니 이런 흉사가 이 콜로니에는 과거에도 일어났었어.”

“과거에도 있었다고요?”

“그래 과거에, 브론디 상단은 가업이지. 그 덕분에 부모님과 상행을 하면서 광야를 다녔는데, 내가 어려서 상단과 같이 이 콜로니에 들렸을 때 당시 콜로니가 이런 상황이었어. 병귀들이 습격했다는......, 그러고 보니 그 때랑 똑같잖아. 아니 좀 다르군. 그 땐 외성에 생존자들이 없었어. 그래 아버지 말로는 그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어. 정말 이상하군. 그린 콜로니의 무력이라면 병귀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을 텐데.”

“제 생각이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여길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이거 한 맹우의 말을 들으니 오싹하네. 그래 한 맹우는 어리지만 현명하니....... 음, 좋아. 다들 힘들겠지만 지금 이동할 수 있게 준비들 좀 해 줘.”

“예, 단장님.”

“한 맹우, 우리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겠지?”

“예,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좀 서둘러주세요. 느낌이 좋지 않아요.”

“알았어. 한 맹우 고마워.”

“예.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한현주가 일행들과 같이 숙박지로 돌아오자 숙박지엔 작은 소요가 있었다.

그건 숙박지를 찾아든 여인과 아이들뿐만 아니라 생계의 터전을 잃어버린 외성 거주민을 비롯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로커 상단을 따라가겠다고 때를 쓰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한 씨 가문을 따르겠다는 말이었다. 그 중엔 한현주가 구해준 플레이어 소녀도 있었다.

이 콜로니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 한현주는 솔직히 그들을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이들을 데려가면 순순히 저들이 보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자신들까지 억류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건 이들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위험하기 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한 한현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우린 이동 준비가 끝나는 대로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따라가겠다면 자기 짐들을 챙겨 오세요. 다만 시간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린 여러분이 오지 않아도 시간이 되면 이 콜로니를 떠날 겁니다.”

“고맙습니다.”

“현주 아가씨, 정말 고마워요.”


한현주의 말을 듣고 일부 사람들은 자기 짐을 챙기기 위해 흩어졌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들은 가지고 갈 짐이 남아있더라도 떠나는 시간에 못 맞출까 봐 하는 노파심 때문이었다. 또한 병귀들의 침입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은 이 콜로니가 싫어진 이유도 있었다.


“한 맹우, 우린 준비가 끝났어. 이제 출발하지.”

“예, 박 단장님 우리도 출발할까요?”

‘아직 사람들이 다 모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 출발하는 것이 좋겠지요. 여지와 아이들은 탈 수 있는 만큼 마차에 올라요. 서둘러요. 자, 다들 무장을 갖추었으면 출발합시다. 출발.“


한현주와 박진철이 이기춘, 오재두 등을 데리고 마차의 선두에 섰다. 다행이 박진철이 주인을 잃은 마차 4대를 징발해서 적지 않은 여자와 아이들을 마차에 태울 수 있었다. 그들 뒤에서 박해수, 강설찬 등이 마차들을 보호하며 외성의 남쪽 성문을 향해 움직이자. 브론디 상단이 따라왔다.

상단의 행렬이 처참하게 변한 거리를 지나가자, 따라가기로 했던 사람들이 속속 합류했다.


‘무사히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던 현주는 남쪽 성문에 가까이 있던 내성의 성문이 열리는 것을 봤다.

그 내성 성문에서 마 촌장을 비롯한 그린 콜로니에 속한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걸어 나왔다. 당당한 그들의 모습에 이곳을 떠나려고 한 사람들은 대부분 빈정이 상했다. 그들 중 친인이 상한 사람들은 그린 콜로니의 플레이어들이 알지 못하게 분노를 쏟아냈다.


“다들 이렇게 아침 일찍 어디로 가는 건가?”

“우리 이곳을 떠나려고 합니다.”


마 촌장의 말에 그의 실체를 잘 모르는 박진철이 나서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어느덧 실질적으로 무리를 이끌고 있던 한현주가 나서야 하지만 진중한 성격의 박진철은 어린 한현주를 대신해서 앞에 나선 것이다.


“이곳을 떠난다. 라? 후후후, 박 단장님, 로커 상단이 떠나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이 콜로니에 속한 사람들은 두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


마 촌장이 가리킨 사람들은 성벽 위에서 병귀들에 맞서 싸운 자경대원들이었다. 그들은 마 촌장이 자신들을 지목하자 상당히 당황한 얼굴들이었다.


“저 사람들이 이곳에 속하다니요? 저 사람들이 콜로니의 자경대원들이긴 했지만 그들이 그린 콜로니의 노예입니까? 노예가 아니라면 저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겠지요.”

“노예는 아니지만 저들은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당신들도.”


마 촌장의 터무니없는 말에 거리의 분위기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마 촌장. 여길 떠날 수 없다니. 그걸 왜? 당신이 결정하는 거야?”


뒤쪽에 있던 이사벨라 단장이 어느새 한현주 옆에 와 있다가 마 촌장의 말에 언성이 높아졌다. 특히 콜로니 외성에 거주했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의 분노는 컸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표출하지 못하고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사람들 속으로 숨어들었다. 약자의 비애였다.

서로 견해가 엇갈린 두 집단이 부딪히려는 순간 외성의 성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문 좀 열어주시오.”

“밤새 신경을 섰더니 피곤해 죽겠네. 근데 여긴 왜? 성문을 닫아걸곤 그래. 원래 이랬나?”

“아니야 평소엔 해가 뜨면 성문을 열고 해가 지면 성문을 닫았는데, 오늘 따라 이상하군. 설마 광야에 떠돌던 소문처럼 병귀들의 침입이라도 당한 걸까? 어이, 거기 누구 없소? 문 좀 열어주시오.”

“문 좀 열어주시오.”


그 소리를 듣자 마 촌장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콜로니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를 예측하지 못했던 마 촌장으로서는 선택의 기로에 섰지만 물건이 탐이 난다고 상점을 부술 순 없었다.


‘이런 모든 것이 뒤틀렸어. 저들이 이리 빨리 콜로니를 떠나려 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지만 않았다면 저들을 내성으로 불러들여......, 젠장 이대로 놓아주어야만 할까?’


마 촌장의 눈에 탐욕이 차오르더니 한현주와 한 씨 가문을 쓸어보았다.

오싹하는 소름에 한현주는 마촌장의 눈길이 뱀처럼 차디차다는 것을 알았다. 그건 욕정에 빠진 남자의 눈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현주는 그가 분명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한현주는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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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하나꼬(1) 24.09.01 24 1 17쪽
37 집으로 돌아가다(5) 24.08.31 25 1 17쪽
36 집으로 돌아가다(4) 24.08.25 27 1 16쪽
35 집으로 돌아가다(3) 24.08.24 32 1 16쪽
34 집으로 돌아가다(2) 24.08.24 26 1 16쪽
33 집으로 돌아가다.(1) 24.08.18 29 2 16쪽
32 아이언 콜로니(2) 24.08.17 34 2 17쪽
31 아이언 콜로니(1) 24.08.15 32 2 17쪽
»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24.08.11 35 2 17쪽
29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24.08.10 31 2 17쪽
28 정착하는 한 씨 가문(6) 24.08.10 32 2 17쪽
27 정착하는 한 씨 가문(5) 24.08.06 29 2 17쪽
26 정착하는 한 씨 가문(4) 24.08.06 31 2 17쪽
25 정착하는 한 씨 가문(3) 24.08.04 33 2 16쪽
24 정착하는 한 씨 가문(2) 24.08.03 36 2 16쪽
23 정착하는 한 씨 가문(1) 24.08.03 34 2 16쪽
22 귀신들의 쟁투(6) 24.07.28 33 2 17쪽
21 귀신들의 쟁투(5) 24.07.27 32 2 17쪽
20 귀신들의 쟁투(4) 24.07.27 35 2 17쪽
19 귀신들의 쟁투(3) 24.07.21 35 2 16쪽
18 귀신들의 쟁투(2) 24.07.20 32 2 17쪽
17 귀신들의 쟁투(1) 24.07.14 37 1 16쪽
16 마수들의 습격(2) 24.07.13 38 2 16쪽
15 마수들의 습격(1) 24.07.10 34 1 16쪽
14 최 씨 상단(3) 24.07.04 3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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