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이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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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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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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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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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다(5)

DUMMY

어선들이 하나둘 항구를 빠져나가는 내항 부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한창 잘나갔을 때에 비하면 형편없이 줄어든 부두 경기에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그리워하며 저물어가고 있는 목포항을 향해 크루저급 요트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요트는 항구를 빠져나가는 크고 작은 어선들과 엇갈리듯이 들어와 부두에 정박했다. 요트의 선명이 ‘갤럭시’였다.


‘하! 저런 멋진 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해봤는데, 도대체 저런 배는 누가 탈까? 저 배의 주인은 분명 어마무시할 거야? 그런데 태천 형님은 저 배의 주인을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나와 우리 식구들을 새벽 같이 동원한 것을 보면....., 휴,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지네. 나중이라도 내가 알아야 할 거라면 형님이 말해주겠지.’


처음 보는 거대한 요트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내항 부두를 터전으로 세를 키우던 박일성은 의형의 부탁으로 사람들을 통제했다.



“야! 똥팔아, 거기까지, 그 선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 밖으로 내보내.”

“예, 일성 형님. 다들 형님 말씀 들었지. 그래 그 선까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보네.”

“예, 형님. 다들 그 선 밖으로 나가주시오. 두 번 말하지 않겠어요. 다들 나가요.”


허름하지만 체격이 좋은 사내들이 분주히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요트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밀려나던 사람들 중에 조폭들 누군가와 안면이라도 있는 듯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봐, 나야 나. 같은 동리 사람들끼리 이래도 되겠는가?”

“이봐요. 아저씨, 거시기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데로 해요. 나중에 내가 막걸리 한 주전자라도 대접할 테니.”

“알았어. 그런 저녁에 사거리 과부집에서 한 잔 꺾더라고.”

“젠장 알았다니까요. 빨리 나가요.”


아무리 나라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부두에 나와서 일을 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었다.

그 말은 경기가 가라앉은 목포에서도 내항의 부두는 그런대로 돈이 도는 구역이었기에 이곳을 노리는 자들이 제법 있다는 말이었다. 그들 중엔 상종 못할 양아치들도 상당히 있었다.

내항에 터를 잡은 박일성은 영리하지는 않지만 뚝심 있게 주어진 일을 하는 노력형 조폭으로 부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런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했다.

물론 보호비로 약간의 사례를 받았지만 그래도 지금 서로 주고받는 분위기를 봐서는 조폭들 치곤 주변 사람들과 그런대로 융화를 잘하는 것 같았다.

이처럼 목포 내항 부두에 조직을 가지고 있는 박일성은 호남의 대표 주먹이었던 번개 박종석의 종제로 빠른 발과 강한 주먹을 가지고 있었다.

박일성은 어려서부터 종형인 박종석이 서울로 올라가 주먹 하나로 북창동이란 유흥가를 휘어잡았던 이야기를 들으면 컸지만 그는 목포를 좋아했다.

그래서 친한 선배나 후배들이 하나둘 서울로 떠나갔지만 박일성은 내항 부두에서 사람들과 치고받으며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고 서울에 대한 동경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가 떠나면 홀로 남게 될 어머니가 걱정되기 때문에 그는 일찍 감치 서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그런 그에게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적지 않은 후배들이 따라붙었다.

이처럼 부두를 종횡하던 박일성은 어느날 이곳을 찾은 사람과 사소한 시비 끝에 다이다이로 붙었다가 처절하게 패한 뒤 의형으로 모신 (주)태흥상호신용금고 목포지점장인 양태천의 지시로 내항의 부두를 통제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있었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요트란 배가 들어오자 의형인 양태천의 지시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일정한 구역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박일성 역시 주변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처럼 처음 보는 요트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요트에선 사람이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왜? 배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지? 그리고 형님은 왜 저런 얼굴을 하는 걸까? 저 모습을 보니 내 가슴이 다 찢어지는 것 같네.’


이런저런 떠오르는 의문에 박일성은 하염없이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장승처럼 서 있는 양태천을 쳐다봤지만, 목포에 온 그를 본 이후 이런 모습은 처음 봤다. 처음 보는 의형의 그런 모습에 박일성은 마음이 아팠다.

요트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없고 시간이 흘러가자, 이내 주변의 모습들이 평상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부두의 일이란 것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기에 그날 벌어 그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느새 요트란 존재가 잊혀져갔다.

한편 정박한 지 꽤 시간이 흐른 요트의 갑판에는 선장과 선원들이 모여 있었는데, 연신 선실 쪽을 쳐다보던 카이젤 콧수염이 멋들어진 선장이 오래된 은색 회중시계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몰랐다.

시계를 들여다본 선장은 선실 쪽을 쳐다보다가 부두 쪽을 내려다봤다.

요트가 정박한 부두에는 야간작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어선들과 이제 출항하는 어선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사람들이 들끓는 주변 부두 풍경과는 다르게 요트가 정박한 부두 앞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들과 3대의 화물차가 세워져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통행이 끊겨 적막감마저 감도는 부두엔 요트를 주시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 부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었고 또 다른 부류는 목포항에 기생하는 지역 조폭들로 보였는데, 부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지역 조폭들과 잘 아는지 간간히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보였다.


‘늦으시네.’


부두를 지켜보던 선장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드러날 때, 검은 양복에 유골함을 든 현수와 역시 검은 양장에 유골함을 든 지연수가 선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 뒤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은 오철웅과 이치카와 가족들도 나왔다.

현수 일행이 선실에서 나오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선장을 비롯해서 긴장한 얼굴의 남녀 선원들이 일렬로 도열해 섰다.


“수고했습니다. 이케다 선장님.”

“아닙니다. 모시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회장님.”

“그럼. 수고하세요. 그리고 이 배는......, 요코하마로 돌아가지 말고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이곳에 정박하세요. 그럴 수 있지요?”

“예, 물론입니다. 회장님. 다음 연락이 있을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현수와 눈이 마주친 이케다 선장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마도 이케다 선장은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려 한 모양인데 새로이 갤럭시 인베스트먼트의 사주가 된 어린 주인이 은연중에 흘리는 기세에 자신도 모르게 말을 아꼈다.

그런 선장을 향해 현수는 약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마치 선장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제스처였다.

현수가 도쿄로 돌아와 아사이 회장을 독대한 후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말하자 아사이 회장이 현수에게 이 요트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갤럭시 호는 현수의 조부인 한기철 회장이 겔럭시 인베스트먼트의 거래를 할 때면 일본으로 건너와 이용하던 요트의 존재를 알려준 것이다. 이젠 현수의 소유가 된.......

현수 일행이 선실에서 늦게 나온 것은 지연수와 현수가 장례절차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현수가 세간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연수는 장례를 집에서 치르기로 했고 이를 현수가 받아들였다.

잠시 부두를 내려다보던 현수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요트에서 내리자 사내들 중에서 두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들 중 한 명은 한눈에 봐도 강해 보이는 남자였다.


“도련님, 목포 금고를 맡고 있는 양태천입니다. 회장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어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양 지점장, 고마워요.”


처연한 기색에 두 눈이 부어있는 양태천은 현수도 일전에 눈을 통해서 본 안면이 있는 자였다.

(주)태흥상호신용금고의 목포 지점을 맡고 있는 양태천은 현수의 조부인 한기철 회장이 물심양면으로 키우고 있는 서호관을 거쳐 간 자로 지금은 전국에 퍼져있는 (주)태흥상호신용금고의 지점 중 하나인 목포지점을 맡고 있었다.

서호관은 오철웅이 관주로 있는데 다양한 사범들을 영입해서 고아들을 키웠는데, 그중 태권도와 무예타이, 수박 등 맨손 무술에 두각을 나타낸 양태천은 서호관이 배출한 뛰어난 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어려서 여동생과 거리를 떠돌며 살아가던 양태천이 여동생을 납치하려는 인신매매 조직과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것을 지켜본 한기철에게 발탁되어 서호관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그런 이유가 있어서인지 양태천은 수렁에서 자신과 여동생을 꺼내준 한기철에게 충성도가 대단했다. 그것을 잘 아는 한기철은 그에게 목포지점을 맡겨 전라남도 지방의 금융시장을 맡겼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양태천을 지나가려던 현수는 그 옆에 있는 중년남자에게 향했다. 중후한 인상의 남자는 양태천의 부하라 하기에는 그 결이 너무나 달랐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그 남자의 얼굴 표정이 너무 혼란스러워보였다.


“이 분은?”

“이 분은.......”

“나는....., 아니 저는 목포 시장을 맡고 있는 지현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도련님을 뵙게 돼서 아니......, 망극한 일을 당하셔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두서없이 말을 하는 지현우 목포 시장은 자신이 지금 어린 상주에게 말을 높이고 있다는 것과 뒤에 있는 미망인에게 말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웠다. 그렇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유골함을 든 소년을 존중하는 양태천의 행동 때문이었다.

일단 처음 보는 크루즈급 요트에 기가 질린 지 시장은 자신이 아는 바론 목포의 내로라하는 주먹들을 제압한 양태천이 어린 소년에게 진심으로 복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어린 소년에게 존댓말을 한 것이다.


‘하! 이런......’


내심 탄식을 했지만 이미 상황은 끝나버렸다.

지 시장은 행정고시에 붙어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지내다 기회가 돼서 고향인 목포로 부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라에 돈도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재원도 호남엔 그다지 지원되지 않았기에 목포는 과거의 영화를 잃고 저물어가는 도시였다.

그런 목포를 안타깝게 생각하던 지 시장이 우연히 알게 된 양태천의 도움으로 몇 가지 목포의 숙원사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금융회사인 (주)태흥상호신용금고가 표면에 나선 것은 아니고 토착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줘서 이룬 것이다.

그러단 차에 새벽에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지 시장은 이 자리까지 나온 것이다.

이번에 목포를 입국하는 사람들의 출입국에 관한 것들의 편의를 봐 달라는 요청과 더불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태흥 오너의 가족들이란 것을 알자 인사 차 나온 것인데 그만 이렇게 된 것이다.

할아버지의 유골을 든 현수는 양태천의 안내로 검은 승용차에 어머니와 같이 타자 오철웅은 조수석에 양태천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오철웅과 양태천은 말을 아낀 채 서로 가벼운 인사만 했다. 이치카와 가족은 뒤차에 탔다.

멍한 얼굴의 지 시장과 양태천이 운전대를 잡는 모습에 경악한 박일성 등을 부두에 남겨둔 채 현수 등을 태운 승용차들이 서울로 출발했다.

현수 일행이 서울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가 훨씬 지난 뒤였다.

마포구 서교동으로 들어선 승용차들이 홍익대학교 인근에 있는 23만평에 달하는 (주)태흥조경회사 안으로 들어가자, 나지막한 구릉이 조화롭게 둘러싸고 있는 지하 2층 지상 5층인 건물이 나타났다.

이 건물은 (주)태흥조경회사에 속한 사택으로 현수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사택은 구릉과 붙어있는 3층에 구릉 방향으로도 출입할 수 있는 별도의 출입문이 있어서 구릉 방면에서 보면 흡사 3층이 1층 같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저택은 주 출입문이 있는 1층과 보조 출입문이 3층에 있는 매우 독특한 구조였다.

사택 1층, 주 출입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골함을 들고 현수와 지연수가 내리자, 단정한 용모의 중년여인을 중심으로 모여 있던 여자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모두 사택에서 도움을 주는 도우미들이었다.

그녀들 외에도 사택을 경비하는 사람들과 각처에서 연락을 받고 모여든 태흥의 중역들이 울음이 터진 여인들을 보고 숙연한 표정들이었다. 그들 중에도 많은 이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사모님, 이게 무슨 일이래요? 회장님과 사장님이 돌아가시다니요.”


울음을 터트리며 중년여인이 지연수에게 다가갔다.


“영천댁, 흑흑흑....... 영천댁.”

“사모님, 이걸 어째.”


슬퍼하는 영천댁을 보자 지연수는 그동안 애써 억누르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런 지연수의 모습에 영천댁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불같은 성격의 한 회장과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큰 분쟁이 없이 살아온 지연수였기에 그런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도움을 주었던 영천댁으로서는 지연수의 우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줌마, 엄마 좀 부탁해요.”

“예, 도련님, 사모님은 제가 모시겠어요. 사모님 안으로 들어가셔요.”

“아니 현수야. 먼저 아버님과 아빠의 유골함을 안치하는 게 먼저야. 오 실장님, 그쪽으로 가요.”

“예, 사모님.”


지현수의 말을 듣고 현수는 ‘아차’ 하는 심정이었지만 사실 그에겐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으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지연수였다.

현수는 지연수가 좀 쉬었으면 했지만 일단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사택 옆에 산책길로 조성된 길을 따라 현수와 자연수가 이동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기력이 쇠잔해 비틀거리는 지연수를 영천댁이 빠르게 부축했다.

조경회사 안에 있는 호수 인근에 자리한 푸른 기와를 멋들어지게 올린 정자에 당도했다.

호수와 정자를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벽을 이루며 둘러싸고 있었는데, 정자에는 청심정이란 현판이 걸려있었다.

지연수가 가고자 했던 곳은 청심정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보이는 납골당이었다.

거대한 돌을 깎아 만들어진 거북이 2마리가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는 뒤로 화강암으로 지어진 납골당이 있었는데 주변에 대형 천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연수의 의견대로 이곳에서 조문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녀가 병원 장례식장을 마다하고 이곳을 택한 이유는 사고 당일 봤던 충격적인 현수의 모습이 그녀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 컸다.

한기철이 단순히 지하경제를 이끌던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 지연수는 그날 있었던 현수의 모습이 투영되어 조부를 따라 그런 길을 걷게 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그 길을 현수가 피할 수도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의식하지 않는다 해도 지연수는 이곳에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옆에서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기에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수많은 업보로 만들어진 적들이 있었다. 그 적들은 현수가 어리다고 봐줄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지연수는 현수가 좀 더 성장하고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진 다음에 조부의 자리를 이어받기를 원했다.

그런 이유로 대학병원에 빈소를 차리지 않고 이곳에서 하기로 현수와 의견을 나누었던 것이다. 물론 현수는 어머니인 지연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을 뒤로 하고 현수와 지연수는 돌거북을 지나 납골당 앞에 섰다.

이 자리에 서자 비로소 현수의 마음에도 조부와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물쇠로 채워진 납골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납골당 안에는 조선이 일제에 굴복하기 전에 고향을 떠나 만주로 향했던 수십 기의 한 씨 가문 사람들의 유골들이 모여 있어서인지 현수조차 섬뜩한 생각이 들 정도로 서늘한 음기가 가득 차 있었다.

매제인 아사이 회장의 부탁으로 방공호 지하에 있던 금괴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면서 한 회장이 우선순위로 한 것이 중국에 흩어져 있는 한 씨 가문 사람들의 흔적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이었다.

많은 돈을 썼지만 한 회장은 자신이 기억하거나 수소문으로 들어난 가문 사람들의 유골들을 대부분 한국으로 들여올 수가 있었다. 그 유골들이나 유품들이 안치된 장소가 바로 이 납골당인 것이다.

두 사람은 납골당에 놓여 있는 조상들의 유골함 옆에 두 기의 유골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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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플레이어로 각성하는 하나꼬(1) 24.09.01 24 1 17쪽
» 집으로 돌아가다(5) 24.08.31 25 1 17쪽
36 집으로 돌아가다(4) 24.08.25 27 1 16쪽
35 집으로 돌아가다(3) 24.08.24 32 1 16쪽
34 집으로 돌아가다(2) 24.08.24 26 1 16쪽
33 집으로 돌아가다.(1) 24.08.18 29 2 16쪽
32 아이언 콜로니(2) 24.08.17 34 2 17쪽
31 아이언 콜로니(1) 24.08.15 32 2 17쪽
30 정착하는 한 씨 가문(8) 24.08.11 34 2 17쪽
29 정착하는 한 씨 가문(7) 24.08.10 31 2 17쪽
28 정착하는 한 씨 가문(6) 24.08.10 32 2 17쪽
27 정착하는 한 씨 가문(5) 24.08.06 28 2 17쪽
26 정착하는 한 씨 가문(4) 24.08.06 31 2 17쪽
25 정착하는 한 씨 가문(3) 24.08.04 33 2 16쪽
24 정착하는 한 씨 가문(2) 24.08.03 36 2 16쪽
23 정착하는 한 씨 가문(1) 24.08.03 33 2 16쪽
22 귀신들의 쟁투(6) 24.07.28 32 2 17쪽
21 귀신들의 쟁투(5) 24.07.27 31 2 17쪽
20 귀신들의 쟁투(4) 24.07.27 35 2 17쪽
19 귀신들의 쟁투(3) 24.07.21 35 2 16쪽
18 귀신들의 쟁투(2) 24.07.20 32 2 17쪽
17 귀신들의 쟁투(1) 24.07.14 37 1 16쪽
16 마수들의 습격(2) 24.07.13 38 2 16쪽
15 마수들의 습격(1) 24.07.10 34 1 16쪽
14 최 씨 상단(3) 24.07.04 3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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