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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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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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3
추천수 :
288
글자수 :
273,335

작성
24.07.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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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탑 (1)

DUMMY

*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내쉰다.

어깨에 힘을 빼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손을 들어서 큰 원을 만들며 다시 내린다.

척추를 곧게 세운 채 배에 힘을 주고, 다시 한 번 호흡.


쓰읍- 하-

쓰읍- 하-

쓰-


“진정이 안되네.”


나는 차분해지려던 노력을 멈추었다.

도저히 내가 처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파라오나 누울 법한 관에 사색이 되어 죽어있는 내 시체말이다.

영혼 상태로 여기에서 혼자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길안내가 시작됩니다.’


때마침 음성이 들렸다.

혹시나 영혼 상태인 나 대신 시체가 움직일까 싶어 관을 쳐다봤지만 잠잠했다.

대신 내 손에 아이템이 소환되었다.


-

열람 권한 허용

탑 입구의 열쇠

설명: 정해진 문에 사용하면 던전의 숨겨진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


곧이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거대한 문이 생겼다.


-

탑의 입장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탑 입구의 열쇠‘를 사용합니다.

-


튜토리얼 때 얻은 열쇠!

이게 여기에 사용되는구나.

나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렸다.


딸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거대한 문이 미끄러지듯이 열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사방이 시스템 창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처럼, 여러 언어가 타이핑되고 있었다.


삐이이-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며 앞에 에러가 떴다.


-

비정상적인 접근!

사용자 김수한님은 영혼의 상태로 탑에 진입했습니다.

-


어? 이게 입장 조건이라고 했었는데?

나는 당황한 채 에러 창을 없애보려고 팔을 휘적였다.

영혼이라 무엇 하나 터치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춤을 췄다.


-

업데이트 중···완료.

? ??? ??


캐릭터 생성


사용자 김수한 님은 탑에 입장 전 본인의 캐릭터를 생성하십시오.

종족, 키, 몸무게, 나이, 직업 등을 설정하십시오.

탑에서 활동하는 동안 당신의 분신이 되어 줄 것입니다.

-


연이어 캐릭터 생성 창이 생겼다.

몸이 없으니 분신이라도 만들어 활동하라는 좋은 해결책이었다.

이러니 꼭 게임같다.


종족은 인간부터 엘프, 마족, 드워프 등 들어본 것부터 처음 보는 것까지 다양했다.


“완성했다.”


중~고등학교 비각성자 시절, 게임을 종종 했다.

처음 캐릭터 만들 때는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을 골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실력이 녹슬기는 커녕 더 발전했군. 좋았어!“


나는 완벽한 연예인 같은 모습의 인간 분신을 감상했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왼쪽, 오른쪽으로 봐도 완벽했다.

나는 자신감있게 완료 버튼을 눌렀다.


-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왜?


- 본체의 모습으로 분신이 생성됩니다. -


에라이.

이럴 거면 왜 설정하라고 했냐.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캐릭터 디자인했는데 아깝다.

공들여 만든 캐릭터는 오류창에 뒤덮여 사라졌다.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김수한 님.’


나직한 음성과 함께 밝은 빛이 쏟아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슈아아-


아까와는 다른 공기의 흐름에 눈을 떴다.

어느새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맑은 공기, 붐비는 거리, 흥겨운 음악 소리, 맛있는 고기 냄새···


‘1층: 초심자의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는 탑에 들어왔다.

현실감이 없다,고 느꼈다.

현실도 헌터니 뭐니 판타지 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는 사회의 형태라는 게 있지 않은가.

설명하자면···그래. 게임 속 세상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양한 종족이 한데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맛있는 냄새를 따라 가니 그릴에 거대한 고기를 굽는 노점이 있었다.

노점상은 험악한 인상의 오크였다.

오크는 지나가는 엘프 한 명을 붙잡고 호객 행위를 했다.


“어이, 엘프! 와서 오크 고기 좀 먹어봐.“

“네 녀석은 동족의 고기를 팔고 싶은가?”

“쉬익! 그러면 어떻다고! 와서 먹으라고!”

“꺼져라.”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누가 저렇게 호객하는데 와서 먹겠는가.

엘프는 혐오스런 표정으로 오크를 노려본 후, 제 갈 길을 마저 갔다.

오크의 행위와는 별개로 저 고기, 참 맛있어 보인다.


나는 가판대 앞에 섰다.

뜨거운 열기가 확 올라오는 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가 먹음직했다.

훈제 바베큐처럼 그릴 위에서 구워지는 모습이 절로 배고픔을 상기시켰다.


꼬르륵···


“아, 배고프다.”


이곳의 화폐 단위는 한국과 다를텐데 어떻게 먹지.

먹고 빠르게 달려서 튈까.

일명 먹튀.


‘자동 전투를 활성화합니다.‘


나는 비장하게 자동 전투를 킨 채 다가갔다.

아차. 고기를 열중하며 굽던 오크가 나를 발견했다.


“거기 비천한 인간 놈! 와서 먹어. 특별히 가격은 1만원에 해주지.”

“만원?”

“그래! 1만원!”


빠르게 고기를 집으려던 손이 뻘쭘했다.

탑에서 한국 지폐를 쓴다고?

그러고보니 같은 종족, 심지어 같은 국가도 아닌데 한국어로 얘기하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사용자의 국적을 고려해 한국 버전 패치 중입니다.’


아하.

만 원.

만 원이라.

비싸다.


“깎아주쇼.”

“앙? 이 정도면 싸게 주는 거라고.”

“천 원.”

“너무 한 거 아냐?”


흥정은 필수다.

나는 4달라처럼 그냥 배째란 마인드로 외쳤다.

실제로 저 가격이 적정가가 맞았다.

어떻게 아냐면,


‘오크 고기의 평균가는 1천원입니다.‘


자동 모드를 켜놓은 상태인데 저것까지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이 오크 자식이 10배나 호구 잡으려고 들어?


“그,그럼 5천원! 더 이상은 안돼!”

“천 원.”

“4천 5백원!”

“천 원.”

“끄응···너 처음 온 인간이 아니구나. 시세를 정확히 알다니, 알겠어. 자, 천 원만 줘.”


오크는 마침내 항복했다.

중요한 건, 난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닌다.

나는 주머니를 뒤지며 습관적으로 질문했다.


“계좌이체 됩니까?“

“계좌이체?”


오크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차. 여기에 계좌이체가 있을리가···


“그럼! 당연하지! 계좌번호는 아래에 있어.”


있었다.

정말 한국의 평범한 노점상처럼 가판대 아래에 거친 글씨로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심지어 송금도 된다.


“잘 먹어! 오크 고기는 최고라구, 쉬익!“

“감사합니다.”


나는 꼬챙이에 끼워진 오크 고기를 한 입 뜯어 먹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

엘프는 왜 안 먹었는지 모르겠다.


“쩝쩝. 이렇게 맛있는데.”


오크 고기는 3분 컷이었다.


“꺼-억“


배부르다.

그럼 다음 음식을 먹으러 가 볼까.

나는 여왕벌의 가호를 킨 채, 한 눈에 노점상들을 주욱 스캔했다.


엘프족이 파는 세계수 샐러드, 정령이 파는 퓨어워터음료, 천족이 파는 구름 솜사탕, 마족이 파는 마그마치킨···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종족이 한국인 취향 저격인 음식을 가득 팔았다.

이것도 패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하다.


마족의 마그마치킨 노점상 앞 의자에 앉았다.

치킨 하나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부터 느꼈던 이질감이 생생히 다가왔다.

인간이 없었다.

정말 다양한 종족이 있었지만 인간만이 보이지 않았다.


다들 다른 종족으로 설정한 건가?

아, 생각해보니 나는 오류로 분신을 생성한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나처럼 분신을 생성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저 존재들은 진짜 저 종족 자체가 맞을 것이다.


어쨌든 확실한 건 없다.

정보 좀 얻어 볼까.


나는 마족의 화려한 마그마 불쇼를 직관하며 질문했다.


“인간은 안 보이네요?”

“오랜만에 내려 온 건가?”

“뭐, 그런 셈입니다.”


사실 처음이지만 원래 인생은 거짓말 한 두 번쯤, 좀 많이, 종종 하며 살아가는 법이다.

마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불쇼를 이어갔다.


“너무 오래 안 내려온 것 아닌가. 모를 만도 하지. 인간은 사라졌어.”

“네?”


인간이 사라졌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말의 의미를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몇 십 년 전까지는 인간들도 초심자 광장에 붐볐다. 그런데 갑자기 발길이 뚝 끊기더니 더 이상 인간은 들어오지 않았어.”

“당신은 인간이 아닌가요?”

“음?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나는 위대하신 마왕의 통치 하에 있는 마족이다.”


고도의 컨셉인가, 아닌가.

컨셉이라면 존중해주기로 했다.

마족은 이제 마그마를 갓 튀긴 치킨에 붓고 있었다.


“위층에는 인간이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는 위층에 갈 수 없어. 1층 정착민이거든. 대신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글쎄. 포장이야, 먹고 갈 거야?“

“포장입니다.“

“포장이면 500원 할인이야.“


그냥 한국인데?


마족은 하던 말을 이어갔다.


“몇 십 년 전까지는 소식이 들렸었는데, 지금은 뚝 끊겼어. 마지막 소식은 101층에 인간 몇 명이 진입했다는 거야.“

“101층이요?”

“어. 현재까지 공략된 최고층이 101층이야.”

“그렇군요.”


마족은 포장을 마무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난 네가 더 이상하다. 인간인 네가 왔다는 건, 인간들이 다시 탑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 인간들이 이 치킨을 참 좋아했는데···매상이 짭짤했다.”

“그럴 만도 하죠. 특히 한국인들이 더 그랬을 겁니다.”

“자, 마족 특제 마그마 치킨이다.“


잘 포장된 마그마 치킨을 받았다.

생각보다 손이 델 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매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하며 위장을 자극했다.

나는 가려다 다시 돌아서 물었다.


“더 이상의 정보는 없나요?“

“뭘 알고 싶은 건데? 그럼 치킨 하나 더 사.“


치킨을 한 마리 더 사고 얻은 정보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마을 어귀에 있는 훈련소장을 찾아가서 퀘스트를 받고 해결하면 다음 층으로 갈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조언이었다.


“탑을 오르기만 하면 세계관 최강자가 된다는 건지, 원···“


포탈을 통해 던전이라는 미지의 공간에 진입하는 건 이제 상식이다.

던전 속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있다.

클리어 조건, 다른 말로 하면 퀘스트를 깨면 던전의 보상을 받는다.

아니면 영속적으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던전도 있다.


그러나 탑은 없었다.

어떠한 던전에서도 탑을 오른 적은 없다.


“애초에 본인의 죽음이 입장 조건인 던전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냐, 하- 맵다.“


맛있다.

훌륭한 양념, 아니 마그마치킨이다.

아직도 현실같지가 않다.

자동 모드는 자꾸 길안내를 시작해서 잠시 껐다.


새로운 곳을 누비고 힐링 좀 하고 싶다.

한 마디로 전 우주 랭킹 1위 되라는 건데,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꾸준히 랭킹 오르면 되는 일 아니냐?


나는 마지막 남은 닭다리 하나를 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깔끔하게 발골된 뼈를 정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다운 법···맞나?“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초심자의 마을은 컸다.

광장을 벗어나니 민가가 보였고, 좀 더 나가니 숲이 있었다.

무작정 1층의 끝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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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D-3 (1) 24.09.04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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