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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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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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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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탑(11)

DUMMY

*


우리는 입구에 진입하자마자 아무것도 밟히지 않는 완전한 허공에 발을 디뎠다.

당연하게도 아래로 추락했다.


“으아아악!”


아틀란티스 앞바다라던가 중앙섬이 아닌, 하늘에 입구가 생성된 모양이다.

당연히 날 수 있었으나, 오랜만에 스릴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김호랑을 설득해 정신 스킬까지 꺼버린 후, 우리는 제대로 ‘스카이다이빙’이라는 액티비티를 체험했다.


정신없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하강하다보니 어느덧 구름이 서서히 걷혔다.


“어? 저기 섬이다!”


구름으로 덮여있던 아틀란티스의 형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릿 속에 언젠가 읽었던 글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그곳은 동심원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섬을 중심으로 바다와 연결된 3개의 운하와 각 외섬이 존재한다. 섬의 북쪽으로는 드넓은 평야가, 남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졌다. 그곳은 ‘아틀란티스’라 불리었다.]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졌을 법한 미스터리한 전설.

과연, 전설 속 묘사된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섬이라는 얘기도 있고, 대륙이었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쉽게도 난 미스터리 애호가가 아닌터라 관심이 없었다.

저건 대륙보다는 큰 섬에 가까웠다.


어쨌든 현실에선 존재 여부 자체가 확실치 않았지만 탑에서는 아니었다.

포세이돈이 세운 고대의 문명, 아틀란티스가 바로 발 밑에 있었다.


나는 낙하산 역할을 해줄 특성을 발동했다.


-수동 모드 활성화. 특성: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몸이 부유하는 감각이 들며 떨어지던 속도가 점차 줄었다.

이윽고 공중에 완전히 멈춰섰다.

민첩으로 하늘을 날다시피 할 때는 끊임없이 하늘에 보이지 않는 지지대를 발로 밟고 뛰는 느낌이었다.

반면 여왕벌의 가호로 하늘을 날 때는 정말로 여왕벌이 된 감각처럼 몸이 가볍게 허공에 떴다.


이것이 내가 익힌 일명 김수한표 스킬 사용법이다.


“자, 이대로 계속 하강하면 어디에 도착하는지 보자.”


시력이 한계치까지 좋아지고 시야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도 특성의 장점이었다.

순차적으로 아틀란티스의 전체 구조, 시설,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도착할 곳은 ‘신전’이었다.


마침 좋은 생각이 났다.

내 주위로 쾌속한 바람이 형성되고 있었다.


타앗!


나는 아래로 극하강했다.

현재 내 민첩은 300이었다.

고대인들을 심장마비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적당히 조정했다.


-수동 모드: 민첩을 200으로 조정합니다.-


이 정도 속도면 충격으로 신전이 부서질까?

뭐, 닿는 순간에 컨트롤 잘 하면 된다.


***


쿠구구구구구구!


하늘에서 미지의 것이 아틀란티스의 습한 바람을 가르며 낙하했다.

그것을 발견한 신도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새로 여겼으나, 그 속도가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섰음을 인지하고 혼란에 빠졌다.

고대인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굉음(예컨대 현대의 전투기 소리)이 퍼지자 두려움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누군가 이 상황을 고대인들이 이해할만한 언어로 외쳤다.


“신이 분노했다!”


동시에 신전 내부의 모든 이들의 얼굴에 이해와 함께 더 큰 공포가 덮쳐왔다.


‘신의 분노’


지금이야 온갖 종교가 존재하는 마당에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적어도 아틀란티스에서는 절대적이었다.


한 사제의 외침에 신전 내의 모든 신도들이 바닥에 엎드렸다.

제단에 신께 올릴 음식을 옮기던 시녀들은 모두 음식을 버리고 도망쳤다.


“꺄아악!“

“신께서 분노하셨어!“


미처 피하지 못한 신전 내부의 모든 이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순간-


턱.


제단 위에 무언가 살포시 얹어지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신전 내부에 긴장감과 정적이 감돌았다.

고대인들은 생각했다.


‘신이 오신 건가?’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가?’

‘아아, 멍청한 우리의 귀가 멀어버린 것인가.’


곧이어 그들에게 신의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목이 칼칼하신 건지 약간의 헛기침과 함께 말이다.


“큼큼! 다들 고개를 들어라.”


자비로운 말에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제단을 바라봤다.

신도들은 순간 신을 감히 의심하는 죄를 범할 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 한 명이 제단 위에 있었다.


그들과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인간은 인간이었다.


‘신께서 어찌 인간의 모습으로···.’


하지만 신의 발치를 본 사람들은 다시 믿음이 충만해졌다.

두 마리의 맹수가 근엄한 자세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르르···”


‘비록 새끼이긴 하나, 저토록 흉흉한 기세를 가진 맹수를 데리고 다니시다니 내 믿음이 이토록 작구나···.’


눈물을 찍어 바르고 다시금 충만해진 신앙심을 품은 신도들에게 위대한 이가 뜻을 밝혔다.


“내 너희를 돕고자 이렇게 왔다.”


아아! 어찌 이리 자비로우신가!

최근 아틀란티스에 드리운 어둠을 보시고 직접 세상에 현현하시다니!

신도들은 신앙심 MAX의 경지에 거의 다다랐다.


물론 신도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어딘가 어색한 말투. 연기는 처음 해보는 건지 자꾸만 끊기는 호흡.

대충 미간을 찌푸리고 거만한 자세를 지은 채, 콧구멍을 벌름거리는 신은···

그렇다. 김수한이었다.


용기를 낸 신도 한 명이 감히 신께 아뢰었다.


“그렇다면 당신께서···”

“그렇다. 내가 포세이돈이다.”


그는 기어코 고대 그리스의 신, 포세이돈을 사칭했다.

신이 탑에 있을 리 없다는 김수한의 자신감이 낳은 결과였다.

김수한은 손을 들어 스킬을 발동시켰다.

이름마저 사기치기에 안성맞춤인 ‘S급 포세이돈의 창‘을.


쏴아아아아!


당연하게도 고대의 아틀란티스인들은 처음 보는 시각적 효과에 홀랑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신도들의 신앙심이 MAX로 채워졌다.


“신이시여!”


***


성공했다.

신전 한복판, 그것도 제단에 착지한 것은 행운이었다.

고대인들의 눈에 실시간으로 ‘저게 포세이돈?’이란 의심이 퍼지는 것이 보이자 나는 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시청각 효과로 인해 모든 신도들의 절대적인 믿음을 얻은 나는, 현재 호화스러운 대접을 받고 있었다.


“포세이돈이시여. 이 포도도 드셔보시지요.”


신도가 건네준 달콤한 포도를 통째로 삼켰다.

오, 이걸로 포도주를 만들어 팔면 꽤 큰 지역 사업이 될 것 같다.

물어보니 신도는 고개를 저으며 신실한 표정으로 답했다.


“신께 바치는 제물은 세속되이 쓰지 않습니다.”


내가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신도의 얼굴이 상한 포도 색으로 번져갔다.


“호,혹시 저희의 믿음을,”

“아니다. 그냥 물어본 것이다.”


저러다 숨이 넘어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털썩!


방금 쓰러졌다.

새로운 신도가 금세 자리를 메꾸었다.

이전 신도는 사람들에게 들린 채 사라졌다.

과하게 경직된 상태는 모두에게 좋지 않았지만 이미 포세이돈을 사칭한 시점에서 내가 뭘 해봤자 사람들은 더 쓰러질 것이란 결론에 다다랐다.


내 일이나 해야겠다.


“다음.”


앞사람이 가고 뒤에 있던 사람이 두 손을 꼭 모은 채 제 순서를 맞이했다.

나는 고개를 슬쩍 틀어 너머를 봤다.


신전 밑 언덕까지 이어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

전부 (자칭) 포세이돈인 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나는 신도들이 주는 고기와 과일을 받아 먹고, 시원한 나뭇잎 선풍기를 쐬며 ~실시간 고민상담 및 축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대하신 바다의 제왕, 포세이돈이시여! 아틀란티스를 세우시고 다스리시고-”

“짧게 해라.”

“제 아들이 도박중독에 빠졌습니다.”

“축복한다. 다음.”

“오오! 감사합니다!”


얼핏 보면 대충 넘기는 것 같겠지만 나는 엄연히 업무수행 중이었다.

방금 이 아저씨의 퀘스트를 받았다.


-

알림

12번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캘리 마을의 도박꾼을 갱생시켜라 / 난이도: 하 / 클리어 조건: 도박꾼의 갱생]

-


사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신 사칭해서 잘 먹고 놀기가 아니었다.

퀘스트를 수락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었다.


아틀란티스에 들어와 공중을 부유할 때,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멸망을 막을까.

멸망의 요인들을 제거하라는 말인데, 그게 대체 뭐지?

화산 폭발? 해저 지진?


그 때, 해답이 떠올랐다.


“추천 퀘스트 모드.”


추천 퀘스트 모드는 해당 층의 모든 퀘스트를 보여준다.

나는 빠르게 제목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확신이 생겼다.


보통 신화에서 신이 문명을 멸망시키는 건 단 하나, 신이 분노했을 때다.

즉, 인간들이 감사하지 못하고 타락의 최고점에 도달한 시점.

그렇다면 그들의 타락을 막으면 될 일 아닌가?

퀘스트 제목들은 이랬다.


-

추천 퀘스트 목록 (최신순)

1번. 사이비 교주를 없애라 / 난이도: 하 / -

2번. 노예를 구출해라 / 난이도: 하 / -

3번. 도박장을 폐쇄해라 / 난이도: 하 / -

4번. 부패한 관리를 척결해라 / 난이도: 하 / -

.

-


딱 봐도 타락한 이들 혼내주세요~하는 목록이었다.

확신을 더한 건 모든 퀘스트의 보상이 같았다는 점이었다.


‘신의 자비’


난이도가 어쨌건, 클리어 조건이 천차만별로 다르건 간에 보상이 모두 같다는 게 내 추측의 근거가 되어주었다.

모든 퀘스트를 해결하면, 신의 분노가 가라앉고 그에 따라 아틀란티스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람들을 맞이하며 신 행세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굳이 한 명씩 찾아갈 이유가 뭐 있나.


이렇게 하면 퀘스트들이 제 발로 걸어오는데 고생할 필요는 하나도 없었다.

역시 잔머리가 잘 돌아가면 몸이 편했다.


“다음!”


다음 차례인 꼬마아이가 쭈뼛대며 앞에 섰다.

잔뜩 기가 죽은 모습에 나는 옆에 있던 신도에게 명령했다.


“아이에게 포도를 한 송이 주거라.”


신도는 차마 나에게 말하지 못하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추측컨대 신께 드리는 제물을 평범한 인간에게 줘도 되겠냐는 그런 생각이겠지.

내가 아무 말도 않자, 신도는 하는 수 없이 포도를 아이의 손에 건넸다.


“감사합니다, 포세이돈이시여. 위대한 바다의 수호자-”

“역시 짧게 하도록.”


그러자 아이는 갑자기 바닥에 엎드렸다.


“이게 무슨-”

“포세이돈이시여!”


목청 하나는 장군감이었다.

아까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소년은 간청했다.


“제발 저희 아틀란티스를 멸망시키지 마옵소서!”


어린아이의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고개를 든 소년의 눈에 굳은 결심이 일렁였다.

그저 추측인지, 아니면 무언가 확신을 갖고 말하는 건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이지?”

“예언을 들었습니다!”

“내가 여기에 있는데 무슨 예언을 들었단 말인가!”

“그, 그건···.”


나는 짐짓 분노한 척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조금의 액션일 뿐이었다.

여기에서 살짝 분노해줘야 할 포인트란 걸 주변 신도들의 시선을 통해 알아차릴 수 있었다


“흐윽···아, 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신께서, 인간들이, 흑, 타락해서 다 물로 쓸어버리실 거라고요···.”


아이는 울면서도 제 할 말을 다 했다.

신도들은 이제 거의 아이를 죽일 듯 노려보며 입을 움찔거렸다.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지.

나는 손을 까닥여 발언을 허락했다.


“포세이돈이시여! 저 간악한 아이의 거짓말을 믿지 마옵소서! 저 아이는 일대에서 유명한 거짓말 하는 소년입니다! 저 아이의 아비 또한 몇 년 전부터 언덕에 이상한 방주를 만드는 정신병자입니다!”


신도는 목에 핏줄까지 세워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나저나, 방주라?

저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의 아버지가 말했다는 예언은 틀림없이 사실이다.

고대인들은 몰라도 현대의 나는 아틀란티스가 멸망했다는 전설을 안다.


물론 전설에 방주 얘기는 없었지만···.


“신께서 세상에 홍수를 일으키고 해저에 지진이 일어나 찬란한 부유의 땅, 아틀란티스가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란 망언을 하고-!”

“그만.”


더 들을 필요도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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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D-3 (2) 24.09.06 41 1 13쪽
51 D-3 (1) 24.09.04 47 2 12쪽
50 탑(19) +1 24.08.30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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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탑(16) +1 24.08.23 67 2 12쪽
46 탑 (15) 24.08.22 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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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탑(13) 24.08.16 90 2 12쪽
43 탑(12) 24.08.15 97 2 12쪽
» 탑(11) 24.08.14 104 3 12쪽
41 탑(10) 24.08.09 103 3 11쪽
40 탑(9) 24.08.08 11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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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탑 (7) 24.08.02 1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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