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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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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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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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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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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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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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탑(18)

DUMMY

*


퀘스트는 단 한 개 남았고, 시간도 10분이나 남았다.

벌써 멸망이 시작될 이유는 하등 없었단 의미였다.

내가 포세이돈을 만나러 간 게 화근이었던건가?

나는 허공을 박차며 외쳤다.


“최후의 방주로 간다!”


-추천 길안내 모드: 목적지를 설정합니다.-


102번 퀘스트. 최후의 방주를 완성해라.

완성의 정의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했다.

단순히 방주를 하자없이 잘 만드는 것이라면 기술자인 소년의 아버지되는 자가 훌륭히 잘 만들었으므로 완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퀘스트는 완료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땅히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다는 의미일 터.

가축을 5000마리, 사람들을 1000명 태울 수 있는 방주라면 전부 태웠을 때 비로소 최후의 방주가 ‘완성’된 것 아닐까.

그래서 퀘스트 클리어 이후 살아남은 자들을 전부 방주로 보냈다.


타앗!


-목적지 근처입니다.-


5초 만에 언덕에 도착했다.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방주가 있던 곳이 하필이면 섬의 가장 바깥쪽이었던 지라 이미 해일에 잡아삼켜진 후였다.

다행히 방주는 모든 입구가 닫혀 있어서 가라앉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 탔는지 살펴봐야 했다.


“102번 퀘스트 진행상황 확인.”


-해당 기능: 목적 달성 조건 확인은 자동모드에서만 사용 가능합니다.-


꺼져라.

나는 곧장 방주 맨 윗부분의 비상구로 향했다.


쿵! 쿵!


“어이! 나다! 포세이돈!”


-수동 모드: 보조 스킬 S급 동물의 감각을 활성화합니다.-


‘타다다다···. 웅성웅성! ···돈님이 오셨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몇 명인가.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하나, 둘, 셋···.


확인 완료.


“천 명 다 있군.”

“포세이돈님!”

“간다. 문 닫아라.”

“에? 포세이ㄷ---!”


다음 방주로 향한다.


“포세이돈님!”

“확인 끝났다.”


세 번째 방주 역시 천 명 전부 있었다.

마지막 방주 하나만이 남았다.

이곳은 세어보지 않아도 1명의 자리가 비었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긴급한 순간에 마지막 퀘스트를 남겨놓은 이유.

별 거 없다.

일이 좀 꼬였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50,000번 퀘스트: 노파의 예언이 마지막이었어야 했다.


난 분명 시간이 남을 줄 알았고, 타이머가 00:00:00가 되어서야 멸망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굼뜨고, 시간은 얼마 안 남았고, 포세이돈을 막으러 갔는데 오히려 심기를 제대로 건들인 결과, 멸망이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인생이란 원래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었다.

내 시야에 마지막 방주가 들어왔다.


비상구를 열어놓은 채, 김곰돌이 손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삼초오오온!!!”


내부에 진입하자마자 퀘스트 클리어 알림이 떴다.


-102번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아틀란티스에 신의 자비가 임합니다.-


이제 모든 게 끝이었다.

아틀란티스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51층을 클리어했다.

시스템 쫌생이는 목표 달성 조건에 대해서는 안 알려줬지만 왠일로 레벨업 게이지를 볼 수 있는 업데이트를 해줬다.

그리하여 내 EX급 자동전투 스킬이 다음 4레벨까지 남은 경험치는 이제 1.


102번 퀘스트의 경험치가 얼마가 되었든 간에, 나는 바로 자동 전투 4레벨이 되고 새로운 기능이 개방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능들로 추론했을 때, 이제 다른 유저나 헌터의 능력을 대신 쓸 수 있는 기능이 나올 차례였다.


나는 안내에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가장 공을 들인 방주라서 그런가, 탑승감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우웨에에엑!”


S급 육체여서 다행이다.

곳곳에 뱃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토를 하고 있었다.


“여기입니다.”


소년의 아버지가 안내한 곳은 특실 중의 특실이었다.

아이들 방은 바로 옆방이었다.

나는 혼자가 되자마자 바로 다음 알람을 확인했다.


-알림: 주력스킬 EX급 자동전투가 4레벨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기능이 개방됩니다.-

-동료를 영입해 팀전이 가능합니다.-


오?

단 한 줄이었지만 귀가 솔깃한 기능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좀 보고 싶다고 생각하자, 새로운 화면이 눈 앞에 나타났다.


-

1 동료 영입 / 2 자동 팀전 모드 / 3 수동 팀전 모드 / 4 상점 / 5 경매장

-


나는 즉시 1번 동료 영입을 눌렀다.

그러자 여러 종족들의 프로필이 주르륵! 펼쳐졌다.

등급, 스킬, 배경···이게 다 뭐냐?

개중에 단연코 눈에 확 띄는 건 [포세이돈]이었다.


-

1 동료 영입: 돈을 주고 당신이 원하는 동료를 데려오세요!


영입 가능 목록 (등급순)


S급 포세이돈 (이미지)

배경: 끝없이 멸망하는 아틀란티스에 갇혀 있는 바다의 신. / 보유 스킬: S급 바다의 신 / 영입가: 1조원


S급 리엑사 (이미지)

배경: 멸망한 엘프 왕국의 왕. / 보유 스킬: S급 생명의 화살 / 영입가: 7천 5백억원


.

.

.


[보유 잔고: 1조원]

-


내가 봤던 얼굴 그대로다.

그나저나 S급이라고?

같은 S급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포세이돈은 강했다.

내가 해 본 것이라고는 실컷 피하다가 도망치기가 전부였으니 말 다했다.


레벨 차이 정도로 좁혀질 격차가 아니었다.

나와는 수준부터 다른 아득한···.


‘파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그 때, 문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확인했다.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난리를 치고 있었고, 소란의 중심에는 소년의 아버지가 있었다.

내가 나오자, 그들 전부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소년과 그의 아버지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게···파도가 더 거칠어졌습니다.”

“조금 있으면 잠잠해질 것이다.”

“당신이 그러시다면···.”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정했다.

나는 비상구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정말로 파도가 이전보다 더 거셌다.

강풍이 미친듯이 몰아닥치고 있었고 물은 방주를 집어삼킬 듯 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51층 퀘스트 완료 알림은 아직 들리지 않았다.


시스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신의 분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틀란티스의 멸망은 계속됩니다.-


젠장.

당연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니었군.

역시 포세이돈을 없애야 하는 건가!


-경고! 목표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포세이돈을 없애는 게 목표를 벗어나는 거라고?

그럼 다른 방법이 어디에-


-동료 영입을 이용하십시오.-


아!

동료 영입란에 포세이돈이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를 영입하면 포세이돈은 내 휘하 아래 있게 된다.

즉, 나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마침 잔액도 딱 1조였다.

이는 지구의 시간이 지났다는 증거였다.

3900억은 세 명의 고객들이 나에게 약속했던 보수였다.

내가 죽었으니 굳이 입금할 필요도 없을 텐데 정직한 고객들이었다.


“그럼 바로···.”


나는 포세이돈의 영입 버튼을 누르려다 망설였다.


왜 시스템은 자동 모드일 때나 알려주던 사실을 지금 말하는 거지?

무슨 이득이 있어서?

수동 모드를 쓸 때 사사건건 방해하고 이상한 내용만 업데이트하던 시스템이-


왜, 하필, 지금?


레벨업도 정산 중 어쩌구 난리치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놈이 102번 깨자마자 바로 4레벨로 올려준 것도 의아했다.

내가 꼬인 걸까, 아니면 시스템이 음흉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일까.

시험해 볼 필요가 있었다.


“포세이돈을 죽일 거다.”


-경고! 목표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포세이돈을 영입할 거다.”


···.


“포세이돈을 죽일 거다.”


-경고! 목표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알겠다.

이 허술한 새X, 네가 뛰는 놈이면 나는 그 위에 나는 놈이다.

나는 동료 영입 창을 없앴다.

우선 마지막으로 설득 먼저 해 보고 나서 다음 방법을 시도한다.


콰아아아아앙!


설득이 불가능할 것 같다.

첫 번째 배가 파도에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저 멀리 포세이돈의 형상이 보였다.

파도에 언뜻언뜻 나타나는 그의 기괴한 안면은 비탄에 젖어있었다.


곧이어 두 번째 방주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취를 감추었다.

눈 깜짝할 새, 세 번째 방주마저 가라앉았다.

이제 우리 차례였다.

나는 바로 [동료 영입]을 눌렀다.


쿠구구구구!


-S급 포세이돈의 영입이 완료되었습니다.-

-동료는 사용자에게 공격할 수 없습니다.-


“포세이돈. 멈추십시오.”


쿠구구···.


마지막 방주를 완전히 분해해버릴 것처럼 굴던 소용돌이가 사라졌다.

이내 거셌던 파도가 잔잔해지기 시작했다.

물 위로 익숙한 인영이 떠올랐다.

포세이돈이었다.


“어떻게 한 건가.”

“대충 잘 했습니다.”

“아직 안 끝났다.”

“네?”


침울한 얼굴의 사내는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물이 아틀란티스에서 점점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시금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세워질 것이다.

분노할 신마저 공격할 의지를 강제로 잊었다.


그런데 이 자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가?


“날 죽여라. 그래야 모든 것이 끝난다.”

“그게 무슨···.”

“나는 알 수 있다. 지금 네가 아틀란티스의 멸망을 막는다고 해도 이건 끝나지 않아.”


어차피 공격 못하게 하고 죽이려고 했다.

그런데 죽일 대상이 죽여달라고 하는 건 참으로 이상한 경험이었다.

이어진 포세이돈의 말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정말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이 층을 클리어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니까 유저들과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거 아닙니까?”

“‘대부분’은 그랬다. 소수의 유저들만이 51층을 클리어했지.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위로 올라갔다. 다른 유저들이 몰랐다는 건···글쎄. 세월이 오래되어서인가. 날 죽이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은 다시 반복된다.”

“그럼···.”


-경고! 목표를 벗어나지 마십시오.-

-잠시 후, 51층의 퀘스트가 완전히 완료됩니다.-


이런, 뭍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아틀란티스는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다.

포세이돈은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시간이 얼마 없다. 죽여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관리자가 대체 무엇입니까?”

“···관리자는-. . .”


나는 포세이돈의 마지막 말을 듣고, 스킬을 시전했다.


-수동 모드: 주력 스킬 S급 포세이돈의 창을 사용합니다.-


수많은 창을 하나로 모아 바다를 가로지르는 삼지창의 형상이 떠올랐다.

목표는 포세이돈의 심장이었다.

나는 손을 내리기 전,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드디어···해방이군.”


포세이돈의 마지막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는 후련한 듯 눈을 감고 웃고 있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바다의 신의 심장을 관통했다.

결과적으로 노파의 예언은 순 엉터리였다.


-51층의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틀란티스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손 안에 일렁이는 새로운 힘을 바라봤다.


-오류: ? 관 ??리자의 ?힘을 획득했습니다.-


알림마저 소리는 고장난 스피커처럼 지직거렸고, 알림창 또한 폰트가 깨져있었다.

스킬도 특성도 아닌 오류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포세이돈이 말한 관리자를 떠올렸다.


‘관리자는 탑에 영원히 갇힌 존재들이다.’


그런 관리자가 던전에 버젓이 나타난 건 무엇이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시야가 완전히 캄캄해지고 기괴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으로 이동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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