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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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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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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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 (5)

DUMMY

*


아그작. 쩝쩝.


거, 잘 싸운다.

나는 1층에서 공수한 잘 포장된 팝콘을 입에 넣었다.

S급은 아니라지만 A급이 40명인데 속도가 좀 느리기는 하다.

그래도 상위 3인의 공격은 착실히 유효타를 먹이고 있었다.


-대상 킨탈시안이 A급 숲의 노래를 사용해 아기 레드 드래곤에게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HP가 1% 감소합니다.-

-대상 블랙이 A급 검은 화염을 사용해 동일 목표물에게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HP가 0.3% 감소합니다.-

-대상 꾸웱억이 A급 묵사발 만들기를 사용해 목표물에게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HP가 0.1% 감소합니다.-


어느덧 아기 드래곤의 HP가 50%을 향하고 있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오늘 중에는 끝나겠군.

물론, 다른 보스몹들처럼 드래곤이 일정 퍼센트 이하로 HP가 내려갔을 때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킨탈시안의 경험치 30581를 획득합니다.-

-블랙의 경험치 21934을 획득합니다.-

-꾸웱억의 경험치 19039를 획득합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다.

자동 전투 레벨 3에 이정도인데, 더 레벨이 오른다면 얼마나 좋은 모드가 나올까?


“우리는 할 거 없어, 삼촌?”


네잎클로버를 찾겠다며 바닥에 거의 얼굴을 묻다시피했던 김곰돌이 돌아왔다.

클로버찾기 대모험에 흥미를 잃은 건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어림없다.


“없어.”

“심심하단 말이야.“

“호랑이는 저기서 잘 놀고 있군. 필요하면 부를 테니 더 놀아라.“


예의범절 교육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곰돌이는 순순히 네잎 클로버 찾기를 재개했다.

김호랑은 이미 목적을 잊은 채, 아예 풀밭에 뒹굴고 있었다.

육아는 내 사전에 없으니 알아서 강하게 크도록.


“드래곤의 비늘 안쪽을 노려라!”

“말처럼 그게 쉬운 줄 아나, 쉬익!”

“키킷, 다 꺼져!”


레이드는 원활히 잘 진행되고 있···


“컥! 같은 팀을 죽이다니!”


···지 않았다.

서로 pvp가 가능한가보다.

애초에 게임이 아니니 그런 제약이 없는 게 당연한가.

혼란스런 와중에도 내 픽인 최상위 3인은 착실히 경험치 셔틀을 잘 해내고 있었다.


-칸탈시안의 경험치 19283를 획득합니다.-


“힘내라, 칸탈시안, 블랙, 꾸웱억!”


나의 우렁찬 응원에 세 명이 동시에 날 주시했다.

칸탈시안은 엄지를 치켜들고 다시 싸움에 집중했다.

나머지 2명은 나를 흘긋 보고 말았다.


“누구 쟤 알아?”

“아까 나를 기꺼이 치료해 준 은인이다.”

“꾸웱억! 좋은 놈.”


꾸웱억은 이름 값을 하는군.


이 김에 아까 하나 더 포장해 온 마그마 치킨 좀 먹어볼까.

오, 여전히 뜨겁다.

과연 마족의 자랑일 만하다.

나는 닭다리를 손에 잡고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


-아기 드래곤의 HP가 20% 남았습니다.-


슬슬 지루하다.

몇 시간 째, S급 하나에 A급 40명이 달려들어서 절절거리는 게 답답하다.

당장이라도 나서고 싶었지만 아직 내가 직접 나설 때가 아니었다.

목표 달성 조건에 나온 목표물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

목표 달성 조건

S급 성체 레드 드래곤 (Lv.70)을 처치해라.

보상: 10,000,000원

-


보상이 마음에 든다.

죽어버리는 마당에 3900억을 못 받고 들어온 게 마음에 걸렸는데, 비교적 적긴 해도 천 만원을 한 큐에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다만, 문제는 아직도 정산이 안 끝나서 나는 S급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고작 A급이 어떻게 S급 드래곤을 죽이겠는가.


-정산 진행 중입니다.-


저번부터 계속 일처리가 느린 게 거슬리는데...

나는 여러 번 허공에 대고 시스템에게 항의해보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나저나 아기 드래곤은 언제쯤 제 어미를 부를까.


-대상 블랙이 목표물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드래곤의 HP가 2% 감소합니다.-

-S급 아기 레드 드래곤의 HP가 12% 남았습니다.-


“꾸웱억은 난타를 사용하십시오.”


나는 확성기에 대고 마저 지휘했다.

꾸웱억의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아기 드래곤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드래곤의 강력한 저항에 전신에 달라붙어있던 유저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S급 아기 레드 드래곤의 HP가 10% 남았습니다.-

-아기 레드 드래곤의 특성: 어린이 무사 귀가 서비스가 발동됩니다!-


이름 한 번 참 유별나다.

아기 드래곤의 15층 전체에 전달되고도 남을 포효가 몇 분간 이어졌다.

성악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는 성량이다.


-S급 레드 드래곤 (Lv.70)이 자식의 위험을 알아차립니다!-

-경고! 레드 드래곤이 이쪽을 향해 빠르게 비행 중입니다!-


“후우...“


나는 광산에서의 트라우마가 도진 탓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심 보스가 또 사라져 있고, 관리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잠시동안 나를 좀먹었다.

반면, 유저들은 난리법석을 떨고 있었다.


“어미 드래곤이 온다!”

“젠장, 후퇴할 수도 없고!”

“다, 다음 층으로 가야 해!”


용감하게 어미 드래곤을 기다리는 유저들부터,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는 유저와, 이 장소를 벗어나려고 전력질주를 하는 유저까지 현장은 공포와 혼란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쿠오오오오-----!”


어미 드래곤이 거센 폭풍을 일으키며 아기 드래곤의 옆에 상륙했다.

녀석은 상처입은 아기 드래곤을 자신의 날개 뒤로 감추고는 목을 꿀럭였다.

저건 위험하다, 라고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곰돌과 호랑을 낚아채서 바로 하늘 위로 날았다.


-민첩을 극대화합니다.-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콰아아아아-!


아슬아슬하게 드래곤의 화염 브레스가 발 밑을 스쳐 지나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유저들은 이미 까만 잿더미가 되었다.

브레스 한 번에 10명이 사라졌다.

끔찍하도록 강한 놈이다.


한 방이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사망이다.

지금 내 수준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정산이 당장 필요했다.


-정산이 진행 중...-


“닥치고 바로 하라고. 이전까지는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하든 진짜 죽든 살아남을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없는 거 다 안다. 그러니까 빨리 하지 그래.”


-정산이 진행 중입니다.-


콰아아아-!


두 번째 브레스가 이어졌다.

이번 턴에는 7명이 홀연히 잿더미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 픽 3명은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나는 전혀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자동전투와 나의 생각이 일치하는지, 더 이상의 액션이 이어지지 않았다.


“끄아악!“


3명이 더 사라졌다.


“사, 사, 살려줘!“


5명이 더 사라졌다.


유저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지만 어미 드래곤의 쉼 없는 브레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삼촌, 안 도와줘도 돼?”

“그래. 저들의 싸움이야.”

“내가 가면 다 막아줄 수 있어!“


아기곰이라 그런지 아직 세상물정 모르고 해맑았다.


“정말? 너도 S급이지만 저 드래곤과는 급이 달라. 너는 1레벨이고 저 드래곤은 70레벨이다. 할 수 있겠어?“

“···그치만,”

“고집 부리지 마라.“


최대한 부드럽게 타이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아이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내 설득이 전혀 통하지 않았던 건지, 김곰돌은 여전히 올망이는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저들은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그런가, 솔직히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애초에 저들도 목숨 잃을 것을 각오하고 참여한 레이드가 아닌가.


-정산 진행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4명이 죽었다.

싸울 인원이 줄어들수록 나중에 싸울 때 더 힘들어진다는 건 알지만, 지금 내가 끼어들어봤자 인원 보존은 커녕 나도 잿더미가 되서 사라질 것이다.

어차피 A급 언저리들은 S급, 그것도 70레벨 짜리를 감당해낼 수 없다.

내가 피라미드의 무덤에서 병사들이 S급이 되었을 때, 거의 제 역할을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때를 회상하니 자연스레 입 안에서 쓴 맛이 감돌았다.


어쨌든 정산되는 대로 바로 참전한다.


“난 싸우겠어!”


오. 이 순간에 용감한 순위 18위의 전사가 어미 레드 드래곤에게 정면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탓-


호기롭게 땅을 박차고 드래곤의 눈을 노리려는 전사.

전사는 칼을 높이 들어 올려 자신이 짜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검에 담고 휘둘렀다.


“일족의 명예를 결고-! 으랴아아!”


팅!


검사의 칼은 드래곤의 단단한 눈알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검사는 애처롭게 바닥에 떨어진 칼을 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정면을 주시하던 드래곤의 뾰족한 눈동자가 어느새 전사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기를 잃은 전사는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어, 어···?”


드래곤의 표피가 붉게 빛나며 비늘 사이로 무언가가 꿀렁꿀렁 나오기 시작했다.

용암이었다.


“끄아아아아아-!”


전사는 그대로 온몸이 녹아 사망했다.

아아, 그는 용감한 전사였다.

재밌게 관전하던 나는 오른쪽 어깨에 매달려 있는 김곰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잔뜩 풀이 죽어 있던 곰돌이가 고개를 들었다.


“가도 돼?“

“아니.“


곰돌이의 레벨이 높았다면 저깟 브레스는 뿜는 족족 찢어 발겨 없애버렸을 텐데.

김호랑은 내 머리를 잔뜩 잡아 뜯으며 놀다가 김곰돌의 태도에 의문을 표했다.


“왜 계속 가려고 하는 거야? 아저씨 머리에 앉아서 놀기가 얼마나 재미있는데!“

“너는 몰라도 돼.“


그럴 만도 하지. 김호랑의 스킬을 생각하면 어린애답지 않게 이런 상황에 침착한 건 당연했다.


-사용자 김호랑이 당신을 스킬의 대상자로 지정했습니다.-

-당신은 어떠한 상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이성을 유지합니다.-


해당 스킬의 영향으로 나 또한 이상할 정도로 별 감정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스킬을 해제하면 무언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만, 곰돌이는 아직 어리니 정신적 충격이 클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간들 도움이 되지 않을 걸 뻔히 알면서도 가고 싶어 하는 거겠지.

나는 탈모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김호랑을 머리에서 떼어냈다.


“곰돌이에게도 네 스킬을 적용해봐.“

“킁, 두 명은 조금 힘든데···”

“할 수 있어.“

“알겠어, 해 볼게!”


호랑이는 두 눈을 꼭 감더니 집중하기 시작했다.


-피보호자 김호랑이 김곰돌을 스킬의 대상자로 추가했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낮아, 영향력이 감소됩니다.-


“했어! 근데 역시 둘은 어려워.”

“잘했다.”

“히히!”


나는 바로 김곰돌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동자는 전보다 훨씬 차가워졌다.

여전히 조그마한 안타까움이 일렁이긴 했지만, 곰돌이는 더 이상 칭얼거리지 않았다.


“김곰돌. 조금 있으면 도울 수 있다. 그 때까지 참을 수 있겠어?”

“···지금 끼어들면 삼촌도 죽을 수 있다는 거 알아.“

“그래.“


조금 착잡하긴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아래를 바라봤다.

이제 10명도 채 남지 않았다.


스킬의 영향력이 조금 줄어든 탓인지, 저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

조용히 찍어 눌러 마음의 저편으로 밀어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S급 레드 드래곤 (Lv.70)

HP: 99%

-


드래곤의 상태창을 뜯어보다가 든 생각인데, 100층도 아니고 15층부터 미친 하드 코어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100층 넘어가면 대체 어떤 괴물들이 나온다는 걸까.

아까 엘프의 말로는 최소 A급부터 들어온다고 하니, 당연한 건가.

아니면,


“답은 이거일 것 같은데.“


물론 내 의문에 대한 답은 나에게 있었다.

사실 제일 가능성 있는 답변이었다.

내 경험상, 저건 아마···나 때문일 것이다.


생각을 마치자 때마침 알림이 들려왔다.

오늘 하루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정산이 100% 완료되었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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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탑 (8) 24.08.08 133 3 12쪽
38 탑 (7) 24.08.02 138 3 12쪽
37 탑 (6) 24.08.01 1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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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탑 (1) 24.07.25 178 3 11쪽
31 피라미드의 무덤 (7) 24.07.21 174 3 11쪽
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29 피라미드의 무덤 (5) 24.07.19 185 4 11쪽
28 피라미드의 무덤 (4) 24.07.18 19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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