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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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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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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12)

DUMMY

*


중요 퀘스트의 냄새가 난다.

그것도 히든급의 냄새가.

신도 나부랭이때문에 놓칠 수는 없지.


-근력을 50으로 조정합니다.-


콰앙!


대리석 의자 손잡이 한쪽이 날아갔다.

일종의 퍼포먼스.

신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른 신도들도 일제히 수그렸다.


나는 최대한의 호흡을 끌어모아 터트렸다.


“이미 다 알고 왔다! 감히 포세이돈인 내가 너희가 타락한 걸 모를 줄 알았는가!”

“···!”


내 말에 정곡이 찔린 것 같다.

끓어오르는 화때문에 몸을 주체할 수 없던 자가 잠잠해졌다.

아틀란티스에 드리운 어둠이 사람들의 타락이란 건 이제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 틈을 타 갈고 닦은 할리우드급 연기 실력을 뽐냈다.


“이 방자한 자를 당장 끌어내라! 또한 여기에서 이 아이를 비난하는 자는 누구든 신의 분노 아래 무사하지 못할 것을 알라!”


그제야 눈치빠른 다른 이들이 해당 신도를 질질 끌고 나갔다.

분위기는 다시 엄숙해졌다.

나는 소년을 부추겼다.


“자세히 말해보아라. 네 입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소년은 눈물을 닦고 말을 이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몇 년 전, 예언을 들으셨습니다. 아까 저분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위대하신 포세이돈께서 분노하사, 세상을 물로 멸망시키신다는 내용이었어요.”

“···.”

“유일하게 신을 경외하는 자가 아버지라고, 그게···.”

“괜찮으니 이어서 말하거라. 지금 이 시간부로 아이를 쳐다보는 것들은 모두 눈을 뽑겠다.”


쉽게 말해 눈 깔으라는 말이었다.

지금 가장 중요해보이는 퀘스트 받는 중인데, 지들 신앙심 무시하는 발언한다고 째려보는 꼴이 방해되었다.

내 말에 사람들은 즉각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그렇게까지 하란 건 아니었는데···됐다.


“그 예언을 들은 날로부터 매일같이 해일이 들이닥쳤어요. 사실 저희 섬 북쪽으로는 넓은 평야가 있었는데 이미 잠겨버리고 말았어요. 거기 살던 사람들은 목숨을 잃거나 안전한 구역으로 거처을 옮겼고요.”


그래서 영락없는 섬이었던 건가.

이미 멸망은 진행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최후의 날을 위해 방주를 만드셨어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 날이 오지 않길 바라고 계세요.”

“알겠다. 너는 잠시 기다려라. 이후에 나를 방주와 네 아비에게로안내해라.”

“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방금 퀘스트를 받고 수락했다.

그것도 (추정) 히든 퀘스트를!

더이상 시간 아깝게 대화를 끌 필요가 없었다.


-

102번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최후의 방주를 완성해라. / 난이도: ? / 클리어조건: ? / 보상: 신의 자비]

-


물음표의 향연을 보니 이건 히든급이 분명했다.

신도들은 소년의 자리를 마련했다.

소년은 영문도 모르고 작은 천 위에 앉았다.


빠르게 저 기다란 줄 다 해치우고 중요 퀘스트를 제일 먼저 확인하러 갈 것이다.

경험상 저 퀘스트가 모든 것의 핵심 열쇠일테다.


나는 크게 외쳤다.


“서둘러라!”


한국인 빨리빨리 들어간다.


*


드디어 마지막 차례가 되었다.

멀리 앉아 있던 노파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신도들의 부축도 사양한 채, 열심이었다.

나는 이 틈을 타서 옆에 있던 신도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인간 외에 다른 종족을 본 적이 있는가?”


신도는 눈썹을 최대한 찌푸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내 뜻을 헤아리려고 했다.


“종족이라면···포세이돈님의 맹수들을 가리켜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예를 들면 메머드라던지···.”

“말고. 마족이라던가, 드워프라던가···아니다. 잊어라.”


[마족], [드워프] 등의 키워드가 나열될 수록 신도의 고개는 점점

옆으로 기울었다.

‘님 무슨 말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제스처는 만국, 시대를 넘어 공통이었다.

이들은 그냥 평범한 고대의 인간들이었다.

포탈 때문에 몬스터같은 다른 존재들에 익숙해지고, 탑에 들어와다른 종족에 익숙해진 나와 달랐다.


이들은 탑의 존재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즉, 탑의 존재들 또한 이들을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탑을 올라오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이 인간 오랜만에 본다, 처음 본다, 어떻게 왔냐 등이었다.

분명 101층 아래로는 인간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었다.


‘근데 여기에 있단 말이지. 대놓고. 떡하니.’


이걸 모를리가 있나?

탑은 올라가면 갈수록 한 층의 구역이 넓어진다.

굳이 시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점점 길안내가 길어졌으니.


가령 51층은 너무 넓고 수많은 도시와 문명이 있어서 유저들이 못 찾았거나, 히든일 가능성이 높았다.

층에 입장할 때 히든이라는 말은 없으니 전자가 맞을 것이다.


“포세이돈이시여. 마지막입니다.”

“그래.”


마지막 퀘스트 제공자께서 드디어 앞에 왔다.

지팡이를 짚고 있으나 허리가 많이 휘어서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워 보였다.

얼굴에 잔뜩 진 주름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대충 100살은 이미 넘은 것 같은데.


“···!”


노파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원래 실눈캐가 눈을 뜬 순간이 가장 무서운 때다.

노파의 눈은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대신 누군가 부축해주지 않았음에도 정확히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신께서 택한 자가 오셨군요.”

“나는 포세이돈이다.”

“그것도 맞습니다. 신이시여.”


들킨건가.

미리 변명하자면 나는 포세이돈인 척해서 멸망을 막으려고 한 것이 전부였다.

사이비 교주는 아니었고 진짜 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은 노파가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당신의 손길은 당신에게 닿지 못할 것입니다. 그 때를 대비하십시오.”


노인이 남긴 찝찝함 뒤로 퀘스트 수락 메세지가 떴다.


-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예언을 성취해라. / 난이도: ? / 클리어 조건: ? / 보상: ?]

-


예언자였나.

연속으로 히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퀘스트를 두 개 받았다.

둘 다 수수께끼 풀듯 하나도 모르겠지만, 시스템과 내 뜻이 일치하는 층에 진입한 이상 순순히 나에게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스템. 수동 모드인데 자동모드같은 성능을 자랑하는 수동모드로 부탁한다.


-요청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자동 모드로 전환 시, 하루동안 수동 모드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자동 모드로 전환하시겠습니까?-


그새 업데이트한 건가.

내 꼼수를 차단하는 일처리가 아주 신속하고 정확했다.

보상 처리해줄 때는 오래 전 모 애니메이션 속 나무늘보같은 속도를 자랑하더니···.

나는 소년을 바라봤다.


호강에 겨워 정신 못차리고 아이답게 놀고 있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엄숙하게 앉아 있었다.

날 진짜 포세이돈이라고 생각해 그런 것이라면 이해는 갔다.

까닥하면 목숨이 날아갈테니.

나는 연극톤으로 말했다.


“일어나라. 그리고 안내해라.”

“네! 포세이돈이시여.”

“삼-”

“크흠!”


우리의 엄숙하고도 신성한 대화에 김곰돌이 재를 뿌릴 뻔했다.

들키면 다 끝나는 거야, 임마!

다행히도 김곰돌은 금방 눈치채고 연극에 동참했다.


“크아앙! (더 먹고 있으면 안 돼? 여기 진짜 편해!)”


짐승의 언어로 놀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생각해보면 쉬지 않고 탑을 올랐으니 지칠만 했다.

나는 눈썹을 까닥였다.

그것을 본 김곰돌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아이들에게 쉼을 선사했다.


“맹수들을 나를 대하듯 잘 대접해라.”

“뜻에 따르겠나이다.”

“크크크!”

“크흠!”

“크르릉!”


마지막까지 조심. 또 조심.

마족도 뭣도 모르는 이들에게 무려 [짐승이 인간의 언어로 말을 한다는 도파민 폭발 콘텐츠]를 보여주면 혼절할 게 분명했다.

신난 김곰돌은 고기에 앞발을 얹고 신도들을 재촉했고, 김호랑은 이미 살랑이는 나뭇잎 선풍기에 녹아내린지 오래였다.

그들을 뒤로 하고 소년을 한 손에 잡아 들었다.


“마을 이름과 위치를 말해라.”


소년은 처음에 다른 신도들처럼 숨이 넘어갈 듯 기겁을 했다.

신인 내가 인간인 자기에게 손을 댔다는 이유였다.

나는 축복의 한 종류라며 안심시켰고, 그제야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었다.


-추천 길안내 모드를 시작합니다.-

-목적지를 ‘앤셔스 마을의 높은 언덕’으로 설정합니다.-

-도착까지 3시간 남았습니다.-


휘이이-


하늘을 날자, 소년은 눈을 반짝이며 질문했다.


“어떻게 이런···포세이돈께서는 바다를 지배하신다고 들었는데, 하늘까지도 지배하시는 건가요?”

“대충 그렇다.”

“오오···!”


제우스라고 있긴 한데, 어차피 사칭하는 김에 그냥 다 하기로 했다.

설명하기도 귀찮고, 이제 와서 ‘사실 나는 포세이돈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다.’라고 해봤자 먹힐리가 없다.

그냥 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인간인 소년을 위해 저공, 저속 비행을 지속했다.

신전은 아틀란티스의 중앙섬에 있었는데, 목적지는 3개의 운하를 건너 가장 바깥 외곽에 위치해있었다.

느리게 가려니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그냥 이놈을 기절시킬까 10번은 넘게 생각했을 때 도착했다.


“저기예요!”


소년의 말대로 높은 언덕에 한 눈에 보기에도 거-대한 방주가 있었다.

방주의 앞머리 쪽에 쓰러져가는 작은 오두막에서 사람이 한 명 나왔다.


“아버지!”


소년의 아버지인가.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을 메만지며 소년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소년과 나를 번갈아봤다.

양치기 소년인 자신의 아들이 소개한 나를 믿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게 보였다.


“진짜예요!”

“하지만 얘야···.”


그게 바로 양치기 소년의 최후다.

예언과 나에 대한 것빼고는 평상시 구라를 밥 먹듯 쳤나보군.

다시 한 번 시청각 효과를 선보일 때였다.


“오오, 포세이돈이시여!”


효과는 직빵이었다.

남자는 직접 방주를 투어시켜주기까지 했다.

사람이 1000명, 가축들은 5000마리까지 수용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지루했다.

그래서, 완성은?


“방주는 이게 다 만든 것인가.”

“네! 그렇습니다.”

“진짜?”

“?네!”


다 만든 거라면 왜 퀘스트가 나에게 주어졌지?

이미 완공된 배인데 완성할 것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보수가 필요한 곳이 있나?


“군데군데 잘 살펴라. 혹시라도 상한 곳이 있을 수 있다.”

“검토를 매일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만들었어도 너무 잘 만들어서 배는 튼튼합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우람한 팔근육을 뽐내며 자신의 가슴을 탁탁 쳤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아직 배에 탈 인원이 타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스템은 방주가 완성되지 않은 거라고 간주한 것이다.


나는 남자에게 명령했다.


“배에 사람들을 태워라. 1000명 전부.”

“결국···멸망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남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어깨를 떨어뜨렸다.

나는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않기 위한 것이다.”

“···!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무엇인가.”

“사람들이 타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

이들은 정신병자와 양치기소년이란 환장의 콤비로 사람들에게 낙인찍혀 있었다.

어느 날 정신병자가 집을 짓고 난 후에 사람들에게 들어와서 무료로 살라고 한다면 누가 살겠는가?

이건 내가 나서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다.


나중에 스킬 웅장하게 사용하면서 ‘다 방주에 타라.’하면 타지 않을까.


“그건 내가 하겠다. 너는 가축 먼저 전부 태워라.”


남자의 말로는 가축을 전부 태우는데 아무리 빨라도 며칠 걸린다고 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건 모든 퀘스트를 깨고 난 후로 미룬다.

나는 소년의 아버지에게 몇 가지 지시사항을 더 내리고 언덕을 떠났다.


아틀란티스의 타락을 막고 신의 자비를 구할 시간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퀘스트 깨러 간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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