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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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4,130
추천수 :
288
글자수 :
273,335

작성
24.07.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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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추천
4
글자
10쪽

피라미드의 무덤 (3)

DUMMY

*


“이게 왜···.“


평생을 함께 한 것처럼 익숙한 감촉.

가볍고, 거칠었다.

나는 지팡이를 이리저리 휘둘러 봤다.

아이템 정보부터 볼까.


-

아이템 정보 열람


지도자의 지팡이 (Lv.1)


설명: ‘신이 택한 자’가 신의 백성을 인도하기 위해 사용하던 지팡이.

바닥을 치면 바다가 반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

신의 축복이 임한다면.

-


확률적으로 바다가 갈라진다는 것인가.

괜찮다.

나는 특성 ‘극강의 운빨러’의 소유자다.

이 정도 확률 게임이야 우습다.


“무슨 아이템이야?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돼?”


설유천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템을 살피느라 집중해서 다른 이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시선을 돌리자 팔짱을 낀 채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설유천이 보였다.

저러니까 심술난 12살 꼬맹이같군.


“지도자의 지팡이입니다. 신이 택한 자만 사용할 수 있나 보군요.”


“설명에 그렇게 되어 있어?”


“네.”


나는 설유천에게 아이템 설명을 해주었다.

중요한 고객님이니 정보는 바로 공유해야 한다.

설유천은 표정이 풀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쩐지 내가 못 뽑을 리가 없지. 던전 제약만 아니었어도···”


“네.”


“영혼이 없다?”


나는 대충 설유천의 말을 무시했다.

저런 농담 하나하나 다 받아줄 정도로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이걸로 바닥을 칠 겁니다. 스킬 다시 전개해주시죠.”


“치면 바다가 갈라지기라도 해?”


“정확합니다.”


“알겠어.”


협회놈 박태우와 달리 설유천은 이게 편했다.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금방 수긍하니까 얼마나 좋냐.

설유천의 주위가 빛나기 시작했다.

이내 금빛 막이 확장되어 나까지 감쌌다.


-

설유천이 S급 주력스킬: 신의 방패를 사용했습니다.

-


“갑니다.”


나는 지팡이를 높게 쳐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앙!!!!!!


콰직.


응? 지팡이가 부셔졌다.

힘을 많이 줬나 보다.

충격을 못 이기고 지팡이가 산산조각났다.

바닥이 친 자국을 따라 깊게 내려앉았으니, 이것도 친 걸로 인정되겠지?


“지팡이가 부셔졌는데요.”


“그러게 살살 쳐야지!”


“치라고 했지, 살살 치라고는 안했습니다.”


“S급들은 이래서···”


설유천은 어르신들 입버릇처럼 다시 S급 타령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뭐가···“


나는 금새 10년은 늙은 것 같은 설유천에게 경쾌하게 말했다.


“성공했으니까요.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진짜?“


설유천은 언제 절망했냐는듯 두 눈을 빛냈다.

그럼. 진짜다.

눈 앞의 창이 그 증거였다.


-

특성 ‘극강의 운빨러‘를 사용했습니다.

100%의 확률로 ‘지도자의 지팡이‘의 효력이 발휘됩니다!

-


연이은 알람까지.


-

주의!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


세상의 모든 ‘운’에 스탯을 투자하지 않은 헌터들아.

고맙다.

덕분에 고작 32로 이런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쿠르르르릉······.


동굴 바닥과 벽이 무너질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해저지진이다.


쏴아아아아아아···..!


어디선가 파도치는 소리가 들린다.

잔잔하게 들리던 소리는 이내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로 들리더니, 굉음으로 번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


“이야.”


우리는 동굴을 통째로 삼키며 닥쳐오는 ‘토네이도’에 휩쓸렸다.

우리를 태운 신의 방패는 이리저리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리저리 떠밀렸다.


토네이도는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도미노처럼 연속으로 바닥을 뚫고 소용돌이가 솟구쳐 올랐다.

이내 심해 전체를 잡아 먹을 것처럼 급상승한다.

생명의 강 깊은 곳에서부터 신의 심판이 시작되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반면.


“탑승감이 좋군요.”


“S급 스킬인데 당연하지.”


우리는 설유천이 가져온 차를 마시고 있었다.

금빛 신의 방패 안은 고요했다.

마치 밖의 상황은 다른 세상 일인 것처럼.


“아까는 캄캄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물이 붉네?”


설유천의 말대로 붉은 색이었다.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 금방 심해를 벗어났다.

덕분에 빛이 들어와 방패막 외부를 볼 수 있다.

정신없이 막이 빙글빙글 돌긴 했지만, 색을 구별하기에 무리는 없었다.


“붉은 색이라···피의 재앙이라고 했으니 저게 다 피일까요?”


“그러겠지. 아니,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잠시 헷갈렸군요. 피가 맞습니다.”


나는 설유천의 의심스런 눈을 아무렇지 않게 피했다.


자동 모드는 이게 단점이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는 점.

시작과 결과는 있지만 과정이 부실하다.

억울하다. 애초에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하냐!


생각해보면 그렇다.

수동 모드로 돌린다 한들 내 머리로 저런 걸 다 추리하고 해결하고 할 수 있겠는가?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도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어차피 내가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거지.

EX급 자동전투 만만세.


“김수한. 곧이야.”


설유천이 위를 가리켰다.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곧이다.


***


“몇 분 지났나? 박태우?”


“15분쯤 된 것 같네요. 두 사람은 언제 올까요?”


“모르지. 이 조무래기들과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지. 쯧. 차라리 날 데려가지. 왜 설유천을 데려가서는.“


“다 생각이 있겠죠. 김수한 씨가 없으면 애초에 이 던전도 입장할 수 없었잖아요.“


“그건 그렇지.“


정지환은 몬스터 사체 징검다리를 만들어 뛰어다니며 검을 대충 휘적이고 있었다.

이것들에게 그의 S급 스킬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대충 그가 이름 붙인 기술들을 사용할 뿐이었다.


‘찌르기’

‘베기’

‘깍둑 썰기’

‘자르기‘


기술이라 할 것도 없다.

손 가는 대로 휘두를 뿐.


“귀찮네.”


A급에서 S급으로 올라간 사나이.

사람들은 그가 운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운따위 믿지 않았다.

그는 기초를 누구보다 피흘려 중요하게 지킨 사람이다.


수많은 날의 수련이 그를 A에서 S로 승급시켰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쉐엑-!


단 한 번의 베기.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검격이 몬스터들의 머리, 팔, 다리 할 것 없이 잔인하게 도륙했다.


촤자자자자자자잣!


“대충 하지 마세요. 당신이 놓친 것들이 제 쪽으로 온단 말입니다.”


박태우.

헌터 협회 소속 아래 은밀한 업무를 해내는 S급 암살자.


비록 김수한에게 제대로 찍힌 것 같지만 괜찮았다.

적어도 박태우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신임을 회복해야 돼.’


애초에 김수한은 그에게 신임을 가진 적도 없지만 그는 굳건히 믿었다.

그는 마력이 담긴 단검을 가볍게 던졌다.


파파파파파파박!


하나로 보였던 단검은 허공을 갈랐다.

이내 수많은 형상으로 분열되었다.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이해 못할 현상이 발생했다.


푸----------슉!!!!!


박태우 주변의 몬스터가 전부 반토막이 났다.

갈라진 사체들은 힘없이 강에 빠졌다.

그의 주변은 피바다가 되었다.


“암살자가 그것도 처리 못하나? 애초에 그런 떨거지들 처리하는 게 네 임무 아닌가?”


“멍청한 작자와 말 섞기도 싫군요.”


“너 이 자식 김수한 앞에서는 잘도 착한 척 하더니, 본색을 드러냈군.”


“죄송하지만 이미 김수한 헌터님도 저 이런 거 압니다.”


“알면 너를 왜 데려왔지? 쓸모도 없는 거.“


“말이 지나치-“


두 사람의 말싸움이 격해지는 찰나-


쿠구구구구구구······.!!!!!!!!!!!!!!!


엄청난 것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박태우는 생각했다.


‘재앙이다.’


그들에게도, 그들 주변의 몬스터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을 죽게 하려 했던 이들에게도.


이것은 김수한이 말했던 ‘피의 재앙’이 틀림없었다.

수면이 불길한 붉은 색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황급히 뭍으로 방향을 틀었다.


“뛰세요!“


“뭐?“


“공중으로 뛰라고!“


박태우와 정지환은 동시에 점프했다.

몇 초 차이로 거대한 소용돌이, 토네이도가 깊은 물 속에서부터 솟아올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개가 아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핏빛 토네이도가 차례로 솟아오른다.


쾅!

콰아앙!

콰아아아!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거대한 토네이도의 위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오! 너희!”


정지환은 화색했다.

박태우는 질색했다.


“저희 떨어집니다···”


“어, 그러게? 하하하하하! 쟤네가 구해주겠지!”


둘은 비행 능력이 없었다.

하늘 높이 뛰어오르기는 했지만 소용없었다.

지금 토네이도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아아! 토네이도 속에 휘말리면 저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건-”


정지환은 말을 잇지 못했다.

토네이도가 목전이었다.


-

전투빨리감기를 사용합니다. 민첩을 극대화, 특성: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


박태우는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대비했다.


쉬이이이이이이익-!


토네이도에 휩쓸리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


“어이. 겁쟁이. 눈 좀 떠 봐.“


“에? 제가 언제 눈을, 아니 겁쟁이?“


정지환의 비아냥에 발끈한 박태우는 힘껏 눈을 떴다.

분명 토네이도에 빠졌어야 했다.

그러나 몸이 공중에 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바닥을 만지자, 따스한 금빛 막이 만져졌다.

신의 방패가 모든 것들로부터 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박태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어? 김수한 헌터님?“


“금방을 못 버티시는군요. 제가 과대평가한 것 같습니다.“


재회하자마자 자신에게 독설을 퍼붓는 무표정한 얼굴.

김수한이었다.


“형님!”


“누가 형님입니까.”


두 번째 아우의 탄생 순간이었다.

김수한은 근력을 살짝 올려 박태우를 발로 걷어 찼다.

정지환은 그들을 보며 낄낄대고 웃었다.

이 모든 소란 뒤에 가만히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렇다.

그들을 진짜로 지키고 있는 ‘신의 방패’ 스킬의 소유자는 투명인간 취급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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