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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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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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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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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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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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피라미드의 무덤 (7)

DUMMY

*


눈을 뜨자, 주변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팔에는 수액이 꽂혀 있었고, 산소 호흡기가 코와 입을 덮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기계음이 들렸다.


여기는 어디인가.

모든 게 다 꿈이었던가?


“큭!”


억지로 일어나려다가 다시 누웠다.

아직 채 여물지 못한 부상의 통증이 현실감각을 일깨웠다.

그러고보니 관리자와 눈이 마주치고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의식을 잃기 전, 알림을 들었다.


‘설유천이 A급 응급처치 (Lv.30) 를 사용했습니다.’


설유천이 아니었다면 난 죽었을 것이다.

다음 의뢰받을 때 50% 파격 반값세일이라도 해드려야겠다.


‘사용자의 HP가 8%가 되었습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되었나보다.

어차피 아무 것도 못하고 20%까지는 치료를 받아야했다.

나는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다.


이대로 나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시스템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주한 느낌이다.

피딱지가 말라붙은 입을 움직였다.


“시스템..관리자는 어떻게 없애냐..“


그러자 대답 대신 알림창이 생겼다.


-

4번째 재앙: 시작의 재앙

모든 처음 난 것의 죽음으로 세상이 울부짖고,

시작의 세대는 그곳에 진입하지 못하리라.


신이 택한 자의 죽음으로 그들은 그곳에 진입할 것입니다.

-


개소리다.

저번에는 죽을 뻔했지만 이번에는 진짜 죽으라고?

나는 애꿎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너 이 X발아···내가 죽으면, 네가 부활시켜주기라도 할 거냐···쿨럭!”


아, 아프다.


-

긍정합니다.

-


“어?“


잘못 봤나.

오른손으로 눈을 거칠게 부볐다.

다시 봐도 똑같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부활시켜준다고?


-

긍정합니다.

??으로 진입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확답을 준 것은 처음이다.

그곳으로 가는 유일한 길.

한 번은 죽어야 그곳으로 간다.

던전의 이름부터가 이상했다.


피라미드의 무덤이라니 작명 센스하고는.

일련의 모든 단서들을 조합해보면 결론은 하나다.


처음부터 나의 죽음이 예정된 던전이었다.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어쨌든 죽였다가 다시 살려줘서 목숨 +1 해준다는 거 아닌가.

나는 손목의 수액을 떼냈다.


“가보자고.“


더 이상의 치료는 필요 없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


쾅!

콰앙!


“다들 여기로 와!“


설유천은 S급 신의 방패를 전개했다.

금빛 보호막이 넓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형님은 괜찮습니까?”


어느새 설유천의 곁으로 온 박태우는 김수한을 걱정했다.

정지환은 마지막으로 죽음의 신에게 일격을 날린 후, 보호막 안으로 들어왔다.


“김수한은?”

“치료 중이야.”


설유천은 알림창을 확인했다.


++

A급 응급처치 (Lv.30)

인원: 1/5

상태: ?급 김수한 회복 중···(HP 8%)

++


제 실책이었다.

설유천은 자책했다.


김수한은 S급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햇병아리 신입이었다.

잠시 자신들이 한 눈 판 사이, 보스가 김수한을 급습했다.

그는 낌새를 눈치채자마자 소리쳤지만 이미 김수한은 새카만 어둠에 휩싸인 후였다.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당분간은. 치료해줄게.”

“됐다. 김수한이나 치료해. 마력 아껴.”


그의 눈에 정지환도 입은 상처가 꽤 컸으나 정지환은 내색하지 않았다.

설유천은 고집부리는 환자를 싫어했다.

그는 각성 전, 의사였다.


“닥치고 치료나 받아.”

“어이쿠. 무섭군. 알았어.”


+

S급 신의 손길을 사용합니다.

+


금빛 에너지가 정지환의 상처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설유천은 옆의 박태우의 상태를 확인했다.

역시 엉망진창이었다.


“너도 받아.”

“아, 저는···”

“닥쳐.”

“네.”


박태우도 얌전히 설유천의 치료를 받았다.


‘역시 헌터는 적당히 두들겨 팬 후에 치료해야 돼.’


설유천의 지론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저놈은 지치지 않고 살아난다?”


정지환의 말대로였다.


쉬이이이-


애써 그들이 물리쳐봤자 검은 안개는 한층 더 짙어지고, 강대해져서 제단에 등장한다.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조무래기였던 병사들이 이제는 버거워지고, 보스를 혼자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이 유일한 판단의 척도였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이 정보가 전부였다.


-

?급 던전의 ? 죽음의 신 오시리스 +?

-


빌어먹을 물음표.

제단 위만 까맣게 칠한 것처럼 어두웠다.

어둠이 크게 요동치니, 병사들이 소환되었다.


으득-


설유천은 이빨을 악물었다.

그나마 김수한이 있을 때는 그의 지휘에 따라 좀 더 수월하게 물리칠 수 있었다.

마치 상황별로 어떤 스킬이 유용한지, 어떻게 행동해야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처럼 김수한은 침착했다.


‘신이 택한 자‘가 무엇인지 설유천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헌터협회에 심어놓은 정보망이 전해준 결과 ‘측정불가’를 생각하면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설유천은 두 단어의 연관성을 확신했다.


“공간 확장할거야! 스킬 마음껏 써!”

“네!”

“알겠어!”


설유천은 신의 방패 스킬의 전개 범위를 넓혔다.

앞으로 8분.

무적 상태를 유지하며 싸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수한이 나오려면 5분 남았어. 그 때까지는···’


설유천은 자신의 유일한 공격기인 S급 디버프를 사용했다.


펑!

퍼억!


체내에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이 느껴진다.

아무리 S급이라한들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끝까지 싸울거야. 싸우다 죽는다.’


그는 실소를 터뜨렸다.

던전에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누가 목숨을 걸 각오 따위를 했겠는가.

처음 던전이 등장한 대혼돈의 시대도 아니고 평화로운 이 시대에, 그것도 S급이 목숨까지 걸 위험이 어디에 있겠는가.


분명 죽음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설유천의 온몸에는 아드레날린이 뿜어지는 듯 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나도 똑같네···이래서 S급들이란.“


설유천은 디버프를 해제했다.


“뭐야?“


스킬 중 하나에 사용하던 마력의 흐름이 멈췄다.

신의 방패는 여전히 전개 중이다.

정지환과 박태우가 그의 보호 아래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설마···”


설유천은 재빨리 상태창을 확인했다.


++

A급 응급처치 (Lv.30)

인원: 0/5

상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없습니다.

++


“환자가 없어? 그럴리가,”


그가 당황하는 사이 누군가 옆을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치료 감사합니다.”


콰-앙!


설유천의 시야에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하늘을 나는 김수한이 들어왔다.

그는 그대로 제단 위로 직진했다.

막을 틈도 없었다.


“미친X···”


김수한은 한창 싸우던 정지환과 박태우 곁을 스쳐지나갔다.


“두 분 다 수고하십시오. 제 계좌로 1300억씩 잊지 마시고요.”


장난스러운 말투였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던 김수한답지 않았다.


“야! 지금 너 어디 가는-!”

“형님! 안됩니다!”


두 명은 동시에 그에게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설유천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죽음의 신, 오시리스.

죽음을 초월한 존재 앞에 한낱 인간 한 명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너···!”


설유천은 경악했다.

정지환, 박태우도 마찬가지였다.

김수한은 천천히 두 손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마치 항복의 표시라도 되는 것처럼.


“3900억 잊지 마세요.“


모든 게 느렸다.

김수한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틀어 입을 움직이던 순간도.

그들이 동시에 김수한을 향해 손을 뻗던 순간도.


저건 유언이다.

시답지 않은 헛소리지만 분명 유언이었다.

그들 사이에 유대감이랄 건 딱히 없었다.

특히 김수한과는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안돼.’


방금 전까지 대담하게 죽음을 결심했던 설유천의 얼굴이 어둠에 가리웠다.

고작 D급 보조계였던, S급이 된지도 얼마 안 된 이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을 결심했다.

막아야 한다.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김수한----------------!”

“야---------------------!”

“형님------------------!”


쉬이이이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악!”


때마침 금빛 보호막이 해제되었다.

곧이어 숨을 옥죄는 풍압이 그들을 덮쳤다.

검은 안개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쿠구구구구--!


공간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들의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에 아무도 일어설 수 없었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으음···”


일행 중, 설유천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차례로 정지환과 박태우가 일어났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제단은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다.


김수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관이 사라졌다.“


정지환은 굳은 표정으로 제단 위에 섰다.

관이 있던 자리에 처음 보는 통로가 생겼다.

새로운 알림창이 그들의 망막에 비췄다.


-

던전 클리어 완료.

‘보상의 방’으로 향하십시오.

00:30:00 후에 던전은 자동으로 폐쇄됩니다.

-


세 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


‘HP가 0%가 되었습니다.’

‘사용자 김수한이 사망했습니다.’


“크헉!”


나는 벌떡 일어났다.


“뭐야, 왜 멀쩡하지?“


몸에 통증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고 다리를 움직여보았다.

정말로 부활한 것인가.


“저건?“


제단 위에 있던 관이다.

무지개빛으로 혼란스런 공간에 관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고개를 내밀고 안을 들여다봤다.

심장이 멈출 뻔 했다.


“X발!“


나였다.

전신이 까맣게 물든 채, 평온한 잠에 든 것처럼 두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아니, 시스템? 저기요?

나 죽어 있는데?


‘축하드립니다! 목표 달성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 ???의 길의 해금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정보 열람 제한을 해제합니다.’


자동 전투를 처음 얻은 날 봤던 퀘스트다.

지금 해금되었다는 건, ‘피라미드의 무덤’은 이 퀘스트를 위한 발판이었다는 것인가.

즉, 내가 반드시 죽어야 했다.


-

히든 퀘스트: 세계관 최강자의 길

세계관 최강자가 되라.

현재 랭킹: 9,999,999,999,999,999,129,357,637위

보상:???

-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아무래도 오류가 생긴 것 같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지구 인구 수는 아니다.

조..경..해를 넘어섰다.


나는 열심히 세다가 포기했다.


“지구 외의 다른 세계가 더 있다는 말인가···.“


이상할 것도 없다.

포탈을 통해 던전에 들어가고 헌터들이 스킬을 남발하는 시대에 이 정도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세계관이라면 그 세계들을 모두 통합한 것일테고, 그럼 나는···

잘못 걸렸다.


로또가 아니라 나락이었다.


‘사용자 김수한 님의 부활은 히든 퀘스트: 세계관 최강자의 길을 완수하면 진행됩니다.‘


한 순간에 목숨을 저당잡혔다.

저 말은 즉슨 내가 세계관 최강자가 되지 못하면 부활도 못하고 그대로 개죽음이란 것이다.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말이다.


“완수 못하면 어떻게 되냐?“


나는 확인 차 물어봤다.


‘완수하지 못할 시, 사용자 김수한은 사망 상태로 복귀합니다.’


친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에게 잠정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미 결론은 났다.

오늘부터 부활하기 위해 새빠지게 굴러야 한다.


시스템, 내 순위가 몇 위인지 말해라.


9,999,999,999,999···


“개새X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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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탑 (3) 24.07.27 15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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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탑 (1) 24.07.25 178 3 11쪽
» 피라미드의 무덤 (7) 24.07.21 175 3 11쪽
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29 피라미드의 무덤 (5) 24.07.19 185 4 11쪽
28 피라미드의 무덤 (4) 24.07.18 193 4 10쪽
27 피라미드의 무덤 (3) 24.07.17 18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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