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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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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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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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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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 (7)

DUMMY

*


화염 저항에 가려져 확인하지 못했던 드래곤의 마석 (S)를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

정보 열람

귀속 아이템: 드래곤의 마석 (S)

설명: 마력을 영구적으로 +100 증가시킨다.

-


보상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겨우 15층일 뿐인데, 1000만원에 화염 저항에 마력 100까지 보상으로 주는 혜자 중의 혜자였다.

나는 마석을 손에 쥐고 외쳤다.


“사용한다.”


-드래곤의 마석을 사용합니다.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시계의 형태로 변형됩니다-


짙은 화염의 형태를 간직한 마석 결정체가 롤렉X 뺨치는 아우라를 담은 손목 시계로 바뀌었다.

이야, 백화점 매장 지나갈 때마다 흘끔거리던 걸 어떻게 다 알고.


-인벤토리 목록: S급 마석 214개, A급 마석 400개···-


인벤토리를 더 뒤져보니 이전에 캐놓은 마석이 수두룩했다.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다 팔려고 했는데 죽어버릴 줄이야···.

상점 기능같은 게 추가되면 참 좋을 것 같다.

그치, 시스템?


-상점은 현재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나는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현재라는 건 미래에는 지원한다는 의미일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보았다.


목표를 완수한 포세이돈의 창은 어느새 회수되었고, 15층 전체를 집어삼킬 것처럼 살벌하게 굴던 바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엘프족의 안내를 받고 불법으로 20층 만남의 광장에 갈 차례였다.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목적지: 20층 만남의 광장-


나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된 엘프족, 킨탈시안의 이름을 불렀다.

얼빠진 엘프는 내 부름에도 눈만 껌뻑인 채 굳어 있어서, 몇 번을 더 불러야 했다.


“킨탈시안!”

“어, 어? 자네?“

“20층으로 데려다준다고 했잖아요, 갑시다.“

“알겠다. 그, 혹시 다른 거 아니고···.“

“뭔데 그렇게 꾸물거리십니까?”


킨탈시안은 잠시 머뭇거렸다.

대체 무얼 말하려고 저러는 것인가?


“혹시···자네 S급이었나?”


시답지 않은 질문이었다.


“맞습니다.”

“오, 오···! 내가 그것도 모르고! 이 은혜는 정말, 꼭, 반드시 잊지 않겠다!”

“대단하다, 꾸웱억! S급이라니, 탑에 들어오고 처음 본다!”

“이상한 놈인 줄 알았는데···.“


킨탈시안을 선두로 꾸웱억과 블랙이 연이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에 대한 선망의 눈길부터 시작해서 아까와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 모습에 옆에 있던 아이들은 이거 보란듯, 배를 빵빵하게 내밀었다.

왜 너네들이 자랑스러워 하냐?


“이 탑은 A급부터 들어온다고 했는데, S급을 처음 봤다고요?“

“그야 S급들은 이런 낮은 층에 머물지 않으니까 당연하다. 꾸웱억! 보통 50층부터 만날 수 있는 걸로 안다!“

“네? 겨우, 아니 A급들이 저런 보스를 처치하려 했단 말입니까? S급도 없는데 어떻게 저런 괴물들을 물리치려고 했던 거죠?“

“우리도 이상했다. 평상시라면 A급 드래곤이 나올텐데, 갑자기 S급 50, 70레벨이 연달아 나온 건···흠. 탑의 이상 현상쯤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꾸웱억!“


저들의 넓은 아량과 멍청한 머리에 순수하게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없었으면 죽음이 100% 확정이었던 상황인데 좋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같이 저절로 멍청해지는 느낌이었다.


“하하하! 어쨌든 살았군!“

“꾸웱억! 기쁘다!“


하기사 내가 없었으면 난이도가 뛰지도 않았겠지, 빠른 시일 내로 상층으로 올라가주는 것이 이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


불법 루트라고 하더니 정말 일반인들이 가지 않을 법한 길로만 가고 있었다.

(구)드래곤 둥지에 잠입해 구석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면 끊긴 나선형 계단이 나온다.

나는 날아서, 나머지는 뛰어서 오르면 좁은 입구가 있는데, 그걸 통과하면 숲이다.

조금 들어가다보면 으슥한 곳에 늪이 하나 있는데, 숨 참고 잠수해서 그 안에 있는 빛나는 돌을 만지면 20층에 진입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내 길안내를 따라서 갔으면 훨씬 더 편리하고 쉬웠을 것이다.


-

!경고!

주어진 길을 벗어나지 마십시오.

-


이미 경고 알림은 무시한 채, 수동 모드를 활성화한 채로 길을 가고 있다.

이런 낭만도 가끔씩은 즐기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우웨···.ㄱ”

“에퉤퉤!”


곰돌이와 호랑이의 강인한 성장을 응원하며, 드디어 20층에 도착했다.


-20층 ‘만남의 광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당 층은 보스, 몬스터가 없습니다. 또한, 유저 간 pvp가 금지됩니다-


“하하! 훌륭한 가이드가 따로 없군, 꾸웱억!”


킨탈시안은 모두에게 멋진 미소와 함께 하얀 이빨을 빛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눈, 코, 입구멍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진흙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당연하게도 우리 모두 진흙 괴물이 되어 있었다.


“일단 좀 씻자···“


비척거리며 여관을 찾아가는 길에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확실히 1층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1층은 초심자와 다양한 비전투원 종족들과 장사치들이 어울려 있는 시골 마을같은 곳이었다면 이곳은 조금 더 발달된 중세와 현대가 묘하게 뒤섞인 채 탑을 오르는 유저들로 가득 찬 상업 도시였다.

2-3층 높이의 벽돌 소재로 지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빼곡히 라인을 형성했으며, 거리마다 구경 나오거나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섞여서 혼잡했다.

간혹가다 비싸 보이는 구역은 마석으로 건물을 건축해서 건물 전체가 반짝이며 빛났다.


일일 가이드, 킨탈시안은 한 통나무로 지어진 3층짜리 여관까지 우리를 안내하고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내 정보통에 의하면 이 여관이 나오는 음식도 맛있고 시설도 괜찮소! 그럼 안녕히!”


그의 말대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푸근한 인상의 주인 부부가 우리를 맞이했고, 친절하게 2층 객실까지 안내해주었다.

여관 전체가 튼튼한 통나무로 지어졌다며 설명해주었는데, 그래서인지 방은 통풍이 잘 되고 시원했다.

개인 욕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저녁은 오후 10시 전까지만 1층 식당으로 내려와 먹으면 된다는 말과 함께 주인 부부의 안내는 끝났다.

침대가 2개 있었는데 나는 아이들에게 큰 침대를 양보했다.


“우와! 푹신해!”

“이런 곳에는 처음 누워봐!”


황족이라면서 한 번도 침대의 포근함을 느껴보지도 못했던 것인지, 아이들은 처음에 침대를 보고 위로 올라가 누울 생각도 못한 채, 습관대로 구석으로 가서 바닥에 누웠다.

나는 빠르게 광란의 샤워 쇼를 벌인 후, 아이들에게 침대의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녀석들은 조심스레 작은 앞발을 침대에 올리고 더듬더니, 안전하다고 확신이 들자 껑충 뛰어 올라가 데구르르 구르며 저렇게 좋아하고 있었다.


“배고파···.“

”크릉...“


7시가 되자마자 아이들의 배꼽시계는 귀신같이 울렸고, 우리는 1층으로 내려가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오늘의 저녁 식사 메뉴는 고기 수프과 갓 구운 빵, 우유였다.

간단하지만 한 입 먹어보니 고소한 맛이 나며 수프가 적당히 묽은 게 맛있었다.

육질이 부드러운 고기 건더기도 주인 부부가 많이 줘서, 씹는 맛이 좋았다.

빵도 따끈하고 폭신한 것이 먹기 좋았다.


다만, 그들이 나를 안타까운 연민의 표정으로 보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이구···엄마 없이 아빠 혼자서 애들을···.”

“네?”

“이해해요. 더 많이 드세요. 훌쩍!”


아니, 인종···이 아니라 종족이 다른데 어떻게 내가 곰과 호랑이의 아빠가 된다는 말인가?

설상가상으로 해맑은 아이들의 발언이 식당에 있는 어른들의 오해에 불을 지폈다.


“삼촌만 있으면 돼!”

“맞아!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아이들이 씩씩하구나···고기 많이 퍼주마!“

“헤헤, 감사합니다!“


대놓고 삼촌이라고 했는데 모두가 내가 아이들의 아빠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마도 젊은 청년이 아빠라고 불리기 뭐하니까 사람들 앞에서는 삼촌으로 불러라, 뭐 이런 모종의 스토리가 있다고 이미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린 듯 싶다.


상관없다. 돈은 아낄 수록 좋은 것이다.

싼 값에 이 정도 오해를 받고 식비를 싸게 때울 수 있다면야 오해를 사도 괜찮았다.

나는 적당히 너스레를 떨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 아이들 키우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고기 더 먹어!“


효과는 좋았다.

수프와 빵을 남들보다 몇 배로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배불러서 좋고 나도 돈 아껴서 좋고, 주인 부부도 누군가를 도왔다는 성취감 들어서 좋고.

모두가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와 광란의 양치질까지 마친 후 아이들은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배까지 긁으며 팔자 좋게 코를 고는 모습을 보자니 절로 안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고로롱···”

“그르릉···”


그만. 육아물은 여기까지다. 강하게 자라라.

나는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뗐다.

할 일이 남았기 때문에 아직 하루를 끝마칠 수 없었다.


-지난 전투 결과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전투 결과 (15)-


전투 결과를 복기하며 내 전투 패턴에 대해 분석하고 익혀야 했다.

언제까지나 자동 모드만을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확실히 이번 -관짝에 파라오가 있는 줄 알았더니 내가 있음- 사건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자동 전투는 ‘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 나를 위했다면, 내 목숨을 저당 잡고 세계관 1위까지 올라가라는 개소리도 하지 않았을 테다.


내 목표는 그냥 세계 랭킹 1위 정도 찍고, 돈 좀 많이 만지고, 슈퍼카를 몰면서, 사고 싶은 거 다 사고, 성같은 집에 살면서 떵떵거리는 정도랄까.

따라서 시스템의 목표는 나의 행복이나 성취에 있지 않은 다른 것에 있다.

그리고 25년,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사회에서 치이고 다니면서 단련된 내 감이 말한다.

시스템 새X, 수상하다.


지구에도 현대 소설은 많다.

헌터를 소재로 하는 소설은 과거 포탈이 등장하기 전까지 현대 판타지로 분류되었다고 하던데, 현재는 판타지가 빠진 현대소설란으로 장르가 분류되었다.

어쨌든 보통 이런 전개면 시스템이 쓰레기인 건 당연한 수순 아닌가?

아니길 바라지만, 뭐든 간에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지금의 나는 자동 전투의 자동 모드 없이 수동 모드로 싸운다면 가뿐히 질 자신이 있는 한없이 서툰 상태였다.

비유하자면, 키 크고 덩치 있는 근수저인 피지컬로는 따라올 수 있는 또래가 없는 남학생이 싸우는 법을 몰라서 동급생들에게 맞고 다니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혹은 선생님이 알려줄 때는 수학 문제가 쉬웠는데, 막상 내가 풀려고 하면 갑자기 난이도가 헬을 찍는 경우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 연습이 필요했다.


-전투 결과 확인을 시작합니다. 전투 당시 실제 환경을 불러옵니다-


처음 튜토리얼에 진입했을 때처럼 잠시동안의 어지러움이 지난 후에 가상 공간에서 눈을 떴다.

튜토리얼부터 차곡히 쌓아온 내 전투 데이터 창이 시간순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나는 제일 처음에 있는 -튜토리얼 (1)- 창을 클릭했다.


-201X년. X월 X일 XX시 XX분 XX초의 전투 결과를 불러옵니다-


후우웅-


바람이 불어오며 다시금 습하고 불쾌한 공기가 감각을 어지럽혔다.

언제봐도 더러운 화장실이 눈 앞에 펼쳐졌고, 나는 천으로 코를 가리는 대신 특성, 후각 차단을 사용했다.


-특성: 후각 차단을 사용합니다-


나의 훈련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자동 모드로 했던 전투를 그대로 따라간다.

2단계. 수동 모드로 1단계의 전투를 재현한다.

3단계. 수동 모드로 나만의 전투 방법을 연구한다.


말이 3단계지, 나만의 방법을 찾고 전투 감각을 익힐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된 훈련이 될 것이다.


-가상 공간은 현실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갑니다-


시스템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서의 하루는 현실에서 1시간이었다.

역시 EX급 스킬이었다.

시간은 많고, 체력도 충분하고, 죽을 걱정도 없다.


-EX급 자동 전투의 자동 모드를 활성화합니다.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나는 습한 화장실을 가로질렀다.

아침이 밝기 전까지 모든 훈련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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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D-3 (2) 24.09.06 41 1 13쪽
51 D-3 (1) 24.09.04 47 2 12쪽
50 탑(19) +1 24.08.30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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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탑 (17) 24.08.24 61 2 13쪽
47 탑(16) +1 24.08.23 67 2 12쪽
46 탑 (15) 24.08.22 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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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탑(12) 24.08.15 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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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탑(10) 24.08.09 103 3 11쪽
40 탑(9) 24.08.08 117 4 15쪽
39 탑 (8) 24.08.08 133 3 12쪽
» 탑 (7) 24.08.02 1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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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피라미드의 무덤 (7) 24.07.21 174 3 11쪽
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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