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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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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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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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글자수 :
2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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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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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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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탑(13)

DUMMY

*


며칠 사이 꽤 많은 퀘스트를 깼다.

오늘은 사이비 교주를 패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 나 말고.

나는 그냥 생계형 사칭, 잠시 이름을 빌린 것 뿐이다.

멸망만 막으면 조용히 사라질 사라질 것이다.


음침한 동굴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현장을 적발했다.

사이비 추종자들은 바로 기절시켜놨다.

이제 구석에서 벌벌 떠는 교주를 참교육할 시간이었다.

교주는 내가 포세이돈이란 소리를 듣자 코웃음을 쳤다.


“네가 포세이돈이면 난 제우스다!”

“아직도 네 죄를 모르는군.”


원래 한 번 맞아보기 전에는 겁 없이 구는 법이었다.

내가 주먹을 그러쥐자, 교주는 배를 들이밀었다.


“때려봐! 어! 때려봐!”


-공격력을 3으로 조정합니다.-


“네놈이 자초한 거다.”


빡!


교주의 명치를 강타했다.

죽을까봐 힘조절 좀 했는데, 이것도 쎘는지 교주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아악! 아파! 그만!”


거참 엄살이 심하군.

한 번 더.


퍽!


“미천한 제가 포세이돈님을 못 알아뵈었습니다.”


주먹 두 방만에 교주는 새사람이 되었다.

정신 교육을 톡톡히 치른 그는 교주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신도로 신전에 입성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신의 자비가 아틀란티스에 임합니다.-


퀘스트를 깨면 신의 자비가 임한다.

즉, 눈에 띄게 성난 바다가 잠시동안 잠잠해진다.

이후에는 다시 풍랑이 거세지고 파도가 땅을 집어삼킬듯 몰아친다.


“분노를 많이 했나 보군.”


사람들 말로는 내가 오고 나서부터 더 심해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저 밑에 포세이돈이 진짜 있는 것 같다.

사칭범인 나 때문에 더 분노한 것일까.

혹은 단순한 기상 이변인데 고대인들이 괜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가.


_

현재 [108번. 미네스 마을의 코트락서스를 구출해라]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


일단 다음 퀘스트 지역으로 간다.

코트락서스는 한 젊은 과부였다.

그녀의 불행은 아이돌 뺨치는 외모의 소유자였다는 점이다.

잘 못 씻어서 꼬질한 얼굴 뒤로 용안이 번쩍였다.


내가 눈 앞에 있는데도 그녀에게 추근덕대는 놈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

불량배의 대장 격인 사내가 코트락서스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코트락서스. 외롭지 않아?”

“괜찮아요. 저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러지 말고.”

“뭘 그러지 말지?”


나는 불량배와 그녀 사이에 끼어들었다.

불량배는 내 어깨를 치며 으스댔다.


“어이, 한창 좋았는데 끼어들지 마라.”

“내 눈엔 맷돼지같은 네놈이 혼자 킁킁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너···!”


참고로 포세이돈 행세는 아틀란티스 전역 어디에서나 먹히는 치트키가 아니었다.

정말로 ‘타락’해서 신조차 섬기지 않는 이들이 많았고, 그들은 내가 스킬을 써도 전혀 믿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마술을 쓴 거냐며 달려들곤 했다.

그럴 땐 멀리 있는 고참보다 바로 위 선임에게 개기면 안 된다는 세상의 진리를 몸소 체험시켜줬다.


-공격력을 10으로 조정합니다.-


“신의 분노는 너희들에게 멀지 모르나, 내 주먹은 가깝다.”

“뭔 개소리-!”


빠아악!

털썩!


불량배는 주먹 한 방에 기절했다.

대장이 쓰러지자, 뒤에서 낄낄대던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너, 우리 형님을!”


고대인들도 서로 형님, 아우하며 의리를 다졌던 것인가.

새로운 발견이었다.

현대인인 내가 너희들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한날 한시에 무덤에 묻히는 것이 의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것을.


빡!

뻐억!

빠드득!


다시는 손모가지 함부로 놀릴 수 없게 손목을 전부 비틀어놓았다.

문제는 이런 놈들이 한트럭이란 점이었다.

본보기로 불량배들을 손보자 나머지 놈들은 알아서 설설 기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한 건 더 해결했으니 109번 퀘스트로 가려는 찰나, 여인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 잠시만요!”

“왜 그러는가?”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부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 마을에서는 내가 포세이돈인 거 믿지도 않는데,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사한다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과부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내 손에 작은 돌멩이를 쥐어주었다.


흙이 조금 묻어있었지만 이를 걷어내니 번쩍이는 무지개빛 광석이었다.


-L급 오리할콘을 획득했습니다.-


?


“강가에서 주웠는데 정말 예쁜 돌이에요. 가난해서 드릴 수 있는 게 이게 전부네요.”

“···고맙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L급 아이템을 받았으니 당연했다.

이미 과부를 도와주었지만 한 번 더 도와줄 이유가 생겼다.


“앤셔스 마을로 가라. 그곳에 가면 한 눈에 보기에도 큰 배가 있다. 그 배의 주인에게 태워달라고 해라.”

“네? 거긴 왜···.”

“곧 신의 분노가 임한다.”


-주력스킬: S급 포세이돈의 창을 사용합니다.-


“이 정도면 됐겠지.”

“···”


그녀는 놀란 눈치였다.

믿고 말고는 본인의 자유지만, 이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

타락했다면 믿지 않을 것이고, 아니라면-


“네. 가겠습니다. 포세이돈이시여.”


믿을 것이다.

큼. 이러니까 진짜 사이비 교주같다.

아니 전설에 따르면 진짜 사라진다니까?

전설이 사실이라면 나는 그냥 역사적 사건을 스포한 것에 불과했다.


잠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돌은 어느 강가에서 주웠지?”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마을 어귀로 이동했다.

이 마을은 두 번째 운하 안쪽의 최남단에 위치했다.

운하 줄기와 맞닿아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오리할콘은 말하기도 입아픈 전설 속 가장 단단했다는 금속이다.

그 명성답게 보석에는 다음의 스탯이 붙어있었다.


-

아이템 정보 열람

L급 오리할콘

설명: 방어력을 영구적으로 +200 증가시킨다. 원하는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다.

-


과거,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했다고 한다.

나는 고대의 전설 속 도시, 아틀란티스로 바로 이 [오리할콘]을 찾아 온 거나 마찬가지다.

오리할콘을 몇 개만 더 발견해도 방어력이 대체 몇이 오르는 거냐.

많이 모으면 전부 녹여서 장비를 만들어도 되겠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지난 번에 썼던 곡괭이를 꺼내들었다.


-근력을 100으로 조정합니다.-


어차피 단단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럼 마음껏 파헤쳐도 상관 없을 것이다.


콰가가가가가!


-

특성: 극강의 운빨러를 사용하는 중입니다.

-


찾을 확률을 더 높이 올렸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3초 후에?


퉁!


곡괭이 끝에 단단한 물질이 걸렸다.

잠시 멈추고 서둘러 흙을 파헤치니 영롱한 무지개빛이 보였다.

그것을 들어올리니 아까 과부가 나에게 주었던 것과 생김새가 똑같았다.


-L급 오리할콘을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에 넣으니 개수가 2개가 되었다.

딱 30분만 캐고 다시 퀘스트 깨러 갈 것이다.

시간은 딱 적당했다.

왜냐하면-


-주력스킬: S급 전투빨리감기를 사용합니다.-


내 아픈 손가락이 드디어 S급이 되었기 때문이다.

30분이면 일대를 전부 밀어버리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


-

인벤토리

L급 오리할콘 x 1000

-


하는 김에 그냥 아틀란티스의 모든 강가를 전부 갈아주었다.

비옥한 땅이 되어 농사하기도 쉬울 것이다.


“누가 내 농작물을 다 헤쳐놨어!”


이미 농사지은 곳 빼고.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도박에 미친 아들을 갱생시켜달라는 다음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였다.


-테네 마을까지 1분 남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템을 장착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리할콘을 전부 장착한다.”


-오리할콘은 특별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는 장착할 수 없습니다.-


뭐? 그럼 무쓸모잖아.

그게 뭐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보나마나 -자동모드를 사용하시겠습니까?-를 띄울 것이 분명했다.

퀘스트와 연관되면 그래도 알려주긴 하니까 목록을 살펴볼까.


-

수락한 퀘스트 목록 (추천순)

[198번. 사장에게 고통받는 대장장이를 구출해라.]

.

.

.

-


최상단에 뜬 것이 198번 퀘스트였다.

내가 저런 퀘스트를 받았던가.

포도를 열심히 입에 넣으며 ‘다음’만 주구장창 외치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클리어조건은 볼 필요도 없었다.

퀘스트를 해결하면서 공략법을 찾았다.

주먹이라는 공략법을.

기다려라. 법보다 빠른 주먹 간다.


빠악!


해결은 빨랐다.

대장간에 들어가자마자 ‘사장 어디있어! 나오라 그래!’라는 진상 멘트를 날렸다.

어그로가 성공했는지, 바로 자기가 사장이라고 나온 사내의 면상에 주먹을 갈겼다.

다시는 의뢰인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맹세의 돌판을 받아냈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대장장이에게 오리팔콘 1000개를 내밀었다.

그는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헉! 이건···!”

“역시 알아보는 건가. 대장장이는 다르군.”

“혹시 왕과 관련된 분이신가요?”

“그건 왜?”

“오리할콘은 왕가에서 전부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평민은 가져서도 안 되고, 마음대로 형태를 바꾸어도 안 됩니다. 애초에 일반 평민들은 그 존재를 모르기도 하고, 가장 단단한 금속이라 누구도 바꿀 수 없지만요. 왕조차도 오리할콘을 사용할 줄 모르고 창고에만 쌓아두고 있으니···.”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대장장이는 한걸음 물러섰다.


“구해주신 건 감사합니다만, 왕가의 사람이 아니라면 저는 당신과 엮여서는 안 됩니다.”


과부 큰일날 뻔 했군.

그 사람 이거 계속 갖고 있다 불량배들한테 걸렸으면 인생 순식간에 말아드실 뻔했다.

그렇게 귀한 게 강가에 굴려다녔다는 것도···아, 여기 고대구나.

나는 시청각 효과를 다시 한 번 선보이며 중후한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포세이돈이다.”

“아아, 신이시여···!”


이 짓도 적응됐다.

이제 자연스레 구라가 물 흐르듯 나온다.

나는 대장장이의 모순을 짚어줬다.


“그대는 일반 평민들은 오리할콘의 존재조차 제대로 모른다면서, 이 광석을 보자마자 무엇인지 바로 알았다. 왕이 이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다는 것도 알았지. 내 생각에 너는 오리할콘을 다룰 줄 아는 자인 것 같구나.”

“···역시 포세이돈이십니다.”


아니, 그냥 추측했다.

그렇게 감명받은 눈으로 봐도···.

은퇴한 왕가의 전속 대장장이라던가 그러겠지.

방법이 진짜 없었으면 추천순으로 퀘스트 배열했을 때 이게 최상단에 뜨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됩니다.”


그를 따라 나선 곳은 근처의 산이었다.


부글부글···.


용암이 대지를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는, 활발히 활동 중인 활화산이었다.

그는 익숙한 듯 흐르는 용암 줄기 중 하나로 다가갔다.

회색 통에 담긴 오리할콘을 용암 위에 놓았다.

연기가 나며 오리할콘이 녹기 시작했다.


“그게 무엇인가?”

“이건 열에 강한 물질입니다. 이름은 아직 없습니다.”


텅스텐 아니냐?

그건 18세기 후반에나 만들어진 금속인데, 아틀란티스는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하기사 애초에 전설인데 없는 게 어디 있겠나.


“내가 이름을 대신 지어줘도 되겠나.”

“오오! 그 이름을 후대에 널리 알리겠습니다!”

“그 이름을 ‘텅스텐’이라고 하라.”


탑이고, 어차피 니네는 존재하지 않는 전설이니 후대에 전달이야 안 되겠지만···.

뒷말은 삼켰다.

대장장이는 ‘텅스텐, 텅스텐, 텅스-’ 를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뭔가 대단한 사명감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리할콘이 다 녹자, 다시 대장간으로 돌아와 대장장이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는 창고에서 천으로 꽁꽁 싸맨 무언가를 들고 오더니 부글부글 끓는 오리할콘 덩어리에 넣었다.

언뜻 보기에 푸른 색으로 빛나는 광석이었다.


“완성되었습니다!”


잠시 후, 투구가 완성되었다.

무지개빛과 묘한 푸른 빛이 섞인 투구였다.


“이걸 쓰라고···?”

“포세이돈의 위엄에 걸맞은 투구를 만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인간이라고 오해하지 못할 겁니다!”


당연히 인간이라고 생각 안하겠지, 누가 이런 걸 쓰냐.

나는 패션 센스는 말할 것도 없고, 미적감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나라도 알 수 있었다.


구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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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D-3 (3) 24.09.07 43 2 12쪽
52 D-3 (2) 24.09.06 41 1 13쪽
51 D-3 (1) 24.09.04 48 2 12쪽
50 탑(19) +1 24.08.30 49 2 13쪽
49 탑(18) 24.08.29 53 2 11쪽
48 탑 (17) 24.08.24 61 2 13쪽
47 탑(16) +1 24.08.23 67 2 12쪽
46 탑 (15) 24.08.22 70 2 13쪽
45 탑(14) 24.08.17 84 2 13쪽
» 탑(13) 24.08.16 91 2 12쪽
43 탑(12) 24.08.15 97 2 12쪽
42 탑(11) 24.08.14 105 3 12쪽
41 탑(10) 24.08.09 10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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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탑 (8) 24.08.08 133 3 12쪽
38 탑 (7) 24.08.02 1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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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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