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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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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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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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글자수 :
2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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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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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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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탑 (4)

DUMMY

*


나는 멍하니 쑥과 마늘을 바라봤다.


“고작 보상이 이거?”


무려 히든 루트인데 쑥과 마늘을 괜히 줬을리가 없다.

익숙한 노랫말이 떠오른다.


“단군 할아버지가 터···”


단군 신화!

새끼 곰과 호랑이에게 먹이면 둘 다 인간이 되는건가.


고블린이 남매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에다 가두고 쑥과 마늘만 먹게 했다는 걸 통해 쉽게 추론이 가능했다.

한 개씩 먹이면 되는 걸 보니 인간이 되기 직전에 내가 낚아챘나보다.

당연하게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나는 녀석들에게 쑥과 마늘을 내밀었다.


“자, 먹어라. 마지막이야.”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툭툭 건들더니 그대로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꿀꺽-


할 일을 마치자, 녀석들은 내 무릎에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단군 신화에서 곰은 웅녀로 변하고, 호랑이는 원래 인간이 되는 데 실패하지 않았나?


‘두 개체가 당신을 보호자로 인식합니다.’


곰과 호랑이는 눈동자를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결혼도 안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이냐.

나는 슬그머니 녀석들을 밀어냈다.


-

‘각성 조건: 쑥과 마늘을 100일동안 먹기‘를 충족했습니다.

두 개체의 각성이 진행됩니다.

예상 등급: S

-


다시 데려왔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어른 하나 없이 어두운 곳에서 100일동안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하다.

기꺼이 너희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마.


“꿍?” “크르릉?”


녀석들의 몸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파앗-


전신에 퍼진 빛은 잠시 동안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인간이 되었으려나?

나는 슬그머니 감았던 눈을 떴다.


-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S급 아기곰과 아기호랑이의 보호자가 사용자 김수한님으로 설정됩니다.

-


“그대로잖아.”


녀석들은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

푸석하던 털에 윤기가 살짝 도는 건 빼고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곰과 호랑이의 머리 위에 각자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

열람 권한 허용


이름: 미정 (보호자 지정)

종족: 곰 (먼 옛날 위대한 이의 유일한 후손 중 하나이다.)

등급: S급 (Lv.1)


주력 스킬 (1)

S급 곰은 사람을 찢음 (Lv.1)

설명: 모든 스킬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찢어 발겨 무효로 만든다.

-


내가 네 아빠다.


-

열람 권한 허용


이름: 미정 (보호자 지정)

종족: 호랑이 (먼 옛날 위대한 이의 후손 중 하나이다.)

등급: S급 (Lv.1)


주력 스킬 (1)

S급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삼 (Lv.1)

설명: 자신의 호랑이 굴에 들어온 적을 공포.혼란.스턴 상태에 빠지게 한다. 사용자와 지정 대상은 항상 이성을 유지한다.

-


너희는 내 자식들이다.

나는 감동의 세레모니를 이어갔다.

녀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묘기를 지켜봤다.


“김수한.“

“응?“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린 여자 아이의 목소리다.

나는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한! 여기야!“


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이들이 내 바지를 붙잡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동시에 불렀다.


““김수한!”“


너네 이제 말할 수 있구나!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애들아. 내가 너네 보호자 맞지?”

“응! 김수한이 우리 보호자야!”

“우릴 구했어!”


곰과 호랑이는 해맑게 대답했다.


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였다.

너희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나는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다.

탑이라서 조금 다를 수야 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너희의 근원 또한 한국이다.

그러니···


“예절교육부터 다시 시작하자.”

“응?”


어른의 이름을 예의없이 부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예의범절이 무엇인지 톡톡히 가르쳐주도록 하마.


*


10분이 지났다.

아이들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


““어르신.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 엄하게 혼내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잔뜩 기죽어있었다.

빌어먹을 고블린 새X가 애들을 방에 가둬두고 쑥과 마늘만 주다니 아동 학대범이었다.

더 처참하게 죽였어야 하는 건데, 아쉽다.


“하.”


내 한숨에 곰과 호랑이는 귀가 쫑긋거렸다.

결심했다.

조금 버릇없으면 어떤가.

나는 한 발 양보하기로 했다.


“그 정도까지 깍듯하게 안 해도 돼. 그냥 이름만 안 부르면 된다.”

“그럼···아저씨!”

“삼촌!”

“그래.”


아이들은 다시 밝게 웃으며 내게 안겨왔다.

이제 이름을 정해줄 시간이었다.

언제까지고 황자, 황녀, 너희들, 곰, 호랑이 이런 식으로 부를 순 없었다.

중요한 건 나는 네이밍 센스가 없다는 것이었다.


“황녀 네 이름은···희숙이?”

“···”

“황자 너는 희남이?”

“···”


녀석들은 싫다고도 말 못한 채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그렇게까지 마음에 안 든다는 거냐?

나는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돌렸다.


“그럼 너네가 직접 지어봐.”

“난 김수한!“

“나도!“

“그건 내 이름이잖아.“


곰과 호랑이가 기뻐하며 지은 이름은 고작해야 내 이름 석자였다.

아이들은 더 이상 생각이 안 난다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몇 분이 더 지나도록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았지만 마땅한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황녀 너는 김곰돌, 황자는 김호랑, 이다.”


내가 생각해도 최악이다.

그냥 김씨만 곰돌이, 호랑이에다가 갖다 붙인 게 나의 한계였다.


“좋아! 난 김곰돌!“

“김호랑, 마음에 들어!”


아이들은 자리에서 펄쩍 뛰며 좋아했다.

너희가 좋으면 나도 좋다.

귀한 S급들. 나보다 너네가 더 등급이 높다.

언제 정산 완료되는 거냐.


‘S급 아기곰의 이름이 김곰돌로 설정되었습니다.’

‘S급 아기호랑이의 이름이 김호랑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정말 구리긴 하군.


“이리로 와라.”


다음 층으로 갈 차례였다.

퀘스트를 받고 다음 층으로 보내줄 황제 고블린이 죽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남매는 내 어깨 양쪽에 자리를 잡았다.


“가자. 곰돌아, 호랑아.“


자동 전투 활성화.


‘목표물이 앞에 있습니다. 길안내를 종료합니다.’


앞이라면 황제 고블린의 사체가 있는 곳이었다.

아이들의 정신 안정을 위해 나무를 몇 개 부셔서 시체를 덮어놨건만, 다시 헤집어야 한다.


열심히 나무를 치우자, 고블린의 사체가 있던 자리에 마법진이 있었다.

엘프가 나를 10층으로 보낼 때와 비슷하게 생긴 모양이었다.

그 위에 올라서자 강한 빛과 함께 몸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이 들었다.

나는 곰돌이와 호랑이가 떨어지지 않게 강하게 붙잡았다.


.

.

.


“도착했다. 둘 다 눈 떠라.”

“히익?”

“무서워!”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겁에 질렸다.

그럴 만도 했다.

도착한 곳은 광활한 평원이었고, 유저들이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기들끼리는 아니고, 작은 산 정도의 드래곤 한 마리를 다같이 잡고 있었다.


-

S급 아기 레드 드래곤 (Lv.50)

현재 HP가 56% 남았습니다.

-


“거기 안 싸울거면 비켜!”


유저들 틈에 가만히 서 있으니 방해가 되었나보다.

나는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등급이 알고 싶은데···스킬 하나하나 보기는 싫고, 요약해서 보여줄 수 있나?


-

열람 권한 허용

15층 드래곤의 둥지에 있는 유저들 중 사용자 반경 10km 이내 유저들의 정보를 요약합니다.

A등급 x 40

-


허, A등급 이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군.

나는 후방에서 배에 붕대를 열심히 감고 있는 엘프족에게 다가갔다.

엘프족은 날 보자마자 붕대를 내팽겨치고 활을 잡았다.


“뭐지? 설마 같은 편끼리 죽이려고-!”

“아닙니다.”


엘프족은 의심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나는 무기도 없고 흔한 보호구 하나 착용하지 않은 선량한 시민이라는 걸 어필했다.

그제야 엘프족은 활을 거두고 다시 자리에 앉아 치료를 이어갔다.


“무슨 볼일이지? 보다시피 나는 바쁘다.”

“그냥 하나 물어보려고요. 지금 뭘 하는 겁니까?”

“보면 모르나? 레이드 중이다.”

“한 눈에 보기에 다들 강해보이는데 당신도 그런가요?”

“등급을 말하라는 거라면 싫다.”


눈치 빠른 엘프다.

나는 조용히 인벤토리에 있는 여왕벌이 갓 만든 따끈따끈한 A급 로얄젤리를 하나 꺼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아니, 이건! 그 귀한 로얄젤리가 아닌가!”


로얄젤리는 탑에서도 귀한 자원인가보다.

나중에 상점이나 경매상에 들러서 잘 팔아봐야겠다.

엘프는 급하게 낚아채더니 입에 젤리를 넣고 씹지도 않고 삼켰다.


파아아-


순식간에 엘프의 부상이 완치되었다.

엘프는 기뻐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오, 고맙다! 내 이 은혜는-!”

“어딜.”


나는 엘프의 양 어깨를 잡고 찍어눌렀다.

먹튀는 내 전용이지 네 것이 아니거든.

엘프는 악의는 없었던지 자신의 등급과 더불어 다른 정보들을 줄줄 읊었다.


“나는 A급이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존재들 대부분이 그럴테지. 이 탑은 최소 A급부터 입장 가능한 곳이니까.”

“네?”

“왜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굴지?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


몰랐다.

전혀 몰랐다.

나는 내일부터 시스템 항의 메세지를 엄청나게 보내기로 작정했다.

하루 종일 혼잣말로 항의해줄 계획에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보답으로 이 레이드가 끝나면 자네를 20층 만남의 광장으로 데려가주지. 내가 그 길을 알아. 조금 험하긴 하고 불법이긴 하지만 괜찮아.”

“만남의 광장은 또 뭡니까?”

“자네 참 별나군. 생긴 것도 인간···인간인가?”

“네.”

“신기하군. 인간을 여기서 보다니. 아무튼 나는 레이드를 하러 가야 한다. 조금 있다 여기서 보도록 하지.“


엘프는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나도 참전하고 싶지만 저 난리통에 해봤자 내 공도 적을 테고···

잠깐만.


“추천 전투 모드를 사용하면 저 유저들의 경험치가 모두 내 꺼?“


피라미드의 무덤에서는 정신 없어서 못 봤는데, 대상 정하는 데 한계가 있는지 봐야 한다.


‘EX급 자동전투 (Lv.3)의 추천 전투 모드(타인)는 개체 수: 최대 3명 지정 가능합니다.’


나는 곧장 레벨이 높은 A급 3명을 목록에서 찾았다.


-

참여자 목록

1. A급 엘프족 킨탈시안 (Lv.40)

2. A급 마족 블랙 (Lv.40)

3. A급 오크 꾸웱억 (Lv.38)

.

.

.

40. A급 드워프 슈웰 (Lv.15)

-


“최상위 3명을 모두 대상으로 지정한다.”


나는 1층 상점에서 따로 챙겼던 확성기를 들었다.

복식 호흡으로 한 음절씩 분명하게, 크게 말했다.


“아-아- 방송을 시작합니다. 잘 들립니까?“

“이 난리통에 누구야?“

“꾸웩! 누구냐!“


드래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을 피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반응은 즉각 돌아왔다.

잘 들리는 거 확인했고, 간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이어지는 속사포 랩.


“킨탈시안은 숲의 노래를 사용하고, 블랙은 검은 화염을, 꾸웱억? 이게 맞나, 어쨌든 가장 쎈 오크는 묵사발만들기를 사용하십시오.”


나는 바닥에 편하게 드러누워서 전장의 지휘를 시작했다.

김호랑이 의문을 표했다.


“아저씨, 이래도 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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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탑 (7) 24.08.02 138 3 12쪽
37 탑 (6) 24.08.01 129 3 12쪽
36 탑 (5) 24.07.31 1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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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29 피라미드의 무덤 (5) 24.07.19 18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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