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4,110
추천수 :
288
글자수 :
273,335

작성
24.08.22 22:00
조회
69
추천
2
글자
13쪽

탑 (15)

DUMMY

*


-176번 외 20,000개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신의 자비가 아틀란티스에 임합니다.-


끝났다.

남은 퀘스트는 약 만 개였다.

며칠동안 잠도 안 자고 돌아다니며 퀘스트 2만 개를 마무리, 지금 한 번에 퀘스트 2만 개를 마무리한 결과였다.

다음 퀘스트를 이어서 깨기 위해 돌아선 순간, 경고가 들렸다.


-경고! 위험한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일반인들 천지에 위험한 존재라.

떠오르는 후보군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포세이돈].

그가 여기로 올 이유는 너무 많아서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포세이돈 사칭, 뇌물 수수, 퀘스트지만 시민들 두들겨 팸, 왕과 관료들 살해, 권능 사용 등···.


첫 번째 권능 ‘대지’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땅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일으킨 지진과는 차원이 달랐다.

깊숙한 곳으로부터 시작된 지진은 해일을 동반했다.

거친 해일 위로 말이 달리고 있었다.


“말이 바다 위를 달린다는 건···.”


말의 등 위를 뚫어져라 봤으나, 포세이돈이 없었다.

그리X 로마 신화 속 신들은 항상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 사람들을 마주했다는 걸 생각하면 저 말은 포세이돈일 것이다.

아직 아틀란티스는 멸망해선 안 된다.

내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며칠 씩이나 쏟아부었으니.


-민첩을 극대화, 여왕벌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타앗!


나는 포세이돈을 마중하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다행히도 아직 이곳을 멸망시킬 생각은 아니었던지, 내가 말에게 가까워질 수록 해일의 높이가 낮아졌다.

이내 조그만 파도가 되어 부서져내렸다.

말은 물을 털어내듯 머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다가왔다.


“푸르릉···.”


나는 당황했다.

호랑이의 스킬이 없어서 더 당황했다.


“이게 뭐 하는···.”


만나자마자 본체로 변해서 삼지창을 들이밀 줄 알았던 포세이돈은 내 예상과 영 딴판이었다.

말은 친근한 사람에게 굴듯이 머리를 비비며 애교를 떨고 있었다.

제우스가 하던 짓 나한테 하지 말라고, 애초에 나는 여성이 아니었다.

저렇게 굴면서 신화 속 여성들의 경계를 낮추고, 그녀들을 강제로 취하던 제우스를 생각하면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인 거부감에 말에게서 열 걸음 떨어져서 말했다.


“당신인 거 다 압니다. 포세이돈. 저는 빌어먹을 당신의 연애 상대도 뭣도 아니니 본 모습을 드러내십시오.”

“푸르릉···.”

“아니, X발! 말 할 수 있는 거 다 압니다.”

“그 말은 진짜 말이다.”

“?!”


말은 여전히 푸르릉 거리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아까 말이 있었던 연안이었다.

바닷물이 허공에 치솟더니 형태를 만들어갔다.

이내 푸른 바닷물로 이루어진 완전한 성인 남성의 형상이 땅 위를 걸어왔다.


“날 보고도 놀라지 않는군.”


어차피 몬스터나 저 모습이나 비슷해서 놀랄 건 없었다.

중요한 건 말이 포세이돈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쪼그라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말에게 다시 열 걸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다. 네가 그 빌어먹을···그건 줄 알았다.”

“그 놈은 원래 인간을 좋아하지.”


족히 2미터는 넘어 보이는 형상이 조금의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대가 나를 사칭한 자인가.”

“네.”

“···대답이 빠르군. 보통 부정하던데.”

“다 알고 온 것 아닙니까? 그런 거짓말 해봤자 당신의 화를 돋굴 뿐이란 거 길거리 어린애도 아는 사실입니다.”


포세이돈은 잠시 푸른 눈으로 아틀란티스를 바라봤다.


“그런가. 어린 아이들도 아는 것을···.”

“여긴 왜 오신 겁니까? 벌써 아틀란티스를 멸망시키려 하는 겁니까?”

“내가 아틀란티스를 멸망하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군. 사칭에,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내 권능까지 사용하다니···.”

“그 사람들은 죽어 마땅했습니다.”


순간, 인간의 형체에 갇힌 파도가 크게 요동쳤다.


“그걸 왜 한낱 인간인 네가 결정하지?”


심지어 다시금 해일이 몰려오고 있었다.

나는 눈 앞의 신이 화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둥아리 간수 잘 해야 살아 남는다.

말만 잘하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제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저는 남의 목숨을 함부로 거둘 자격 따위 없습니다.”

“그대의 죄를 인정하는 건가.”

“아니요. 저는 그저 신의 의지에 따라 죄인들을 심판하러 온 것일 뿐입니다. 결정한 건 신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는데 어떤 신을 말한단 말인가?”


가짜 포세이돈 행세할 때 인간들이 왜 그렇게 두려워하나 전혀 이해가지 않았는데 지금 상황에 처하니까 알겠다.

나와는 다른 존재였다.

지금의 내가 덤벼도 죽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런 자가 어떻게 51층에 있단 말인가.


알고 보니 사람들이 이 자에게 공격력을 몰빵했던 것이라면 납득이 간다.


“대답해라. 대답 여부에 따라서 네 하찮은 목숨을 거둘지 말지 결정할 것이다.”

“신은 아틀란티스의 멸망을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바란다. 저들은 나의 은혜를 잊고 타락했다. 수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듣지 않았다.”


전신이 물이라서 확신할 수 없었지만 포세이돈은 울고 있었다.


“당신도 멸망이 아니라 저들이 예전의 순수한 모습을 되찾기 원하는 거 아닙니까!”

“되찾기 위해서 하는 일이다.”


저거 물이 아니라 꽉 막힌 벽임이 분명했다.

말이 안 통한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보여야지.

시청각 효과 들어간다.


-수동 모드: S급 포세이돈의 창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권능: 대지를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을 막겠습니다.”


쿠구구구구구.....

콰아아아아아아아!


물의 바다와 창의 바다가 부딪혔다.

포세이돈과 내가 있던 땅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네가 어떻게···?”

“말했잖습니까. 내가 말하는 신은 당신이 아닙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일을 하십시오.”


-수동 모드: 모든 능력치를 극대화합니다.-


전신에 한계까지 힘이 몰아쳤다.

이래도 이길 것 같지는 않지만 포세이돈이 무방비한 지금이 적기였다.

나는 손을 내리려고 했다.


“멈춰라.”

“그런다고 내가 멈출 줄 알았-!”

“받아들이지.”

“?”


정말로 포세이돈은 해일을 전부 거둬들였다.

나 또한 공격을 중단했다.


-스킬 사용을 중단합니다.-


“나 말고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건 잘 알겠다. 애초에 그 능력은 나를 제외하고는 내 자식조차 쓸 수 없는 것인데 처음 보는 존재에게 있다는 건···.”

“다행이군요. 그럼 멸망도 안 하는 겁니까?”

“그건 다르다. 멸망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대신 기회를 주겠다. 멸망을 막을 기회를.”

“···!”


포세이돈은 몸을 돌려 천천히 바다로 향했다.

그의 형체가 완전히 바다와 하나가 되기 직전, 그는 말했다.


“앞으로 하루. 아틀란티스에 타락한 자가 단 한 명도 없게 해라.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전부-”


포세이돈의 형체가 완전히 바다와 하나가 되어 사라졌다.

다시 바다는 잠잠해졌고 몰려왔던 먹구름이 완전히 개었다.

구름 사이에 가려졌던 해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새로운 알림이 생성되었다.


-제한 시간 23:59:59-

-남은 퀘스트: 9,967개-


멸망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지옥의 타임 어택이 시작되었다.


*


“너희가 필요하다. 일 할 시간이야.”


가장 먼저 한 일은 신전에 달려가 두 녀석을 데려오는 것이었다.

중앙 섬에서 비교적 쉬운 겁을 주거나, 주먹 한 두 방 날려주는 퀘스트들을 전부 김곰돌과 김호랑에게 맡겼다.

아이들은 며칠 동안 잘 먹고 쉬어서인지 평소보다 활기가 넘쳤다.


“나한테 맡겨!”

“다 때려주고 올게!”


인성 교육은 훌륭하게 해놓았으니 재미로 때린다던가 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녀석들에게 소정의 퀘스트를 마치고 해야 할 일을 하나 더 일러주었다.


곰돌이와 호랑이를 보낸 후, 나는 계획을 시작했다.

일명 [포위망 좁히기 작전].

직관적인 제목처럼 작전 내용도 뻔했다.


이번에 왕궁에서 했던 것처럼 스킬로 공간을 줄여서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이다.

가장 바깥쪽 운하에 사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모든 이가 어마어마한 높이의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높은 지대인 중앙으로 모일 것이다.

포세이돈 사칭할 때만 해도 신전에는 아틀란티스의 전체 인구가 다 모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들이 살기 위해 어떻게든 중앙에 왔을 때 가둬놓고, 모든 퀘스트를 빠르게 클리어하겠다.


“발동.”


외곽에서부터 두려움에 찬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악! 신이 노했다!”


*


첫 번째 계획은 성공이었다.

두 번째는 [멸망 막기 행사]였다.


다 모아서 죽이면 되는데 굳이 복잡하게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부패한 관리들과 달리 이들의 클리어 조건은 죽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랬으면 사람들을 모으는 게 아니라 그냥 외곽에서부터 휩쓸어 없애버렸으면 쉬웠을 것이다.


어쨌든, 행사 때는 인력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고대의 종교 행사를 많이 주최해 본 경력직 신도들은 빠르게 업무 내용을 숙지했다.

우선 나는 퀘스트 별로 구역을 나눴다.

물론 신도들은 퀘스트가 아닌 사람들의 기도 제목이라고 알고 있다.


비슷한 퀘스트끼리 하나로 묶자 총 15개의 구역이 도출되었다.

각 구역을 구분하는 방법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아라비아 숫자였다.

고대인들에게 미리 미래의 문자를 전달한 셈쳤다.

역시나 신도들은 아라비아 숫자를 처음 보고 놀라워했다.


“오! 이 문자는 신기한 형태로 되어 있군요!”


나중에 후대들이 발전시킬 것이고, 나는 더 이후의 후대라는 사실은 나만의 비밀이었다.

곧이어 신도들에게 역할을 배분했다.

접수 및 안내데스크 역할 100명, 교통 정리 50명, 구역별 담당자 30명, 식사 준비 50명, 설치 작업자 50명이면 충분했다.


우선, 설치 작업자가 빠르게 나무판으로 라인을 구별짓고, 간이 접수처를 만든다.

그리고 구역 별로 펜스를 치고, 나무 팻말에 숫자 1부터 15까지 적는다.


“설치 완료했습니다, 포세이돈이시여!”


접수처 신도들은 한 명당 100개 정도의 퀘스트를 접수받은 후, 그 퀘스트가 해당되는 구역을 나무판의 목록에서 찾아 시민의 이마에 검은 염료로 숫자를 그려준다.


“13번 구역으로 가시면 됩니다. 잠시 이마 좀 보여주세요.”


접수처에 줄 서 있는 시민들의 줄을 관리하고, 각 시민이 부여받은 구역으로 안내하는 일을 교통 정리 신도들이 수행한다.


“밀지 마세요! 거기 뒤에 계신 두 분 자리 이동하지 마세요!”


그럼에도 자신의 줄을 벗어나는 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줄에 서면 벗어날 수 없도록 살짝의 강제력을 더했다.


-수동 모드: S급 포세이돈의 창을 사용 중입니다.-


라인의 말뚝 사이사이로 창을 친절히 꽂아놨다.

창을 건들이면 바로 나에게 신호가 오고, 나는 바로 소소한 응징을 가할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창을 건들이는 간이 부은 놈은 없었다.


“15번 구역 여기로 오세요! 약 중독자들 전부 이리로 오세요!”


각 구역 당 2명씩 담당자를 배치한 이유는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다시 한 번 명단과 퀘스트 내용을 더블 체크한 후, 사람들이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관리한다.


“7번 구역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자기 자식이 정신 못차리고 있는 부모님들 자식 데리고 전부 이리로 오세요!”

“3번 구역! 바람 핀 사람들 배우자 데리고 이리로 오세요!”

“11번 구역 여기입니다! 자녀 분들, 자식 때리는 미친 부모같지도 않은 인간들 데리고 이리로 오세요!”

“14번 구역, 포세이돈 안 믿고 본인이 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이리로 오세요!”


한 명이 관리할 동안 나머지 한 명은 내게로 와 보고를 하고, 내가 바로 퀘스트를 깰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다.


“포세이돈님. 14번 구역 준비완료되었습니다. 명단의 1,549명 모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사 준비 신도들은 맛있는 양질의 식사를 준비해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불안과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돌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회심의 장치였다.


“꿀꿀이 죽입니다. 드세요.”

“배고팠는데 감사합니다.”

“거기! 남의 거 뺏어먹지 마세요!”


물론 만 명을 하루 만에 만나야 하는 나도 당이 떨어지니까 맛있는 음식은 필수였다.


“포세이돈이시여. 중간 굽기로 구운 고기와 포도주, 과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자칭 포세이돈인데 저들과 나의 식사가 같을 수는 없었다.

내 식사가 끝나갈 때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작해볼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자동전투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D-3 (6) +1 24.09.13 23 1 13쪽
55 D-3 (5) 24.09.12 26 1 11쪽
54 D-3 (4) 24.09.11 32 1 11쪽
53 D-3 (3) 24.09.07 43 2 12쪽
52 D-3 (2) 24.09.06 41 1 13쪽
51 D-3 (1) 24.09.04 48 2 12쪽
50 탑(19) +1 24.08.30 49 2 13쪽
49 탑(18) 24.08.29 53 2 11쪽
48 탑 (17) 24.08.24 61 2 13쪽
47 탑(16) +1 24.08.23 67 2 12쪽
» 탑 (15) 24.08.22 70 2 13쪽
45 탑(14) 24.08.17 84 2 13쪽
44 탑(13) 24.08.16 90 2 12쪽
43 탑(12) 24.08.15 97 2 12쪽
42 탑(11) 24.08.14 105 3 12쪽
41 탑(10) 24.08.09 103 3 11쪽
40 탑(9) 24.08.08 117 4 15쪽
39 탑 (8) 24.08.08 133 3 12쪽
38 탑 (7) 24.08.02 138 3 12쪽
37 탑 (6) 24.08.01 129 3 12쪽
36 탑 (5) 24.07.31 136 3 12쪽
35 탑 (4) 24.07.28 147 3 11쪽
34 탑 (3) 24.07.27 149 3 11쪽
33 탑 (2) 24.07.26 156 3 11쪽
32 탑 (1) 24.07.25 177 3 11쪽
31 피라미드의 무덤 (7) 24.07.21 174 3 11쪽
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29 피라미드의 무덤 (5) 24.07.19 185 4 11쪽
28 피라미드의 무덤 (4) 24.07.18 193 4 10쪽
27 피라미드의 무덤 (3) 24.07.17 187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