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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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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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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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글자수 :
2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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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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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D-3 (3)

DUMMY


***


직업은 참가자 본인만 볼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지 가끔씩 구석에 가서 주위를 흘끔대는 참가자들도 더러 있었다.

직업 배정이 한창인 가운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전혀 긴장하지 않은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예를 들면, 자리를 깔고 누워 태평하게 자신의 상태창을 들여다보는 김수한이 그러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빨리 끝내고 다음 층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


자신의 직업을 확인한 김수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지만, 참가자들은 다시 본인의 직업을 보고 룰을 숙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지구에 사는 한국인인 김수한은 마피아 게임에 매우 익숙했다.

기타 룰이 추가되고 복잡해졌다한들 그는 개의치 않았다.


“흐음···.”


김수한의 표정은 곧 의미심장하게 바뀌었다.

그는 직업 아래 부분의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직업을 확인했다.

사회자는 이 사실을 공지했다.


“직업 배정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후, 1번째 낮이 시작됩니다. 다들 대회를 즐겨주세요.”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고, 사랑채로 텔레포트할 때까지도 김수한의 표정은 오묘했다.

자동 모드를 빌릴 수 없는 그는 정신없이 우승 루트를 짜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탑의 개념으로 10만 명은 적은 숫자였지만, 한 장소에 모이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사랑채 한 곳에 10만 명을 욱여넣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서로 대화도 안통하는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다행히 김수한의 예상과 달리 대회는 하나의 사랑채에 각 10명씩 방을 배정했다.


‘투표는 별 의미가 없다.’


한 회차당 회의하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분.

5분 만에 10명 중 누가 늑대인간인지 추론하고 의심하고 반박하는 과정 끝에 진짜 늑대인간을 가려낼 확률은 극히 적다.

물론 자유시간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특별 우승 조건을 포기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처음에야 팀전처럼 보이지만 이 게임은 철저한 개인전이었다.


한 마디로, 참가자들이 1000명을 투표할 때 추리가 기반이 아닌 랜덤으로 아무나 지목해서 투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투표권이 2000개인 대다수의 평민들은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만약 김수한의 직업이 늑대인간이라면, 그의 죽음은 ‘운’ 하나로 결정된다는 말이었다.


김수한은 금방 김이 샜다.


“김쑤휀님?”


김수한은 자신을 부른 참가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당 참가자의 이름은 ‘레베카’ 였다.

모든 참가자는 머리 위에 이름이 홀로그램처럼 떠 있으므로 사람 이름을 더럽게 못 외우는 김수한도 기억할 수 있었다.

레베카는 김수한에게 질문했다.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직업을 묻는 건 마피아 게임에서의 흔한 시작 관례였다.

어차피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그는 대답했다.


“평민이요.”


이 또한 국룰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가끔 관심 받고 싶거나, 색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이를 배제한다면) 시민이라고 말하는 믿을 수 없는 현상.

저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곳에는 늑대인간 하나 없고, 선량한 평민들만이 모였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그게 사실일 리 없다는 것은, 뼛속까지 한국인인 김수한은 알고 있었다.


“저도 평민이요.”

“저도요.”

“저는 암행어사요.”

“진짜요?”

“몰라요.”


의미 없는 직업 밝히기 차례가 지나가고, 새로운 턴이 돌아왔다.

바로 근거 없는 선동질이었다.

김수한의 반대편에 있던 ‘훌루’ 참가자가 첫 문을 열었다.


“김쑤휀님이 늑대인간 같습니다.”


자신감있게 턱을 치켜들고 말하는 훌루의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썩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근거가 아주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얼굴 근육이 묘하게 흔들리는 거 보세요. 지금 자기가 늑대인간이니까 쫄려서 저러는 겁니다!”


그의 말과는 달리 김수한의 표정은 매우 평온했다.

물론 훌루 한 명이었다면 김수한이 유력한 용의자가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단 정치질하고 보는 참가자 중 한 명의 뻔한 말이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때다 싶어서 달려드는 선동자 2,3,4···가 하나 둘 첨언하기 시작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아까 처음 텔레포트 했을 때, 김수휄님만 눈을 감고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지금 앉아 있는 것도 수상합니다!”

“늑대인간입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아니면 절 죽이세요.”


급기야는 상대가 마피아가 아니면 자신을 죽여도 된다는 끝판왕까지 나왔다.

여론은 어느새 김수한에게 불리한 쪽으로 형성되었다.

김수한은 딱히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도 다른 이를 늑대인간이라고 몰아가지도 않았다.

어차피 마피아 게임의 생태계는 항상 이런 식으로 돌아갔다.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이제 김수한이 늑대인간이란 건 기정사실화된 시점이었다.

시간이 1분도 안남았을 즈음 그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죽이세요.”


아아. 분명 빈약한 여러 증거들이 합쳐져 김수한이 늑대인간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드디어 확립했건만.

그들을 다시금 혼란으로 빠뜨릴 마법의 한 마디가 등장해버렸다.


참가자들은 멘탈 붕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정말 아니세요, 늑대 인간?”

“어차피 말해도 안 믿어 주실 거 아닙니까? 그냥 죽이세요. 그쪽들만 손해입니다.”

“그럼 누구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솔직히 5분도 대화 안나눴는데 누구인지 안다면 저는 점집 차려야 합니다.”


김수한은 묘하게 설득되는 말을 술술 내뱉었다.

참가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극도로 차분하고 신뢰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김수한 늑대인간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김쑤휀 아닌 것 같아.”

“그럼 누군데?”

“처음에 김쑤휀이라고 몰아간 유저가 누구였지?”

“훌루 아니야?”


김수한은 단 몇 마디로 여론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제 훌루는 자신이 초래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훌루는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당연히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니, 진짜 김쑤휀 맞다고!”

“당신이잖아! 거짓말 치지마!”

“와, 속을 뻔했네. 내가 너 반드시 투표한다.”

“미치겠네!”


선동과 정치질의 시간이 무르익을 무렵.

1차 회의가 종료되었다.


“5분이 되었습니다. 모든 참가자는 사랑채에서 강제로 퇴출됩니다. 자유 시간을 즐겨주세요!”


훌루는 제대로 항변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전송되었다.

김수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한 그는 수색을 시작했다.

그가 노리는 것은 특별 우승 조건인 것처럼 보였다.


“시스템. ‘보물’로 나를 안내해라.”


-추천 길안내 모드: ‘보물’을 목적지로 설정했습니다.-


그는 2분도 안 되어 최종 우승을 곧장 할 수 있는 ‘보물’을 손에 거머쥐었다.

보물은 평범한 버튼이었다.

누르면 자동으로 우승자가 된다는 설명서가 뒤에 붙어 있었다.

확인한 김수한은 그대로 버튼을 부셨다.


콰직!


버튼은 가루가 되어 바닥에 흩날렸다.

분명 탑의 ??까지 3일 남았고, 그는 시간 낭비를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버튼을 누르면 즉시 우승자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빠른길을 포기했다.

김수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


3분이나 남은 시간, 그는 더 이상 주변을 수색할 필요가 없었다.

증거 인멸을 마무리한 그는 5분이 다 되길 기다렸다.

잠시 후, 10분동안 투표가 열렸다.

그는 즉시 검색창에 ‘훌루’를 입력했다.


*


투표가 완료되자, 다시 모든 인원은 처음 모였던 사랑채로 소환되었다.


“1차 투표가 완료되었습니다. 1-1000위를 확인해주세요. 검거된 늑대인간은 총 521명이며, 지금 즉결처형됩니다.”


발랄한 달토끼의 발표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안돼···.”

“지, 지금! 포기할게! 중도 포기!”


참가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훌루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와 훌루의 눈이 마주쳤고, 훌루는 입을 열었다.


퍼-억!


김수한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아악!”

“컥!”


다행히도 김수한은 멀쩡히 앉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허공을 응시했다.


“모든 처형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밤이 찾아옵니다. 오늘 무슨 달이 뜰까요? 잠시 후에 확인해보세요!”


갑자기 세상이 암전되며, 참가자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픽하고 쓰러졌다.

개중에는 멀쩡히 앉아 있는 참가자도 있었다.


스윽···.


한 참가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귀처럼 웃은 참가자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그런다고 누가 깨지도 않을 텐데, 쓸데없이 신중한 움직임이었다.

벽창호 너머로 커다란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는 벽창호를 뚫고 오늘의 달을 확인했다.

보름달이었다.

구름이 걷혀지고, 달빛이 사랑채를 환하게 밝혔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형상은 짐승의 귀와 꼬리, 인간이 합쳐진 늑대인간이었다.


쿵! 쿵!


늑대인간은 잠시 발을 굴러보고는, 아무도 깨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이제 거리낄 것이 없는 그는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뒤에 서서 앞발을 휘둘렀다.


퍽!


한 번에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늑대인간의 얼굴에 액체가 튀자, 그는 만족했다.

그는 으스어대며 중얼거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다시 한 번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앞발을 휘두른 순간, 그의 앞다리가 누군가에 의해 잡혔다.


“?!”


놀란 늑대인간의 시야에 들어온 건, 김수한이었다.


“너일 줄 알았지. 훌라우프.”

“네가 어떻게···!”


늑대인간, 훌루는 제압당한 채 꼼짝도 못했다.

김수한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훌루를 내려봤다.


“최초 타격 후 반격할 수 있다는 거 모르나?”

“분명 피가 튀었는데?”


김수한은 천연덕스럽게 얼굴에 묻은 액체를 닦았다.

그리고는 훌루에게 잘 보이게 손을 내밀었다.

훌루는 질척한 붉은 액체가 아닌 투명한 물을 보고 경악했다.


“물?”

“내가 물한테 좀 사랑받는 몸이거든.”

“그럼···!”

“보다시피 멀쩡하다. 그럼 잘 가라.”


-수동 모드: 공격력이 1000으로 조정됩니다.-


“자, 잠깐!”

“또 뭐지?”


김수한의 주먹이 머리를 터뜨리기 직전에 훌루는 다급하게 외쳤다.


“왜, 왜 날 투표 안했어?”

“내가 네놈을 투표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아나?”

“그건 모르지만···내가 안 죽었잖아!”

“운이 좋았나보지.”


퍼억!


툭···투둑···.


-당신을 공격한 늑대인간 훌루가 죽었습니다.-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김수한은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낼 틈도 없이 자리에 쓰러졌다.

그렇게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떴다.

2번째 날 아침이 밝았다.


“으음···?”


참가자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1회차 낮과 다른 새로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밤 죽은 참가자 수는 총 35,901명 입니다. 2번째 회의를 진행해주세요.”


참가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생존자는 총 9만 명, 그 중 벌써 3분의 1이 사라졌다.

하필이면 누가 죽었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차라리 같은 방 유저들끼리 있었다면,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를 보고 늑대인간의 정체에 대해 한층 더 추론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쉬운 길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모든 참가자들을 새로운 사랑채로 배정했다.

김수한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간밤의 흔적은 깔끔하게 지워져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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