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자동전투헌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지구온난화
작품등록일 :
2024.06.07 18:51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4,120
추천수 :
288
글자수 :
273,335

작성
24.08.08 00:00
조회
133
추천
3
글자
12쪽

탑 (8)

DUMMY

*


가상공간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현실에서는 약 7시간의 시간이 흘러 곧 아침이 된다.

곰돌이와 호랑이가 깨어나기 전에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맹랑한 녀석들이 숙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뒤집어 놓을 테니, 괜찮은 가격에 밥 많이 주는 선량한 노부부에게 피해를 끼치도록 납둘 수는 없었다.


쾅!


-목표물을 처치했습니다.-

-7번째 전투: A급 마석 채굴장의 관리자 (Lv.40)-

-수동 전투 결과: 분발하세요! (C)-


“후···그래도 여기까지 왔군.“


현재 내 수준은 겨우 A급에 걸쳐있는 정도였다.

말하자면 A급 10레벨 이하가 나에게 딱 적정했고, 그 이상은 조금 벅찼다. 40레벨짜리를 고전 끝에 물리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고작 일주일 만에 A급의 전투 감각을 익힌 건 기록할 만한 성과였다.


지금까지 자동 모드여도 내 몸으로 직접 싸워왔으니, 왠만한 감각은 이미 몸에 익혀져 있었다.

중요한 건 그 감각을 내 것으로 완전히 만드는 것과 스킬을 어떤 순서로 사용해야 최적화된 전투를 할 수 있느냐였다.


“조금 더 해봐야 알겠는걸.“


일단 이 정도만 전투 감각을 익히고 내일 새벽에 다시 진행하는 걸로 한다.

앞으로 나의 일정은 낮에는 탑을 탐색하고, 밤에는 전투 결과를 복기하는 것으로 정해진 셈이다.


-자동전투: 전투 결과 검토를 마치시겠습니까?-


”현실로 복귀한다.“


잠시 후 정신이 들자, 두 녀석이 내 몸을 붙잡고 양쪽에서 미친듯이 흔들고 있었다.

덕분에 놀이기구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삼촌! 어서 일어나!“

”아저씨! 해가 중천에 떴어! 빨리-!“

”···그래. 일어났다.”


사실상 일주일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은 건데, 가상 공간이라 그런지 몸이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잠을 푹 잔 것처럼 몸이 개운했다.


“밥! 밥! 바압!”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긴 나는 1층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오늘도 친절한 주인장 부부는 우리를 반겼다.


“오늘은 당근 수프와 빵, 과일주스라네!”

“아이구, 이 귀여운 녀석들! 앉아 있어, 많이 가져다 줄게!“


이제는 지정석이 되어버린 구석 자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렸다.

부부는 싱글벙글 웃으며 식탁에 음식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이게 바로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준다는 건가.

한국이 아닌 곳에서 맞이한 (명예) 한국인의 정을 한 입 맛보니 감격이 밀려왔다.


“맛있어!“

“많이 먹어라.“


오늘도 맛있었다. 킨탈시안은 훌륭한 가이드였다.


“요놈들! 비행기 태워줄까?“

“꺄르륵!”


어느새 숙소의 명물이 되어 버린 곰돌이와 호랑이는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종족을 막론하고 아이들 앞에서는 다들 함박웃음이 지어지는 건 어딜가나 똑같은 현상인가보다.

왠지 모르게 나도 다 이해한다는 듯 따뜻한 시선을 같이 받았지만···

“여기 용돈이야. 아버지랑 맛있는 거 사먹어야 돼, 알겠지?”


어른 몇 명이 애들 손에 쥐어준 노란색 신사임당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좋은 오해는 역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걸 다시 느꼈다.


“곰돌아, 호랑아. 내가 돈 맡아줄게.“

“응!”


순진한 아이들은 5만원의 가치도 모르고 내 손에 꽤 두터운 돈다발을 맡겼다.

휘유, 어른들이 씀씀이가 좋으시구만.

나는 안주머니에 챙기며,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설날 때만 되면 그렇게 내 새뱃돈을 맡아주신다던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 또한 순수하게 그대로 갖다바쳤었지.

당연하게도 다신 돌려받을 수 없었다.


아, 어릴 적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 알겠습니다.

이런 것이었군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 맛있었다.”


우리 셋은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주인장에게 인사한 후, 거리로 나왔다.

얼마나 이 층에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예약금을 걸어놨다.

다른 층에 비해 보스도 몬스터도, pvp도 금지된 이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건 자명하다.

아이들에게 경호를 맡길 수도 있지만, 완전히 수동 모드를 익히기 전까지는 일단 여기에 머문다.


뭐, 할 일도 있고.


“오늘은 어디 가?”

“경매장에 갈 거다.”

“다 하면 저거도 사줘!”

“저거?”


호랑이가 가리킨 곳에는 토끼구이가 있었다.


“나는 저거!”


연이어 곰돌이가 말한 곳에는 닭꼬치가 있었다.

무서운 놈들.

사이좋게 토끼구이와 닭꼬치를 손에 쥐어주고 시작하는 것이 모든 것에 이로울 것이다.


“토끼구이, 닭꼬치 100개씩 주세요.”


나는 하루종일 먹고도 남을 양을 포장해 아이들의 품에 한가득 안겨주었다.

예상대로 음식을 씹고 물고 뜯고 맛보느라 녀석들은 얌전히 따라왔다.


이제 편하게 경매장에 가볼까.

처음에는 이걸 어디에 팔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다.

일주일동안 수동 모드를 사용하면서 자동 모드를 쓸 때는 몰랐던 다양한 기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동 모드: 추천 길안내/추천 퀘스트 목록/알고리즘 기반 전투···(더보기)-


자동 모드에서는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던 것을 세부적으로 분류해놓은 목록이다.

추천 길안내 모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그에 걸맞는 곳을 추천해 안내해준다.


-추천 길안내 모드를 진행합니다.-


“인벤토리에 있는 마석을 전부 팔고 싶다. 특히 S급 마석 단가를 높게 쳐주는 곳으로.”


-15층 마석 거래소, 보석상, 만물상, 경매장 중 사용자가 선택한 ‘S급 마석‘의 단가가 가장 높게 측정된 곳은 ’경매장‘입니다.-

-현재 S급 마석의 낙찰가는 개당 1000만원입니다.-


“경매장으로 간다.”


-목적지 ‘경매장’까지 3.1km 남았습니다.-


대략 이런 기능이었다.

추천 퀘스트 모드는 해당 층의 퀘스트 목록을 나열한 후, 그 중에 시스템이 몇 개를 추천해준다.


-추천 퀘스트 모드입니다.-

-15층의 전체 퀘스트는 3,000개입니다.-

-전체 목록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어. 일단 보여줘봐. 인기순으로.”


-

퀘스트 목록 (인기순) (3,000)

1. 클리프의 보물찾기 / 난이도: 하 / 클리어 조건: 보물 1개 이상을 찾아라 / 보상: 보물 1개당 마석 1개 교환

2. 꿀꿀이의 꿀꿀이죽 만들기 / 난이도: 하 / 클리어 조건: 꿀꿀 주방장의 레시피를 참고해 완벽한 꿀꿀이죽을 만들어라 / 보상: 꿀꿀이죽 x 1000개, 꿀꿀이의 신용

3. ···

-


도저히 끌리는 퀘스트가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는 추천순으로 배열.


-

퀘스트 목록 (추천순) (3,000)

1.마인살레르의 친딸 찾기 / 난이도: 하 / 클리어 조건: 그의 친딸을 찾아서 무사히 데려와라 / 보상: 마인살레르의 전재산 (1000억)

···

-


저건 좀 끌릴지도.

아무튼, 퀘스트 목록을 쭈욱 봤는데 심심했다.

앞에 (히든) 붙은 게 하나도 없다는게 말이 되나!

이미 시스템에게 길들여져서 히든 던전만 밥 먹듯이 드나든 나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에이, 자동 모드 사용 안한다고 이러기냐, 시스템? 히든 퀘스트 좀 줘봐. 히든 루트라던가.”


-수동 모드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자동 모드를 사용하십시오.-


더러워서 안한다. 됐다.

나는 상태창을 휘휘 저어 없앴다.

아이들은 내가 혼자 원맨쇼하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삼촌은 혼잣말을 열심히 하는구나!”

“좋았어, 나도 그럼 오늘부터 열심히 할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다. 따라하지마. 씁!”


아이들에게 잘못된 습관을 들여서는 안 된다.

나는 오늘부터 생각으로만 시스템을 부르기로 다짐했다.

아, 육아 안한다고 했는데.


“저거 아까 삼촌이 말한 경매장 아니야?”


시스템과 실랑이하랴, 육아하랴, 길안내 확인하랴 정신 없는 사이에 벌써 경매장에 도착했다.

화려한 레온 사인이 반짝일 줄 알았는데, 상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고급스러운 유럽풍 호텔이었고, 옷을 쫙 빼입은 신사숙녀들이 하나 뿐인 입구로 차례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꽤나 놀았을 법한 근육질 오크 형님들이 입장 검문을 하고 있었다.

한 신사가 초대장을 내밀자, 드워프는 확인하더니 안으로 들어가란 손짓을 했다.


나는 내 옷을 확인했다.


“음.”


그리고 주머니를 확인했다.


-인벤토리 검색 결과: ‘경매장 초대장’을 찾지 못했습니다.-


나, 못 들어갈 것 같은데.


자동 모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사람이 한 번에 굽히고 들어가면 자존심이 없는 법.


“자동 모드 사용.”


난 자존심이 없다.

특히 돈 앞에서는.

수동 모드를 사용하겠다는 건 어디까지나 시스템이 무슨 세계의 거대한 악역일 때를 대비한다는 의미일 뿐, 세상 편한 자동 모드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사람은 때때로 정신 건강을 위해 자기 합리화는 필요한 법이다.


-자동 모드를 사용합니다.-

-목적지를 변경합니다. 16층으로 이동하는 길을 안내합니다.-


“다른 곳 가고 싶어 하는 건 알겠는데, 일단 이 경매장에 들어가서 마석 좀 판다.”


-경고! 목표로부터 멀어지지 마십시오.-


이 실랑이는 튜토리얼 때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러는군.

나는 아이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조용히 읊조렸다.


“알겠어. 16층 갈 건데, 일단 경매장 초대장 어떻게 구하는지만 살짝 보자. 보기만 하고 바로 간다. 진짜로.“


시스템은 잠시 고민하는 듯 아무런 알림도 띄우지 않았다.

이 새X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진짜로 인격있어, 그냥 시스템이 아니라고.


-목적지를 경매장으로 변경합니다.-

-길안내를 시작합니다. 목적지: 중심가의 클리프-


오케이. 다시 수동 모드로 전환한다.


-수동 모드로 전환합니다.-

-경고! 목표를···-


다 치워. 훠이훠이.

가서 어떻게든 비벼보면 되겠지.

아니, 자동 모드로 대충 목적 수정해서 길 물은 뒤에 수동 모드로 전환해서 잘 가면 되는 거 아니냐?


추천 길안내 모드 시작.

목적지는 중심가의 클리프를 만나러 간다.


-추천 길안내 모드를 시작합니다.-

-중심가의 클리프: 2km 남았습니다.-


“어? 앞까지 왔는데 안 들어가?”

“중심가에 가서 뭐 좀 사고 들어간다. 너네 옷도 사줄게.”

“와! 옷? 나도 그거 입고 싶었어!”

“나도. 고블린들은 맨날 좋은 거 입던데.“


목구멍까지 너희는 동물이잖아, 라는 말이 솟구쳐 올랐지만 간신히 삼켰다.

암, 그럼. 쑥과 마늘을 먹었는데 인간의 사고를 가질 수도 있다.


중심가는 우리 숙소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북적이는 유저들 사이를 지나, ‘클리프의 만물상’이라고 적힌 가게로 들어갔다.


딸랑-


“오! 손님들인가!“


소리가 들려오긴 하는데, 어디지.


“여기다! 여기!“


고개를 내리니, 땅딸만한 드워프가 손을 흔들며 폴짝였다.


“보물 찾기를 하러 온 건가?”


그러고보니 아까 그런 퀘스트도 있었지.

나는 바로 목적을 말했다.


“그건 아니고, 경매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초대장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초대장? 이미 오늘치 분은 다 팔렸는데.”

“100만원입니다.“


나는 가상계좌에서 인출한 100만원을 현금다발로 내밀었다.

그것을 본 드워프의 눈이 동그래졌다.


-경매장 초대장의 평균 시세는 50만원입니다.-


이미 나는 시세를 알고 있었기에 정확히 2배의 액수를 제안했다.

멋있게 10배, 100배 주면 좋겠지만 그딴 건 다 사람 하나 먹여살리지도 못하는 허세에 불과했다.

뭐든 싸게 먹히는 것이 좋은 것이다.


“2, 2배나···”


드워프의 동공이 부들부들 떨리는 걸 보자니 배알이 뒤틀렸다.

아, 1.1배 할 걸 그랬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자동전투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D-3 (6) +1 24.09.13 23 1 13쪽
55 D-3 (5) 24.09.12 26 1 11쪽
54 D-3 (4) 24.09.11 32 1 11쪽
53 D-3 (3) 24.09.07 43 2 12쪽
52 D-3 (2) 24.09.06 41 1 13쪽
51 D-3 (1) 24.09.04 48 2 12쪽
50 탑(19) +1 24.08.30 49 2 13쪽
49 탑(18) 24.08.29 53 2 11쪽
48 탑 (17) 24.08.24 62 2 13쪽
47 탑(16) +1 24.08.23 68 2 12쪽
46 탑 (15) 24.08.22 70 2 13쪽
45 탑(14) 24.08.17 84 2 13쪽
44 탑(13) 24.08.16 91 2 12쪽
43 탑(12) 24.08.15 98 2 12쪽
42 탑(11) 24.08.14 105 3 12쪽
41 탑(10) 24.08.09 104 3 11쪽
40 탑(9) 24.08.08 117 4 15쪽
» 탑 (8) 24.08.08 134 3 12쪽
38 탑 (7) 24.08.02 138 3 12쪽
37 탑 (6) 24.08.01 129 3 12쪽
36 탑 (5) 24.07.31 137 3 12쪽
35 탑 (4) 24.07.28 147 3 11쪽
34 탑 (3) 24.07.27 150 3 11쪽
33 탑 (2) 24.07.26 156 3 11쪽
32 탑 (1) 24.07.25 178 3 11쪽
31 피라미드의 무덤 (7) 24.07.21 174 3 11쪽
30 피라미드의 무덤 (6) 24.07.20 171 3 11쪽
29 피라미드의 무덤 (5) 24.07.19 185 4 11쪽
28 피라미드의 무덤 (4) 24.07.18 193 4 10쪽
27 피라미드의 무덤 (3) 24.07.17 187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