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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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최근연재일 :
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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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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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DUMMY

지한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눈을 돌렸다. 도현이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강 피디에게 갔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뭐라고 이야기했다. 강 피디는 일 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기에 지한은 도현이 강 피디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없었다. 다만 강 피디가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역시 강 피디를 보고 있던 민우가 말했다.


“강 피디님, 지금 기분이 안 좋으신데.”

“기분이 안 좋으시다고?”

“어. 피디님은 기분이 안 좋으면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빼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시거든. 도현이라는 사람이 뭔가 거슬리는 소리를 한 것 같은데.”


도현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자 스태프가 스크린을 켰다. 화면에 <추적의 날개> 7화가 뜨자 스태프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원래 방영하기로 한 <추적의 날개) 7화입니다. 드라마가 끝나면 이어서 수정 촬영한 <추적의 날개> 7화입니다. 두 버전을 보시고 어떤 것이 더 나은지 이야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추적의 날개> 7화는 우리나라 기업의 정보를 중국으로 빼돌린 스파이를 추적하는 내용이어었다. 스파이를 쫓는 중에 준영과 여자주인공 역의 수혜가 티격태격하는 로맨스가 들어 있었다. 액션이 60이라면 로맨스는 40의 비중이었다. 그래서 어느 하나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 애매한 내용이었다.


그에 반해 수정본 7화에서 강훈이 빌런으로서 첫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제까지 일어난 사건들을 일으킨 실질적 인물이었다. 그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다. 돈이라면 한국 회사의 중요 기밀을 중국 회사에 기꺼이 팔아먹었다. 그것도 자신은 드러나지 않고 부하들을 시켜 일을 꾸몄다. 준영이 자신의 정체에 다가서고 사업을 방해하기에 그를 없앨 계획을 꾸몄다. 그는 준영의 친구로 정보를 캐내면서 치밀한 계획을 준비했다. 로맨스보다는 액션과 스릴러에 중심을 둔 내용이었다. 특히 강훈의 냉혹하고 잔인한 모습이 드러나면서 극의 긴장감을 크게 끌어올렸다.


드라마가 끝나자 회의실 안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이크를 든 스태프가 스크린 옆에 섰다. 스태프는 강 피디를 쳐다보았다. 강 피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태프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추적의 날개>를 원래대로 촬영하시고 싶은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세 명이 손을 들었다.


“<추적의 날개>를 수정해서 촬영하시고 싶은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스무 일곱 명이 손을 들었다. 강 피디와 준영과 강훈은 드라마를 수정해서 촬영하고 싶다는 쪽이었다. 의외인 것은 재영이었다. 그 역시 드라마 수정을 찬성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결정을 못한 것 같았다. 도현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턱을 든 채 손을 들고 내리는 사람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마치 자신이 드라마 피디라도 된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면 <추적의 날개>는 내용을 수정해서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태프의 선언을 듣고 민우가 지한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야, 다행이다. 예상은 했지만 재촬영한 7화와 바로 이어서 비교하니 더 알겠다. 처음 촬영한 게 재미없었다는 게. 한창 100미터 달리기를 하다가 로맨스를 하느라고 잠깐씩 멈추는 그런 느낌이었어.”

“솔직히 로맨스가 액션을 방해하고 있었지. 따로 떼놓고 보면 재밌겠지만 말야.”


강 피디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지한과 민우는 입을 다물었다.


“유 작가, 시나리오 각색 계약부터 해야겠네요. 방송국 일 층 카페에 가 있으면 우리 변호사가 갈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유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서둘러야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촬영이 많이 늦었졌으니까. 이거, 유 작가에게 시나리오 받는 대로 벼락치기하듯 촬영해야겠는데요.”

“김 작가님에게 받으면 최대한 빨리 작업해서 강 피디님에게 보내겠습니다.”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네요.”


지한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 강 피디는 굳은 얼굴을 풀고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도현이 강 피디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드라마를 다시 찍어야하니 지금부터 힘들어지시겠네요.”

“어쨌든 내 일인데 힘들다고 피할 수 있겠습니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도현은 지한에게로 눈을 돌렸다. 사람을 저울질하는 눈빛이었다.


“드라마 각색 잘 부탁합니다, 작가님.”

“예.”


도현은 강 피디와 지한에게 고개를 까닥하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부리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사람이었다. 도현이 사라지고 나자 강 피디는 훨씬 홀가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부터 아주 바빠질 겁니다. 방송 시간이 빠듯하니까.”

“저도 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날 촬영과 편집을 마쳐 방송하기도 하니까. 이런 일은 익숙한 편이죠.”

“예. 강 피디님만 믿을게요.”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우는 이제부터 유 작가 잘 도와드려.”

“예.”


민우의 대답에 강 피디는 씨익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는 스태프 쪽으로 갔다. 강 피디가 가고 나자 민우는 지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고는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너 아냐? 강 피디님 나에게 무지 신경 써 주는 거.”


그 말에 지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잘 됐네.”

“세상을 살다 보니 네 덕을 다 볼 때도 있구나.”

“어. 내 덕 본 걸 어떻게 갚을래?”

“이 드라마 끝나면 아주 거하게 한턱 쏜다.”

“술이라면 됐어.”


지한은 지난 번 교통사고를 떠올리며 말했다. 사고 후 꿈속이지만 형을 만나고 영상화 능력을 얻었지만, 교통사고 순간의 기억은 끔찍했다. 그러자 민호는 대뜸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암, 그래야지. 너는 이제 술은 입에도 대지 마라.”

“너도 술 좀 줄이고.”

“그런 말은 말아줘. 내게 술은 생명수야.”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어어, 이 형님도 비즈니스 때문에 이만 가야겠다. 계약 잘하고 차 조심하고 들어가라.”


민우는 손을 흔들고는 강 피디처럼 스태프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지한의 타박을 피하려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 같았다. 지한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는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일 층 카페로 갔다.


지한은 아메리카노를 들고 변호사가 자신을 찾기 쉽도록 출입문과 가까운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놓았을 때 휴대폰에서 카톡 음이 울렸다. 웹드라마 시나리오 계획서를 줬던 철민이었다.


‘작가님, 시나리오 잘 되고 있죠? 질문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주십시오.’


지한은 아메리카노를 마신 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웹드라마 시나리오는 완성되었기에 당장이라도 가져다줄 수 있었다. 문제는 철민이 정해준 이야기와 전혀 다르다는 데 있었다. 영상화 능력으로 쓴 드라마를 과연 철민이 받아줄까 싶었다. 그러나 지한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방법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권진성은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지만 좀 더 빠르게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지한은 웹드라마 쪽을 노렸다. 드라마 작가로 입문해 그에게 다가가기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영상화 능력으로 시나리오를 쓴다면 생각보다 빨리 권진성에게 닿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지한이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생각할 때 카페 문이 열리고 명품 수트를 차려입은 사십 대의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지한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로 걸어왔다.


“유지한 작가님이시죠?”

“그렇습니다. 변호사님이세요?”

“예. 박하선 변호사입니다. 강재규 피디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박 변호사는 지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 지한에게 내밀었다. 지한은 계약서를 들고 읽었다. 그동안 박 변호사는 아무 말 없이 지한을 기다려주었다.


‘시나리오 한 화 당 백오십만 원을 준다고? 생각보다 많은걸. 아직 정식 작가도 아닌데.’


<추적의 날개>는 총 16화 드라마였다. 지한은 7화를 수정했으니 남은 분량은 9화였다. 시나리오 수정을 모두 마치면 지한은 천오백 만원을 벌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큰 수입에 지한은 마음이 들떴다. 계약서에 적힌 다른 사항들도 딱히 걸리는 것은 없었다. 지한은 박 변호사를 보고 말했다.


“이대로 계약하겠습니다. 사인만 하면 되죠?”

“질문하실 것은 없습니까?”

“딱히 없습니다. 계약서를 여러 번 다뤄봐서 어려운 것도 없고요.”

“아, 그러십니까? 그러면 사인 부탁드립니다.”


지한은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박 변호사에게 건넸다. 박 변호사는 지한의 사인을 확인한 뒤 계약서를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드라마가 잘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한은 여유로운 기분으로 카페 문을 나서는 박 변호사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지한은 웹드라마 시나리오 4화에서 6화까지 썼다. 영상화로 업그레이드시킨 뒤 인쇄한 뒤 웹드라마 시나리오 계획서를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FN 컨텐츠회사로 갔다.


철민은 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하다 지한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가님, 혹시 시나리오 다 썼습니까?”

“계획서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 상의하러 왔습니다.”


지한은 웹시나리오 계획서대로 쓸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RN 컨텐츠 회사로 올 구실이 필요했다. 그는 어젯밤에 아무 데나 줄 그은 웹드라마 시나리오를 철민에게 내밀었다.


“제가 표시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를 작성하는데 애매한 부분이라서요, 좀 더 상세히 설명해주겠습니까?”

“애매한 부분도 작가님이 알아서 해야죠.”


그렇게 말하면서도 철민은 계획서에 체크한 부분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지한은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만약 FN 컨텐츠 회사에서 웹드라마 피디를 만난다면 영상화 도움으로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일 생각이었다. 애초에 지한의 목표는 FN 컨텐츠회사에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굳이 철민에게 얽힐 필요는 없었다.


철민이 계획서를 보며 설명해줄 말을 고민하는 동안 사무실로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사십 대 중반의 남자와 아이돌 새븐럭의 한태민이었다. 키가 크고 잘생긴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매력인 메인 댄서이자 서브 보컬이었다.


지한은 깜짝 놀라서 태민을 쳐다보았다. <추적의 날개>의 강훈처럼 영상에서 본 빛이 태민을 감싸고 있었다.


“황 피디님, 저 그 웹드라마에 나가고 싶지 않아요. 완전 BL물이잖아요.”


다른 때와 달리 태민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황 피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태민을 달랬다.


“BL 물이 아니고 메인 남주와 케미가 좋은 것 뿐이야. 그냥 눈 딱 감고 하자. 내가 보기에 이 웹드라마 조회수 잘 나올 것 같다. 여기서 팬을 더 늘리는 거야.”

“단지 케미가 좋은 정도가 아니잖아요. 이런 거에 나와서까지 팬을 늘리고 싶지 않아요.”


태민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것을 보고 황 피디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을 보던 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황 피디를 향해 입을 열었다.


“피디님,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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