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작가 천재 작가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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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no1
작품등록일 :
2024.06.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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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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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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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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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꼼수

DUMMY

준수는 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수 씨. 오늘 한 배우님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요? 직접 만나서 드릴 것이 있는데.”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서 하루종일 집에 계실 겁니다. 언제쯤 오실 거라고 선생님에게 말씀드릴까요?”

“흠......, 예술가들은 보통 느지막이 하루를 시작하니까 오후 두 시쯤 집으로 찾아뵙겠다고 전해줄래요?”

“예. 그런데 예술가라는 말씀은......”

“당연히 한 배우님 이야기죠. 한 배우님은 연기 예술가, 무대 예술가 아니겠습니까?”

“아...... 예......”


정현이 예술가라는 말을 납득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기수는 애매하게 말끝을 끌었다. 준수는 그런 기수가 답답했다.


‘소심한 녀석. 한 배우는 왜 이런 녀석을 옆에 두는지 모르겠어. 이래서야 매니저 역할이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네. 한 배우가 TV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좀 더 빠릿한 녀석으로 바꾸라고 말해야겠어.’


준수는 속으로 툴툴거렸지만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 배우님에게 잘 말해주세요. 참, 한 배우님은 지금도 돔페리뇽 샴페인을 즐겨 마시죠?”

“예.”

“알겠어요. 그럼 오늘 두 시까지 찾아갈게요.”


준수는 전화를 끊고 책상 위에 놓인 시나리오를 만족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오후 2시가 조금 못된 시각에 준수는 정현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수가 즉시 문을 열었다. 준수는 양 입가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은 채 기수에게 고개를 까닥했다. 기수는 거의 구십 도 가까이 몸을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명 작가님. 선생님은 지금 거실에서 명 작가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여기 한 배우님에게 드릴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수는 공손하게 샴페인을 받아 들고 거실로 앞장섰다. 준수는 기수를 따라가며 작게 헛기침을 하며 목을 풀었다.


거실은 여전히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벽에 걸린 그림 하나 삐뚤어진 부분이 없었다. 정현 역시 깔끔하게 정장 바지에 흰 셔츠 차림이었다. 집에서 늘어지는 그런 그림을 정현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다. 예민할 정도로 깔끔한 정현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준수는 마치 교장 선생 앞에 앉은 초등학생처럼 정자세로 정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바쁘신 분이 무슨 일로 오셨나?”


정현은 다리를 꼰 상태에서 다소 거만한 표정으로 준수를 보며 물었다. 준수는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한 배우님이 출연하실 미니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출연할 미니 시리즈의 시나리오?”


정현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 시나리오를 왜 당신이 가져온 거지? 유 작가가 쓰기로 약속했는데.”

“사실 이 일은 저와 유 작가가 맡은 일이었습니다. 제가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고 이제야 한 배우님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물론 그동안에 유 작가는 저에게서 한 배우님 일을 지시받고 있었죠. 유 작가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작업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시나리오 작업을 부탁했습니다. 한 배우님이 기다리실 것 같아 다른 일을 제쳐두고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왔습니다.”


준수의 말에 정현은 코웃음을 쳤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굴더니 시나리오를 못 써서 명 작가에게 맡겼다?”

“이제 막 회사와 계약한 신인입니다. 아직 제 주제를 모를 때죠.”


그 말에 정현은 나무라는 눈빛으로 준수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보고 준수는 속으로 뜨끔했다. 그래서 급히 덧붙여 말했다.


“아, 신인이더라도 실적이 좋은 녀석이라 한 배우님에게 보낸 겁니다. 드라마 <추적의 날개> 시나리오 수정을 맡아 높은 시청률을 세웠고 웹드라마 두 편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실력을 인정하는 작가입니다.”


준수의 말에 정현은 납득했다는 듯이 날카로운 눈빛을 거둬들였다. 정현의 태도가 바뀌자 준수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쉰 뒤 가방에서 시나리오를 꺼냈다. 그러고는 상사에게 보고서를 내미는 것처럼 정중하게 시나리오를 정현에게 내밀었다.


“여깄습니다.”


정현은 시나리오를 받아서 첫 장을 펼쳤다. 그런 뒤 아무 말 없이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그가 다섯 장을 넘겨 읽다가 고개를 들고 준수를 쳐다보았다.


“이게 뭐지? 왜 약속한 것과 달라?”

“예?”

“유 작가와 약속한 것은 내가 형사이고 여기 기수가 연쇄 살인범인 이야기야. 왜 갑자기 남자 주인공인 회사에서 부당 해고를 당하는 거지?”

“하, 한 배우님이 형사고 매니저 분이 연쇄 살인범을 맡는다니요?”


준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 작가와 상의한 거 아니야? 여기서 2인극을 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

“2, 2인극......”


준수의 동공이 이리저리 떨렸다. 정현은 의심스러운 얼굴로 준수를 보다가 자신 옆에 선 기수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기수야, 유 작가에게 전화해봐. 직접 와서 이 일을 설명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선생님.”


기수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지한이 자신에게 걸었던 번호로 전화했다.


“여보세요.”

“접니다, 작가님. 이기수요.”

“안녕하세요, 기수 씨. 잘 지내시죠?”

“예. 작가님, 지금 선생님 댁으로 오실 수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나요?”

“명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셨는데 저번에 작가님이 했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작가님에게 직접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어 하십니다.”

“명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가셨다고요?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네요. 명 작가님은 유 작가님이 시나리오 관련 일을 자신에게 맡기셨다고 하던데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으니 가서 이야기할게요.”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수가 전화를 끊자 정현은 더욱 의심럽다는 얼굴로 준수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준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


회색 가방을 맨 채 택시에서 내린 지한은 정현의 집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집 앞에 주차된 검은색 벤츠가 주차되어 있었다. 지한은 벤츠가 준수의 차일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를 오가는 동안 준수가 검은색 벤츠를 몰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정현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기수는 상기된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다.


“기수 씨, 명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셨다고요?”

“예. 지금 거실에 선생님과 명 작가님이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알았어요.”


지한은 기수를 따라 거실로 갔다.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은 정현과 핼쑥해진 얼굴에 어색한 자세로 앉은 명 작가가 눈에 들어왔다. 지한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정현이 입을 열었다.


“아, 인사 같은 건 생략하고 지금 일어난 일을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봐.”


지한은 정현의 손짓에 따라 명진 옆에 앉았다. 정현은 기다리기 힘들다는 듯이 다시 입을 열었다.


“유 작가, 어떻게 된 거야? 왜 유 작가와 상의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명 작가가 가지고 온 거지?”

“글쎄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지한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준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준수가 지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유 작가, 우리 서로 상의했잖아. 시나리오를 쓰기로. 그렇게 약속했으면서 지금 모른다는 태도는 너무 하지 않아?”

“저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명 작가님이 일방적으로 자리를 떴을 뿐이죠.”

“어, 어쨌든 시나리오는 경험이 많은 작가가 써야......”

“제가 드린 시나리오 1화분을 한 배우님에게 드렸다면 한 배우님이 이리 화가 나실 일도 없었을 텐데요.”

“유 작가가 시나리오 1화분을 명 작가에게 줬다고?”


정현이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끼어들었다. 지한은 정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분명 한 배우님과 상의해서 쓴 시나리오 1화분을 명 작가님에게 드렸습니다.”

“명 작가가 가지고 온 시나리오는 중년 남자가 회사에서 부당해고 당하는 내용이던데?”

“그것은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

“명 작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정현은 준수를 보며 화가 나서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자 준수는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분명 유 작가가 가져온 시나리오를 제가 좀 수정하긴 했습니다. 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하지만 분명 유 작가의 시나리오와 크게 차이나지는 않았을텐데요......”

“하지만 제 시나리오에 중년 남자가 부당해고 당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유 작가의 시놉에......”

“예?”


지한이 의아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지만, 준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정현이 입을 열었다.


“유 작가. 유 작가가 명 작가에게 준 시나리오 1화분을 볼 수 있을까? 그것을 본다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으니까.”


지한은 정현에게로 시선을 돌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몰라서 챙겨 왔습니다.”


지한은 가방에서 시나리오를 꺼내 정현에게 내밀었다. 정현은 시나리오 첫 장과 두 번째 장을 읽은 뒤 준수를 쳐다보았다.


“명 작가. 이 시나리오는 명 작가가 가져온 시나리오와 전혀 달라. 혹시 나를 속인 건 아니겠지?”

“아, 아니, 그런..... ”


준수는 멍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분명 시나리오를 바꿨을 겁니다. 유 작가의 시나리오에 경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한은 고개를 저으며 그 말에 답했다.


“드라마 첫 회에 살인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경찰이 나올 것을 예상이 되지 않습니까?”

“사, 살인이 나오긴 했는데 그것이 슬쩍 지나가는 정도라......”


준수는 목이 타드는 듯 침을 꿀꺽 삼킨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지한이 먼저 선수치듯 말했다.


“혹시 명 작가님이 다른 시놉을 본 게 아닐까요? 예전에 쓰던 시놉시스를 다시 검토하던 것을 명 작가님이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제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명 작가님이 작가 작업실에 혼자 계셨잖아요? 그때 제가 노트북 화면에 띄웠던 시놉시스 속 주인공이 부당해고를 당하는 중년 남자였습니다.”

“예전에 쓰던 시놉시스?”

“제가 한 배우님이 나온 단편 영화를 다시 보다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요. 그래서 예전 시놉시스를 띄워 작업을 하다 화장실을 갔거든요. 그때 명 작가님이 한 배우님 출연 영화와 시놉시스를 같이 보고 오해를 하신 것 같네요.”


지한의 말에 준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명 작가, 당신......”


정현은 화가 난 얼굴로 이를 갈며 준수를 쳐다보았다.


“더러운 수로 유 작가의 일을 뺏은 것도 모자라 감히 나까지 속였어. 내가 그렇게 우스워?”

“하, 한 배우님, 그게 아니라......”


준수는 정현의 기세에 움찔 놀라며 정현에게 애원하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정현의 냉정한 눈빛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준수는 정현의 매몰찬 목소리에도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 한 번만 실수를 만회할.....”

“당장 꺼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


정현이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하자 준수는 흙빛이 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비척거리며 거실을 가로질러 나갔다. 심호흡을 하며 화를 가라앉힌 정현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지한에게 말했다.


“유 작가도 이만 나가 주겠어.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알겠습니다.”


지한은 소파에서 일어나 정현에게 인사했다. 그런 뒤 가방을 들고 기수를 따라 출입문으로 향했다. 기수는 걱정 섞인 눈빛으로 지한을 쳐다보았다.


“작가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지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두 분과 약속한 시나리오는 반드시 완성해 놓을게요.”

“유 작가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기수의 배웅을 뒤로 하고 지한은 그곳을 벗어났다. 정현의 집 앞을 지날 때 지한은 검은색 벤츠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허둥지둥 벤츠를 몰고 떠났을 준수를 떠올리며 지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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