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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광
작품등록일 :
2024.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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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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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급 시험(1)

DUMMY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진급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번 시험에는 헬리온의 친구들이 전원 참가하게 되었기에, 이들은 봄기운을 만끽할 새도 없이 수련에만 매진했다. 다섯 명 모두 그에 걸맞은 성과를 얻었다.

레온하르트와 베일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에테르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검술 실력으로만 3급을 따낸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이제 두 사람은 에테르로 검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잘하면 5급까지 진급할 수도 있을 테다.

프레이야는 독특하게 뛰어났다. 숏소드와 소드브레이커를 동시에 사용하는 그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순간 이동처럼 보일 정도였다. 에테르를 검에 입히는 일에는 아직 능숙하지 않았지만, 이전에 베일린과 연습용 검으로 대련하던 중 시험 삼아 소드브레이커에 검기를 입혔다가 베일린의 연습용 검을 부러트렸다.

달리안이야말로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재였다. 최연소 5급 마법사에, 마탑주 추천 입학.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고 진급 시험에 임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화젯거리였다. 시험 이후엔 최연소 6, 7급 마법사가 나올 것이라며 떠들고 다니는 이도 있었다.

이들에 비하면 헬리온은 그리 눈에 띄진 않았다. 견고한 방어 마법은 달리안을 능가했고 분명 장점이지만, 진급 시험에선 보통 공격 마법을 사용한다. 숙련된 검사, 혹은 마법사가 각 급수에 맞추어 응시자들을 상대했고, 해당 급수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식만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꺾어야 진급할 수 있다.

그러나 헬리온은 유독 공격 마법을 꺼렸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힘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두려웠고, 눈앞에서 피 튀기는 전투가 벌어지는 걸 보고 싶지도 않았다. 시험이니만큼 그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겠으나, ‘미지의 힘으로 사람을 공격한다’라는 행위 자체가 내키지 않았다.

그렇기에 위 네 사람에 비하면, 그저 ‘그 딜라드네 장남도 마법을 쓴다더라’정도의 소문이 도는 정도였다. 괜히 주목받는 상황을 만들기도 싫었기에 헬리온은 은은한 관심 속에서 적당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험 날짜는 착실히 다가왔다. 헬리온은 방어 마법만큼은 달리안보다도 완벽하게 구사했다. 간혹 두 사람의 대련(을 빙자한 달리안의 일방적인 헬리온 착취에 가까웠다.)을 보러 오는 마틴은 헬리온의 움직임을 보고 ‘그래도 3급 정도는 따겠다’라는 평을 내렸다.


‘이름 있는 대마법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으면 됐지.’


가문의 영광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도 다 싫었다. 헬리온에게는 소시민의 생활 방식이 가장 잘 맞았다. 의욕에 가득 찬 달리안에게 이 말을 했더니 ‘차기 백작이 소시민은 무슨 소시민이냐’며 타박을 들었지만.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작위엔 딱히 관심이 없단 말이지.”

“응?”


책상에 엎드려 있던 레온하르트가 고개를 들었다.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무심코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모양이었다. 공부하자며 나란히 책상에 앉아 놓고 딴생각을 하는 헬리온이나, 무심코 튀어나온 혼잣말에 즉각 반응하는 레온하르트나 집중하지 않고 있던 게 분명했다. 헬리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척 펼쳐 두기만 한 교재를 읽기 시작했다.


“헬리, 진짜 작위에 관심 없어?”

“···왜?”

“저번에도 그랬잖아, 작위에 딱히 관심 없다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때 되면 백작이라니, 보통 사람이라면 좋아할 텐데 싶어서. 레바나 산맥에 유독 균열이 잘 발생하긴 하지만 점점 빈도도 줄고 있고···, 방어 마법의 천재 소리를 듣는 네가 그런 걸 걱정할 것 같지도 않고?”

“다 헛소문이야. 천재는 무슨 천재.”


레온하르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헬리온은 아예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아예 책을 덮은 레온하르트는 헬리온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런 것보다 시험공부나 해. 진급 시험이 먼저라고는 하지만 지금부터 공부 안 하면 기말고사는커녕 테스트도 통과 못 할걸.”


5월 초의 진급 시험 이후론 쭉 시험 기간이었다. 젠티아 아카데미는 학기말 시험만을 치렀기에, 학업에 대한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중간 교수의 재량으로 쪽지 시험이나 복습 테스트 등을 쳤다. 이 시험을 성적에 반영할지, 반영하지 않을지도 교수의 재량인지라 아이들은 기말고사보다 이쪽을 더 두려워했다. 헬리온은 대한민국의 수행 평가와 정기고사에 익숙한 몸이라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았다.


‘예고 없이 친다는 건 좀 쫄리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교육과정에 비하면 세 배는 쉬운 느낌이니까.’


1학년이 수강하는 과목은 마법 기초, 마법의 역사, 이젠스 왕국의 역사, 기초 체력이었다. 헬리온은 기초 체력을 제외하곤 자신이 있는 편이다. 마법 기초는 달리안에게 직접 배우고 있고, 두 역사 과목은 외우기만 하면 되니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체력은 어쩔 수 없었다. 4년 가까이 누워만 있던 몸의 체력이 좋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그에게 ‘라케시스의 실타래’가 상시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말 그대로 ‘몸의 시간을 최적인 상태였던 때로 유지하는’것이지 ‘없던 체력을 만들어 주는’ 능력이 아니다.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기준을 낮춰 주셔서 다행이지.’


성적을 잘 받을 욕심은 없지만, 낙제는 곤란했다. 적어도 주인공 옆에 붙어 있으려면 학교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 헬리온의 속을 알 리 없는 레온하르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도 노력은 해, 노력은. 근데 마법 관련 과목은 도저히 나랑 안 맞는 것 같다고.”

“국사는 줄줄 외우면서 고작 마법의 역사를 못 외우는 게 더 신기하다.”

“아니, 국사야 당연히 알지.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수업을 들었는데. 근데 마법은 나랑 그다지 관련이 없잖아···?”

“그 말 그대로 학장님께 들려드려라. 아마 뒷목 잡고 쓰러지실걸.”


학장인 에디스 리샤드 교수의 담당 과목은 마법의 역사였다. 작은 체구에 사근사근한 말투를 쓰는 그녀는 대체로 학생들에게 친절했지만, 수업은 그만큼 지루하고 졸렸으며 시험은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끔찍하게 아껴, 조금 전 레온하르트가 내뱉은 말과 비슷한 문장을 들으면 설교를 시작했다. 검술을 주로 익히더라도 에테르는 사용하게 될 거라는 둥, 에테르가 없는 학생이라도 역사를 알아야 에테르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는 둥. 베일린은 안타깝게도 며칠 전 당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어쨌든, 이런 얘길 하려던 게 아니고···. 왜 작위가 싫은 건데?”


결국 대화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주제를 돌리는 데 실패한 헬리온은 교재에 시선을 둔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귀찮잖아.”

“그게 끝?”


솔직히 말하자면, 초고와 동일한 흐름으로 가는 게 싫었을 뿐이다. 만약 정말 평화롭게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그가 작위를 이어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소시민 경력 30년인, 학창 시절을 통틀어 임원직이라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그에게 갑자기 막대한 힘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을 컨트롤할 능력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이런 말을, 특히 초고와 관련된 이유를 레온하르트에게 구구절절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헬리온은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포장해서 대답했다.


“사람들 관리할 자신도 없고, 또 균열이 열린다고 했을 때 아버지만큼 잘 막아낼 자신도 없고. 하여튼···. 군도 관리해야 하고. 난 관리직이랑은 안 맞아.”

“누가 보면 해 본 줄 알겠다. 으음,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데···. 그럼 만약에 네가 작위를 안 잇는다고 쳐 봐. 이을 사람이 있어?”

“···누나가 있긴 한데.”


여성이 작위를 이을 수 없다는 건 이젠스 왕국도 마찬가지이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건 현대랑 마구잡이로 섞어 놓고 이런 것만 고증하고 난리야.’


괜히 고등학생 윤명진을 향해 불만을 토해내는 헬리온이었다. 레온하르트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누님이 있었구나? 그래도···, 여성이 작위를 잇는 사례는 아직 없는데. 사람들 반응도 그리 좋진 않을 것 같고.”

“그럼 네가 해 주면 되겠네, 내가 작위를 이어야 할 상황이 오기 전까지.”

“어?”

“왕자님이시잖아? 왕세자 책봉 이후에 좀 찔러 봐. 혹시 모르잖아.”

“이럴 때만 왕자님이지.”

“왕자님 취급 싫다며.”

“네에,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이며 말한 레온하르트는 꾸벅 인사하는 시늉까지 했다. 헬리온은 웃음을 꾹 참고 다시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 진짜 공부할 거니까, 너도 집중해. 이따가 교차 테스트 할 거야.”

“와, 헬리 너 진짜 선생님 같아서 좀 기분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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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균열 너머의 세계(1) 24.09.09 4 0 9쪽
38 38. 비밀 결사(4) 24.09.06 4 0 10쪽
37 37. 비밀 결사(3) 24.09.04 8 0 9쪽
36 36. 비밀 결사(2) 24.09.02 7 0 10쪽
35 35. 비밀 결사(1) 24.08.30 7 0 11쪽
34 34.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5) 24.08.28 8 0 10쪽
33 33.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4) 24.08.26 9 0 10쪽
32 32.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3) 24.08.23 8 0 11쪽
31 31.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2) 24.08.21 8 0 10쪽
30 30.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1) 24.08.19 8 0 9쪽
29 29.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5) 24.08.16 9 0 10쪽
28 28.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4) 24.08.14 9 0 10쪽
27 27.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3) 24.08.12 11 0 9쪽
26 26.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2) 24.08.09 10 0 11쪽
25 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1) 24.08.07 10 0 10쪽
24 24. 금빛 태양 24.08.05 10 0 10쪽
23 23.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4) 24.08.02 11 0 10쪽
22 22.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3) 24.07.31 13 0 10쪽
21 21.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 24.07.29 10 0 11쪽
20 20.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 24.07.26 11 0 11쪽
19 19. 피서지는 북쪽으로(2) 24.07.24 14 0 9쪽
18 18. 피서지는 북쪽으로(1) 24.07.22 13 0 12쪽
17 17. 진급 시험(5) 24.07.19 16 0 10쪽
16 16. 진급 시험(4) 24.07.17 16 0 10쪽
15 15. 진급 시험(3) 24.07.15 19 0 10쪽
14 14. 진급 시험(2) 24.07.12 17 0 13쪽
» 13. 진급 시험(1) 24.07.10 17 0 9쪽
12 12. 방어는 최선의 공격(3) 24.07.08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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