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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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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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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진급 시험(2)

DUMMY

대망의 진급 시험 당일.

시험 장소는 구역별로 한두 군데씩 지정되어 있었다. 이번 진급 시험은 학생과 비학생을 시험 장소로 나누어 크게 붐비지 않았다. 동네의 작은 교육 기관을 제외하면, 수도의 마법 교육 기관은 젠티아 아카데미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일 테다.

시험 장소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트라이데 지구의 한 무투장이었다. 무투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지만, 넓은 공간과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큰 시험이나 행사에 쓰이곤 했다.

시험장 앞에는 이미 시험을 치려는 아이들이 몇 보였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한 헬리온은 벌써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베일린은 그가 작게 내쉰 한숨을 들었는지 등을 팡팡 치며 힘을 실어주었다.


“뭘 또 긴장하고 있어! 수업 시연도 했다면서.”

“그거랑 이거랑 같냐···.”

“그래도 진급 시험은 쳐야 해. 미등록자 벌금이 괜히 있는 거겠어?”

“안 친다고는 안 했는데.”


갑자기 끼어든 달리안을 쌀쌀맞게 받아쳤다. 헬리온은 이제 슬슬 그의 성격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적당히 맞받아쳐 주면 이내 혼자서 떠들기 시작하는 달리안은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프레이야가 같이 엉겨 붙은 베일린을 불렀다.


“베이, 놔두고 그냥 와. 어차피 우리 여기서 찢어져야 하잖아!”

“아이고, 미안합니다, 레이디. 사과의 의미로 제가 대기실까지 에스코트하겠습니다.”


베일린은 장난스럽게 말을 받았다. 프레이야는 즐거운 듯 킥킥 웃으며 베일린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내민 손을 정중하게 받았다. 저렇게 노는 걸 본 게 한두 번은 아니었지만, 남겨진 세 남자는 대체 어떤 부분이 웃긴 건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가만히 쳐다보던 레온하르트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손을 흔들었다.


“아, 나도 가 볼게. 이따가 끝나고 보자. 여신의 가호가 있기를!”


밝게 인사한 그는 빠르게 앞서가던 베일린과 프레이야를 따라잡았다. 검사 진급 시험장과 마법사 진급 시험장은 구분되어 있어, 헬리온과 달리안은 반대쪽으로 가야 했다. 짧게 한숨을 내쉰 달리안은 몸을 돌려 대기실 쪽을 향했다.


“이제 우리도 가자.”






대기실엔 이미 사람이 꽤 들어와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빈자리를 찾던 두 사람은 적당히 사람들 틈에 끼었다. 달리안은 앞뒤 사람들과의 간격을 확인한 후, 헬리온에게 바싹 붙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부터 시험에 대해 몇 가지 설명할 건데, 잘 들어. 따로 공지 같은 건 안 해주니까.”


진지한 표정에 헬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달리안은 시험에서 어떤 공격을 쓰면 좋은지, 어떻게 방어하는 게 효과적인지 같은 사항은 알려줬지만, 시험 자체에 대해선 그리 많이 말해주지 않았다. 달리안은 헬리온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겨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시험을 시작하면 이전 급수에 맞춰서 마법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너는 시험을 친 적 없으니까 1급으로 조절해서 나오겠지. 통과 조건은 시험 시작 후에 고지되긴 하는데, 명확하게 나와 있지도 않으니까 그냥 대련한다고 생각하고 흐름을 따라가. 넌 그냥 맞춰서 상대하면 돼.

그리고 한 급수 시험이 끝나면, 다음 급수 시험도 칠 건지 물어볼 거야. 수락만 하면 바로 다음 급수에 맞게 시험이 시작될 거고. 횟수 제한은 딱히 없지만, 에테르 양이나 체력 문제도 있으니까···, 최대한 도전해서 3급을 노려봐? 네 실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


차마 안 하겠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마 3급 전에 그만두면 달리안이 엄청나게 쪼아댈 테니까. 헬리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까지 말하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아마 곧 시작할 모양이었다. 달리안은 마침 말을 마무리 지으려 했는지 헬리온의 어깨를 툭툭 쳤다.


“3급이야, 3급. 알겠지? 내가 가르쳤는데 3급도 못 딸 리가 없지, 암. 못 따면······.”

“못 따면?”

“아니야. 어쨌든 열심히 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헬리온은 무조건 3급은 따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


앞 사람들의 순서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행히도 나이순으로 순서가 정해졌기에, 헬리온과 달리안은 비교적 뒤쪽에 있었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뿐이었다. 시험은 대체로 5분에서 10분 내외로 종료되었고 대부분 한 급수에 대한 시험만 치르는지 순환 속도가 빨랐다. 어느새 헬리온은 대기 순서 1번이 되었다.


‘이게 뭐라고 자격증 시험보다 더 떨리냐.’


조금이라도 스펙을 쌓으려 땄던 여러 자격증 시험장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도 지금처럼 ‘실력에 자신이 없진 않지만, 시험이라는 이름 때문에 괜히 떨리는’일이 잦았다. 천천히 심호흡하자, 그의 바로 전 응시자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헬리온 딜라드.”

“네.”


이름이 불리자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기묘한 관심에도 어서 익숙해져야 하는데. 헬리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곤 시험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험장은 평범했다. 평범하다고 할까, 아무것도 없었다. 진급 여부를 결정하는 높으신 분들은 관객석 부근에 위치한 박스형 좌석에 있었다. 주변을 한 번 쓱 둘러본 헬리온은 맞은편에 시선을 고정했다.


“안녕하십니까. 응시자명 헬리온 딜라드, 맞습니까?”

“예.”


젊은 남자는 꽤 좋은 집안 자제처럼 보였다. 옷감부터 태도까지, 최근 몇 달간 봐온 사람 중 ‘교육을 잘 받은 돈 많은 집안’의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예의상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남자가 웃어 보였다.


“그 딜라드 가의 자제분께서 마법에도 능통한 줄은 몰랐는데, 의외군요.”

“그 정돈 아닙니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단계인걸요.”


상대방은 헬리온을 탐색하듯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몸에 힘을 주자 상대방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긴장하셨나요?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이번 진급 시험에서 상대역을 맡게 된 다미안 델 리오입니다. 잠깐뿐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능글맞게 웃는 남자의 이름은 초고에서도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다. 주인공 일행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전형적인 주인공을 돋보이게끔 만드는 장치에 가까운 인물. 헬리온은 다시금 눈인사로 예를 다했다.


“이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다미안이 박스형 좌석을 향해 신호를 보내자, 무언가가 시험장을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두 사람의 중앙 정도에 정지한 그것은 마치 투명 스크린처럼 글자를 띄웠다. 에테르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마도구나 특수 마법 종류인 듯했다.


-응시 급수: 1급

-통과 조건: 공격을 막아내고, 적절한 때에 반격할 것


달리안이 말한 대로였다. 통과 조건이라고 쓰여 있긴 했지만,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헬리온은 천천히 완드를 꺼내 들며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이야 말로요.”






1, 2급은 순식간에 끝났다. 달리안의 말대로, 긴장할 필요조차 없었다. 각 급수를 통과할 때마다 다음 급수에 응시하겠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지금 막 3급 시험이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이대로라면 영창은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부끄러움을 버리지 못한 헬리온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다. 마침 응시 급수를 표시하는 숫자가 2급에서 3급으로 바뀌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다미안의 실력은 꽤 출중했다. 마법을 이용한 전투라곤 달리안에게 당한 것 이외에는 해 본 적 없지만, 움직임이 깔끔했으며 헬리온의 빈틈을 잘 찾았다.


‘달리안이 속도 대응 훈련 안 해줬으면 큰일 날 뻔했어.’


달리안은 그 본인보다 마법을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그런 그의 공격을 막는 데 필사적이었던 헬리온이 빠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리 없었다. 익숙한 듯 몸을 틀어 방어 마법을 전개한 헬리온은 전체적인 흐름을 살폈다.


‘저 사람···, 다미안은 움직임이 빠르고, 공격도 달리안만큼은 아니지만, 꽤 빨라. 공격이랑 방어 형식은 둘 다 교과서적이긴 해도 중간중간 기믹을 넣는 편인 것 같고. 3급 시험이라 그렇지, 더 높은 급수였다면 꽤 어려웠겠는데···.’


쐐애액—!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강한 바람이 칼날처럼 불어 들어왔다. 급히 [방어] 식을 전개한 헬리온은 거의 넘어질 듯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다미안은 그가 만들어 낸 바람이 일으킨 흙먼지를 툭툭 털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거의 끝났습니다. 집중해야지요?”

“···예.”


다미안은 잘난 듯 턱을 치켜들었다. 분명 헬리온이 다른 생각을 하던 건 맞지만, 저 잘난 듯한 표정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묘하게 헬리온을 깔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천성이 그런 건지, 그의 실력을 깔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타입이었다. 헬리온이 마법을 시전하면 그와 비슷하면서도 위력을 조금 더 올린 마법을 시전하는 모습은 시험임에도 자신이 더 강하다는 걸 증명하려는 느낌이었다.

헬리온은 다음 공격을 빠르게 피한 후 약한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가늘지만 날카롭게 뻗은 물줄기가 다미안을 향해 곧게 날아간다. 주변 수증기를 끌어와야만 사용할 수 있는 이 마법은 불을 사용하는 마법보다 난도가 높았지만, 위력은 미미했다. 헬리온은 타인을 공격하는 걸 꺼리는 대신 한 번 본 움직임은 ‘모방’할 수 있었고, 이 마법으로 그의 실력을 어느 정도 증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촤아악—

곧게 날아가던 물줄기는 다미안의 방어 마법에 막혀 흩어진다. 여전히 헬리온을 깔보는 듯한 얼굴이던 그는 순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공기가 점점 건조해지며 그의 완드 주위로 물방울이 모여들었다.


‘진짜 성격 참 뭣 같네.’


누가 봐도 의도적인 마법 사용이다. 헬리온의 물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더 강력한 물 공격이라니, 마치 ‘너는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하고 싶은 듯했다.

분위기로 보아하니 통과는 확정이지 싶었다. 헬리온은 다미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완드를 고쳐 잡았다. 급수에 맞게 조절되었다고 해도 충분히 강력한 물줄기가 헬리온을 향해 날아든다.

그는 에테르 출력을 아주 조금 높였다. 달리안에게 이전부터 잔소리를 들어 에테르를 제어하는 기술을 익힌 그는, 자신이 뿜어내는 에테르 양을 줄이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소량의 에테르를 섞어 순도를 평범한 수준으로 보이게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빠르게 펼친 방어 마법은 엉망이었다. 식은 몇 군데 제대로 쓰이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크기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견고함만큼은 지지 않았다. 애매하게 꼬여 있던 에테르 흐름을 정리한 헬리온은 점차 방어막의 크기를 키워나갔다. 일차적으로 막힌 물줄기는 사라지는 듯싶더니, 그대로 튕겨 다미안을 향했다.


‘역시 이건 조절이 안 되는군.’


일반 방어 마법과 비슷하게 보이게 하려 이중으로 공격 마법을 건 것처럼 꾸미긴 했지만,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공격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테다. 되돌아간 물줄기는 다미안의 방어 마법에 빠르게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시험 종료를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헬리온 딜라드, 통과입니다. 다음 급수도 응시하실 겁니까?”

“아니요.”

“그럼 돌아가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헬리온은 빠른 걸음으로 대기실을 향했다. 3급까지 모두 무거웠던 어깨가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드물게 희미한 미소까지 지은 그는 금세 대기실 안쪽으로 사라졌다.

3급 마법사. 헬리온 딜라드가 처음 갖는 호칭이었다.


*


다미안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괜히 오기가 생겨 평소보다 과하게 보여주기식 공격을 해 버린 탓이다. 높으신 분들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그는 몸을 돌려 퇴장했다. 오늘 맡은 인원수는 채웠으니 돌아갈 시간이었다.


“다미안 님.”


긴 복도로 들어서자 어둠 속에 있던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는 그 사람은 다미안이 벗은 장갑을 받아서 들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몇 정도지?”

“5명 내외입니다.”

“충분하겠군. 하나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야.”


새 장갑을 낀 다미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상대방의 인기척도 자연히 옅어졌다. 미묘한 표정을 지은 다미안은 어둠 속의 사람을 보며 말했다.


“헬리온 딜라드에 대해 파 봐. 아니, 딜라드 가 전체적으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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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2) 24.08.09 10 0 11쪽
25 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1) 24.08.07 10 0 10쪽
24 24. 금빛 태양 24.08.05 10 0 10쪽
23 23.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4) 24.08.02 11 0 10쪽
22 22.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3) 24.07.31 13 0 10쪽
21 21.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 24.07.29 10 0 11쪽
20 20.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 24.07.26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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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진급 시험(4) 24.07.17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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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진급 시험(2) 24.07.12 17 0 13쪽
13 13. 진급 시험(1) 24.07.10 16 0 9쪽
12 12. 방어는 최선의 공격(3) 24.07.08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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