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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광
작품등록일 :
2024.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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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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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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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진급 시험(4)

DUMMY

검술 시험 대기실은 이미 끝난 사람이 대부분인지 한산했다. 사람이 얼마 없어 친구들을 찾기도 쉬웠다. 높게 솟은 붉은 머리카락을 발견한 헬리온은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고 이름을 불렀다.


“베일린, 우리 왔어.”

“오, 헬리온. 달리안도 왔네? 생각보다 일찍 끝났나 봐.”

“검술 쪽에 사람이 더 많은 거 아니야? 우리는 거의 끝 순서였는걸.”

“그런 것 같긴 해. 베이랑 나는 그나마 중간보다 조금 뒤였지만···. 레오가 아직.”


베일린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프레이야도 한마디 거들었다. 달리안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휴, 우리 왕자님은 또 왜 뒷번호래? 나이순 정렬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같은 나이 안에선 다시 생일 순으로 줄 세우는 것 같더라고? 레오는 일단 우리 셋 중에선 생일이 제일 늦으니까, 뒤쪽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완전 끝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말도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친 베일린은 지겹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번 시험에서도 레온하르트를 기다린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레온하르트는 지금 시험 치는 중인 거지?”

“응. 너희 오기 직전에 들어갔어.”

“그럼 구경하러 가자. 마지막이라 여기 지키는 사람도 벌써 돌아간 것 같고? 통로 끝에서 조용히 보면 될 거야.”


달리안의 의견에 모두가 찬성했다. 학교 안에서 하는 대련은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힘을 억누르는 편이었기에, 친구의 진짜 실력을 볼 기회는 드물었다.


‘억제해서 그 정도라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그들은 학교 내에서 이미 유명 인사였다. 레온하르트와 베일린은 천부적인 재능부터가 남달랐고, 프레이야는 성장 속도가 매서웠다. 달리안과 헬리온은 말하지 않아도 ‘그 시연’을 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화 내용으로 보아 베일린은 이번 시험에서 5급을 따낸 모양이었다.  프레이야는 4급 정도일까. 학교에 급수가 통지되는 순간,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해도 소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열여섯 살의 4, 5급 검사들과 겨우 열네 살의 7급 마법사. 헬리온의 존재가 묻히는 건 눈에 띄지 않아 오히려 편했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한 화제에 오르내리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나 않으면 감지덕지하지.’


헬리온은 먼저 걸어가는 세 명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채 느릿느릿 걸었다. 그러다 문득, 율리아를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자 그녀는 따라갈지 말지 고민되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안, 율리아. 너무 우리끼리만 얘기해서.”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친구분들이 보러 간 분은···.”


벌써 멀어진 줄 알았던 베일린은 뒤쪽에서 말소리가 들리자 프레이야와 달리안을 먼저 보내고 헬리온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대기실이 텅 빈 탓에 조금 멀게 느껴졌다.


“헬리온, 안 와? 어라.”


율리아와 눈이 마주친 베일린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눈을 반짝였다. 신생물이라도 발견한 듯한 눈빛에 율리아는 조금 주춤했다. 그녀의 교복을 본 베일린은 환하게 웃으며 물어 왔다.


“레이디, 옷을 보니까 우리 학교 학생인 것 같은데, 혹시 이름이?”

“아, 반가워요. 율리아 프로하스카예요. 학교까지 돌아갈 방법을 못 찾아서 곤란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헬리온이 보여서···. 같이 가자고 부탁하게 되었어요. 괜찮을까요?”

“오, 프로하스카. 이름은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괜찮고말고요! 저는 베일린 뮐러입니다.”

“아아. 뮐러 자작님의 따님이셨군요! 저도 아버지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말 편하게 하셔요.”


‘그러고 보니 두 집안 다 무역 일을 했지.’


서북부 최대 무역상 프로하스카와, 남부 최대 무역상 뮐러. 두 거대 상단은 활동 지역이 다른 데다 무역 상대국도 달라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같은 무역업에 종사하는 만큼 서로 이름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베일린은 율리아가 마음에 들었는지 헬리온을 제치고 그녀 옆에 바짝 붙어 걸음을 옮겼다.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율리아. 나도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

“네, 베일린. 존댓말은 습관이라서···. 저, 절대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에요!”

“괜찮아, 괜찮아. 율리아가 나를 편하게 여겨 주는 게 제일인걸. 생각해 보니 올해 초에 아버지가······.”


헬리온은 자신을 앞질러 가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발을 옮겼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금방 가까워지는 베일린의 친화력을 신기해하며.






챙—!

날카로운 금속음이 귀를 울렸다. 그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한산하고 넓은 공간에 소리가 울리니 몇 배는 더 크게 들렸다.

시험장에 서 있는 두 사람 모두 얼굴에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 머리만 보면 누가 누군지 구별되지 않았다. 그나마 익숙한 움직임을 눈으로 좇자 그가 보고 있는 사람이 레온하르트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달리안과 프레이야는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편안한 자세로 관람 중이었다.


“이야, 레오는 검이 진짜 사납다니까.”

“내가 보기엔 다 사나운데. 레이랑 베이도.”

“아이, 참. 그걸 네가 말하는 거야? 7급 마법사님이 그런 말 해도 하나도 진심 같지 않거든.”

“레—이, 너도 내가 훈련시켜 줄까? 검은 쓸 줄 모르지만, 속도 대응 훈련만큼은 확실히 될 거야.”

“아냐, 미안! 죄송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잡담을 나누는 프레이야와 달리안은 즐거워 보였다. 다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가까워진 것일까. 어찌 되었든 서로서로 친목을 다지는 건 좋은 일이다.


“어떻게 돼 가고 있어?”

“거의 끝난 것 같은데? 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 조건을 얼마나 맞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들어간 지 꽤 지나기도 했고.”

“뭐, 보호구가 제대로 있는 걸 보니까 최소한 실격은 아니겠지.”

“보호구는 들어갈 때부터 쓰고 들어가는 거야?”

“응. 그래서 상대방은 응시자가 누군지 몰라. 응시자 확인도 다 여기서 하고 들어가고.”

“마법사 쪽이랑은 다르네. 우리는 시험장 안에 들어가서 상대방이 응시자 확인을 한 번 더 하거든.”

“역시 마법은 철저하구나~ 검이야 뭐, 아무리 에테르를 담니 어쩌니 해도 일단 휘두르면 되는 거잖아?”

“뭐어, 그렇지. 잘만 하면 얼굴도 다른 사람처럼 속일 수 있는 게 마법이니까.”

“근데 베이 뒤에 있는 건 누구야? 아까 헬리온 뒤에 있던 분 같은데.”


뒤늦게 율리아를 소개한 베일린은 두 사람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율리아까지 네 명이 나란히 앉은 모습을 보니 헬리온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기분이었다.


‘달리안이 남자면 뭐하냐, 이렇게 보면 여자애나 다름없는데.’


달리안은 유독 같은 남자에게 박했다. 같은 성별에게 더 엄격하게 대하는 일은 윤명진이던 시절에도 종종 봐왔지만, 그는 어린아이 같은 면도 있어서(실제로 아직 어린 나이이긴 했다.) 평가가 박한 데에 더해 짓궂기까지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트러블 없이 지내온 것 같고, 애들이랑도 잘 맞아 보이니까 상관없나···.’


어쩐지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인솔 교사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헬리온의 정신 연령을 생각하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 듯했다.

그때, 레온하르트의 검이 빛난다. 에테르를 검신에 얇게 두른 모습은 마치 막 용광로에서 나온 철괴를 연상케 했다. 반짝이는 검날이 상대의 공격을 막자, 잠시 대치하던 상대방은 가볍게 발돋움해 뒤로 물러나서 나지막이 말했다.


“통과입니다.”


드디어 시험이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마지막 순서여서 그런지 시험장 출입을 제재하는 사람도 없었다. 베일린과 프레이야는 몸을 일으켜 레온하르트를 향해 달려갔다.

천천히 보호구를 벗자 땀에 젖은 금발이 반짝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그가 훈련에 쏟아부은 시간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여러 명의 발소리에 레온하르트는 아이들 쪽으로 몸을 돌려 씨익 웃었다.


“수고했다, 레오.”

“베일린 너도. 이제 우리 둘 다 5급이네?”


학생 중에서는 상급생과 겨루어도 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키득키득 웃는 두 사람은 정말 어릴 적부터 함께한 친구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 뒤로 프레이야와 달리안이 쪼르르 따라붙었다. 율리아는 아직 낯을 가리는지 앉아 있던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상대방 또한 보호구를 벗었다. 드러난 얼굴은 젊었다. 아니, 젊다기보단 아직 어리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래도 여기서 레온하르트의 상대역을 할 정도면 꽤 강한 사람일 텐데. 누구지?’


헬리온은 저런 사람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려 초고를 펼쳤다. 한참 페이지를 뒤적거리고 있자, 레온하르트와 이야기를 나누던 달리안이 고개를 돌려 상대역을 보았다.

그는 상대방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또한 놀란 건 마찬가지인지, 저를 바라보는 달리안과 눈이 마주치자 눈이 동그래졌다. 달리안은 아이들과 말하던 것도 잊은 듯 그를 향해 달려갔다.


“형!”

“달리안! 왜 여기 있어?”

“시험 보러 왔지! 형은 왜 여기 있어?”


‘형이라고?’


그러고 보니 달리안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달리안보다 살짝 어두운 주황빛 머리에 붉은 눈. 특징만 나열하고 보면 형제라고 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두 사람의 인사말을 들은 레온하르트 또한 놀란 듯한 표정으로 달리안과 상대방을 향해 다가갔다.


“어라, 로렌스 경이었습니까? 그러고 보니 로렌스 경도 ‘레스터’ 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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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5) 24.08.28 8 0 10쪽
33 33.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4) 24.08.26 9 0 10쪽
32 32.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3) 24.08.23 8 0 11쪽
31 31.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2) 24.08.21 8 0 10쪽
30 30.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1) 24.08.19 8 0 9쪽
29 29.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5) 24.08.16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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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2) 24.08.09 10 0 11쪽
25 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1) 24.08.07 11 0 10쪽
24 24. 금빛 태양 24.08.05 10 0 10쪽
23 23.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4) 24.08.02 11 0 10쪽
22 22.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3) 24.07.31 13 0 10쪽
21 21.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 24.07.29 10 0 11쪽
20 20.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 24.07.26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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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진급 시험(5) 24.07.19 16 0 10쪽
» 16. 진급 시험(4) 24.07.17 17 0 10쪽
15 15. 진급 시험(3) 24.07.15 19 0 10쪽
14 14. 진급 시험(2) 24.07.12 17 0 13쪽
13 13. 진급 시험(1) 24.07.10 17 0 9쪽
12 12. 방어는 최선의 공격(3) 24.07.08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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