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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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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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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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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4)

DUMMY

“······무슨 짓이라니,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레온하르트.”


헬리온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되물었다. 적당히 넘어가려는 헬리온의 의도 따윈 전부 파악했다는 듯, 레온하르트의 눈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시치미 떼지 마. 너···, 내가 아무리 검사라지만, 에테르 흐름 정도는 느낄 수 있어. 어제는 분명 평소랑 달랐다고.”

“······.”

“네가 쓰는 [방어]는 고요하지만 폭이 커. ···말로 정리하려니까 어렵네. 하여튼, 에테르 흐름이 안정되어 있다는 말이야. 그런데 어제, 네 에테르는 다른 느낌이었어. 나는 달리안이 아니고, 마법사도 아니니까 정확하게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야, 다른 마법을 쓰긴 썼지.”


‘무저갱’이라면 말해도 상관없는 범위에 들어간다. 기본 원리는 공격 마법과 비슷했고, 헬리온은 거기에 문장을 덧씌웠을 뿐이니까. 게다가 케이슨에게 추궁당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어떻게 변명할지까지 계획을 세워 두었다. 그 변명을 레온하르트에게 써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말이다.


“어떤 마법인지 설명해 줘.”

“그냥 평범한 원거리 [공격]을 살짝 변형해서, 그걸 증폭시켰을 뿐이야. 달리안이 쓰는 불같이 번쩍거리는 게 아니라 잘 안 보였겠지만.”

“그건 대충 알고 있어.”

“···그렇구나? 어쨌든, 그게 다야. [방어]랑 [공격]. 평소에 [공격]은 잘 안 쓰니까 에테르 흐름도 조금 불안정했던 건 사실이고······.”


레온하르트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헬리온을 응시했다. 헬리온은 그 올곧은 눈을 마주치기 버거워 시선을 피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다. ‘마법’은 정말로 그 두 가지만 사용했으니까. 공격 마법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맞는 설명이다. 작동 원리의 상세는 헬리온도 몰랐기에, 그가 아는 건 두루뭉술하긴 해도 거의 다 말한 셈이다.

그러나 의심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레온하르트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천천히 자세를 바꾸어 헬리온에게 더 바짝 붙은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헬리, 그러면 거대한 인간형 마수가 작은 마수들을 끌고 나왔을 때. 그때 한 건 뭔데?”


‘···시발, 이건 위험한데. 설마···.’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안에 크게 울린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그 정도로 큰 소리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헬리온은 긴장했고 레온하르트는 그런 그를 직시했다.


“분명 봤어. 그래, 네 공격 마법은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치자. 마수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을 때, 백작님께선 이미 균열을 닫으러 출발하신 후였으니까 솔직히 우리끼리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베일린도 그렇게 중얼거렸었다. 헬리온 또한 위험을 감지하고 시간을 돌린 것이기에,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때야. 그때 네가 분명 무언가를 했어. 그 금빛 에테르는, 내가 아는 한 네가 가진 에테르가 유일해, 헬리. 비슷한 색은 있을지 몰라도, 네 에테르라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

“···.”

“그 직후에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면서, 마수들이 도로 균열 안으로 돌아갔지. 꼭 ‘아직 나오지 않은’것처럼.”


결국 이 질문이다. 그때 헬리온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레온하르트 이젠스는 확실하게 그의 능력을 벗어나 있었다.


“마수는 다시 나왔지만, 이번엔 우리 쪽으로 쏟아지지 않았어. 아마 네가 했다고 하는 공격 마법에 이끌린 거겠지.”

“······.”

“도움은 되었어. 그 점에 대해선 정말 고맙게 생각해. 그렇지만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나? 그런 마법은 들어 본 적도 없어.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기차에서 꾼 꿈도, 사실은 진짜 있었던 일이지?”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식은땀이 손에 배어 나온다. 무심코 주먹을 꽉 쥔 헬리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특능에 대해 말하지 못할 건 없다. 어차피 앞으로도 계속 레온하르트를 위해 움직일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이 능력이 필요하다면, 레온하르트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능력을 쓸 생각이다. 이건 레온하르트의 능력을 뺏은 듯한 기분에서 오는 죄책감을 덜어낼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나 만약 레온하르트가 제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초고의 헬리온에게 주어진 ‘시간 정지 능력’이 그에게 주어진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고의 헬리온은 그 능력으로 인해 망가졌다. 돌아간 시간을 모두 기억한다는 건, 돌아가기 전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능력 시전자의 의사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게 좋은 쪽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어도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헬리온은 그에게 특능이 부여된 게 아니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영향을 받지 않는 것뿐이라면 달리안에게도 말하지 않은 특능에 대해 털어놓고(이 경우는 의도한 건 아니었다.), 조금 홀가분해질 수 있을 테니까.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은데.”

“뭔데?”

“너, 특능 있어?”


특능이 부여되었는지 여부는 신체 어딘가에 나타나는 문양을 통해 알 수 있다. 주로 손등이나 목에 나타나지만, 등처럼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곳에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어 특능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는 일도 잦다. 헬리온은 특능이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나 문양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 또한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레온하르트도 그러한 경우가 아닌 이상, 특능이 발현했다면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레온하르트는 말없이 왼쪽 소매를 걷어 올리고, 손목 안쪽이 위로 오도록 헬리온을 향해 내밀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레온하르트의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었고, 레온하르트는 천천히 손목 부위에 에테르를 흘려 넣었다.


“이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맞아. 생긴 지는 한······. 한 달쯤 됐나? 팔이 떨어질 듯 아프더니 갑자기 ‘특수 능력이 부여되었다’라는 문자가 눈앞에 튀어나와서 좀 놀랐지.”

“···능력 이름은?”


손목에 새겨진 문양은 옅은 옥빛을 발한다. 두 칸으로 나누어진 사각형과 그 위의 왕관. 마치 문 위에 왕관을 얹은 듯한 모양이었다.


“[아트로포스의 가위]였던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능력인지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쓰진 못하고 있지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라케시스, 그리고 아트로포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 운명의 여신 중, 현재와 미래를 담당하는 두 여신. 이름을 듣자마자, 기억 저편에 있던 과거의 잔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클로토가 운명의 실을 자아내면, 라케시스가 이를 되감고, 아트로포스가 이를 끊어낸다. 이 일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신의 권능이란 그러한 법이다. 게다가 운명을 관장하는 이들은 최고신일지라도 손을 댈 수 없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그만큼 모든 신과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이니.

초고의 헬리온에게 주어진 능력이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 정지 능력, 아트로포스의 가위.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헬리?···. 그걸 왜 물어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너도 이야기해줬으면 하는데.”


그 목소리에 헬리온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레온하르트의 목소리는 그의 정신을 현실로 되돌려 주었다.


“아···, 그렇지. 질문이 여러 가지여서 대답하기 어려우니까, 하나씩 다시 질문해 줘.”

“알겠어. 그럼 우선···, 어제 있었던 일부터.”

“···그건 내 특수 능력으로 한 거야. 시간을 되돌릴 수 있거든.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까, 많이 쓰면 나한테도 영향을 미치지만. 어제 쓴 정도라면 크게 영향이 미치지 않아서. 그대로 있으면 상당히 위험했으니까, 시간이 돌아간 후에 시전하던 공격 마법의 강도를 올렸지.”

“···의외로 순순히 말해 주네?”

“네가 입이 가벼워 보이지는 않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헬리 네 말은, 시간을 돌려서 마수가 나오자마자 공격 마법을 강화해서, 이쪽으로 오는 마수를 줄였다는 거지?”

“응. ···너야말로, 시간을 돌린다느니 뭐니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잘도 믿네.”

“뭐, 특수 능력은 그런 허무맹랑한 것도 곧잘 하게 해 주는 것 같으니까···. 나도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지만? 그리고, 이 능력은 여신님께서 내려주는 일종의 축복 같은 거라는 설도 있잖아. 신의 사랑을 받는 게 나쁜 일은 아니기도 하고?”


‘그런 설이 있구나.’


헬리온은 이 세계를 만든 자이긴 하나, 세세한 건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그가 에테르를 사용한 마력과 특수 능력을 분리한 건, 단순히 게임의 궁극기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을 뿐이었을 테다. 여신이니 뭐니 하는 건 그의 관할 밖이었다.


“특능이었다니까 조금 납득이 되네. 그럼, 기차에서 본 꿈도···.”

“···응.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야.”

“···그렇구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고 말았다. 원래도 밝은 분위기는 아닌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시점에선 아이들 대부분의 생명이 위험했기에 더 그러했다.


“잠깐만, 그럼 왜 그땐 기억이 제대로 안 나고 꿈으로 나타난 거지? 이번엔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그런 침울한 분위기를 깨고 레온하르트가 의문을 표했다. 헬리온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얼버무렸다.


“···글쎄, 신도 완벽하진 않은가 보지. 아니면 꿈으로 본 거라 잊어버린 걸 수도 있고.”

“그런가? 하긴 그럴 수도.”


‘네가 반쯤 죽어서 정신이 혼미할 때쯤 네 특능이 강제 작동하고, 그 틈에 내가 능력을 써서 그런 것 같다는 말은 입이 찢어져도 못 하지.’


죽음에 근접한 기억 따위, 가지고 있지 않은 편이 더 나았다. 트라우마가 남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으니 기억하는 건 헬리온 한 명으로 족하다. 아이들이 아이들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면 길수록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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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비밀 결사(2) 24.09.02 7 0 10쪽
35 35. 비밀 결사(1) 24.08.30 7 0 11쪽
34 34.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5) 24.08.28 8 0 10쪽
» 33.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4) 24.08.26 10 0 10쪽
32 32.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3) 24.08.23 8 0 11쪽
31 31.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2) 24.08.21 8 0 10쪽
30 30.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1) 24.08.19 8 0 9쪽
29 29.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5) 24.08.16 9 0 10쪽
28 28.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4) 24.08.14 9 0 10쪽
27 27.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3) 24.08.12 11 0 9쪽
26 26.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2) 24.08.09 11 0 11쪽
25 25.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1) 24.08.07 11 0 10쪽
24 24. 금빛 태양 24.08.05 11 0 10쪽
23 23.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4) 24.08.02 12 0 10쪽
22 22.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3) 24.07.31 13 0 10쪽
21 21.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 24.07.29 10 0 11쪽
20 20. 헬리온 딜라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1) 24.07.26 11 0 11쪽
19 19. 피서지는 북쪽으로(2) 24.07.24 15 0 9쪽
18 18. 피서지는 북쪽으로(1) 24.07.22 13 0 12쪽
17 17. 진급 시험(5) 24.07.19 16 0 10쪽
16 16. 진급 시험(4) 24.07.17 17 0 10쪽
15 15. 진급 시험(3) 24.07.15 19 0 10쪽
14 14. 진급 시험(2) 24.07.12 17 0 13쪽
13 13. 진급 시험(1) 24.07.10 17 0 9쪽
12 12. 방어는 최선의 공격(3) 24.07.08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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