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별을 살아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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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카프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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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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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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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5화

DUMMY

45화

EP3- 바람과 그늘


여기 한 렉카 유튜버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기우.


20대 중반,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로 활동했으나, 뒷돈을 받고 잘렸다.


이후, 전관예우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운이 좋게 방송가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시사탐정>.


대한민국의 온갖 범죄를 취재하고 그 이면을 탐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오기우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각종 사건을 날조하는 프로그램에 가까웠다.


그리고 마침내 시사탐정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 결정적 계기는 유동주 폭력 사건의 진실.


판사 폭행 사건의 전말이 알려진 후, 그 판사의 후배였던 오기우는 방송에서 은퇴했다.


전 재산을 털어 다시 변호사 개업을 했으나 그를 찾는 손님은 없었다.


시대는 변했다.

그는 이미 검사에서 퇴임한 지 십 수 년이 지났고, 때는 바야흐로 대 로스쿨의 시대였다.


시장에는 변호사가 넘쳤고, 구설수에 휩싸인 오기우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기우는 렉카 유튜버의 길을 선택했다.


전문적 법 지식, 타고난 쇼맨십, 나름 알려진 얼굴.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오기우의 렉카질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일단 아직까지는.




45화

EP3- 바람과 그늘


이곳은 서울 미포구 희남동.

강변출판문화단지 다음으로 출판사가 많이 모여있는 동네.


희남동 어느 조용한 바에 추덕호가 앉아있었다.


“아이씨, PD였다고 꼴에 존심 부리는 건가. 왜 이렇게 안 와.”


그는 술집 문을 몇 번이고 쳐다보면서 한 남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몇 분 후, 추 작가가 기다리던 사람이 마침내 문을 열고 나타났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오늘 녹화 일정이 있어서요!”


녹화라는 말에 추덕호는 속으로 비웃었다.


‘녹화는 무슨······. 렉카 주제에.’


덕호는 본심을 감춘 채 남자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닙니다! 시사탐정의 오 PD님을 만나 뵙는 건데, 제가 당연히 먼저 와서 기다려야죠! 하하하핳!”


그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추덕호의 말을 부정했다.


“에이, 시사탐정 폐지된 지가 언젠데요! 이제 이슈체크의 PD라고 불러주세요!”


추덕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 아, 네. 일단 여기 앉으시죠.”


사실 두 남자의 심경은 복잡했다. 그러나 서로 간의 생각은 비슷했다.


‘아씨, 내가 작가가 돼서 이런 렉카 유튜버를 만나야 해?’

‘이야, 나 오기우 갈 데까지 갔네. 이제 막 등단한 작가 나부랭이가 저딴 표정을 짓고.’


하지만 오늘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나온 자리.

먼저 본심을 털어놓은 것은 추덕호였다.


“유동주 그 애송이 때문에 고생 많으시죠? 판사를 폭행한 게 뭐가 그렇게 자랑이라고.”


오기우는 그 말에 섣불리 맞장구치지 않았다.


눈앞의 철부지에게 장단을 맞춰줬다가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입바른 말에 함부로 넘어가지 말 것.


그것이 오기우가 살면서 배운 중년의 지혜였다.


“아유, 추 작가님 그런 말씀 마세요. 유동주 작가님의 진실을 몰라본 제가 잘못이죠.”

“아, 그래요?”


추덕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오기우를 흘겨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바텐더를 불렀다.


“여기요! 전에 제가 보관해 둔 발렌타 30년 있죠? 그거 꺼내주세요!”


오기우의 눈썹이 움찔했다.

발렌타 30년.

백화점에서 살 땐 100만 원이 족히 넘는 위스키.

그렇게 비싼 술을 갑자기 왜 꺼내는 것일까.


오기우가 비릿한 웃음과 함께 추덕호에게 물었다.


“비싼 술을 먹으면 그 값을 해야 할 텐데. 이제 고작 너튜버인 제가 뭘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오기우는 슬쩍 본심을 털어놓았다. 그건 덕호에게 던진 미끼였다.


그리고 추덕호는 그 미끼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올린 영상 잘 봤습니다. 라방도 잘 보고 있고요. 가장 최근에 언급하신 내용 유의 깊게 들었습니다.”


오기우는 찬찬히 자신이 한 라이브 방송을 떠올렸다. 가장 최근의 방송이라면 분명 이런 내용이었다.


[유동주가 착한 놈이 아니야! 가난한 놈이 착한 거 봤어!? 빚이 잔뜩 있다는 건! 돈 빌려주고 낭패 본 사람도 있단 뜻이야! 내가 다 알고 있어!]


그 라이브 방송 때문에 오기우는 또 한 번 입방아에 올랐다.


다음날 구독자는 수천 명이 줄었고, 온갖 악플이 그를 괴롭혔다.


[어린애를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

[유 자가의 글은 한국 문학의 미래입니다~~~ 괴롭히지 마셔오!!^^^]

[하남자 하남자 찌질]


오기우의 머릿속으로 아찔한 댓글이 떠올랐다.


추덕호는 그런 오기우를 향해 넌지시 떡밥을 던졌다.


“유동주에 대해 더 말씀하시고 싶지 않으세요? 제대로 알리셔야죠.”


오기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추덕호를 노려보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덕호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오 PD님.”

“네?”

“풍기영 사장이라고 있어요. 풍영문고도 운영하는 분인데, 그분이 불만이 많대요.”

“무슨 불만이요?”


오기우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추덕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최근에 제 책이 풍영문고에서 다 빠졌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저기 좀 알아봤어요. 책이 왜 빠졌을까.”

“알아내셨습니까?”

“간신히 알아냈죠. 제 외가 쪽 친척이 풍기영 씨 비서거든요.”

“아, 그래요?”

“네, 사실 풍기영씨가 유 작가한테 마음이 불편한 게 있나 봐요. 그래서 엄한 문학나무가 덤터기를 쓴 거고. 거기서 나온 제 책도 덩달아 화를 입은 거죠.”


오기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이 대화의 결론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오기우에게 추덕호가 달콤한 제안을 건넸다.


“풍영그룹이 운영하는 케이블 PBN 있잖아요. 거기에도 새로운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슈몰이로 첫 방부터 확 몰아치면 좋을 텐데요.”


추덕호는 오기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제안은 이런 것이었다.


‘유동주를 잡으면 방송에 복귀할 기회도 주겠다.’


오기우는 말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 정적을 깬 건 추덕호였다.


“유동주 빚투 사실입니까?”

“제가 없는 말을 지어서 하진 않습니다.”

“증거도 확실히 있고요?”


오기우는 망설였다.


이것은 기회일까.

아니면 또 다른 위기일까.


하지만 오기우에게 더 이상의 막다른 곳도 없었다.


렉카 너튜버까지 내몰린 신세에서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겠는가.


고민을 마친 오기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증거야 있죠.”



얼마 뒤, 오기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고 추덕호 혼자 바에 남았다.


그는 위스키를 자작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구희자 선생님, 당신이 택한 새로운 작가가 맛이 가는 걸 보시죠. 푸하핳! 푸하하하하학!!!”


질투심에 절은 한 젊은 작가의 술주정이 바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그는 몰랐을 것이다. 바 한구석에 앉아있는 한 젊은 기자를.


오기우와 추덕호의 만남을 진즉에 눈여겨보던 한 신생 너튜버를.


튜브케이.

손은풀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45화

EP3- 바람과 그늘




이곳은 문학나무 출판사

나는 박서완과 함께 회의실에 앉아있다.


“문혁수 편집장님은 곧 들어오실 거야.”


박서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여기가 문학나무야? 나도 책만 읽어봤지. 설마 여기를 오게 될 줄은 몰랐네.”


백화점은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돌아다니던 서완이었다.

그런데 출판사를 신기해하다니, 그 모습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풉, 푸하핳. 아니, 루비 이동 매장은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더니!?”

“야, 유동주! 거긴 돈만 있으면 들어가는 데지만, 여긴 돈 있어도 못 오잖아!”


박서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그때, 테이블 위에 있던 녀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위이잉-!


나는 핸드폰 화면에 쓰여 있는 이름을 보았다.


[아버지]


박서완은 전화를 받지 못하고 망설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받아. 어차피 편집장님 한 10분 뒤에 오실 거야.”


망설이던 서완이 마침내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안에서 폭탄이 터지듯 고함 소리가 들렸다.


[네 아비 잡아먹은 유동주란 놈이랑 또 어울려!?!? 그 괴물 놈이랑 어울릴 거면 내 아들 하지 마! 아예 나가! 독립해!!]


박서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별다른 대꾸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하, 하하핳. 들었냐?”

“들었지. 완전 기차 화통 이시던데?”


안 듣고 싶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성량이었다.

서완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난 이번 그림책 잘 되면 독립이나 해야겠다! 너랑 같이하는 거니까 몇억은 벌겠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문혁수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이번 책은 아마 몇억까지는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그 말에 박서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핳. 장난이었어요. 아, 편집장님이 들으실 줄은 몰랐죠.”


문혁수는 웃으며 자연스럽게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말씀드릴 부분이 선인세와 인세 비율부터입니다. 이번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은 사실 기대 수익이 높지 않아요.”


나는 문혁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요?”

“네, 그림책 자체가 원래 어린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요. 게다가 글 작가와 그림작가가 인세 비율을 나누게 됩니다.”

“아, 그렇군요.”

“일단 선인세는 최대한 맞춰드리겠지만 200 정도가 최선입니다.”


문혁수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일단 이 작품이 잘되도록 기대 수익과 상관없이 저희도 최대한 투자하겠습니다.”


나는 박서완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 책을 통해 큰 수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에 경지연을 통해 그림책에 대한 설명을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서완에게는 이 모든 얘기가 생소할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봐.”


박서완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푸하하핳. 뭐, 내가 진짜 떼돈 벌려고 왔겠냐. 같이 작품 만드는 게 중요하지.”


나는 그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함께 지었다.


그래, 박서완은 원래 이런 녀석이다.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녀석.


나와 함께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나는 문혁수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최대한 홍보할 수 있게 저도 노력을 해볼게요.”

“저희 출판사에서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 사람은 바로 전석우 편집자였다.


“편집장님, 잠시만요. 들으셔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문혁수가 언짢은 투로 그에게 물었다.


“뭔데? 우리 회의 중인 거 안 보여?”

“그, 그, 회의랑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요.”


문혁수가 의아한 얼굴로 전석우를 노려보았다. 그가 회의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기억나세요? 옛날에 시사탐정하던 오기우 PD요. 그 사람이 PBN에서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을 한대요.”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근데 첫 방송 주제가 유동주 작가님 가족의 ‘빚투’랍니다.”


나는 황당한 눈으로 전석우를 쳐다보았다.


오기우.

시사탐정의 전 PD. 그리고 박서완 아버지의 후배.


나와는 질긴 악연으로 얽힌 인간이지.

근데 이제는 뭐, 나를 가지고 빚투를 한다고?

나는 전석우를 보며 말했다.


“허, 그 사람 참 할 일 없나 봐요.”


회의실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그런데 곧이어,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거 이슈 되겠죠?”


내 말에 문혁수와 전석우가 의아한 얼굴을 지었다.

전석우가 말했다.


“이슈야 되겠죠? PBN에서 벌써 예고편 만들었던데요?”

“그렇네요. 첫 방송에서 제 빚투를 터뜨린다고 엄청나게 홍보했을 거 아니에요?”


전석우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맞장구쳤다.


“그렇죠? 많이 하는 중이죠?”

“그걸 역으로 이용하죠.”

“이용이요?”

“네, 그 빚 다 갚았거든요. 그쪽에서 전국에 제 이름을 송출해 준다는데 그걸 왜 가만 놔둬요.”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남의 돈으로 하는 대국민 홍보 방송 아닙니까? 신간 출시 홍보를 방송으로 하는 격이잖아요?”


내 말을 들은 박서완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손뼉을 쳤다.


“아, 그래! 그래! 우리 집들이 때 손은풀 기자님이 어차피 영상 다 찍었잖아. 네가 빚 다 갚았다고 말한 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빚투 방송이 아니라 대국민 신간 홍보 방송으로 만들어 보자고.”




작가의말

45화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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